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
────────────────────────────────────
────────────────────────────────────
알아서 하세요.
유연서가 간다면 임승현은 원 플러스 원처럼 따라갔고, 이태겸은 유연서가 무려 소고기를 사준다고 하니 신나서 따라왔다.
고기 폭식을 한 이태겸이 냉큼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유연서가 몸을 돌려 임승현을 쳐다봤다.
“임승현씨 뭐 하나 부탁 좀 할게요.”
“도련님, 부탁이 아니라 지시입니다.”
그 말에 유연서가 작게 웃었다. 저렇게 말하는데도 아부하는 티가 하나도 없었다. 아마 진심이겠지.
“내일 촬영 전까지 돈 좀 찾아오세요.”
“돈을······ 말입니까?”
“네. 아주 많이. 큰 가방에 꽉 담아서요.”
무슨 이유로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임승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연서가 뭘 하든 토 달지 않는 게 그의 일이었다.
“아, 그리고. 앞으로 나에 대한 전체적인 관리는 임승현씨가 맡아 주세요.”
사실 유연서는 귀찮았다. 2207년의 유일한 장점은 주어진 대로 살아가다 보니 복잡한 생각이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의 가진 거 많은 재벌 3세는 은근 신경 쓸 게 많았다. 유연서는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중요한 일은 임승현이 처리하는 그림을 그렸다. 꿀 빨고 좋지 않은가.
하지만 임승현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도련님, 정말 제가 다 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알아서 하세요. 제가 따로 지시하지 않는 한.”
“제가 따로 돈을 빼돌리거나 다른 기업에 정보를 팔아넘기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글쎄요, 그럴 겁니까?”
유연서는 나름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다. 병실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임승현은 막힘 없이 일을 처리했고, 눈치도 빨랐다.
그가 ‘백호함’에 출연한다는 것을 기사로 접한 유건민과 유은호가 그때야 연락하는 것을 보면 다른 가족의 귀에 그의 행보가 정확히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소리였다.
가까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유연서는 정말 자신을 위해 일하는 거 같은 임승현을 조금 믿어보기로 했다.
‘만약 배신하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 정도였다는 거겠지.’
하지만 임승현이 배신할 것 같지는 않았다. 서로 신뢰 관계가 되려면 먼저 믿음을 보여줘야 했다. 유연서는 기꺼이 손을 내밀기로 했다.
“네, 알겠습니다. 변동사항이 있으면 도련님께 먼저 보고하겠습니다.”
임승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일할 게 많다는 건데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유연서는 괜히 멋쩍어져서 다시 몸을 돌렸다. 마침 이태겸이 그의 앞에 차를 정차했다.
“야! 타!”
이태겸이 운전석 창문을 열고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무려 소고기를 먹어서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였다.
“쟤 술 안 먹었죠?”
“네. 운전해야 하는데 먹으면 큰일 나죠.”
고기 한 번 먹었다고 저렇게 기분이 좋아지나. 주기적으로 고기를 먹여주면 아주 날아다니겠군.
“내일은······ 아홉 시쯤에 데리러 갈게. 맞다. 너 고사는 안 가지?”
“고사?”
그게 뭐지? 유연서는 핸드폰으로 고사를 검색해봤다. 음식을 차려 놓고 비는 제사? 이걸 촬영장에서 왜 하지?
“지낸 적 없으니 모르나? 그 왜, 돼지 머리 두고 절하는 거 있잖아. 촬영 무사히 잘 되게 해달라고 절하고.”
“그런 게 있어?”
“요즘은 별로 안 하는 추세라는데······. 너 전에 미팅 끝나고 감독한테 돈 준 거 그거 하라고 그런 거 아냐?”
이태겸이 경악했다. 주·조연 미팅이 끝나고 유연서는 작가와 감독에게 지갑에 있는 돈을 전부 주면서 필요한 데 쓰라고 했었다.
“아닌데? 그냥 밥이나 사 먹으라고 준 건데?”
“누가 밥 사 먹으라고 그렇게 큰돈을 줘?”
설마 내가 준 돈을 고사 지내는데 쓰라고 오해한 건가? 금액이 너무 커서? 유연서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베타를 통해 2018년의 기본 생활 백서를 동기화해서 기본 상식 정도야 알고 있지만, 워낙 돈이 많으니 자신 기준으로 생각했다. 금수저의 금전 감각이지 평범한 금전 감각은 아니었다.
“아무튼, 촬영 전에 고사 지낸다는데 그거 갈 거면 한 시간 더 일찍 나와야 해.”
“한번 가 보지 뭐.”
“그럼 여덟 시에 데리러 간다?”
“그래.”
이태겸이 유연서의 집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는 유연서와 티격태격했지만, 착실히 일하고 있었다. 박 실장도 유연서와 이태겸의 나름 사이 좋아 보이는 모습에 그에게 여러 가지 일을 가르치고 있었다.
유연서가 집으로 들어가고 주차장에 남은 임승현과 이태겸은 어색한 기류 속에서 한참을 말이 없었다.
“태겸씨, 차 여기에 두고 가게요?”
“네 요 앞에 볼일이 좀 있어서.”
이태겸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임승현을 흘끔 쳐다봤다. 그는 어딘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항상 구김 없는 정장 차림에 의미심장한 웃음까지. 주성 그룹의 엘리트와 양아치 매니저라니, 그림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 비서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입니다.”
“형님이시네.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임승현은 피식 웃었다.
“네, 그러세요.”
“그럼 형님도 편하게 부르세요.”
“네, 언젠가는요. 약속 장소까지 태워 드리죠.”
어째 친해지려 말을 걸었는데 더 숨 막히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지? 이태겸은 쭈뼛거리면서 임승현의 차에 탔다.
“근데 형님은 꽤 오래가네요. 유연서 쟤가 사람 엄청 갈아치우던데.”
“전에 일하면서 저 같은 사람을 본 적 있습니까?”
“네, 몇 번. 올 때마다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그거 살벌한 말인데. 임승현은 겉으로는 멀쩡히 핸들을 틀면서도 속으로는 땀을 비질 흘렸다.
“근데 형님은 어쩌다가 유연서 밑에 왔어요?”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미친, 그 새끼 수발을 들겠다고 지원했다고요?”
“그 새끼라뇨, 고용주에게.”
“넵, 실수였슴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놓았다. 유연서가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저기서 세워주시면 됩니다. 형님, 내일 봬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태겸이 차에서 내린 뒤에도 차를 출발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빠진 임승현이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나에 대해 뭘 믿고 전부 맡기시려는 걸까.’
주성의 총수 일가는 유연서를 편애했고, 그의 밑에서 이렇게 오래 버틴 사람은 임승현이 처음이었다. 그에 대한 변화가 슬슬 나타나고 있었다.
유건민 부회장은 전략기획 본부장에게 임승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특별 지시를 했다고 하고, 전에는 유은호 상무가 같이 식사하자는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대로 유연서 밑에서 ‘수발’만 들어도 그의 앞날은 창창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준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임승현은 기분이 꽤······.
‘나쁘지 않네.’
좋았다.
***
촬영 전 고사 현장에 도착한 유연서는 약간 실망했다.
“뭐야, 진짜 돼지 머리가 아니네.”
태블릿 패드에 돼지 머리 사진을 띄워 놓은 고사상이었다. 요새 고사를 지내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나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
“저도요. 근데 유연서가 고사를 다 오네.”
“우리의 사전 미팅 전략이 통한 거 아냐?”
“에이 설마······.”
옛날 관행이었지만, 이 순간을 기다린 신인 작가와 감독은 고사 지내는 걸 은근 바라고 있었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사고 없이 안전히 촬영을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축문을 읊었다. 이어서 감독과 작가, 촬영 감독이 절했다.
이어서 주연과 조연 배우들이 절할 시간, 유연서는 천하액션스쿨에서 마주친 이후로 부쩍 자신에게 말 거는 이한결을 따라 나란히 섰다.
“너는 절 안 해?”
“나도 해야 하는 거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데, 너 정도쯤이면 하는 게 분위기상 좋을걸?”
하긴, 최대 투자자이자 조연 배우가 뒤에서 빼고 있는 것도 안 좋겠다. 유연서는 남들을 따라 엉거주춤 절했다. 비하인드 카메라는 그들을 조용히 찍었다.
“백호함 화이팅!”
“잘 부탁드립니다!”
고사가 끝나고, 곳곳에서 손뼉을 치며 촬영 전 분위기를 돋웠다.
이어서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유연서는 미리 준비된 군복을 입고 메이크업을 받았다.
촬영은 극의 순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부터는 미리 준비된 세트장에서 CG 작업이 필요한 괴물 소탕 씬을 먼저 찍는다.
“호진아, 유연서는 어때?”
“어떠긴요 ”
촬영 감독이 박호진 감독에게로 다가와 속삭였다. 그들은 친한 선후배 관계로, 박호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에 흔쾌히 촬영 감독을 제안을 승낙했다.
“나쁘지 않던데요?”
“그래?”
사전 미팅이 끝나고 대본 리딩을 했을 때, 유연서와 한 번이라도 일을 같이해 봤던 사람은 크게 놀랐었다. 말하는 톤이나 발음이 전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연기 레슨 받는다는 게 사실인가?] [역시 박현정 선생님이다······. 저걸 사람으로 만들어 놓다니.]자세한 연기는 현장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다들 유연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원래 연기를 너무 못해서 조금만 잘해도 연기를 잘 해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아직 유연서와는 처음인 작가와 감독은 자신의 사전 연기 조언이 먹힌 거로 생각하며 희희낙락했다.
‘얘가 아직 뭘 모르네.’
촬영 감독은 과거 다른 작품의 촬영장에서 유연서의 연기를 카메라에 담은 적 있었다.
‘그냥 연기도 못 하는데 크로마키 배경 촬영이면 엄청 오래 걸리겠지?’
심지어 괴물은 나중에 CG 작업을 할 거라 대충 그린 판넬이 전부였다. 촬영 감독은 유연서 때문에 촬영이 지연됐던 과거가 생각나서 한숨을 푹 쉬었다.
“어?”
근데 유연서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분장을 마친 유연서가 박성진 무술 감독과 대화를 하더니 모형 총을 하나씩 들어 자세를 잡았다.
“어떠세요?”
“가볍네요.”
소총을 들고 자세를 잡은 유연서가 허공을 조준하고 총을 내리고를 반복했다. 반복할수록 점점 더 각 잡힌 자세가 나왔다.
‘총은 2207년이랑 비슷하네. 다행이다.’
이한결은 유연서의 옆에서 그의 동작을 따라 했다. 아무리 따라 해도 유연서만큼의 자세는 나오지 않아서 머리를 긁적였다.
“너는 퇴원하고 이것만 연습했냐?”
“재능을 찾았다고 생각해.”
“배우님들! 이리 오실게요!”
이한결과 유연서가 스턴트 배우들과 총을 겨누면서 놀고 있을 때, 한 스태프가 크게 외쳤다.
“이게 괴물 컨셉 아트에요.”
역시 제작비가 빵빵하니 컨셉 아트도 자세하고 완성도가 높았다. 그래 봤자 그린 스크린 천지라 몰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볍게 동선 확인하고 슛 들어갑시다.”
“네.”
유연서와 이한결이 스태프를 따라 동선을 익혔다. 그들은 극 중 SSU 특수부대원 역할을 맡았다. 오늘은 영화의 초반부에 있을 갑판 위 괴물 소탕 작전을 찍는다.
“와······. 형들, 저거 보고 몰입할 수 있겠어요?”
분장을 끝낸 박민우가 유연서와 이한결의 사이에 섰다. 그냥 배우도 이런 CG 촬영은 힘들어하는데 아직 경력 없는 신인 배우는 더 어렵게 다가왔다.
“솔직히 힘들 거 같은데······ 해 봐야지.”
“저도 잘 될까 모르겠어요. 연서 형은요?”
박민우는 이한결과 유연서의 사이가 괜찮아지자 붙임성 있게 다가왔다.
“글쎄······.”
유연서는 괴물 얼굴이 그려진 판넬을 든 스태프를 응시하더니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눈앞에는 조잡한 판넬을 든 스태프가 아니라 2207년의 징그러운 크리쳐가 시야를 꽉 채우고 있었다.
“쉬울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