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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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해보면 되잖아?
평화로운 ‘백호함’에 큰 굉음이 들리면서 함선이 크게 흔들렸다. 전투태세를 갖춘 군인들이 갑판 위로 올라가 공격에 대응하려고 한다.
“저게······ 뭐야.”
북한 쪽의 공격인 줄 알았던 군인들은 예상치 못한 괴물을 마주해 잠시 얼어붙는다. 유연서가 맡은 배역, 김우진 중사도 마찬가지였다.
대본에는 ‘김우진, 괴물을 마주하고 잠시 경악한다.’라는 지문이 있었다.
유연서는 2207년의 강진후 시절을 떠올렸다. 그가 10살 때 지상에서 ‘그것’을 처음 마주쳤을 때의 기억으로.
“허억······.”
김우진 중사는 숨을 크게 삼키고는 멍하니 괴물을 쳐다봤다. 속절없이 흔들이는 눈동자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휘몰아쳤다. 뭐야, 북한군이 아니었어? 저런 생물체가 이 지구에 존재할 수 있는 거야?
“뭐해?! 빨리 쏴!”
누군가의 외침에 정신 차린 그가 총을 들어 괴물을 향해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귀를 아프게 하는 총성도, 총구에 빛나는 머즐 플래시도 없다. CG 처리는 나중에 들어간다. 그러면 배우는 어떻게 연기해야 더욱 사실적으로 보일까.
김우진 중사가 된 유연서는 총의 반동을 생각한 움직임을 보이며 가상의 탄 수를 세어 보았다. 30발, 다 썼다.
탄창을 교체하는 김우진 중사의 옆으로 이한결이 맡은 배역, 이현준 중사가 엄호하듯 총을 발사한다.
“저게······ 대체 뭐야?!”
“몰라! 일단 쏴!”
총알을 다 소비한 이현준 중사가 뒤로 숨고, 심호흡한 김우진이 뒤를 돌아 총구를 든다. 전처럼 난사하지 않는다. 마치 괴물의 약점을 찾으려는 듯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쏜다.
“함선에 피해 가지 않게 해!”
“이런 씨······.”
상관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외침, 그게 지금 가능할 거라고 보나? 짧게 욕지기를 내뱉은 김우진과 이현준이 옆으로 몸을 굴려 다른 엄폐물로 피한다. 괴물의 촉수가 뻗어 그들이 숨었던 엄폐물을 부숴버린다.
“아아악!”
미처 피하지 못한 군인이 괴물의 촉수에 휘감겨 끌려간다. 허리에 와이어를 착용한 스턴트 배우는 몸을 폴더폰처럼 굽히며 더 사실적으로 끌려가는 몸짓을 한다.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김우진 중사는 괴물이 유난히 휘청거리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사격한다.
“야! 김우진!”
이현준이 엄호하려고 하지만 탄창이 다 떨어진다. 김우진은 괴물이 가까이 다가와 자신을 집어삼키려 하는데도 침착하게 총을 발사한다.
“씨발······!”
괴물이 휘두른 촉수에 맞은 김우진이 옆으로 날아간다. 와이어는 이 타이밍에 맞춰 그를 끌어당겼다.
벽에 부딪힌 그가 쏜 한 발이 괴물의 약점을 관통하고 마침내 괴물은 쓰러진다. 김우진이 숨을 크게 토해내면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잠시 정적 끝에 갑판 위에는 누군가의 앓는 소리와 의무병을 찾는 외침으로 가득 찼다.
“······끝났나?”
이현준이 내민 손을 잡아 일어난 김우진은 난장판이 된 갑판을 멍하니 바라본다. 비가 한두 방울 내리더니 폭우로 변한다.
김우진 중사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자신이 쓰러뜨린 괴물을 응시한다.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설마 더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공존한다. 여기는 망망대해 위에 함선, 지원군은 당분간 없다.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오케이, 컷!”
박호진 감독의 큰 목소리에 정신 차린 유연서가 고개를 들었다. 촉수 때문에 무너진 엄폐물 파편도,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던 군인들은 사라지고 스턴트 배우가 되었다. 짙은 해무에 둘러싸인 바다가 아니라 그린 스크린 속이었다.
‘순간 몰입한 건가?’
유연서는 제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재밌는데?’
연기는 처음이니 일부러 2207년의 사회와 비슷한 설정의 대본을 고른 거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그 순간만큼은 김우진 중사가 되어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뭐지?”
고개를 든 유연서는 자신을 보고 있는 여러 시선을 느꼈다. 입을 멍하니 벌리는 사람도 있었고, 의외의 것을 목격한 듯 눈썹을 한껏 들어 올리고 있었다.
“모니터하러 갈 거지?”
“어.”
스태프들의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닌 이한결이 유연서의 어깨를 툭 치고 고갯짓했다.
‘진짜 극 중 배역인 줄 알았어.’
이한결은 사실 스태프가 조잡한 괴물 판넬을 들고 있을 때부터 제대로 된 몰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연서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자신이 정말 이현준이 된 것 같았다.
‘전에 했던 연기랑 딴판이잖아.’
이한결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유연서를 바라봤다. 단기간에 받은 연기 레슨으로 이렇게 됐다고?
“잘 나왔나요?”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하지 않는다던 소문의 유연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감독 옆에 섰다. 감독이 놀라서 몸을 움찔 떨었다.
“네, 한 번 봅시다.”
모니터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4 분할로 되어 있는 모니터에 각기 다른 화면이 떴다. 처음 괴물을 마주친 김우진의 표정이 클로즈업됐다.
‘마치 실제로 본 듯 사실적인 표정이었어.’
감독은 이 장면을 꼭 쓰겠다고 생각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쪽 모니터에는 이한결이 모형 탄창을 교체하려다가 손이 미끄러져 그것을 떨어뜨린다.
“아······.”
이한결이 멋쩍은 듯 웃었다. 그는 실수였을 테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미지의 생명체를 마주해 당황한 행동으로 보여도 좋을 것 같았다.
“한 가지 걸리는 게······.”
감독이 무심코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촬영감독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였다. 절대 유연서에게 뭔가 가르치려 들지 마라. 대충 잘 나왔으면 적당히 넘어가라는 말.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좋네요.”
솔직히 지금처럼만 해줘도 기대 이상이다. 아니, 대변신이었다. 현장 스태프만 해도 그의 연기를 넋 놓고 쳐다보지 않는가.
감독은 유연서의 연기 변신이 개봉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했다.
“앵글 바꿔서 더 찍죠.”
“넵.”
배우들이 옷과 메이크업을 다시 손보고 있을 때, 대기하고 있던 박민우가 신나서 다가왔다.
“형! 진짜 장난 아니에요.”
“······그래?”
“진짜 괴물이 앞에 있는 것 같았다니까요? 와,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그동안 발연기는 왜 하신······.”
박민우가 신나서 떠들다가 입을 헙, 다물었다. 유연서는 피식 웃었다.
이미 경험해봤던 일이니까. 이러면 당장 다음 작품이 문제네······ 또 군인 역할을 맡을 수는 없다. 그리고 ‘백호함’처럼 2207년의 상황과 비슷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요행을 바랄 순 없다.
“그러게 말이다.”
잠시 쫄았던 박민우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친 유연서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기뿐만 아니라 성격도 엄청 달라진 거 같은데? 그의 뒤에 서 있던 매니지먼트 실장도 놀라서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뭐야, 잘하는데?”
유연서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촬영 감독이 중얼거렸고.
“와, 나 유연서 아닌 줄 알았어.”
“그 국어책 읽던 유연서가 맞냐? 딴 사람 아냐?”
“박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레슨을 했길래······.”
다른 스태프들도 웅성거렸다.
“선배, 얘기했던 거랑 다른데요?”
“그러게······.”
촬영 감독은 박호진에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고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했었다. 화면에 나오는 유연서의 연기는 몇 번 다듬고 다듬어서 그중에 가장 나아 보이는 걸 고른 거였다.
하지만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정도로 몰입이 엄청났다. 게다가 대역 없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와 무슨 사람이 달라진 거 같네.”
***
‘백호함’의 촬영은 순항 중이었다. 가장 연기를 못 하는 유연서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양 배역에 녹아들어 있으니 다른 배우들의 의욕도 저절로 상승했다. 자연스레 NG를 내는 일도 적었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자발적으로 토론하는 시간도 있었다.
“네, 방금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촬영장 밖으로 나온 임승현은 유연서를 맡았던 전임자의 보고서와 자세한 통장 내역을 살펴보았다.
“최동원, 김두현······. 있군.”
최동원과 김두현은 원세븐의 소속사 AST엔터테인먼트의 대표와 실장 이름이었다. 그리고 전임자의 보고서에서 찾은 한 문장.
AST엔터테인먼트의 요청은 웬만하면 다 받아달라는 지시가 있었음.
갑자기 탈퇴한 그룹에 대한 의리일 수도 있다. 실제로 유연서의 탈퇴로 손해 본 게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7년 동안 계속된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원세븐 멤버들도 역주행으로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었고, 무사히 재계약까지 했다. 그런데 매니저가 자신의 번호를 받아갈 일이 왜 있을까.
“하······.”
설마 ATM 취급? 아냐, 아직 속단할 순 없어.
임승현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가만 놔두면 원세븐의 매니저가 접근할 것이다. 무슨 의도인지는 그때 확인하면 된다. 근데 자신이 예상한 게 맞으면, 이걸 가만둬야 할까?
‘도련님은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알아서 하라는 것처럼 애매하고 불확실한 게 없다. 어쩌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복잡하군.’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임승현은 다시 촬영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태겸은 넋 놓고 연기하는 유연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군입니다······!”
“지금은 아냐.”
김우진 중사가 수병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 제압한다. 멱살 잡힌 수병은 ‘백호함’의 주연, 박민우가 맡은 박지원 병장이었다.
“다 쏴 죽여. 그래야 우리가 산다.”
김우진 중사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박지원을 쳐다본다.
“컷! 오케이!”
박호진 감독의 컷 사인이 들리자마자 유연서는 손에 힘을 풀었다. 박민우가 구겨진 옷을 폈다.
“와, 형······ 살살 해요.”
“난 살살 하는 건데.”
배우들이 모니터 앞에 섰다. 앞선 촬영이 원 테이크로 진행된 촬영이라 모니터 시간은 길었다.
유연서는 옆을 흘끔 쳐다봤다. 전에 말하려다 못 한 감독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지금도 성에 안 찬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감독님, 하고 싶은 말 하시죠. 솔직하게.”
“음······ 그게······.”
박호진 감독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거든요? 근데 고통받는 연기라고 해야 할지, 그게 좀 약해요.”
“고통받는 연기요?”
“네.”
감독은 촬영분을 돌려보았다. 주로 김우진 중사가 감염된 군인에게 얻어터지는 장면이었다. 벽에 부딪힌 유연서는 나름대로 인상을 찌푸리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김우진 중사가 원칙주의자에 딱딱한 군인인 건 알지만, 그래도 사람인데 아프면 겉으로 다 드러나지 않겠어요?”
감독은 영상을 다시 돌렸다. 감염된 군인으로 인해 벽으로 내동댕이쳐진 김우진. 뭔가 어색했다. 저 정도 세기면 더 크게 아파해야 할 거 같은데.
감독의 말을 듣고 보니 기계적으로 아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은 한참을 말이 없는 유연서의 눈치를 봤다.
“아니, 뭐 지금도 괜찮은데······.”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2207년의 강진후는 고통과 관련된 감각이 삭제되어 태어났고, 고통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박성진 감독도 그 얘길 했었지. 부자연스럽다고.’
‘백호함’의 액션 연기를 위해 합을 맞출 때였다.
원래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니 자잘한 공격은 몸으로 때우는 게 강진후로서는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유연서의 몸으로는 쓸 수 없다. 이런 습관이 있으니 액션 합이 이상하게 맞을 때가 있었다.
‘이게 일반적이지는 않구나······.’
2207년의 습관이 아직 남아 있었다. 유연서가 제 턱을 쓸었다.
‘어떻게 해야 더 사실적으로 고통받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직접 경험해 봐야 알 거 같은데 지금 이 몸으로 시험해볼 수도 없고.
정신 차렸을 때 이미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는 어느 정도 된 상태였고, 끽 해봐야 기억 동기화 때문에 잠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잠깐, 기억 동기화?
“감독님 거슬리는 부분 다시 찍어 보죠. 한 번 해볼게요.”
고통을 잘 모른다면, 직접 경험해보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