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1)
사전 준비가 빨리빨리 진행됐던 연좌제의 촬영은 순탄했다. 제작비는 워낙 넘치는 데다가 사전 제작이라 다들 시간적으로도 여유로웠다.
“컷! 됐습니다!”
“물 끄세요!”
인위적으로 만든 비가 끝나자 스태프들이 빠르게 다가와 유연서의 몸에 담요를 덮어 주었다.
“괜찮으세요?”
한 스태프의 질문에 유연서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준 뒤 덜덜 떨며 모니터를 쳐다봤다. 다행히 고생한 보람이 있게 잘 나왔다. 긴장감 있는 연출을 위해 음악 감독과 촬영 감독도 실력 좋기로 유명한 사람을 섭외했다.
“여기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유연서는 스태프들이 마련한 공간을 보고 허허 웃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조립식 간이 의자가 아니라 쿠션감이 느껴지는 나무 의자에는 핫팩과 뜨거운 물, 그리고 그 앞에는 히터가 세 대나 있었다.
“으어, 죽겠다.”
과거 장면을 먼저 찍느라 요 며칠 감정 소모가 컸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내일은 거슬리는 머리부터 잘라 버려야지.
“연서 씨, 피곤하면 빨리 끝낼까요?”
그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추측하고 억측을 남발하고 있었다.
소속사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냈을 때는 건강상 문제가 있는 건 맞으나 활동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라 말하며 아직 건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해서 더욱 불타올랐다.
사실 유연서도 이렇게까지 밝히려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주성 H&C 앞에서 본의 아니게 광고를 해 버렸고. 영혼 조정이라는 게 기억 동기화나 환영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그만큼 후유증도 오래가서 차라리 미리 공개해버리는 게 나았다.
“괜찮은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런 분위기는 어째 익숙해지지 않는단 말이지. 유연서는 눈동자를 내리깔고 대본에만 집중했다.
-나 어제 집근처에서 유연서봄ㅋㅋㅋㅋ
골목길에서 뭐 찍더라 볶머에 교복입고있었음
사실 같이 사진찍어줄수있냐고 물어봤는데 스포일러때문에 안될거같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더라 목소리 미쳤음
몰래 찍어봤는데 좀있다가 펑할게
└헐
└개부럽다
└미친스타일뭐임?ㅠㅠ 개조아ㅠ
└교복입었는데 왜 위화감이 없냐ㅋㅋ
-연좌제 언제 방송임?
-스틸컷 뜬거 봤어? 미쳤음ㅠㅠㅜㅠㅜ
-얘들아 일단 뇌 잡아라 너무 기대하지말고 진정해
JSTV 기대작 ‘연좌제’ 오늘 첫 방송
‘연좌제’ 유연서·류주하 카리스마 넘치는 두 남녀의 연기
유연서, 논란 끝에 첫 복귀작 ‘연좌제’ 오늘 첫 방송
└논란은 무슨 시발
└아니 주성에서 기레기들 다 숙청한 거 아니였냐
└└요즘 그거 언론 탄압이라고 뭐라하잖아
└연예인이면 저정도 어그로는 다 끌리잖아 윗댓 왜이렇게 예민함?
└아무튼 드라마 기대된다ㅋㅋ
***
그렇게 많은 팬의 관심을 끈 ‘연좌제’는 드디어 전파를 탔다. 긴 광고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드라마의 첫 장면은 가로등 불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골목길이었다.
“흐윽······.”
음향은 빗소리를 살짝 죽이고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를 집중했다.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은 사람은 어두워서 어떤 사람인지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결국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엎어진 사람은 계속해서 오열했다. 앳된 목소리로 보건대, 소년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한 방향을 향해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카메라는 그 방향을 느릿하게 쫓아간다. 이윽고 화면에 걸린 것은 시신으로 보이는 사람의 창백한 종아리였다.
잠시 검은 화면이 지나가고, 장면은 바뀌고 한 대학교의 대강당을 비췄다. 대학에서 범죄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는 화면에 오늘의 주제를 띄웠다.
“오늘의 주제는······ 연쇄 살인범입니다.”
인기 있는 강의인지 대강당에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조는 학생도, 핸드폰을 보는 학생도 별로 없었다.
“혹시 연쇄 살인범과 관련된 사건 기억하는 사람?”
학생 몇몇이 손을 들어 과거 유명했던 살인 사건의 범인 그리고 지역 등을 말했다. 교수는 그것들을 칠판에 받아 적었다. 학생들이 기억 못 하는 사건들까지 모두 적은 교수가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혹시 이 사건의 공통점이 뭔지도 아나?”
자신 있게 손을 들려던 학생은 멋쩍은 듯 손을 내려놓았다. 피해자는 성별과 연령대도 다양했고, 범인도 마찬가지였다. 부유층과 취약계층 등 다양했다.
“여러분들이 말한 이 사건들, 전부 최근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교수는 한 박자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많아 봐야 2000년대 후반. 여러분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건들이 안 보일까요?”
“CCTV가 많아져서입니다.”
“맞아요. 비슷한 거로는 자동차 블랙박스가 있죠. 또?”
“감식 기술이 발달해서 아닐까요?”
“좋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땅이 좁아서 사건 해결이 빨리 되는 편입니다.”
교수는 학생들의 열의에 씨익 웃으며 빔프로젝터의 화면을 넘겼다.
“여러분이 말씀하신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연쇄 살인으로 번지기 전에 살인범을 잡기 때문에 연쇄 살인범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박자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늘 주제는 왜 연쇄 살인범일까요? 사실은······ 이제 강의 주제가 떨어졌습니다.”
능청스러운 말에 학생들이 웃었다.
“하하, 농담이고······ 오늘 모실 분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맞춰 강의실의 문이 열렸다. 류주하가 맡은 배역, 고승혜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단상에 올라섰다.
“제 첫 제자이자, 우성경찰서 광역수사대 소속 고승혜 형사를 모시고 살인범의 심리 그리고 연쇄 살인으로 번지기 전에 어떻게 한 걸음 멀리 생각해야 하는지에 관한 얘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학생들이 손뼉 치며 호응했다.
“안녕하세요. 고승혜입니다.”
고승혜가 강연하는 모습을 살짝 보여주고는 장소가 바뀌었다. 벤치에 앉아 교수가 내민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고승혜는 햇살이 내리쬐는 교정을 바라봤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맙다.”
“뭘요. 선배님 부탁인데.”
“일은 많이 바쁘냐?”
“······요즘은 괜찮아요. 직급이 높아져서 그런지.”
고승혜는 여성이라는 신체적 한계 때문에 보수적인 강력계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광역수사대에서 한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었다. 그만큼 능력 있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또 어디서 한 소리 들었어?”
“역시 선배님은 속일 수 없네요.”
교수, 정석준은 애써 옆머리로 가렸지만 숨겨지지 않는 고승혜의 얼굴 상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좀 드센 성격 좀 죽여. 어? 또 강압적으로 주변인 조사 하다가 그렇게 된 거 아니야?”
“이 성격 죽이면 제가 강력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밑에 애들 뒀다가 뭐 하게?”
“전 이게 편해요.”
이제는 팀원에게 맡겨도 될 짬이 되었지만, 자신이 나서야만 속이 풀리는 사람이 고승혜였다. 그녀는 범인을 빨리 잡는 게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고 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말투를 썼는데, 그것 때문에 피해자 가족에게 항의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너무 몰아세우지 마라. 내가 아직도 후회하는 게 그거야. 너무 피해자를 몰아세웠어······.”
“네네, 그 얘기는 오늘로 스무 번째거든요? 잠시만요.”
갑작스럽게 울리는 전화에 고승혜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번인 날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전화할 정도면······ 무슨 일이 있나?
“어. 왜?”
(팀장님, 그······ 또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뭐라고?”
고승혜가 목소리를 높이자, 뒤에서 커피를 홀짝이던 정석준 교수가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설마 피해자가 또······?”
(네······ 의심하신 게 맞는 거 같아요.)
“하아······ 일단 알았어. 바로 갈게.”
고승혜는 신경질적으로 제 앞머리를 넘겼다. 우성시에서는 요 몇 주간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로 낙후된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었는데, 고승혜는 이걸 연쇄 살인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저 먼저 가볼게요.”
“심각한 일인가 보지?”
“하······ 좀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건 맞는 거 같아요.”
“무슨 일인데?”
방금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적어도 한국에서는 연쇄 살인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다고 강의했다.
하지만 그녀가 의심했던 살인 사건이 두 번째다. 만약 오늘 발생한 현장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이 사건들의 공통점을 알아낸다면 어쩌면······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던 연쇄 살인 범죄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장면이 바뀌고, 고승혜는 사건 현장에 있었다. 그녀를 알아본 말단 경찰이 그녀를 알아보고 경찰 통제선을 위로 올렸다.
고승혜에게 전화를 걸었던 팀원이 옆에 붙었다.
“피해자는 30대 여성. 이 동네에서 혼자 살고 있었답니다.”
“특이점은 안 발견 됐어?”
“네, 아직은요.”
고승혜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시신과 주변 환경을 살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건들거리며 말을 걸었다.
“고 형사, 오늘 비번 아니었어?”
“전화 받고 왔죠.”
“하여간 고 형사도 일을 너무 좋아해. 설마······ 이 사건도 그거로 의심하는 거야?”
동료 형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혀를 찼다. 최근에 발생한 살인 사건이 연쇄 살인 같다는 그녀의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 연쇄 살인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가. 지금 사건 현장도 우성시에서 개벌이 덜 된 지역이지만, 큰 골목으로 나가면 바로 CCTV가 있다.
“미리 대비해둬서 나쁠 건 없잖아요?”
“하긴, 그래서 우리 고 형사님이 승승장구하시지.”
동료 형사가 그녀를 못마땅한 듯 쳐다보고는 사건 현장 밖으로 나갔다. 고승혜는 그걸 무시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살폈다. 되레 화난 것은 그녀의 팀원이었다.
“박 형사님 왜 저러세요?”
“내버려 둬. 승진 대상에서 제외돼서 그래.”
“아아······.”
고승혜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
“너무 깊게 생각하신 건 아닐까요? 범인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피해자의 공통점이 여성과 노인이라는 것밖에는 특정할만한 게 없었다. 설마 기우일까······ 하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그러기엔 너무 마음에 걸리는데······.”
고승혜가 작게 중얼거렸다.
지루할 것 같았던 초반부는 고승혜와 팀원의 티키타카 그리고 중간중간 범인의 살해 행각을 보여주며 긴장감과 떡밥을 보여주고는 1회가 끝났다.
-연좌제 본 사람? 1화에 유연서 안나오는 거 맞지?
-뭐지 그렇게 비중 없는 배역인가?
-이러다가 나중에 존재감있게 나올듯
-연좌제 별로 좀 지루하더라
-헐 나 유연서 찾은듯
여기 캡쳐사진에서 커피 나눠주는 사람이 유연서 아님?
└맞네
└블러처리되도 잘생김이 보인다
└근데 왜 저렇게 쫌쫌따리 나오지?
-나도 찾았다
이것도 유연서 아니냐?
└오 맞는듯
└몸 비율이나 어깨 넓은거 보면 맞는거같은데
└근데 왜 저렇게 쪼그맣게 나오지?
누군가가 유연서로 추정되는 경찰관을 발견하자, 시청자들은 유연서 찾기에 돌입했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희미했지만, 다른 형사들에게 커피 믹스를 타서 나눠주는 모습으로 살짝 모습을 비췄고 사건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관 복장으로 그리고 연쇄 살인으로 의심하는 고승혜의 뒤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것으로 살짝 걸쳐져 나왔다.
-지금 찾은 거 보니까 고승혜 나오는 장면에서 계속 걸리던데?
-뭐지?
본 방송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나중에 유심히 살펴봐야 알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대체 무슨 역할일까 추측하는 가운데, 2회의 마지막에서 드디어 유연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들은 연쇄 살인과 연관 짓지 말고 빨리 범인이나 잡자고 했지만, 집요하게 사건을 쫓던 고승혜의 책상에 누군가가 쪽지를 남겼다.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에 길고양이가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음.)
고승혜가 고개를 번쩍 들고 근처에 있던 동료를 붙잡았다.
“이거, 누가 놨는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긴장감 있는 음악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는 한 경찰관의 모습을 비춘다.
(강윤성)
청록색의 경찰 근무복에는 유연서가 맡은 배역, 강윤성의 명찰이 수놓아져 있다. 화면은 강윤성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화면 속 강윤성의 얼굴은 묘했다. 음향과 연출을 의미심장하게 해서 그런지 보는 이에 따라서 싸하게 보일 수도 혹은 그냥 평범하게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헐 유연서가 범인인가?
-와 근데 경찰복 진짜 잘어울린닼ㅋㅋㅋ
-대놓고 범인으로 의심하게 보여주는거보면 나중에 아닐거같은데
그렇게 2회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