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3)
카메라는 작정한 듯 심심할 때마다 유연서와 신예원을 찍었다. 기대했던 행동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신예원의 어색한 모습에서 또 반응이 폭발했다.
유연서는 인기상을 받았고, 모두의 예상과 똑같이 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온 그는 잠시 좌중을 훑어보았다.
“우선 우리 ‘국새’팀 만나서 영광이었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할 분들이 많은데······ 여기서 다 말하긴 좀 그렇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도중에 불현듯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이희서가 받았었던 신인상은 물 건너갔다. 객석에서 진수호의 뒷모습만을 바라봤지.
하지만 이제는 무대 위에서 그녀가 받았던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기분 이상하네······.’
아마 동기화된 기억 탓일 거다. ‘나’는 친모에 대해 애착이 많았으니까.
“제가 감사할 사람들은 제 수상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연락해주시는 모든 분입니다.”
큰 키 때문에 마이크가 낮다. 살짝 숙여서 말하느라 앞머리가 앞으로 흐트러졌는데, 그것도 그림 같았다. 객석에서는 조명을 받아 반짝 빛나는 유연서의 눈동자에 감탄사를 흘렸다.
“그러니 제게 감사를 받고 싶으시면 연락 많이 부탁드리고요.”
농담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 소감은 간결하게 끝냈다. 이게 마지막은 아닐 거니까.
시상식이 끝나고 수상자들이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시상식장을 나와서는 ‘국새’ 팀과 뒤풀이를 했다. 예술상에 이어 구 감독과 김찬휘 그리고 박희진까지 연출상과 조연상 그리고 신인상을 받았다.
“왜 나는 안 주지?”
“작가님은 많이 받으셨잖아요.”
“그래도······ 나만 빈손이라 쪽팔리잖아.”
극본상 후보로 올랐던 민주경 작가는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신예원이 잔을 내밀었다.
“작가님, 저도 못 받았어요. 짠!”
“어머, 그러게. 우리 예원 씨는 왜 안 주지? 충분히 받을 만했는데.”
“후보가 워낙 셌잖아요.”
유연서가 3, 40대 배우들과 붙었다면, 신예원은 달랐다.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작품성과 연기 면으로는 빠짐없었던 중년 배우가 받았다.
“그리고 저는 많이 받아 봐서.”
“우와······.”
그 말에 유연서를 제외한 ‘국새’팀 모두가 감탄을 내뱉었다. 역시 신예원이다라고 웅성거렸다.
“그런데, 두 분 중간에 무슨 귓속말 하신 거예요?”
“맞다!”
“제 친구들 지금 난리에요 대체 무슨 얘길 한 거냐고 물어봐 달라고.”
“헐, 저도요.”
‘국새’팀의 시선이 유연서와 신예원에게로 집중했다. 특히 민주경 작가의 눈동자가 과하게 초롱초롱했다.
“별거 아니었어요. 누나가 먼저 팬 서비스 하자길래 따라준 건데.”
“내가 먼저 하자고 한 건 맞는데, 갑자기 훅 들어와서 오히려 당황했다니까?”
“설마.”
“얘 진짜 장난 아니야. 여러분 다 속고 있는 거예요.”
신예원이 소름 돋는 척 제 팔뚝을 문질렀다. 사람들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놀렸고, 유연서는 묵묵히 물이나 마셨다. 글쎄······ 귓속말에 당황한 것도, 이후 어색한 모습을 보인 것도 연기란 것을 안다.
“그러고 보니 연서야. 너는 백산 수상은 처음이지?”
“네.”
“소감이 어때? 생각보단 별로지?”
상은 받으면 받을수록 좋긴 하지만, 기쁜 것도 신인 때 외에는 감흥 없다고 한다. 그녀와 친한 배우들은 그저 와! 상 탔다! 술이나 먹자! 라는 분위기라고 한다. 물론 그 친한 배우들이 인지도든 경력이든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배우들이겠지만.
‘나도 그 정도 여유가 있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막상 상을 받으니 조금은 허탈한 느낌도 들어서 유연서는 작게 웃었다.
“글쎄······ 저는 좋은데요.”
“그래?”
“네. 이제 한 걸음 뗀 거니까.”
이제 한 걸음? 신예원이 히죽 웃었다.
“너 은근 상 욕심 있었구나.”
“원래 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 하는 성격이라서.”
그는 신예원의 잔에 제 잔을 부딪쳤다.
‘국새’ 백산예술대상 몰아주기 수상···형평성 논란
유연서, 백산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母子가 나란히 수상 영예
2022 백산예술대상 성황리 종료···역대 백산예술대상 수상자는 누구?
‘국새’ 백산 후 뒤풀이 현장 목격, ‘현서 커플’은 계속된다
***
뒤풀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유연서는 그대로 잠들었다. 핸드폰의 진동음에 저절로 아침 일찍 눈이 떠진 그가 화면을 켰다. 아직도 수상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았던가.’
예전에는 그의 성격 때문에 나가떨어진 사람이 절반, 그리고 뒷배경 때문에 억지로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이 절반쯤이었다. 이렇게 순수한 축하 메시지는 방송국에서 수상한 이후 처음이었다.
“야, 수상 축하한다.”
“왔어? 뭐야, 내 거야?”
그가 거실로 나오자, 마침 집 안으로 들어온 백서준이 유연서에게 잘 포장된 꽃 한 송이를 던졌다. 그것을 손에 착 감기듯 받은 유연서는 꽃의 포장지를 살폈다. 집 근처 꽃집. 아마 빈손으로 오긴 좀 그랬는지 급하게 사 온 티가 났다.
“빨리 감사하다고 해.”
“감사합니다. 형님.”
“음, 좋아.”
대충 고개를 꾸벅 숙이고 대충 대답했는데 백서준은 만족한 듯 씨익 웃었다. 그는 막 잠에서 벗어난 형제를 보고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방금 일어난 거야?”
“어.”
“허······ 진짜 어이가 없네.”
어떻게 방금 일어난 얼굴이 저럴 수 있는지. 머리에 까치집을 달고 있는 것도 하나의 패션 같았다. 얼굴만 줄 거면 얼굴만 주던가. 능력에 잘나가는 집안까지 줘 버렸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며 소파에 앉았다.
“조사 결과는?”
“애매해.”
형제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백서준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최남윤의 통화 기록을 살펴봤어. 특히 네가 그 이상한 편지를 받았던 날짜를 봤는데······.”
“봤는데?”
“일단 공범일 가능성이 큰 사람은 이 사람.”
그가 서류 속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날 저택에 있었던 경호원 중 하나였다. 유연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익숙한 얼굴이다.
“근데 왜 애매해?”
“행방불명이야.”
“뭐?”
유은호가 목소리를 높였고. 유연서는 계속 사진 속 남자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일단 오늘부터 바빠질 예정이라 당장은 못 하겠고, 나중에 천천히 기억을 되돌아볼 생각이다.
“의심하라고 아주 작정한 것 같지? 일단 이쪽에서 계속 찾아볼 생각이니까 너넨 가만히 있어.”
“왜?”
“너네랑 움직이면 너무 눈에 띄잖아.”
게다가 옆자리 놈이 자꾸 눈앞의 형제에 관해 물어보는 게 수상하다. 백서준이 한숨을 쉬었다. 범인 찾는데도 바쁜데 옆자리 놈도 견제해야 하고.
유연서는 그의 말에 수긍하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고생했어.”
“동생, 네가 웬일이냐? 이런 말을 하고?”
“뭐. 나도 기본 예의 정도는 있어.”
백서준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살짝 쳐낸 유연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유은호는 말리지 않고 웃었다.
“아무튼, 고생 좀 더 해야겠다.”
“야, 유은호. 이거 술로 안 되는 거 알지?”
“말만 해.”
“어? 너 약속한 거다?”
사실 별 요구는 안 할 거라는 것을 유은호도 알고 유연서도 안다. 그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괜히 마음에 없는 말 하는 것도 안다.
‘형이 친구 하나는 잘 뒀네.’
주말에도 일 때문에 바빴던 백서준이 잠시 쉬는 동안 형제는 재빨리 밖에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나저나, 오늘 어디 가? 은호 너는 출근도 안 했네?”
“집안 행사.”
“행사를 벌써 해? 이번 주 토요일 아냐?”
경찰청장 아들이자 유은호의 절친인 백서준도 주성의 창립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는데도 바빠 보이는 모습에 고개를 기우뚱했다.
“그런 게 있어.”
형제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
“오랜만일세.”
“회장님!”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주성의 창립 80주년을 기념해서 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이 모두 모였다. 이번 창립 기념 행사는 성대하게 치른다는 사실에 석 달 전부터 5개의 팀이 달려들어서 어떤 식으로 행사를 치러야 할지 밤낮으로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네들은 뭘 할 건가?”
“올해도 임원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다닐 거 같습니다.”
“그래, 알아서 잘할 거라 믿네.”
매년 창립 기념일마다 임원들이 나서서 봉사활동 하는 것은 연례 행사나 마찬가지였다. 유 회장은 자신에게 모인 제 사람들과 그들을 맞이하는 자식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아, 참······ 봉사 현장에 우리 애들이 갈 수도 있겠어.”
“매년 부회장님과 사장님들도 참여하시지 않았습니까?”
매년 그래왔는데 왜 새삼스레 말씀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유 회장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애들 다.”
“······손주분들까지요?”
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은호야 회사의 한 축을 담당했으니 꾸준히 참여했지만, 원래 시큰둥했던 유연서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
‘그 애는 내 재산에 별로 관심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곧 회장직에 올라설 아버지를 돕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유연서가 집안 행사에 모습을 보이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딸 내외와 손주들까지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힐 줄은 몰랐다. 그것에 유 회장은 섭섭하진 않았다. 제 몫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챙기라고 본인이 가르쳤기 때문이다.
“내 재산을 탐내지 않을 애들이 있겠나?”
“아······ 하하! 설마 재산 때문에 그러겠습니까. 80주년이라서 그러시는 거겠죠.”
상대는 애써 수습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 있는 다른 사장들과 임원들은 당연히 재산이 얽힌 문제라 생각했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잘하는 아이는 잘한다네.”
유 회장은 옆에서 묵묵히 서 있는 장손의 등을 토닥였다. 그때서야 그들은 눈을 빛내며 유은호와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전무님, 오랜만입니다.”
“이거 참······ 든든한 손자분이 있으시니, 회장님이 부럽습니다.”
과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은 유은호와 비슷한 연배의 딸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무님을 보니 정말 닮았군요.”
“제 동생 말씀이십니까?”
“네, 요즘 난리지 않습니까? 연예인에 관심 없던 제 딸도 그렇게 좋아하더군요.”
물론 유연서까지 묶였다. 형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원래도 지랄 같은 성격만 감수한다면 외모 면으로나 집안으로나 훌륭한 혼처 감이라는 얘기는 알음알음 있었다. 교통사고 이후 정신 차린 뒤에는 더욱 말이 돌았고.
게다가 최유진이 JSENM 회장직에 올라설 예정이고 그다음 후계자는 유연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서 더욱 주가가 올랐다.
“우리 두 손자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회장님.”
옆에서 듣고 있던 유은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미 다 알면서도 판을 깔아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말도 마세요.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세 번 이상은 손자분들 얘기로······.”
“그래서, 손자분들 만나는 사람 있습니까?”
“슬슬 혼처 정해지실 때 되지 않았습니까?”
유 회장이 헤벌쭉 웃으며 받아주니 그들은 신나서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잠시 대화 끝에 사진을 찍기 위해 단상 앞에 선 유 회장은 덤덤한 아들의 표정을 관찰하더니 쯧, 혀를 찼다.
“너는 아직도 삐쳤어?”
“아닙니다. 회장님.”
“좀팽이가 따로 없구나.”
아들이 수상 소감으로 자신을 안 불러줬다는 것을 담아 두고 있었던 유건민이 흠흠, 헛기침했다.
“그러는 아버지도 내심 서운하셨으면서.”
“크흠······ 카메라나 봐.”
딱히 부정은 안 하는 유 회장은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