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4)
“우리 여기서 헤어질까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솔직히 고생한 건 없지만.”
누군가의 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국새’ 팀의 얼굴은 반질반질했고 표정도 밝았다. 올 때도 유건민의 전용기로 돌아와 비행기 피로를 전혀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서 씨 덕분에 잘 놀았어요.”
“다음에도 같은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저도요!”
“들어가세요!”
유연서는 그런 사람들의 인사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출구로 나오자, 임승현이 미리 와 대기하고 있었다.
“휴가는 재밌게 보내셨습니까? 기사 많이 올라왔던데요.”
“네.”
그 사진 찍느라 여기저기 불려 다녔지만. 유연서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건민이 준비한 호화 여행 프로그램이 끝나도 ‘국새’팀은 각자 숙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넓은 객실에 모여 밤새도록 얘기를 하거나 게임을 했다.
‘아, 피곤해.’
솔직히 재밌긴 했다. 며칠 동안 많은 사람과 부대끼면서 이렇게 논 것은 처음이기도 했고······. 그 덕분에 피부가 약간 탔지만, 전이 워낙 창백한 피부여서 지금이 더 보기 좋았다.
‘김이준이 왜 그런 말을 했나 싶더라니······.’
게다가 이렇게 에너지를 빼니 그를 괴롭히던 환영이나 환청이 발생하는 빈도가 꽤 낮아졌다. 요즘도 혼자 있기 싫어하냐는 그때의 말, 괜히 한 게 아니었다.
‘그럼 계속 누군가 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나?’
그건 또 귀찮은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조사는 어떻게 됐어요?”
“자세한 건 댁에 가서 설명하겠습니다. 전무님이랑 같이요.”
“형도 못 들었어요?”
“워낙 바쁘시니까요.”
뒤에서 유연서의 짐을 가지고 따라오던 이태겸이 쭈뼛거렸다.
“그럼 나는 따로 가면 되지?”
“아니, 너도 내 집으로 와.”
“왜?”
부려 먹을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
“왔어?”
“누가 보면 형 집인 줄 알겠네.”
유연서는 마중 나온 형을 보고 작게 웃었다. 그는 이제 익숙해진 제 넓은 집을 보고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휴양지에서 휴식도 좋긴 했지만, 역시 집이 최고였다.
“아버지가 사진 보고 좋아하시더라.”
“그렇게 많이 올라왔어?”
“아예 계정도 만드신 거 같던데······ 아무튼, 오늘 전화 꼭 드려라.”
“그래야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아들과 직장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주접을 떠는 사람이 있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게 부담스럽고 귀찮았지만, 나중에는 재밌게 놀다 온 건 사실이니 삐지지 않게 꼭 전화해야지.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늘어지게 앉은 백서준이 보였다. 그는 흐느적거리며 한 손을 휘저었다.
“잘 다녀왔냐?”
“조사한 건 어떻게 됐어?”
“야, 안부 인사 안 받아줘? 뭐가 그렇게 급해?”
백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다크 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것을 보니 일 때문에 피곤한 일이 있었나 보다. 다만, 유연서는 그것을 물어볼 정도로 섬세하지 않았다. 백서준도 따로 말로 티 내진 않았다.
“잘 다녀왔다. 됐지?”
“잘 다녀오다 못해 끝내주는 여행을 했던데? 기사 보니까.”
“알면서 왜 물어봐? 근데 대체 뭐가 떴길래 이래?”
궁금해서 핸드폰 화면을 켰다. 따로 검색할 필요도 없었다. 연예 뉴스만 가도 다 ‘국새’의 포상 휴가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국새’ 호화 포상 휴가에 배우·스태프 인증샷 릴레이
유연서, 포상 휴가 인증샷 ‘화제’ 탄탄한 몸매와 동료들과 환한 미소
유연서X신예원 포상 휴가 인증샷에 ‘현서커플’ 검색량 급증
‘국새’ 포상 휴가 지원, 유건민 부회장 SNS 개설···첫 게시물은 역시 아들 자랑
└아 미친 떡밥 넘쳐서 체할 거 같아요
└와 진짜 부럽다ㅠㅠ
└이렇게 된 거 현서커플 임출육으로 국새 시즌2 가보자고
└└가보자고
정작 여행 갔던 유연서도 이런 걸 언제 찍었어? 싶은 사진도 있었다. 다들 경쟁하듯 사진을 찍은 뒤 개인 SNS나 커뮤니티 같은 데 올렸나 보다. 덕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과거 논란 기사는 사라진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형사 말고 너한테 붙어있는 건데······.”
“매니저로 따라오실래요?”
“그거 좋네.”
“대신 이런 짐 같은 거 날라 주셔야 해요.”
“안 좋네.”
유연서는 백서준과 이태겸의 대화를 팔짱 끼고 관찰했다. 두 사람은 언제 저렇게 친해졌나.
“그래서, 조사 결과는?”
“앉아 봐.”
유연서는 냉큼 백서준의 맞은 편에 앉았다. 다들 백서준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이태겸은 내가 이걸 들어도 되나 싶어서 어정쩡하게 앉았다.
“최남윤 씨 장례식에서 따님인 최미리 씨에게 들은 걸 알려줄게.”
백서준과 임승현은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혹시 고인이 사망 전에 이상한 행동을 하시진 않았습니까?] [어떤 거요?] [갑자기 어디로 부쩍 떠났다던가, 이상한 사람과 접촉했다거나.]최미리는 여전히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긴급 상황에 대비해 아버지와 붙어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생각에 잠겼던 최미리가 고개를 홱 들었다.
[아! 최근에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랑 통화하다가 언쟁이 있던 것 같았어요.]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아세요?] [음······ ‘네가 괜찮다고 했잖아’ ‘이제 와서 뭐 어쩔 건데’ 이런 말씀을 하셨던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수상하네요.] [그때가 며칠인지 기억나시나요?] [어······ 잠시만요.]그날 친구랑 대화한 기록이 있는지 핸드폰을 뒤적이던 그녀가 날짜를 말했다. 그리고 그걸 듣던 유연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날이라면······.”
“그 이상한 사람이 너네 소속사에 편지를 보낸 날이지.”
“우연치고는 절묘하네.”
“그니까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묵묵히 얘기를 듣던 유은호가 말했다.
“그분이 입원했다는 병원은 가 봤어?”
“이미 폐업한 병원이어서 기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임승현이 대신 대답했다. 두 형제가 동시에 안타까운 듯 혀를 쯧 찼다.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최남윤은 딸의 수술비가 필요해서 그날 뭔가를 했다는 거야. 그 이상한 편지를 보낸 또라이랑 같이.”
“장례식에 다녀간 예전 동료는 없었대?”
희미하던 실마리가 점점 형체를 찾아간다. 무언가가 울컥 치밀었지만, 유연서는 일단 침착하게 백서준의 얘기를 들었다.
[최남윤 씨가 주성의 유창호 회장 저택 경호원을 했던 건 아시죠?] [네, 알아요. 아버지가 이희서 사인을 받아다 주신 적이 있어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날은 기억나십니까? 이희서 씨가 사망한 날이요.]최미리의 대답은 금방 나왔다.
[그때 제가 수술받아서 기억나죠.] [어? 잠깐만요, 그럼······ 아버님이 그날 옆에 계셨겠네요? 보호자니까.] [네. 마취 깨고 티비 보니까 모든 채널에서 그분이 사망했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기억해요.]백서준과 임승현이 서로 바라봤다. 그날 없었다는 것은 직접 살해한 게 아니라는 소리다. 다른 방법으로 일조했나? 최미리는 그 뒤로 아버지가 사직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건 박정호가 준 기록에 남아 있었다. 딸의 병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퇴사했다고 말이다.
[장례식장이 너무 조용하네요. 그 당시 동료분들은 안 오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어떤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불과 어제라고? 임승현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 사람은 혹시 아버지가 남긴 거 없었냐같은 수상한 물음을 했다고 한다. 백서준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솔직히 믿을 수가 있어야죠. 형사님처럼 신분증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잘하셨습니다. 이제 아무도 믿지 마세요.]백서준의 낮은 목소리에 최미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과 얘기하다 보니 수상한 점이 하나씩 짚어졌다. 정말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것이 맞는 거 같다고 확신하자, 눈물이 찔끔 나왔다.
휴지를 건네 울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임승현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보여줬다. 이상한 편지를 소속사에 전달하던 남자의 CCTV였다.
[혹시 이런 사람입니까? 오른쪽 귀에 흉터가 있고······.] [이렇게 봐서는 모르죠. 화질이 너무 흐려서······ 흉터도 잘 모르겠어요.] [혹시 저희가 댁에 가서 조사해봐도 되겠습니까? 아버님이 남기신 것이 정말 있다면, 증거가 될 수 있으니까요.]최미리가 입을 꾹 다물고 백서준과 임승현을 번갈아 쳐다봤다.
무섭게 생겼지만, 신분이 확실한 백서준. 그리고 옆에 있는 임승현의 관상이 너무 좋았다. 아나운서를 연상하는 반듯한 얼굴. 뭔가 나쁜 거 안 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중요한 증거물. 뭐가 그렇게 비밀인지 천장을 뜯어 봤더니 나왔어.”
“······일기야?”
“어, 일단 이 부분 봐봐.”
백서준이 작게 접어 둔 한 페이지를 펼쳤다. 1999년 5월 12일.
[수술비가 미리 선납됐다고 한다. 살았다! 이제 미리는 괜찮을 것이다.] [이희서가 자살? 하필 오늘?] [설마.] [우연이겠지.] [그냥 오늘 하루 쉬다 온다는 셈 친다는 것을 믿었다.] [설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그리고 일기 맨 마지막 장.”
[그놈이 연락 왔다. 혹시 몰라 이 일기를 찾았다.] [일기를 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혹시 모를 진실을 위해서.] [속죄를 위해 남긴다.]더는 볼 수가 없어서 유연서가 작게 신음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래도 말을 시작한 이상 끝을 내야 했다.
“앞에 내용을 보니까 최남윤은······ 대가를 받고 그날, 그 또라이랑 바꿔치기한 거야.”
“그리고 그 또라이가 엄마를 죽였다?”
“혹시 문제가 될까 봐 딸 병수발을 핑계로 급히 사직서를 냈고.”
마찬가지로 감정이 치밀어오르던 유은호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가 옆에 앉은 동생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연서야.”
“······어?”
“힘 풀어라.”
동생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피가 나올 정도로. 임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백서준은 가만히 손을 내어준 유연서와 조용히 분노하고 있는 유은호를 번갈아 쳐다봤다.
“일단 이건 중요한 증거니까 내가 보관할게. 지금 너네 보니까 주면 큰일 나겠다.”
“······알았어.”
“고마우면 술 사주던가.”
용건이 끝난 백서준이 벌떡 일어났다. 유연서의 손에 처치를 완료한 임승현도, 자기가 뭘 들은 건지 아직 얼떨떨한 이태겸도 일어났다.
“아직 한 사람 윤곽 잡은 거니까 섣불리 움직이진 말자. 다음 주가 추석이지?”
최남윤을 매수하고 그 또라이한테 저택을 출입하게 허락해준, 살해를 사주한 범인에게 조금이라도 낌새를 보이지 말라는 얘기였다.
“간다.”
“어······ 나도 갈게.”
세 사람이 나가자, 거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유연서가 비틀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유은호는 잡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건 그도 마찬가지라서 지금 동생을 챙길 정신이 없었다.
방문을 잠근 유연서가 문을 타고 서서히 아래로 꺼졌다.
“뭐야······.”
주저앉은 그가 제 머리를 짚었다.
최남윤은 직접 살해한 범인이 아니었지만, 살해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 하지만 최남윤이 악의가 있었나? 그저 딸을 살리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 절박함을 모르지 않는다. 근데 내가 그 절박함을 이해해야 하는가? 나도 피해자인데?
그럼 최남윤은 죄가 없는가? 그것도 아니다. 왜 수상함을 알고도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었지?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최남윤은 이미 죽었다.
게다가 최남윤의 일기장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직접적인 범인을 나타내진 않았다. 간신히 찾은 실마리인데 또 제자리다. 그럼 나는 지금 누굴 원망해야 하지?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지 않았다.
“헉······.”
숨이 가빠지고 눈앞에 하얀 무언가가 아른거렸다. 삐, 이명이 울리고 누군가가 제 귓가에 속삭인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몸의 변화를 감지한 베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를 깨웠다. 하지만 들썩이는 숨이 가라앉지 않았다.
“허억······.”
유연서가 점점 패닉에 빠져가려던 때, 갑자기 주머니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아버지)
아버지. 그 문자를 보자, 거짓말처럼 몸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가 허공을 바라봤다. 그 형체는 언제 그를 괴롭혔냐는 듯 말끔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