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3)
장기 해외 출장을 떠난 유 회장과 아버지를 보기 위해 전용기에 올라탄 유은호는 유연서 쪽 비서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연예 기획사에 들어간 유연서에게 특이 사항이 생기면 제게 말하라고 미리 매수를 해 뒀었는데, 정작 유연서가 알게 되면 감시하는 거냐고 하겠지만, 유은호 나름의 보호 조치였다.
‘진짜 데뷔하네.’
그렇게 생각하는 유은호의 찌푸린 미간은 그대로였다. 친모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생이 걱정돼서였다. 과연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게 맞을까? 이러다가 친모와 관련해서 잃은 기억까지 찾게 된다면?
“도련님, 곧 출발합니다.”
“네.”
핸드폰을 비행 모드로 바꾸고 좌석에 몸을 눕힌 유은호는 창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를 태운 전용기는 금세 상공으로 떠올라 구름 위를 노닐었다.
[아줌마, 내가 잡고 있는데······ 엄마가, 엄마가 이상해······.]그는 가끔 11살 때의 그 날을 생각했다. 당시 들었던 동생의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했다.
‘나였어야 했는데.’
동생은 워낙 천성이 웃음 많고 정이 많았었다. 그 사건 때문에 친모에 대한 기억도 잃을 정도였다.
유은호는 가끔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차라리 나였으면,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지 못해서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아들!”
유은호를 직접 마중 나온 유건민은 아들을 보자마자 냅다 포옹부터 했다. 유 회장도 워낙 기골이 장대하고 풍채가 남달랐는데, 그걸 그대로 이어받은 유건민도 한 덩치 했다.
“좀 탔네요.”
“이 일대가 다 사막이라서 그래. 은호야, 너도 선크림 꼭꼭 발라.”
“이거, 어머니가 아버지 드리래요.”
“와, 세상에. 그래 이거야.”
유건민도 소싯적에는 재벌가의 1등 신랑감이라 불릴 정도로 선이 굵었고, 박금주를 닮아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가족들을 보면 금세 헤롱헤롱해졌다. 유은호는 180도 달라지는 아버지의 표정 변화가 신기했다.
“아버지, 이거 보셨어요?”
“뭔데?”
유은호는 유연서의 데뷔 티저 사진을 보여줬다.
“······와.”
유건민은 한참을 그 사진을 들여다봤다. 원세븐의 데뷔 컨셉은 하이틴으로 짙은 스모키 화장에 검은색에 금속을 섞은 교복 버전과 청량한 버전 두 가지로 나뉘었다.
그는 흰 셔츠에 맑은 분위기를 내뿜는 둘째 아들의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제는 가슴에 묻어둔 그 사람과 닮아 있었다.
“······이 사진 나한테도 보내 주겠니?”
유은호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조금 먹먹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네. 어차피 내일 데뷔한다니까 실컷 보실 수 있을걸요.”
“내일?”
“네.”
“세상에. 뭐, 뭐부터 해야 하지? 우리 그룹 차원에서 광고 좀 할까?”
동생 쪽 비서의 말로는 할아버지의 눈을 피하려고 데뷔 하루 전날 공개하자고 했다고 한다.
논의 끝에 꼭꼭 숨겨 둔 비밀 멤버로 컨셉을 잡았다는데, 그쪽 소속사도 유연서를 무슨 비밀 병기로 취급해 이것저것 하려는 모양이다.
한참 흥분해서 이것저것 계획을 늘려놓던 유건민이 한숨을 쉬었다.
“이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벽을 쌓던 아들이 대뜸 보호자 서명을 부탁한다며 찾아왔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흔쾌히 사인했다. 자꾸 땅을 파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아들에게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찝찝했다. 따로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이돌 데뷔가 친모를 알기 위해서 시작한 거라면, 만약 기억을 다시 찾게 된다면······.
“연서는 뭐라니?”
“글쎄요.”
“연서랑 요즘 대화 안 했구나? 은호야······.”
“제가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아시잖아요.”
그래, 그렇지. 그의 첫째 아들은 사고를 겪은 동생에게 관심이 몰려 질투 날 법한데도 의젓하게 동생을 챙겼었다. 그게 대견해서 유건민은 유은호의 등을 토닥였다.
“할아버지가 가만둘 거 같으세요?”
“······그러게.”
두 사람은 유연서가 뭘 하든 응원할 수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
멤버들이 주변에서 신경 써 준 덕에 유연서는 드문드문 잠을 푹 잘 수 있었고, 예민함이 누그러드니 갑작스럽게 짜증 내거나 화내는 것도 줄었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작전이 먹혔다고 뿌듯해했다.
“우리 드디어 데뷔하네.”
“진짜로.”
원세븐의 데뷔 전날인 2011년 2월 13일, 쇼케이스가 열리게 될 빈 무대에서 감회에 젖은 원세븐 멤버들은 제법 규모가 큰 공연장의 모습에 미리 겁을 먹었다.
“근데 우리 쇼케이스에 올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요, 형들?”
“좌석 무료니까 그래도 두 줄은 채우지 않을까?”
기자 쇼케이스에 이어 관객을 초청해 짤막하게 진행될 무대에 사람이 몰리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물론 티켓값은 공짜였고, 다 유연서의 투자금에서 나왔다.
“오늘 연서 사진 공개되는 날이지?”
“반응 한번 보자.”
옹기종기 모여서 요즘 소속사가 많이 눈팅한다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았다.
데뷔 하루 전 공개되고 얼굴책 반응 난리난 신인 아이돌 멤버.jpg
└와;;
└얼굴 독보적이네요
└근데 나만 그분 떠오른거 아니지?
└이한결 걔도 괜찮긴 했는데 얘는 차원이 다르네
└남자 아이돌중에 이정도 인물이 나오다니ㄷㄷ;;
└유연서? 설마 제가 아는 그 유연서가 맞나요?
└└왜요? 유명해요?
└└└이희서 아들 이름도 유연서거든요. 제 친구중에 금수저 친구 있는데 걔랑 같은 학교 나왔어요
데뷔 하루 전날인 13일, 유연서의 얼굴이 공개되자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소소하게 그와 관련된 얘기로 화제였다.
-내일 원세븐 쇼케이스 무료라는데 한번 가볼까
-이번에 원세븐 프로듀서 S엔터 아이돌 곡만 맡는 유명 프로듀서라는데요
티저와 앨범에 돈을 쓴 티가 나서인지 가끔 언급은 있었는데, 유연서로 인해 더욱 언급이 많아졌다.
“역시 장난 아니네······.”
“아이돌 중에 저런 인물은 없잖아.”
정작 유연서는 뚱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걸 왜 봐.”
“네가 재벌이라서 모르는데, 앞으로 인터넷 반응도 좀 봐야 한다?”
“맞아.”
AST 엔터는 앞으로 유연서를 원세븐의 얼굴로 내세우고 일단 유연서를 위주로 그룹을 밀어줄 예정이었다.
당연했다. 이 당시에는 금수저 마케팅이 통했고, 그 이희서의 아들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여러 매체에 불릴 만했다.
“그래도 다른 신인 그룹보다 관심 많아서 다행이다.”
“내일 무대 잘해보자고.”
그렇게 숙소로 돌아온 원세븐 멤버들은 긴장을 풀려고 야식을 먹었고, 띵띵 부은 얼굴로 출근해야 했다.
“너희 설마 야식 먹었어?”
“그, 그게······.”
“내가 못 살아! 얼굴 붓는다고 6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했잖아!”
AST 엔터에서 언론도 담당하고 마케팅도 담당하고 팬 관리까지 담당하는 누나가 속 터져서 소리를 쳤다. 그들은 열심히 호박즙을 먹고 얼음찜질했다.
“······헉!”
“왜 그래?”
이중 유일하게 얼굴이 붓지 않은 유연서는 거울을 봤다가 익숙하게 보이던 그것에 숨을 삼켰다.
유연서의 몫까지 라볶이를 해치운 김이준이 또? 또야? 하면서 유연서의 신경을 분산시켰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얀 무언가가 살짝 보였다가 사라진 것도 같았다. 유연서는 습관적으로 제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요즘 들어 잠잠해졌지만, 그래도 완전히 없어졌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불안한데······.’
유연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
“잘 부탁드립니다!”
기자들 앞에 선 원세븐은 곧 수록곡 중 두 곡을 그리고 타이틀 곡을 불렀다. 기자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기사로 올렸다.
‘그냥 비주얼 멤버인 줄 알았는데 메인 보컬이네?’
‘이런 애를 어디서 데려왔대.’
‘그나저나······ 진짜 닮긴 닮았다.’
기자들의 공통된 의문은 하나였다. 유연서는 대체 누군가. 이희서가 남자로 태어난다면 딱 유연서처럼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주성 그룹과 무슨 사이인가.
“네! 무대가 정말 완성도 높았죠? 이제 질문받겠습니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자,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우리, 리더. 유찬 씨가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 우선······.”
초반에는 기자들에게서 쓸데없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유연서가 미리 질문지를 받고 그거만 답하겠다고 못을 박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상한 질문이 없는 건 아니었다. AST 엔터는 중소 소속사고, 기자들을 통제할만한 힘이 없었다.
“저······ 마지막 멤버로 공개된 연서 씨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데요······.”
“질문은 이제 끝난 거로 아는데요.”
“연서 씨의 티저 사진이 공개되고 여기저기서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혹시 故 이희서 씨와 무슨 관계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기자는 뻔뻔하게 유연서의 말을 무시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아, 쟤한테서 엄마 얘기 꺼내면 안 되는데. 멤버들의 시선이 유연서에게 집중됐다.
“······.”
잠시 유연서는 한숨을 푹 쉬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네, 제가 아들 맞습니다.”
곳곳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그럼······.”
“네, 아버지가 유건민 부회장이 맞고. 할아버지는······ 아시죠?”
그의 폭탄 발언을 끝으로 쇼케이스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원세븐의 연서는 “주성 그룹 3세”
故 이희서 닮은꼴로 화제였던 원세븐 연서, 아들 맞다
비주얼 메인 보컬 원세븐 연서, 주성 그룹 3세 故 이희서의 아들
유연서의 배경 덕분인지 원세븐은 실시간 검색어 10위 안에 들었다. 물론 기사 중 대부분이 유연서에 관한 내용밖에 없었다.
‘이래서는······ 조금 위험한데.’
초반에야 화제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게 굳어져서 원맨 그룹이 되면······ 좋지 않다고 느꼈다.
유연서는 포털 사이트가 원세븐이 아닌 자신의 배경에 초점이 맞춰진 게 마음에 걸렸다. 할아버지 귀에 이미 들어갔겠지?
그 생각을 하자마자 유연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형이었다.
“뭐야?”
(데뷔 축하한다. 일단은.)
“일단은?”
데뷔를 자축하는 멤버들 사이를 빠져나가 베란다에서 전화를 받은 유연서는 오랜만에 대화하는 형에게 틱틱 내뱉었다.
“할아버지도 이제 아시지?”
(아시지. 그렇게 걱정할 거면 일은 왜 저질렀어?)
“이상한 얘기할 거면 끊어.”
(연서야.)
“······왜.”
(지금 생활은 어때? 괜찮아?)
유은호는 항상 유연서를 살폈다.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유연서는 형의 과보호가 가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형은 친모에 관한 사건 때문에 자신에게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쁘진 않아.”
(······그래?)
“아직도 나 걱정하는 거야? 내가 애도 아니고······.”
(너 아직 애야.)
물론 형 눈에는 애처럼 보이겠지만, 이제 곧 성인이고. 그는 거실에서 데뷔를 자축하는 멤버들을 흘끔 바라봤다.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고 좋아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름 재밌긴 해.”
(그래, 알았다.)
유은호는 뭔가를 결심한 듯한 음성이었다.
“뭐 하려고?”
(아무것도 아니야. 이만 끊는다.)
“형, 형. 잠깐만.”
이미 전화는 뚝 끊겼다. 유연서는 허탈해서 핸드폰 화면을 빤히 응시했다. 진짜, 그만 좀 신경 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