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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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어떻게 났는데요?
“연서야. 다 잤어?”
“응.”
고사리 같은 손이 내밀어 진 손을 맞잡는다. 손의 주인은 유은호, 저도 작으면서 동생을 안아 올리고는 뒤뚱뒤뚱 걷는다.
“바다 가서 놀까?”
“바다!”
해외로 휴가를 나왔는지 주변 풍경이 이국적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사장. 황홀한 풍경에 어린 유연서도 입을 헤 벌리고 바다 위 반짝거리는 빛을 바라봤다.
“얘들아.”
애가 애를 데려오는 모습에 유건민이 헤벌쭉 웃었다. 참 한결같다. 팔불출은 지금도 여전한데······. 그는 양손에 두 아들을 번쩍 안아 올렸다. 유은호와 유연서가 꺄르륵 웃었다.
“엄마는?”
“엄마는 저기 있어. 엄마한테 갈까?”
유연서의 물음에 유건민이 해변 가까이 향했다.
“여보.”
파라솔 아래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여성이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이희서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얘들아!”
테이프가 훼손된 듯 지직거리는 얼굴의 이희서가 손을 흔들었다.
“······아.”
잠에서 깬 유연서가 눈을 끔뻑거렸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슴도 울렁거렸는데, 이미 토하고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더 나올 것은 없었다. 아마 행복했던 감정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 이런 것 같았다.
‘유건민과 이희서는 사이가 좋아 보이는데······.’
재벌 2세와 톱스타의 만남이기 때문에 여러 매체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설을 썼었다. 유건민이 자신이 가진 배경으로 이희서를 찍어 누르고 결혼했다. 유건민이 이희서의 스폰서였다 같은 저급한 내용으로 잡지에 그대로 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통된 소문으로는 유건민이 이희서에게 첫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며 구애했다고 하던데. 아마 그가 봤던 기억을 누군가가 봤다면, 그 소문이 맞다 확신할 것이다.
‘도저히 자살할만한 환경은 아니야.’
아니면 할아버지? 아직 만나지 않은 할머니와 고모들 때문에? 아무리 유건민이 유약한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혈육에게서 제 아내를 지킬 강단도 없었을까?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유창호 회장의 아들이라고 마냥 유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본체의 의심이 정말 사실인가?
의심할 만도 하지만, 아직 아무런 근거가 없다. 유연서는 애써 그쪽으로 튀려던 사고를 바로 잡았다. 귀찮은 일에 엮일 것 같아서였다.
유연서는 전에 봤던 최유진과 가족들의 모습을 생각했다. 이희서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러고 보니 2207년의 나는 어떻게 됐을까.’
무사히 시간 여행을 한 것을 보면 누군가가 시신을 수습해줬다는 소리인데······. 강진후의 삶에 미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사귀었던 얄팍한 인간관계는 조금 그리웠다.
어쨌든 유연서가 된 그는 상념을 접었다.
“베타,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지?”
새벽에 일어나 기억 동기화를 했으니, 레슨 시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유연서는 피 묻은 수건을 세탁기에 대충 집어넣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역시 누군가가 밥을 차려놓고 갔다. 게다가 그가 없을 때 주기적으로 청소하는지 먼지 하나 없는 집안은 여전히 적응 안 되는 크기를 자랑했다.
유연서, SNS서 근황 공개···훈훈한 배우 3인방
└박민우랑 이한결 대인배네ㅋ
└└뭐래ㅋ
└└└대인배 ㅇㅈㄹ
└유연서가 이런 사진 올린거 처음인듯?
└핫게열차 탑승
영화 ‘백호함’ 크랭크업···스태프 SNS서 ‘유연서 배우님이 준 선물’ 화제
└주작아냐?
└저 슨스 백호함 스태프 맞긴함?
“이게 기사까지 올라올 일인가······.”
역시 영향력 하나는 최고였다. 그는 이태겸이 알려줬던 자신의 팬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다.
-몇개월만이야ㅠㅠㅠ 개안한다 진짜ㅠㅠ
└살빠진거 같지 않아? 맘아프다ㅠ
└얼굴은 빠진거같은데 몸이 화났는데?
-근데 상대 배우랑 셀카찍어올린거 처음 아냐? 촬영 분위기 좋았나봐
-스탭 선물 클라스 오져 본새나ㅠㅠㅠ
-타 배우랑 셀카라니 우리 배우가 그렇게 인정머리있는 사람이었나?
-전에 계자가 올린 글 사실 아냐? 성격 좀 친절해졌다던 그 글
└좀 아쉽다ㅎ.. 우리 배우님은 성격 더러운게 매력인데
└└22222
└그래도 다른 배우랑 투샷 보고싶긴 했었어
유연서의 팬들은 덕질객관화가 참 잘 되어 있었다. 이태겸에게 따로 듣기로는 팬도 배우 닮아서 팬덤 여포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의 싸가지 없는 언행과 행동에 논란이 있어도 한결같이 남아서 유연서를 욕하는 다른 사람의 게시글과 댓글에 몰려가 집단 린치를 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니, 애초에 유연서의 성질머리와 비슷한 사람이 이끌린 건가?
‘뭐, 좋아하면 됐어.’
그래도 팬이라고 붙어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듣기로는 작품의 홍보 행사나 광고 행사에서 팬 사인회도 하고 배우 개인적으로 팬 미팅도 할 수 있다는데, 나중에 한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
“사람 관찰은 하고 있나요?”
“가끔요.”
박현정의 말에 유연서가 멋쩍게 웃었다. 사실 기억 동기화의 후유증과 첫 촬영에 심력 소모를 많이 해서 누구를 관찰할 여력이 없었다.
“새 작품은 언제 들어갈 예정인가요?”
“글쎄요, 복학하기 전에 하나 더 하고 싶긴 한데 레슨을 더 받을까 봐요.”
박현정과 몸을 풀면서 그의 첫 촬영이었던 ‘백호함’은 나름 적응할만했다. 생각보다 카메라는 거슬리지 않았다. 아마 작 중 김우진 중사와 강진후가 꽤 닮아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박현정은 몸을 멈추고 유연서를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가르쳤길래 유연서가 확 달라졌냐는 박민우의 안부 전화가 생각나서였다. 다시 자신을 가르쳐 주면 안 되냐고 찡얼거리기까지.
‘민우 걔도 장래가 유망한 아이인데······.’
박민우는 박현정도 인정하는 연기 천재였다. 얼마나 촬영장에서 잘했으면 이런 소리가 나올까? 유연서를 가르치는 것은 박현정도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었다.
“내 생각에는 레슨 시간을 더 늘릴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그런가요?”
아직 부족한데. 또 ‘백호함’처럼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배역을 찾아봐야 하나?
“오늘은 대본을 하나 정하고 분석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네.”
“이번에는 제가 도와드리지만, 다음은 연서 씨가 알아서 분석해야 합니다. 아셨죠?”
드디어 기초를 떼고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는군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현정과의 레슨을 끝내고 유연서는 위층에 있는 대표실로 향했다. 대본 분석을 위한 샘플을 찾기 위해서였다.
“레슨 끝났어?”
“네.”
유연서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젖혔다. 그 건방진 모습에 한준오 대표는 쯧, 혀를 찼다. 막상 못마땅해하면서도 제지하지는 않았다.
“맞다. 너 시즌 그리팅 찍을 거지?”
“전에도 그런 거 했어요?”
“했었지.”
“그럼 할게요.”
배우 팬덤은 흥한 작품에서 입덕해서 그 작품 팬이 유입되고 남을 사람 남고 빠지는 사람 빠지는 편이라 팬덤 보다는 대중성이 큰 게 더 좋았다.
물론 팬덤이 크면 좋지만, 한류가 터진 소수의 탑배우 말고는 팬덤 크기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유연서는 작품에서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흥한 작품을 필모에 추가한 적도 없었고 연기를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좋아서 커플링 팬이 늘어난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결국, 러브 레터는 그의 얼굴 그리고 개미지옥 같은 성격만 보고 꿋꿋이 남아 있는 코어 팬들이었다. 팬덤 성향이 아이돌 팬덤과 유사해서 소속사는 팬덤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었다.
“아 맞다. 이번에 JMA 초청 왔는데 전처럼 거절할까?”
“아, 그건 됐어요. 어머니랑 같이 가기로 해서.”
“어머니?”
옆에서 듣고 있던 한준오가 고개를 들었다.
“최 부회장이랑 화해했어?”
“······소문이 어떻게 났는데요?”
대체 어떻게 났길래 화해했냐는 얘기까지 나오냐.
“너랑 최 부회장이랑 대판 싸워서 틀어졌다고 하던데? 막 어머니로 인정 못 하겠다고 싸우는 걸 누가 들었다나?”
“네가 너무 구박해서 최 부회장이 가족들 눈 밖에 났다는 얘기도 있고.”
박 실장까지 합세해서 소문을 주절주절 읊었다. 아주 소문만 들으면 능력 있는 전문직 여성을 가련한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정말 가지가지 했다. 물론 그저 소문이니 알아서 걸러 들어야겠지만, 그가 아는 본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너 전에 JMA 안 가고 NMA 간 것도 최 부회장한테 시위한다고 나간 거 아니야?”
“그 NMA에서 원세븐이랑 너랑 붙여서 어그로 끌어가지고 너 당분간 가요 시상식 안 간다고 난리 쳤잖아.”
아, 그래서 최유진이 그렇게 좋아한 건가. 유연서는 괜히 양심이 찔렸다.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되겠지.
“······화해할 만큼 싸운 거 아닌데.”
“그래 임마, 어머니랑 친하게 지내. 그만한 분이 어디 있다고. 너랑 그렇게 틀어져도 뒤에서 엄청 밀어줬잖아.”
그만한 분이 아니라 그만한 배경을 말하고 싶은 거겠지. 어쨌든 헤일로 미디어 입장에서는 유연서와 JSENM의 사이가 좋을수록 더 좋은 푸쉬를 받을 거로 생각할 것이다. 아마 유연서가 할 다음 작품에 어떤 신인을 끼워 팔까 설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연서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럼 친하게 지내서 아예 JSENM 쪽으로 갈까? 여기보다는 거기랑 더 잘 맞을 거 같은데?”
“에이, 그건 아니지. 너 그렇게 버릇없이 굴어도 우리는 끝까지 의리로 함께 했다?”
“의리는 무슨, 내 뒤에 딸린 배경 때문이겠지.”
“정말 갈 건 아니지? 응?”
금세 꼬리를 만 한준오 대표는 유연서의 근처를 맴돌면서 전전긍긍했다. 좀 놀리는 맛이 있는 사람이었다.
한참을 대표를 놀리던 유연서는 이태겸이 낑낑거리며 들고 온 대본의 탑을 보고 입을 벌렸다.
“근데 대본은 전보다 더 많아진 거 같다?”
“이쪽 업계는 소문이 빠르거든.”
아, 그러니까 ‘백호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열심히 말을 나르고 있나 보지? 돈지랄한 보람이 있었다.
워낙 틀에 박힌 이미지가 세서 의심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은 한번 찔러나 보자 식으로 대본을 보내오고 있었다.
“벌써 마이튜브에 뜨고 난리 났어.”
“그래요?”
“어, 봐봐.”
무려 제목이 유연서의 개과천선?! 이었다.
연예부 기자인 마이튜버 세 명이 가면을 쓰고 ‘백호함’의 스태프에게 들었던 일화를 줄줄 풀고 있었다. 알맹이 있는 연예계 정보 동영상이라기보다는 루머 유포에 가까웠다.
“한 대표, 이런 동영상도 봐요?”
“아니? 아는 제작사 대표가 이거 진짜냐고 링크 보내줬거든.”
와 벌써 이런 동영상이 올라올 정도면 진짜 파급력 하나는 장난 아닌데?
“네가 그 성격만 좀 고친다면 이 바닥 황금고블린이지.”
“황금고블린? 그건 뭔데?”
“너 게임도 안 하고 사냐?”
이태겸이 대본을 내려놓고 어이없는 듯 허리에 손을 올렸다.
“와, 이거 안 되겠네. 언제 나랑 피시방 가자.”
“태겸아, 넌 그럴 때가 아닌 거 알지? 회의실로 따라와.”
개 핑계의 효과는 굉장했다. 이태겸은 박 실장에게 질질 끌려가 특별 교육을 받았다.
“근데 임 비서님은 어디 갔어?”
“아, 뭐 좀 알아보라고 보냈어요.”
최유진의 조카 약혼식. 내로라하는 재벌가의 사람들이 총출동하는 자리였다. 유연서는 임승현을 시켜 그곳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인적 사항을 조사하라고 했다.
‘듣기로는 전략 기획본부장까지 나섰다고 하는데.’
달라진 유연서를 보일 절호의 기회기 때문에 할아버지도 그 자리를 벼르고 있다고 한다.
‘근데 나 연기하러 온 거 아닌가?’
유연서의 삶 자체를 연기한다면 연기하는 게 맞긴 한데······. 어째 배우를 하러 왔는데 딴 일에 신경 쓰는 거 같은 건 착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