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1)
두통 다음에는 피곤함이었다. 유연서가 눈을 감으면서 내리자, 임승현이 잔뜩 긴장해서 뒤에 바짝 붙었다. 혹시 그가 어디에 부딪칠까 봐서 그랬다.
‘신기하네······.’
하지만 유연서는 눈을 감아도 사방이 보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임승현은 손을 내밀었던 것을 멋쩍은 듯 내려놓았다.
“머리 아프시면 약을 가져올까요?”
“아뇨, 괜찮아요.”
자선 행사에서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에 있는 고급 주택이었다. 최유진 소유로, 차윤호의 말로는 이 지역에서 제일 비싼 집이라고 하던데······ 이젠 놀랍지도 않다.
과연 우리 집안이 가진 집이 몇 채나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그 관심을 다르게 해석한 최유진은 ‘이 집 가지고 싶으면 줄까?’라고 마트에서 싸구려 장난감 사주듯 말했지만.
“네, 여보세요.”
(너 행사장 나왔다며, 톡 못 봤어?)
소파에 누워 대충 전화를 받은 유연서는 그제야 화면을 쳐다봤다. 발신인은 진수호였다.
“그건 어떻게 알아요?”
(SNS에 영상 떴길래. 사람들이 차에 대고 네 이름 부르던데?)
어쩐지 주변이 소란스럽더라니, 바다 건너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꽤 많았다. 창문 열고 손이라도 흔들어 줄 걸 그랬나. 유연서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래서, 전화는 왜 걸었어요?”
(우리끼리 뒤풀이 중이거든. 너도 와라.)
“안 가요.”
(너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많은데, 윤정 누나도 오랜만이고. 천 감독님도······.)
누가 왔는진 아까 봤다. 어차피 다신 안 볼 사람들도 아니고 장소가 미국이라 봤자 달라지는 게 있나.
유연서는 대기하고 있는 임승현에게 손을 휘적였다. 임승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제 방으로 돌아갔다. 형에게 지시받은 게 있는지 과보호가 늘었다.
(왜? 무슨 일 있······ 네? 우리가 반갑지 않냐고 하라고요?)
(그래! 오랜만인데 누나 얼굴도 안 볼 거야?)
(연서야 살려줘! 이러다가 윤정이한테 죽겠다!)
“술 좀 드셨나 봐요?”
진수호의 옆에서 누군가 재잘재잘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억지로라도 나를 참석시키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이래서 인기인은 피곤하다니까······.
“못 가요. 몸이 안 좋아서. 내일 볼 수 있으면 보고요.”
(맞다. 몸은 어때? 설마 그때랑 비슷한 거야?)
“뭐······ 그렇죠.”
어차피 진수호는 그의 토혈을 목격한 몇 안 되는 사람이니 숨겨봤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과보호하는 사람들 말고 좀 정상적으로 말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병원에서는 뭐래?)
“아무 이상 없다고 하죠. 그러면 좀 믿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려서 이번엔 미네소타에 가자니 뭐니······.”
(그걸 보고 아무 이상 없다고 하면 당연히 병원을 바꿔야지. 의사를 바꾸던가.)
“형 우리 할아버지랑 만난 적 있어요?”
어떻게 우리 할아버지 반응이랑 똑같냐. 진수호가 웃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이 점점 고요해졌다. 아마 밖으로 따로 나온 것 같았다.
“그래도 형 조언이 도움 되긴 했어요.”
(뭐가?)
“털어놓으라는 거요.”
아프다는 거 말고 다른 걸 말하는 거지만, 어쨌든 박금주에게 솔직히 털어놓아서 도움을 약속받았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유연서는 복도에 서있는 임승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임승현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너무 과보호해서 짜증 나긴 하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지? 이때 아니면 언제 그런 걱정을 받아 보겠어.)
그렇긴 하다. 유연서는 집안의 아픈 손가락이자 애물단지였다. 제발 사고 치지 말라는 당부는 들어봤어도, 이렇게 순수한 걱정을 받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전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강진후를 하나의 부품 취급하고 사지로 내몰았고, 그를 걱정해줄 사람은 이미 다 죽었다.
자연스레 미래를 떠올리자, 또 머리에 충격이 전해졌다. 이거 왜 이래? 전에는 안 이랬잖아?
(너무 밀어내려고 하지는 말고. 그게 다 너한테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진수호는 낯부끄러운 소리를 아주 잘했다. 유연서는 헛기침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에 집중했다.
“형, 나중에 전화할게요.”
(그래. 내일 볼 수 있으면 보자.)
“네.”
통화를 끊은 유연서는 마침 안으로 들어온 박금주와 마주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오셨어요?”
“그래, 찾았는데 없더구나.”
“죄송해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요.”
인상을 쓰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손자를 보고 박금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어머니는요?”
“유진이는 아마 늦게 올 거다. 걔는 워낙 파티를 좋아하잖니. 친화력도 좋아서는······.”
박금주는 그게 못마땅하지 않은 모양이다. 며느리를 파티 광으로 말하는 시어머니라······ 참 특이한 고부간이다.
“그럼······ 몸이 안 좋으면 나중에 얘기할까?”
“아뇨, 괜찮아요.”
어색한 조손은 사이좋게 소파에 앉았다. 유연서는 두통을 참고 박금주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어쩌다가 그 일을 조사하게 됐니?”
“박 비서님이 안 알려 주셨나요?”
“네 입으로 듣고 싶어서 자세히 보진 않았다.”
이걸 어디부터 말해야 하나······ 고민은 잠시였다. 조건 없는 협력이 필요하니 박금주의 동정을 사야 할 필요가 있었다.
“2년 전에 제가 응급실 간 적 있잖아요.”
“그래.”
“그때 다 기억났어요.”
유연서는 마치 남의 얘기를 하는 듯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손자의 얘기를 들을수록 박금주의 손이 얕게 떨렸다. 그래서 경주에 찾아와서 그렇게 얘기한 거였구나.
“내가 뭘 해주면 되니?”
“아뇨, 잠시만요.”
얘기를 전부 다 들은 박금주가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모르고 계세요.”
“그래, 네가 날 못 믿는 거도 당연하지.”
“못 믿는 거 아니에요. 제 말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소리예요.”
어쩌면 ‘머리’가 두 고모일 수도 있다. 제 자식이 연루된 것을 알게 되면 박금주는 어떻게 나올까? 숨기려고 하지 않을까?
유연서와 유은호가 원하는 것은 범인의 존재를 세상에 밝히고 정당한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안다. 하지만······ 나도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 중 하나야.”
“······.”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유연서는 바뀐 할머니의 분위기를 멍하니 감상했다. 박금주는 제 자식들이 범인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뻔했다.
“감히 내 집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역시 부부는 닮는다더니······ 어쩌면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그는 분위기를 환기할 겸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때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사업을 해보라 하지 않았었나요?”
“그랬지.”
“왜 그러신 거예요?”
“네 어미가 감각이 있더구나. 네 고모 사업에 조언을 주는 게 심상치 않았지. 네 어미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으니 연예계 활동을 더는 못할 것 같았고, 마침 자신을 설득하면 아낌없이 지원해주겠다는 유 회장의 제안이 있었다.
아끼는 며느리라고 다 해줄 작정은 아니었다. 최유진도 피나는 프레젠테이션 끝에 할아버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엄마가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그건 모르겠구나. 희서 그 아이가 나한테도 사업 계획서를 비밀로 했었어. 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대략적인 얘기만 듣고도 맘에 들어 한 것 같더구나.”
그 최유진도 설득하는 데 오래 걸린 사업을 한 번에? 그리고 사업 계획서라······ 냄새가 난다. 그리고 저택 어딘가에 있을 일기장까지.
“귀국하면 바로 평창동에 들러야겠어요.”
***
“도련님, 곧 도착입니다.”
임승현의 속삭임에 유연서가 눈을 떴다. 미국에서의 장기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선 할아버지 댁에 좀 지내면서 일기장을 찾아봐야지.’
과연 몸이 괜찮을지는 모르지만······ 게다가 고인의 일기를 엿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박금주와 최유진을 따라 전용기에서 내린 유연서는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책임자를 발견했다.
“안녕하십니까. 편안한 비행 되셨습니까?”
“무슨 일이죠?”
책임자의 경직된 모습에 박금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눈치를 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소위 ‘로열패밀리’를 상대하는 직업임에도, 긴장은 어쩔 수 없었다. 주성은 로열 중의 로열이었다.
“사실 먼저 양해를 구할 일이 있습니다.”
“뭐죠?”
“전용 출입문이 공사 중이라 여행객들이 지나가는 통로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괜찮으면 공사 중인 출구가 생겨나요? 편한 대로 하세요.”
박금주의 허락에 상대방은 과하게 안심하는 티를 냈다. 유연서는 여기서 이상함을 눈치챘다.
“······뭐지?”
저 사람, 거짓말하는 거 같은데? 그는 미심쩍은 눈으로 책임자를 따라 출구 쪽으로 향하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니?”
“밖에 사람이 꽤 많은 거 같은데요.”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전용기라서 항공권이 유출될 일은 없다. 게다가 전용 출입구도 있어서 사람이 모일 일은 없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흘렸나? 유연서는 때맞춰 자신들의 주위를 감싸는 경호원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뭡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서······.”
그러니까 누가 시켰는데? 유연서가 출구 게이트를 넘자,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악!”
“이게 뭔······.”
앞줄에 있는 사람들은 유연서의 사진이 인쇄된 슬로건 등을 들고 흔들며 그의 주의를 끌었다.
마중 나오는 수행원들, 그 사이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와, 이런 주접은 상상도 못 했는데.
“아들!”
“하아······.”
해맑게 웃으며 반기는 유건민을 보고 박금주가 저 웬수······ 라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이게 다 뭐예요?”
“뭐긴, 환영식이지.”
최유진은 못 말린다는 듯 웃을 뿐, 타박하진 않았다. 정말 끼리끼리 잘 만났다. 박금주와 유연서만 한숨을 푹푹 쉬었다.
“오빠!”
“유연서 잘생겼다!”
“여기 봐주세요!”
유연서는 일단 연예인 미소를 띠며 주위에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 포즈를 취해주고, 같이 셀카를 찍었다. 유건민은 그런 아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아빠. 환영식이 과한데?”
아마 그가 도착하는 시간을 언론에 뿌리고, 팬클럽에 글을 올렸을 것이다. 이태겸에게 듣기로 유건민은 유연서의 팬클럽에서 운영자를 맡을 정도로 우수 회원이라고 하던데······.
“재미있지 않니? 어디 보자······ 많이 야위었구나.”
“체중은 그대로인데.”
“우리 아들 아파서 어째.”
유건민은 그 말을 무시하고 유연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아들의 모습을 살폈다.
저런 애가 내 아들이라니. 박금주는 손을 이마에 짚으며 인상을 썼다.
“너 집에 가면 보자.”
“어, 엄마. 안 재밌었어요?”
“관장님이라고 불러라.”
앞장서는 박금주를 따라 유건민이 쩔쩔맸고, 최유진과 유연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포토] ‘美 영화제 올킬’ 유연서, 한국 귀국 [이슈] 공항 나서는 주성 일가···입가에는 미소가······공항 깜짝 환영식은 유건민 주성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아버님♥
└박금주 이마짚는거 봐ㅋㅋㅋ
└└환-장
└우리도 한 주접하는데 역시 아버님 주접은 못따라간다
└아버님 덕분에 공항에서 셀카도 같이 찍음
└유연서 관종력 누구닮았나했더니 유건민이었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