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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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머니.
“일은 잘 끝마치고 왔어요?”
“네.”
유연서는 어느새 제 뒤에 서 있는 임승현을 바라봤다. 오범수를 협박했을 때는 눈빛이 매서운 게 꽤 살벌했는데, 지금은 반듯한 회사원이 되어 있었다.
임승현씨 안 그렇게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이런 사람이 자신의 밑에 있으니 꽤 든든했다.
“도련님, 오늘 회장님댁 가시는 게 맞나요? 제가 알기로는······.”
“내일이지.”
유연서가 피식 웃었다. 사실 오범수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주성, 특히 유창호 회장의 이름값은 대단했다. 여기저기 떠도는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과장 좀 보태서 대통령보다도 힘이 세다고 느낄 정도였다.
“재밌잖아요.”
유연서가 고갯짓했다. 그 방향 끝에는 오범수가 초조한 얼굴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 아마 유연서가 할아버지 댁에 가서 다 일러바치기 전에 빼돌린 돈을 주지 않으면 연예점프 꼴 날 줄 알고 지레 겁먹어서 저러는 것 같았다.
그 꼴사나운 모습에 임승현도 웃었다.
“제가 괜히 나섰군요.”
“속 시원했으니 됐어요.”
속 시원했다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임승현은 유연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자선사업가가 아니므로 가망 없는 아이돌 그룹에 그렇게까지 돈을 쓰는 경우가 있을까? 고작 1년 4개월 정도의 인연에? 망나니 소문과는 달리 꽤······ 의리 넘치지 않는가.
“왜 그러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글쎄요······. 기억나는 건 없는데.”
“아.”
임승현은 유연서의 기억 상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나름 탈퇴에 관한 책임은 지려고 했는데······.’
원세븐과의 사이는 왜 안 좋을까? 왜 밝히지 않았을까? 그가 아는 본체의 성격이라면 내가 이렇게 투자했으니 잘하라며 으스대고도 남았을 것이다.
‘원세븐과 있던 시간이 꽤 행복했어서?’
고작 그 감정 때문에? 어째 기억 동기화를 하면 할수록 의문만 늘어났다.
유연서는 한숨을 쉬고는 괜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문득 유은호에게 왔던 전화가 생각나서였다.
[어머니 귀국하셨다. 이번에는 꼭 와라.]이번에는 이라는 것을 보니 원래의 유연서도 가족 모임에는 제대로 참여 안 한 게 분명했다. 어쨌든 집안일에 최대한 협조적이어야 할아버지도 연예인 관두라는 소리는 안 할 테니 가긴 갈 것인데······.
‘어머니라······.’
어머니라는 사람은 아직 미지의 인물이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연서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봤다. 가족 관계에 등록된 인물이 전부 파란색 글자였다. 인물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최유진 JSENM 부회장.
신문사와 케이블 방송사를 보유하고 있던 아진 일보의 장녀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휘청한 집안의 사업 부진을 끌어안고 주성 일가에 입적했다.
이희서가 죽은 뒤 몇 년간 재혼하지 않고 홀로 살던 유건민과 정략결혼 뒤 아진 일보와 주성의 미디어 사업부가 합병해 JSENM이 탄생했다.
JSENM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그녀는 타임스지에도 실릴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대한민국 여성 기업가 중 1위를 놓치지 않았으며, 최유진의 부친인 최두철 회장은 무늬만 회장일 뿐 실세는 최유진 부회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네······.’
아무리 주성에서 도움을 줬다고 하나 이렇게 가파르게 기업을 성장시킨 건 최유진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서였다.
최유진과 유건민은 꽤 사이가 좋은지 공식 석상에도 같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으며 각자 집안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임승현씨, 어머니에 대해 뭐 아는 거 있어요?”
“저보다는 상무님께 여쭤보는 게 빠를 겁니다.”
“그런 것보다는······ 있잖아요. 소문 같은 거.”
“그······ 제가 말씀드리기는 곤란한 입장입니다만······.”
“무슨 말 해도 괜찮아요. 내가 기억나는 게 없어서.”
임승현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최 부회장님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다른 기업의 혼인 제안을 거절하고 버텼다고 합니다.”
“그래요?”
“소문으로는 최 부회장님이 남몰래 유 부회장님을 좋아해서 그런 거라는 얘기가 있던데······.”
“어······ 더는 안 말해도 되겠네요.”
유연서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이 느낌을 굳이 설명하자면, 부모의 애정행각을 목격한 느낌?
임승현은 작게 웃었다. 사실 더 곤란한 질문이 나올까 봐 초장부터 세게 나온 것이었다. 확실한 정보라면 몰라도 말단 사원이 소문을 함부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도련님과 상무님을 꽤 아낀다고 들었습니다.”
“나랑 형을요?”
“네.”
그건 좀 의외인데······ 피도 안 섞인 자식을 꽤 아낀다라? 유연서는 믿을 수 없었다.
만약 유건민과 최유진 사이에 아이가 있었더라면 더욱 막장드라마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엄마가 정말 자살했다고 생각해?]‘그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심에 유연서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기억 동기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진짜 잘하네.”
그는 잡생각을 떨쳐내려고 박민우가 연기하는 것에 집중했다. 유약했던 해군 수병 박지원의 각성 장면.
유연서도 나름 명장면을 만들긴 했지만, 연기라기보다는 기억 동기화에 의존한 현실이었다. 다음에는 이런 요행을 바랄 순 없다.
‘레슨 선생을 더 알아보라고 할까?’
박현정이 잘 가르치긴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서 가르침 받을 시간이 얼마 없었다. 유연서는 박민우가 자신의 연기를 따로 저장한 것처럼 박민우의 연기를 눈에 꽉 담았다.
“······근데 저 사람들 뭐죠?”
“일단 스태프는 아닌 것 같네요.”
원세븐은 무명이었다가 한 번의 역주행으로 빵 터진 그룹이었다. 기존에 남아있던 한줌의 고인물 팬과 역주행으로 유입된 팬이 자연스럽게 동화되지 않고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거기가 이한결은 단막극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드라마 팬까지 붙어 버려 팬덤 분위기는 어수선함의 극치였다.
“이렇게 들어와도 돼요? 촬영 궁금하긴 했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어? 인증 사진도 찍고 후기도 남겨야 하잖아. 나 전에 덕질했을 때는 이렇게 들어와도 뭐라 안 했어.”
“요즘은 업체에서 다 해주잖아요.”
뷔페 서포트를 위해 촬영장에 온 총대들이 입구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소속사 선에서 안 된다고 못을 박거나 그렇지 않으면 매니저 선에서 촬영에 방해 안 되게 쳐내야 했다. 하지만 오범수는 임승현과 있던 일로 정신없는 상태였고, 스태프는 다들 자기 일을 하느라 바빴다.
“헉! 한결이다!”
이한결을 발견한 팬들이 손을 흔들었다. 이한결이 놀라서 어쩔 줄 모르다가 일단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팬들에게 다가갔다. 유연서는 그 광경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태겸, 저게 일반적인 거야?”
“아니? 서포트 넣었다고 해도 저러면 큰일 나는데. 저쪽 매니저는 뭐 하고 있는 거야?”
박 실장에게서 교육을 허투루 받고 있지는 않은지, 이태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원세븐의 매니저를 찾았다. 자칫하다가 촬영 현장이 유출되면 큰일 난다.
“저기······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
“그래요? 어머, 몰랐네.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 어쩜 이렇게 딱 배우님을 만나네?”
“그······ 저도 다음 신 촬영 있어서요.”
이한결은 전에 목격했던 일만 해도 생각이 복잡한데, 역주행 끝에 생긴 소중한 팬이라서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하고 애를 먹고 있었다.
유연서는 팔짱을 끼며 그 광경을 남 일보듯 했다. 카메라 안에서는 박민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저 몰입을 깨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꽤 곤란해 보이는데······.’
이럴 때는 망나니가 나가야지.
“형.”
유연서가 이한결의 등을 툭 치자, 이한결의 팬들은 헉, 유연서다 라며 수군거렸다.
“어, 어어.”
평소 덤덤한 모습은 어디 가고 어리바리했다. 마치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것처럼.
오늘따라 별별 꼴을 다 본다. 유연서는 작게 한숨 쉬고는 이한결의 팬들을 응시했다.
“뭡니까? 여기 촬영하는 거 안 보여요? 이한결 앞길 막고 싶으면 계속 그러시든가.”
대뜸 그렇게 쏘아 부치고는 근처에 있던 스태프를 불렀다. 스태프가 이한결의 팬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와, 재수 없어.”
“진짜 성격 더럽다.”
“근데 둘이 사이는 좋은 거 같은데요?”
“에이, 설마.”
다 들리는데. 유연서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평판작도 물 건너간 거 되는 대로 살기로 했다. 어차피 내 팬도 아닌데, 같이 작품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잘하면 되겠지.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이한결이 유연서의 뒤에 바짝 붙었다.
“왜 그랬냐?”
얘는 곤란한 상황에서 구해줘도 이러네. 유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굳이 이유가 필요해?”
촬영에 방해되잖아.
불퉁하게 말한 유연서는 박민우의 옆으로 다가갔다. 배울 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남겨진 이한결이 마른 세수를 했다.
***
그리고 다음날. 자신의 촬영 분량을 끝마친 유연서는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를 위해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트장을 나섰다.
“연서야.”
“어?”
어쩐지 소란스럽다 싶더니, 유은호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 기대서 유연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일반인임에도 홈 마스터가 붙었고 팬 카페가 생길 정도로 팬덤이 형성되어 있었다. 대기업의 젊은 임원이라는 배경과 이희서를 닮은 얼굴 덕분이었다.
“뭐야? 또 나 잡으러 온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임승현씨는 퇴근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임승현은 가만히 서 있었다. 뭐야, 설마 내가 안 말해서 이러나? 유연서는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퇴근하세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도련님.”
유연서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냉큼 말하고는 이태겸을 데리고 밴으로 향했다.
아무리 유연서의 밑에 있다 하더라도 임승현은 주성 그룹의 전략 기획 본부 소속이고, 어쩌면 상급자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은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임승현 씨는 어때?”
말투에 웃음기까지 있었다. 조수석에 탄 유연서가 말했다.
“어, 편해. 알아서 다 해주더라.”
“그래?”
오범수 협박할 때는 장관이었지. 유연서는 그 말을 삼키고는 미소 지었다.
유은호는 그런 유연서를 잠시 쳐다보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동생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게, 사람 하나는 잘 뽑은 것 같았다.
“어머니도 너 사고 나서 기억에 문제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그러니까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식사만 하면 돼.”
“그래?”
“······지금 너 보면 좋아하실 거다.”
그럼 전의 나는 안 좋아했다는 건가? 불쑥 튀어나오는 의심에 유연서가 고개를 저었다.
몸도 어느 정도 회복했고, 이제 다시 기억 동기화를 시작해도 되겠다. 부디 그 기억 속에 중요한 정보도 들어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을 때, 유연서는 유은호가 했던 말의 의미를 뒤늦게 눈치챘다.
“연서야, 오랜만이구나. 너 중환자실 있을 때 봤었는데······ 몸은 괜찮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몸은 좋아졌습니다.”
최유진이 눈을 크게 뜨더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이 반짝반짝한 게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 같았다.
뭐야, 왜 이래?
“와······ 여보, 들었어요? 어머니래요.”
“네.”
“세상에, 어머니라니······ 진짜 많이 다쳤구나. 어쩜 좋니······.”
뭐야, 유건민 버전 2?
‘어째 생각한 거랑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