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6)
“*약속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성과는 있습니까?”
자신의 건강 문제임에도 마치 다른 이의 결과를 듣는 듯 여유로운 유연서를 보고 흰머리가 지긋한 의사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연서 씨, 피를 토한다는 건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십니까?”
“*알죠.”
아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의사는 미심쩍은 눈으로 유연서를 계속 관찰했다. 그가 입원하는 동안 피를 몇 번이나 봤었나. 심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병원의 최첨단 의료 시스템을 통해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증상과 비교해 결과가 너무 깨끗해서 혹시 새로운 병의 발견인가 하는 의심도 들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유연서가 오래 머물러야 했다. 새로운 병의 발견과 어마어마한 기부금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 의사의 속셈을 유연서가 모를 리가. 그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더 볼 일 없겠군요.”
“*잠시만요, 그래도 한 달이나 봤는데 좀만 더 대화하고 가시죠.”
시간을 끌려는 건가? 어차피 다른 스케쥴도 없어서 유연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연서 씨 유명하더군요. 이거 보세요.”
“*사인이라도 해 드릴까요?”
“*이따가 작별할 때 부탁합니다. 사진도요.”
쉽게 보내줄 것 같지는 않군. 유연서는 의사가 내민 화면에서 생각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뭡니까?”
“*모르십니까? 올해 할로윈에서 자주 보였던 코스프레입니다.”
“*이게요?”
화면 속에 있는 건 그가 ‘결핍된 사람들 -시즌 2’에서 이태오 역할을 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할로윈 퍼레이드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결.사가 제법 유행을 탔다고 했는데······.’
사실 그는 결.사의 완성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때 한계까지 기억 동기화를 하고 나서 형에게도 들키고 환영에 환청에······ 감정이 혼란스러운 시기라서 잊고 있던 게 컸다.
“*이거 좀 봐도 됩니까?”
“*네, 편히 보시죠.”
일단 잡아두는 데 성공한 의사는 작게 미소 지으면서 화면에 집중하는 유연서를 쳐다봤다.
비활동기에 관리도 안 해서 머리가 제법 길었다. 그리고 전날 피를 조금 봐서 그런지 병색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퇴폐적인 분위기까지 흘렀다.
은근히 인종 차별적인 사상을 드러냈던 동료 의사도 유연서는 동양인 같지 않다며 극찬을 하던 게 생각났다.
‘그런데 대체 병이 뭐지? 내가 모르는 게 있다니······.’
저렇게 아름답고 배경도 창창한 사람도 병 앞에선 어쩔 수 없구나 싶던 의사는 어떻게 그를 붙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새로운 논문과 기부금이라는 다소 속물적인 속셈도 있었지만, 의사로서의 도전 정신과 사명감도 있었다.
‘이게 이렇게 흐른다고?’
한편 유연서는 스크롤을 내리면서 흥미로운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결.사는 원작부터 유명했던 작품이라 그만큼 OTT에서도 10위 안에는 꾸준히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할로윈,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 중 한 멤버가 이태오의 코스프레를 하고 안무 영상을 찍은 게 흐름의 첫 시작이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보다도 못한 퀄리티네
이참에 결핍된 사람들이나 재탕하러 가겠어
└오, 액션봐 뭐야?
└└배우가 스턴트도 없이 한거래!
└차라리 저 제작진 불러서 찍지 그랬냐
└저 Crazy guy 누구야?
그러더니 올해 초에 미국의 만화 원작 히어로 영화가 개봉했었는데, 많은 제작비를 들였지만 완성도가 너무 구려서 원작 팬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한 원작 팬이 그가 결.사에서 했던 분장과 액션만큼도 못한다고 글을 올려 밈이 되어서 또 소소하게 인기를 탔다고 한다.
“*어떠세요? 유명해진 소감이.”
“*저는 원래 유명했어요.”
그 후에 결.사의 순위가 소폭 상승하면서 한국 언론의 ‘드라마 역주행?’이라는 설레발 기사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어쩐지, 가끔 관광하러 나왔을 때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이상하게 많더라.
“*아······ 그러시죠.”
“*그리고 이건 유명한 축에도 못 들죠. 인터넷 커뮤니티에나 조금 화제 된 것뿐이지.”
멋쩍어진 의사는 그가 보고 있던 화면을 조작했다. 미국 대형 커뮤니티의 한국 연예 게시판이었다.
“*사실 본론은 이거입니다.”
한진석 기자의 글과 커뮤니티에 떠도는 추측 글을 누군가 번역해서 이쪽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었다.
‘이게 이렇게까지 알려질 일인가.’
한국 인기는 실감하는데 솔직히 외국은 이렇게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을지 몰랐다. 주성 그룹은 외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이었다. 거기에 잘생긴 손자가 연예계 진출을 했으니, 연기자가 아닌 셀럽으로서 이름이 알려진 건 알지만······.
-한국 최고의 기업에서 벌어진 비극
└슬프네..
└정말 회장이 며느리의 죽음을 지시한 것일까?
└Crazy guy한테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니
└죽은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게 조금 슬프다 🙁
심지어 그가 어릴 때 겪었던 일에 살을 붙여서 이상한 루머를 만들어내는 반응도 있었고, 영국 왕실에 빗대어 설명한 글도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태블릿을 다시 의사에게 건넸다.
“*저희가 신체적 문제만 찾으려고 했었지, 정신적인 문제는 고려 안 했더군요.”
“*이러려고 붙잡았군요.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다 피를 토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양한 가능성을 본 거죠. 하지만······ 안 통할 것 같군요.”
유연서의 반응에 의사는 포기했다는 듯 두 손바닥을 내보이며 의자에 편히 앉았다. 이 고집불통인 환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
“*불안하지 않으십니까?”
불안하다라······ 유연서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환영과 환청이 거슬리긴 해도 신체적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았다. 잠깐만 아프면 몸은 제 상태로 돌아왔으니까.
‘조금 쫄리긴 하네.’
하지만, 영혼 조정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 지금은 조금 초조했다. 포기하고 얌전히 환생 길에 오르라고? 아니, 이 몸은 이미 내 것이었다.
그에게 얽힌 것을 설명해봤자 말도 안 되는 공상이라며 정신 병원에 처넣어질 수 있으니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여유 있을 때 정신 상담은 받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꼭 우리 병원 아니더라도······.”
“*됐습니다. 그냥, 철분제나 좀 처방해 주시죠.”
필요하면 찾게 될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유연서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그의 병을 알아내기 위해 한 달 동안 고생했던 의료진이 한데 모여 있었다.
“끝나셨습니까?”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도련님, 제가 들은 얘기랑은 다른데요.”
의료진에게서 뭔가 일어나고는 있는데 원인은 모르겠다고 들은 임승현은 눈을 가늘게 좁히고 제 상사를 바라봤다. 하지만 유연서는 뻔뻔하게 지나쳐서 이나윤의 앞에 섰다.
“아무튼, 할아버지한테 별일 아니라고 전달해 주세요.”
“저는 감시역이 아닙니다만······.”
“제가 그걸 믿을 것 같습니까?”
“후우······ 알겠습니다.”
한 달은 이나윤을 구워삶기에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만약 의료진이 정확한 병명을 못 찾는다면, 그가 입원하면서 겪었던 일을 조금 축소해서 말해달라 했을 뿐이다.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조금 더 머물다 가시지.”
“*내 돈 뜯겠다고? 어림없죠.”
“*이런, 들켰네.”
한 달 동안 있으면서 나름 친해진 의료진과도 작별 인사한 유연서가 병원 밖을 빠져나왔다. 이제 바쁘게 일할 시간이다.
***
“그래서, 아무것도 못 찾았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심각한데 아무것도?”
유 회장은 비서의 보고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되물었다. 그는 이나윤을 통해서 유연서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는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비서가 곤란해하고 있을 때, 박금주가 나섰다.
“추가 검사는 안 한답니까?”
“그쪽에서는 계속 입원하길 바랐지만, 도련님이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유 회장이 제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박금주는 비서를 돌려보내고 유 회장의 옆에 앉았다.
“너무 억압하지 마세요. 걔가 애도 아니고······.”
“걔는 자기 몸이 어떻게 되는지 관심도 없어서 문제죠. 이것 하나 못 챙겨서 늙은 할애비가 챙겨야 한다니······.”
아마 유연서가 있었더라면 내 몸 내가 알아서 한다고 반항했을지 모른다. 유 회장은 애써 화를 누그러뜨렸다. 유연서가 고집을 꺾었으면 진즉에 연예인 관두고 적당한 계열사나 물려받았을 것이다.
“이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불안한데······.”
박금주는 웃음을 참았다. 아들 팔불출이라고 욕할 게 아니다. 유 회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니 재벌가에서 유 회장이 자식 손주들을 그렇게 잡고 산다고 소문이 돌지.
“그래서 제가 가서 확인해보려고요.”
“당신이?”
“마침 자선 행사도 있고, 너무 얼굴 안 비추긴 했거든요.”
“그래요, 당신도 바깥바람 좀 쐬어야지.”
유 회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박금주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진 것을 눈치 못 챘다.
유연서, 또 관광지서 목격···아픈 건 거짓?
‘스네이크’ 종영 일정 펑크낸 유연서, 美서 밝은 웃음
한 대표는 그저 ‘애가 아프다는데 내가 어떻게 해?’라고 판을 깔아줬을 뿐인데 기자들은 신나게 유연서를 물어뜯었다. 광고 경쟁사도 마찬가지로 견제 기사를 올렸다.
└아니 아픈 사람은 관광도 못하냐 기자 수준ㅋㅋ
└근데 인생 개재밌겠다 하기싫으면 아픈거 핑계로 빠져도되고
└엠사에서 이 악물고 쓴 기사 보이네
└└근데 엠사는 왜저럼?
└└└그동안 죽쑤다가 스네이크로 상승세 타서 1절 2절 뇌절까지 하려다가 주연배우가 홀랑 미국갔잖어ㅋ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처럼 기사를 믿고 덮어놓고 까는 반응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가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는 댓글들은 경쟁사의 역바이럴이 티가 나는 경우였다.
한 대표가 묵인하고 유연서가 활발히 예전의 관종짓을 하다 보니, 정신적 트라우마 설은 조금 타올랐다가 사그라들고 그냥 ‘유연서가 오랜만에 유연서 했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빨리 작품 안들어가나?
-근데 스타성 대박이다ㅋㅋ 뭐만하면 기사로 옮겨적네
-당신 빨리 차기작 들어가십시오
-실검 없어져서 아쉽다 예전이라면 유연서가 다 올킬했을텐데
-내배우 차기작 상대배우가 유연서라면 어떰?
└개좋은데?
└화제성 장난아니잖아 대환영임ㅋㅋ
└예전이라면 별로였을텐데 지금은 연기도 잘하고 트러블 없으니까 ㄱㅊ 작품 잘되면 전용기도 탈수있고
└근데 왜? 유연서 차기작뜸?
└└아니 그냥 상상해보는거임ㅋ
그만큼 유연서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얘기였다. 2018년 이전이었으면 민심 장난 아니었을 텐데, 역시 사람은 본업을 잘하고 봐야 한다.
“대표님, 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하릴없이 집에 있다가 소속사에서 회의록 작성을 도와주던 이태겸도 뒤늦게 미국으로 향했다.
유연서, ‘비속 살해’ 홍보 일정 소화 위해 선댄스 영화제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