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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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너무 어려워.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와중에도 최유진은 유연서를 흘끔 바라봤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주변에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착각을 받을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기뻐하는 거 맞지?’
고작 어머니라고 부른 것 하나 때문에?
유연서는 황당했지만, 겉으로는 평정을 가장했다. 사실 유은호의 차를 타고 오면서 유연서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아낀다는 소문이 나온 것을 보면 앞에서는 꽤 잘해준 거 같은데······ 뒤로는 어떻게 했을지 모르잖아? 그가 아는 지금 시대 재벌은 혈육 간에 지분 경쟁을 한다고 진흙탕 싸움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비리를 덮어씌운다든가 혹은 사생아가 있거나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최유진은······ 의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 모습도 다 가식 아니야? 저게 가식이면 연기 대상 감이긴 한데······.
‘어느 정도 현실에서 반영한 거 아니야?’
심지어 베타에게 한 소리 들을 정도였다. 마치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 못 하고 지나가던 악역 배우에게 욕을 날리는 어르신 같은 취급에 유연서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기계한테 이런 소리를 듣다니, 자존심 상했다. 2207년 미래인인 내가 이 시대를 참고할 만한 것은 그런 것밖에 없었다고.
“그래, 불란서는 어땠느냐?”
“너무 자주 가서 조금 질렸어요. 그래도 날씨는 좋더라고요.”
최유진과 다른 가족의 사이는 꽤 좋아 보였다. 유창호 회장은 유건민보다 최유진을 더 좋아하는 듯싶었고, 유건민과 유은호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참을 또 일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소외된 유연서를 챙기는 건 최유진이었다.
“참, 연서는 영화 들어갔다지? 어떠니?”
“이번 주 중으로 촬영 끝날 거 같아요.”
“그러니? 맘 같아서는 제작까지 맡고 싶었는데······ 다음 영화는 꼭 내가 맡게 해 주렴.”
아, 최유진은 미디어 재벌이지. ‘백호함’의 배급도 JSENM에서 맡는다. 그러고 보니 전에 스크린을 독점해서 욕먹은 영화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유연서 주연이었다.
듣기로는 장기 스크린 독점으로 손익 분기점은 넘었다고 하던데······ 이렇게 타고난 배경을 썩히는 것도 재주였다.
“괜찮아요 어머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 들었어요?”
최유진이 또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쪽 손으로는 유건민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도 서류상 어머니긴 한데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겠지만, 솔직히 좀······ 푼수 같았다.
세상 엄할 것 같은 유 회장도 좋아하는 며느리를 보고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은데. 유연서는 그냥 먹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 촬영 끝나면 뭐 할 예정이냐?”
“쉬면서 복학 준비해야죠.”
어쨌든 약속했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뱉은 말에 식탁에 앉아있는 모든 가족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손자의 바락바락 대들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얌전해진 모습을 보니, 유 회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좋다. 이번에는 집안 행사에도 꼬박꼬박 나오도록 해. 네 형은 빠짐없이 출석하는데, 네가 빠지면 되겠어?”
“네, 뭐······.”
“좋다.”
유연서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난, 난 이런 훈훈한 분위기 도저히 못 따라가겠어.
“참, 이번에 제 조카가 약혼하거든요.”
“그래, 그랬었지. 박 회장에게 들었다.”
“오랜만에 다 같이 가면 되겠네요!”
“들었지? 그때 네 어머니 곁에 있어 드리거라.”
얼마나 최유진과 사이가 안 좋았으면 다들 붙여주려고 안달하는 거지? 유연서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이 잔잔하게 웃었다.
‘허허······.’
유연서는 그냥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 가 볼게요. 할아버지.”
“어차피 복학하려면 멀었는데, 자주 오너라.”
“시간 되면요.”
말랑말랑한데 어쩐지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친 유연서가 유은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밥은 꿀떡꿀떡 잘 넘어간 것이, 체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저······ 연서야.”
“네, 어머니.”
또 기뻐한다. 도저히 적응 안 되네.
“그······ 이번에는 나랑 JMA 같이 가지 않을래?”
“JMA요?”
JMA라, JSENM 산하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연말 가요 시상식이었다. 상을 받는 주체는 가수인데 시상자는 늘 배우나 유력 인사가 나와 시상했다. 배우인 유연서도 시상자 자격으로 가끔 참여했다고 한다.
어차피 영화 촬영이 끝나면 부족했던 연기 레슨도 받고 기억 동기화를 하며 쉴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많았다. 시상식은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네, 뭐. 그럴게요.”
“좋아. 둘 다 조심히 들어가렴.”
표정이 더 밝아진 최유진은 유은호에게 가볍게 포옹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최유진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웃음 소리가 바깥에서도 들렸다.
“그······ 형.”
유은호의 차에 타 안전띠를 맨 유연서가 넌지시 말했다.
“원래 저러셔?”
“아니. 네가 달라져서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유은호가 피식 웃었다. 그는 도저히 적응을 못 하고 몸을 들썩거리는 동생을 꽤 재밌게 지켜봤다. 그걸 어른들이 몰랐을까? 나중 가서는 거의 유연서를 놀리려고 일부러 어화둥둥 한 것도 있었다.
“전에 나는 어땠는데?”
“음, 많이 비협조적이었지.”
“그렇게 말하지만 말고.”
“아마 네가 어머니를 제대로 불러본 게 이번이 처음일 거다.”
아, 그건 전에 식사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유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아버지 재혼하고 몇 번 뵀었지만, 네가 새어머니를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짧았거든.”
“그래?”
유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유연서는 사춘기가 겹쳤었고, 새어머니와 일부러 마주치지 않으려고 늦게 귀가했다.
최유진은 아들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지만, 새로 출범한 JSENM을 키우느라 바쁘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창호와 유건민이 중요한 일로 장기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유연서는 돌연 기획사에 입사해 데뷔했다.
“한 7년 전쯤인가······ 네가 할아버지랑 크게 싸우고 틀어진 이후 더 볼 일이 없었지. 네가 도통 오질 않으니.”
“뭐 그건······.”
“탓하려는 거 아니야. 그냥 지금처럼만 해 줬으면 좋겠다.”
최유진은 유연서뿐만 아니라 유은호를 대할 때도 살뜰히 챙겼다. 이렇게 챙기고 뒤로는 어떻게 한 게 아니라······ 그냥 유연서가 벽을 치니 다가올 수 없었던 건가?
가만, 7년 전쯤이면 원세븐 시절인가? 정황상 할아버지 때문에 탈퇴하게 된 시기를 말한 것 같은데.
‘아무튼, 가족은 너무 어려워.’
생각이 꼬리를 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는 아직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건 없는 애정이 부담스러웠다.
***
“컷! 한결 씨, 지금 건 좋았어요.”
이한결은 갑자기 멍해진 뒤로 NG를 잦게 내더니, 마지막 촬영 날이 되어서야 원래의 덤덤했던 상태로 돌아왔다.
‘한동안 나사 빠져 있더라니. 좀 괜찮아졌네.’
팬들이 촬영장 안까지 온 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그 팬들이 눈치 없이 촬영장 안까지 들어오긴 했어도, 뷔페 밥은 맛있긴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 팬을 본 적이 없네.’
하물며 박민우의 팬도 커피차 서포트를 하고는 배우님, 배우님하고 같이 사진까지 찍던데.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서포트 못 받았다고 아쉬운 게 아니라, 이런 싸가지 없는 본체에게도 팬이 있다고? 라는 순수한 의문이었다.
-옆갤 뷔페서폿 후기 봤냐?
우리도 갤주한테 서폿넣고싶다
└2222
└늅레터라서 잘 모르겠는데 왜 서폿 못 넣는 거야?
└└갤주가 자기보다 돈 많은 사람만 서폿해도 된다고 못박음
└└└아 이건;; 쉽지 않네
-근데 요새 갤주 뭐하냐?
영화 촬영하는건 아는데ㅠㅠ 사고 이후로 스느스 하나도 안올라오네ㅠㅠ
└얼굴 보고싶다ㅠㅠ
└갤보싶ㅠㅠㅠ
└갑자기 갤주 스느스 끊으니까 금단증상와;;
팬 커뮤니티 게시글은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근데 스느스? 스느스가 뭐지? 유연서가 검색 창을 열었을 때, 누군가가 그의 뒤에서 갑자기 다가왔다.
“뭐 보고 있어요, 형?”
아이 깜짝이야. 유연서는 어깨를 흠칫 굳혔다. 촬영을 다 끝낸 박민우는 마지막 단체 사진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냥, 팬들 반응?”
“형도 팬 반응 보는구나? 형 팬들 애정 장난 아니잖아요.”
“그래? 스느스에 글 안 올렸다고 막 우는데?”
“스느스? 아, SNS. 그러고 보니 형 원래 그런 거 엄청 많이 했잖아요.”
SNS에 무슨 글만 올려도 기자들이 기사로 퍼 날랐기 때문에 유연서에 별로 관심 없었던 박민우도 알고 있었다.
유연서는 하루에 다섯 번은 기본으로 올렸는데, 자신의 얼굴 자랑과 새로 산 명품 자랑이 대부분이었다.
“이참에 저랑 셀카 찍은 거 올려봐요 형. 영화 홍보도 할 겸.”
“그럴까?”
“형 폰 줘봐요.”
유연서는 순순히 자신의 핸드폰을 넘겼다. 박민우와 밀착해 셀프 카메라를 찍은 유연서는 더듬더듬 자신의 SNS를 들어갔다.
“이참에 제 계정도 팔로우 해 주세요.”
사실 박민우는 순수한 마음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유연서의 팔로워 수는 대한민국에서 TOP 5안에 들었기 때문에 자신을 홍보하려는 수작도 있었다.
‘그리고······ 실장님이 말한 것과 다르게 성격도 괜찮고.’
박민우는 가능하면 다음 작품에서도 유연서와 함께 하고 싶었다. 유연서가 들어가는 작품은 제작비가 남아돌아서 촬영 현장이 여유로웠고, 연기도 그간 보여준 것이 이상할 정도로 잘했다.
“뭐야, 나도 끼워줘.”
그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고르고 있을 때, 이한결이 사이에 꼈다. 결국, 유연서는 세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어플을 닫았다.
“고생하셨습니다!”
몇 번의 자잘한 촬영 끝에 드디어 ‘백호함’의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배우와 작가, 감독을 가운데 두고 전 스태프가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리 연서 씨가 고생하긴 스태프 여러분께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니, 다들 저기서 받아 주세요.”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이태겸은 전에 개 핑계 댄 것을 만회하려고 열심히 의견을 냈고, 촬영 종료 기념으로 모든 스태프에게 선물을 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은 꽤 그럴듯해서 수락했다.
스태프가 환호했고 유연서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물은 촬영에 필요한 필수품 몇 가지와 그가 앰배서더로 있는 명품 브랜드의 카드 지갑이었다.
“연서 씨.”
“감독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박호진 감독은 유연서에게 할 말이 참 많았다. 우리 작품을 골라줘서 감사하다고, 내가 데뷔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왠지 지금의 유연서라면 이런 소리 듣는 걸 싫어할 것 같았다.
불퉁한 얼굴로 그게 왜 내 덕이냐고 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박호진 감독의 마음에서 유연서의 평판은 달라져 있었다.
유연서는 촬영을 무단으로 펑크낸 뒤로는 다시 성실한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연기와 성실한 태도 때문에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이미지는 꽤 좋아졌다.
“다음 작품에서도 같이 해주실 거죠?”
“글쎄요, 그게 괜찮은 작품이면요.”
유연서도 ‘백호함’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강진후 시절과 엇비슷한 상황이 그랬고, 이 시대로 와서 참여한 첫 작품이라는 것의 의미가 컸다.
“네, 꼭 좋은 대본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내년에 홍보 활동할 때 봬요.”
박호진 감독의 말에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함’의 스태프는 다른 작품의 스태프로 활약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확연히 달라진 유연서의 성격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근데 유연서가 좀 달라졌던데?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