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진짜 운철검 (2)
이강이 미소만 짓고 있자 불사신검이 핼쑥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버럭 화를 내거나, 아니면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하며 절규하기 전에 이강이 말했다.
‘물론 농담입니다.’
「이, 이놈!」
이강이 설마 유성아를 녹일 이유는 없었다.
불사신검의 유성아라고 알려진 것이 장로원에 걸려 있었다. 이강이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이 진본이었으니 그쪽이 가품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것을 여태까지 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이강의 낡아 빠진 검이 운철검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녹여 버릴 이유가 없었다.
고칠은 이강을 이끌고 가마와 모루가 있는 곳을 지나갔다.
도착한 곳은 작은 방. 굳이 포장하자면 응접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강이 자리에 앉자, 고칠이 조용히 물었다.
“절차는 알고 계시는지요.”
“내가 직접 검을 고르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꼭 소가주가 아니더라도, 백씨 무인들은 화영서에서 첫 검을 하나씩 고르게 된다. 이강은 아직 어린 데다가 가문을 떠나 있었기에 그런 기회가 없었을 뿐.
“가져오거라.”
“그러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고칠은 허리를 숙이고 잠시 떠났다.
불사신검이 이강에게 물었다.
「검을 직접 고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그게 전통입니다. 검은 검사의 반려. 자신의 검을 직접 고르는 거죠.’
「무슨 그딴 전통이 다 있는가.」
‘……조상님이 만든 전통이라고 들었는데요.’
「나는 그런 적 없는데?」
이강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문 내에서도 불만이 많은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화영서 장인들의 콧대가 높아진 원인이기도 했다.
어리고 경험 없는 백씨 혈족에게 검을 보는 눈이 얼마나 있을까. 이 뜨거운 곳에서 직접 검을 골라 봤자 최고의 검을 고르기는 무척 어려웠다.
물론 이강이 받을 것은 한철검이므로 어느 정도 품질은 보장되겠지만.
‘뭐, 저는 한철검이 그리 필요하지 않으니 대충 고르면 되겠지요.’
이강은 그렇게 생각했다. 화영서에서는 따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 유성아를 가지고 있는 이강에게 한철검은 그저 덤이었다.
“공자님.”
고칠이 돌아왔다. 그는 견습 야장들과 함께 무기 진열대를 통째로 가져왔다.
진열대에는 열 자루의 검이 걸려 있었다.
“일급 야장들이 만든 검들입니다. 모두 한철을 쓴 것들이지요.”
“오오.”
이강은 무심코 감탄하고 말았다.
별로 필요 없는 검이라곤 해도 실제로 보니까 구미가 당겼다.
한철의 특징인 찬란한 은빛이 도는 검들은 모두 보검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미려한 곡선에 간결한 형식미. 날카로운 날.
‘솔직히 말해서 유성아보다 나은데요.’
「이…… 바보 같은 놈!」
불사신검이 화를 냈지만 이강은 진심이었다.
녹슬어 빠진 유성아에 비해서 한철검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천천히 고르시지요.”
그리고 이강은 한철검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실 살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검을 통통 두드려 보거나 장식을 살필 뿐.
“훗, 자칫하면 손가락이 잘립니다. 날이 살아 있으니 조심하시죠.”
고칠이 그렇게 웃었다. 건방진 태도였지만 이강은 조용히 검을 살펴볼 뿐이었다.
야장들은 보지 못했지만, 그 옆에서는 불사신검 역시 검을 살피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강은 조용히 하던 일을 이어 갈 뿐이었다.
“하암…….”
고칠은 무심코 하품을 흘리고 말았다. 백씨 검사들은 꼭 저렇게 오랫동안 검을 살피곤 했다.
그래 봤자 한참 뒤에 골라낸 것들도 별 나을 것 없는 평범한 검들.
이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급 야장으로서의 자존심을 가진 고칠은 그렇게 생각했다.
‘안목이라는 건 칼밥을 오래 먹은 검사에게나 생기는 거지. 어린애가 아무리 살펴봤자 알 터가 있나.’
게다가 이강은 소문이 안 좋아서 쫓겨났다가 돌아온 처지 아닌가. 가주와 하준이 쓰러져서 소가주가 된 것이리라.
매일 화영서에 틀어박혀 있느라 세가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는 고칠은 이강을 안 좋게만 보았다.
그리고, 이강이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아, 드디어 고르셨습니까.”
“고칠.”
고칠은 순간 움찔 몸이 굳었다. 그저 이강이 낮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괜히 등골이 싸늘해졌다.
이강은 말없이 검 중 하나를 집었다. 그러더니, 놀랍도록 부드러운 동작으로 고칠에게 검을 겨누었다.
“이게 화영서가 만든 검이라고?”
“그, 그렇습니다.”
이강은 차갑게도 말했다.
“그렇다면 이따위 하품(下品)들만을 가져온 것은…….”
고칠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얘졌다.
“나와 세가를 능멸하려는 것이겠지.”
“무, 무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철검이라고 가져온 것들이 이렇게 무른 것이냐.”
고칠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강이 억지를 부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함께 검을 살펴본 불사신검이 길길이 날뛰었기 때문이다.
「이놈들이 잡철을 검에 섞어서 만들었어! 분명 틀림없이 한철을 빼돌린 것이다.」
무려 백수십 년을 검과 함께 살아왔으며, 이 화영서를 건립한 그였다. 검을 보는 눈은 오히려 평범한 야장들보다 더 뛰어났다.
「저놈들을 베어서 죄를 물어라 이강!」
그렇게 날뛰는 불사신검이 옆에 있는데, 이강이 검들의 하자를 모를 리가 없었다.
“열 자루 모두 한철 함량이 반도 안 되는군. 겨우 이것 한 자루만 반이 되고.”
“어, 어어…….”
완벽하게 검의 상태를 진단한 이강. 그 앞에서 야장 고칠이 무릎을 털썩 꿇었다.
물론 이강은 불사신검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었지만.
“고, 공자님……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내 말이 틀렸다는 것이냐?”
“그것은…… 아니옵지만.”
야장은 본디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지만 고칠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강은 한철과 강철의 구성비까지 완벽하게 파악했다.
게다가 날카로운 검 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으니, 혼이 쏙 빠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면.”
“전대 가주님 때부터 검의 한철 비중을 줄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결코, 저희가 공자님을 기만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
이강은 잠시 침묵하더니 불사신검을 흘긋 바라보았다.
“예전에야 한철을 통짜로 써서 검을 만들긴 하였으나. 지금은 소가주께 드리는 검은 한철을 3할 이상 5할 미만으로 섞는 것이 규정이기에……. 지금 통짜 한철검은 가주님과 적룡단주님 이외에는 쓰지 않고 계십니다.”
들어 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이강이 책망을 담아 불사신검을 바라보자. 그는 말을 더듬었다.
「한철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 그래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운철에 가려서 생각하지 못했지만, 한철 역시 귀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번 사용했던 한철을 전부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 통짜 한철검은 잘 만들지 않는 듯했다.
고칠은 여전히 고개를 조아리고 있어서 몰랐지만, 이강은 아주 난감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한철이 절반만 들어가도 보검이죠?’
「그렇다고 하나, 굳이 자손이 욕심낼 필요는 없는 물건이구나.」
‘그렇다면, 굳이 한철검을 챙길 필요는 없겠군요.’
이강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곳 화영서에 온 것은 장로원의 명령대로 검을 골라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이 잡은 검을 매만졌다.
“누가 이 검을 만들었지?”
“제가…… 만들었습니다.”
고칠이 그렇게 답했다.
그 역시 일급에 속하는 장인이었다. 하지만 운철을 다룰 수 있는, 화영서주를 비롯한 특급장인의 수준은 아니었다.
「한철을 강철과 섞어서 생기는 문제는, 검의 강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지. 물론 일반적인 검보다는 좋겠으나 저자의 솜씨가 대단하지 않은 듯하니…… 멈춰, 그곳이다.」
검신을 쓰다듬는 이강의 손가락이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빼꼼, 고칠이 고개를 들어 이강을 바라봤다.
「자손의 앞으로는 수라장이 펼쳐질 것이다. 기세가 밀리면 안 된다.」
이강도 알고 있었다.
“일어나라.”
“예, 예에.”
주섬주섬 일어서는 고칠에게, 이강이 한철검을 건넸다. 고칠은 영문도 모르고 그 검을 받아들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검이더구나.”
“그러시면…… 다른 검이라도.”
“너 역시 일급장인 아닌가. 게다가 그것이 한철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검이라고 하니.”
그리고 이강이 유성아를 뽑아 들었다.
그긍-
녹슨 검신이 거칠게 뽑혔다. 고칠은 이강이 자신을 베려는 줄 알고 얼굴이 하얘졌다.
“차라리, 내가 가지고 있는 검을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 낫겠어.”
날이 무뎌졌지만, 사람을 베기에는 충분한 정도.
고칠이 황당하게 답했다.
“그 검은…….”
“검을 횡으로 들어라.”
“설마, 공자님.”
고칠은 이강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겉멋 든 야장들이 종종 하는 짓이었다. 검과 검을 서로 부딪쳐 검의 강도를 시험하는 방법.
날과 날을 정확히 수직으로 부딪치면 강도가 약한 두 검 중 하나는 필히 부러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그래도 엄연히 한철검입니다. 자칫하다가는 다치실 수도…….”
“명했다.”
고칠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표정을 굳혔다.
거부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그의 자존심도 상했다.
이강이 든 검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 한철로 만든 검을 저따위 녹슨 검으로 자를 수는 없었다.
“저는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고칠이 검을 횡으로 들고, 이강이 녹슨 검을 치켜들었다.
다만 그 자세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천영검식……? 아니, 저런 자세는 본 적이 없는데?’
무인이 아닌 그였지만 천영검식이 어떤 것인 줄은 안다. 그런데 이강이 보여 주는 검식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화영서주를 불러서, 내 검을 갈도록 해라.”
“……!”
이강의 한마디에 고칠이 눈을 부릅떴다.
겨우 검을 손질하는 데 화영서주를 부르다니, 가주조차 하지 않는 짓이다. 이제 소가주가 되려는 공자가 하기에는 오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강이 치켜든 검이 진동하기 시작하자 고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이강의 검에 잔상이 보이는 것은 눈의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몸이 약해 무공이 형편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헛.”
그리고, 흩어지던 잔상이 오롯이 녹슨 검 한 자루에 합쳐지는 순간.
하늘과 검을 연결하던 실이 끊어지듯, 이강의 검이 우뚝 낙하했다.
고칠이 들고 있는 한철검으로.
* * *
“뭐? 무슨 헛소리야!”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화영서주가 일갈했다.
얼굴에 패인 주름의 깊이만큼 야장으로서의 실력도 완숙한 장인이 화영서주 대경록이었다.
운철을 다룰 수 있는 실력자였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자에게는 검을 만들어 주지 않는 괴짜로도 유명했다.
그 상대가 백씨세가의 혈족이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세가에서도 용인할 정도로 대경록은 뛰어난 사내였다.
그런데 그에게 견습 야장들이 달려와선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인 것이다.
“이강 공자가 나를 부른다고?”
“예. 지금 곧바로 응접실로 나오시라며…….”
그것은 어쨌든 직계혈족의 당연한 오만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라는 것이 터무니없었다.
“한철검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받지 않겠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아. 제 맘이니…….”
“그으…….”
“그런데, 대신 자기 칼을 손질하고 싶으니, 내가 와서 직접 손질하라고?”
콰앙!
대경록이 잡고 있던 망치를 요란하게 내려놨다.
그러곤 견습 야장에게 다가가서 그의 멱살을 콱 틀어잡았다. 대경록은 한 손으로 견습 야장의 몸을 번쩍 들었다.
“오냐 좋다. 데려가라!”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듯한 기세였다.
견습 야장은 꼭지가 돌아 버린 화영서주가 백이강을 두들겨 패지 않을까 걱정했다.
성큼성큼 방을 나가던 대경록 본인조차 그런 걱정을 했다. 천지 분간 못하는 반푼이 공자를 보고 분노 조절을 못 하면 어쩌나 고민됐던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대경록이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를 반긴 것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아 있는 고칠.
숨을 고르고 서 있는 이강.
그리고 반 토막 나서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한철검. 고칠이 꽤 잘 만들어졌다며 시시덕거리던 그 검이었다.
“화영서주.”
할 말을 잃고 눈을 굴리던 대경록을 이강이 불렀다.
“예, 예에…….”
‘어디 한번 내 얼굴 앞에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보자.’하고 생각했던 것은 까맣게 잊었다.
“화영서에서 준비한 검이 마음에 안 드니, 그냥 내 검을 손질하면 좋겠다 싶어서 당신을 불렀습니다.”
“아.”
다시 화가 났던 이유를 떠올리려는 순간.
이강이 턱 건넨 검을 받아들고, 화영서주는 눈을 크게 떴다.
“어…….”
그저 녹슨 검이다. 그런데, 이 녹슨 검으로 한철검을 베었다는 말인가.
고칠을 돌아보니, 그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검을 손질할 수 있는 사람은 화영서주밖에 없을 듯하더군요.”
“그게 무슨…….”
운철을 여러 번 다뤄 본 대경록은 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은빛으로 빛나며 냉기를 뿌리는 한철과 달리, 운철은 외형상의 특징이 적다. 다만 보통 철보다 더 무겁다는 것인데.
그는 손을 덜덜 떨면서 허리춤의 작은 조각정을 꺼내 들었다. 촉에 금강석을 박아 놔 한철에도 각인을 새길 수 있는 물건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고칠이 황급히 물었다.
“서주님…… 혹시 그 검이 제가 생각하던 그것이 맞습니까?”
한철검이 녹슨검에 의해 두동강 나는 것을 본 그였다. 이강의 검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챘던 것이다.
“닥쳐 봐 이 자식아, 나도 확인해 보려고 하니까.”
대경록은 조각정을 들어서 이강이 넘겨준 녹슨 검신에 대었다.
깡! 깡!
원래라면 한철검이라고 해도 흠집이 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저 녹이 조금 벗겨졌을 뿐. 검신에는 조금의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강의 검을 잡은 대경록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억, 어어억, 억!”
그렇게 숨막히는 소리를 내더니.
“토, 토, 통짜 운철……!”
그리고 그 말이 나오는 동시에 일어서려던 고칠이 픽 하고 쓰러졌다.
대경록조차 거품을 물기 직전이어서, 이강이 내심 당황할 정도였다.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대, 대체 어떻게! 장로원에 걸린 유성아조차 순수한 운철은 아니었는데.”
“그것이 유성아가 아니니까 그렇겠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서, 설마.”
이강은 쪼그려 앉아서 대경록이 잡고 있던 유성아를 돌려받았다.
“이게 진짜 유성아. 불사신검이 쓰시던 그 검이라는 말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녹도 벗기고, 원래 모습을 되찾아 줄 수 있겠습니까.”
이강은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대경록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를 숙였다.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기필코!”
조금 전과는 달리 공손하기 그지없는 자세였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유성아의 진본(眞本)이라는 것이 눈앞에 와 있다. 장로원에 있던 그 검보다도 순수한 운철검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대경록에게 주어졌다. 장인으로서는 도저히 넘길 수 없는 기회였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쇼!”
“백도염 장로께는 저와 함께 말씀드리지요.”
화영서주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장로 백도염이었다. 그리고 대경록 역시 백도염에게 충성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러한 사실을 알아챈 즉시 백도염에게 먼저 알렸어야 했지만.
“알겠습니다, 공자님. 고칠, 다른 놈 하던 일은 전부 중지시키고 가마의 화력을 높여라.”
“서, 서주님……!”
“너랑 나랑, 둘만 들어가고 전부 밤새서 대기한다. 보조할 수 있겠냐? 운철을 녹일 화력은 아주 뜨겁다.”
“영광입니다!”
이곳 화영서에는 불꽃에 영혼을 판 자들만이 모여 있었다.
이강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