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2)
이 얼간이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유연서가 데뷔조에 합류한 지 반년도 안 됐다. 합류와 동시에 쏟아지는 물량 공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단순 투자자면 열심히 해서 갚기만 하면 되지만, 그 투자자가 같이 활동할 멤버까지 병행하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갑작스레 로또를 맞으니 제정신이겠나. 이게 꿈인가 싶고, 곧 사라질 허상인가 싶었을 거다. 우리 간신히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데 유연서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근데 그게 나랑 벽을 치는 거라는 걸 모르나?’
유연서는 데뷔조에 합류하기 전에 대표에게서 멤버들의 이력을 들은 적 있었다.
다들 처음에는 이름 있거나 자본이 탄탄한 회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갔으나 점점 데뷔조에서 밀리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회사의 규모는 작아졌다.
그동안 자존감이 심해까지 파고들어서 ‘쟤는 남부럽지 않을 애가 왜 우리 팀에?’ ‘쟤는 아이돌 아니어도 충분히 다른 길로 성공하겠지’라고 생각해서 벌써 보내줄 준비를 하나 본데, 그게 한 편으로는 나를 팀에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지 않나?
‘내가 그렇게 신뢰를 못 줬나?’
그동안 ‘이까짓 돈은 푼돈이다.’ ‘연예계 데뷔는 그냥 일탈이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집까지 나와서 같이 생활할 정도면 나도 어느 정도는 진심인데······ 유연서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티스트 계약 몇 년이야, 7년 아니야?”
“맞아.”
“그럼 적어도 7년은 하겠지. 너넨 7년도 안 할 거야?”
“우, 우리도······.”
유연서의 날카로운 시선에 멤버들이 눈동자를 굴리며 그 시선을 피했다.
“아니, 너는 너무 잘났잖아. 왜 굳이 우리 회사에, 우리 팀에······.”
“맞아요.”
“솔직히 이제 형 아니면 우리 아무것도 아닌데······.”
윤유찬을 시작으로 멤버들은 숨겨 놓았던 제 속마음을 터놓았다. 이 싸구려 불고기에 누가 술이라도 탔나? 뭔 별······ 유연서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내가 아무리 성격 더러워도 말이야.”
알고 있네? 멤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연서를 쳐다봤다.
“막 그렇게, 의리 없는 놈은 아니거든?”
“그, 그래?”
“날 뭐로 본 거야?”
“천재, 개싸가지, 재벌, 재수 없어. 그리고 자, 잘생······ 김. 아야!”
박주원이 숟가락으로 김이준의 입을 때렸다. 말하란다고 그렇게 솔직히 말해 버리냐?
“나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 회사 찾은 거 아니거든?”
“그, 그래?”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밥이나 처먹어.”
평소처럼 뚱한 얼굴로 대답했지만, 적당히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라는 건 알겠다. 멤버들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그렇지?”
“우리가 너무 의심을 많이 했지?”
“우리 연서 형, 많이 먹어.”
정우현이 제 앞에 있던 고기를 유연서에게 몰아 줬다. 유연서는 그걸 한 입 털어 넣고는 생각했다. 뭐, 제법 맛있네.
“그러면, 우리 팀명 이거 어때?”
“뭐?”
“원세븐.”
멤버들은 제비뽑기로 대표가 엄선해 온 그룹명을 떠올렸다.
연예계를 평정할 신인 그룹의 힘찬 발차기 ‘재트킥’, 가요계 돌풍을 일으키라는 의미에서 ‘메가 허리케인’ 줄여서 ‘메허’ 따위보다는 훨씬 낫긴 한데······.
“무슨 의미인데?”
“우리 일곱 명은 하나다. 일곱 명이 적어도 7년 이상은 함께할 거니까. 7의 의미도 많고.”
“오······.”
윤유찬의 말에 몇몇 멤버들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뭐, 나쁘지 않네.”
“나도.”
“난 좋은 듯?”
“그럼 이거 우리 매니저 형한테 보낸다?”
“그러든가.”
유연서의 허락을 끝으로 윤유찬은 신나서 핸드폰을 들었다. 매니저는 ‘너희들 알아서 해라’라는 다소 무책임한 답장을 했지만, 허락이나 마찬가지였다.
“야! 고기 탄다!”
“잠깐만, 너무 그렇게 뒤집다간 떨어져······!”
“아안돼! 50원짜리 고기가!”
황급히 고기를 뒤집다가 한 점 떨어뜨리자, 멤버들은 세상을 잃은 듯 절망했다. 유연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식사하는 게 얼마 만이지? 거의 처음일 것이다.
“그럼 우리 예명도 정해?”
“난 이미 정했어. ‘아이돌 마스터’라고, 줄여서 ‘아스터’······.”
“구려.”
박주원의 이상한 예명에 남은 여섯 명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춤 연습에서 삐걱거리던 합이 여기서 이렇게 맞다니.
“아, 왜!”
“형, 설마 ‘메가 허리케인’도 형 의견인 거 아니지?”
“그, 그건······.”
“이 새끼 맞네!”
윤유찬이 벌떡 소리치고 이한결이 박주원의 등을 두들겼다. 두 맏형 라인의 공세에 동생들도 합류해서 박주원 몰이를 시작했다.
“진짜 주원이 형 예능 나가서 그딴 거 말하지 마요.”
“악! 살려줘!”
“하하!”
유연서도 결국은 소리 내 웃었다. 더러운 성격 탓에 다가오던 사람들도 멀어졌고, 이렇게 스스럼없는 친구를 사귄 적은 없었다. 자연스레 몸이 이완된다.
그의 웃음을 보고 여섯 명은 동시에 행동을 멈췄다. 평소 입꼬리를 올리지만, 눈은 웃지 않는 까칠하고도 살벌한 웃음을 날리던 유연서가 이렇게 해맑게 소리 내서 웃는다고?
“뭐, 왜.”
갑자기 왜 나를 쳐다봐?
“와 방금 유연서 웃는 거 봤냐?”
“미친, 남자한테 심장이 두근거리다니 자존심 상해······.”
“유연서잖냐. 두근 인정.”
“야, 다시 웃어보면 안 되냐?”
“아, 꺼져.”
순식간에 몰이 대상이 박주원에서 유연서로 바뀌었다. 한결 편안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뒤 유연서는 멤버들에게 확신을 줬던 이 날을 후회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믿음과 신뢰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 깨질 수 있고, 아직 집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연서는 언제든 강제로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
갑작스러운 단체 회식 이후 멤버들이 유연서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전에는 같은 멤버여도 묘한 상하 관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동등한 동생, 친구, 형 관계로 변했다.
“아 씨발!”
“왜! 또! 왜!”
“저 거지 같은 스피커가 열받게 하잖아! 대체 저 낡은 걸 왜 써?!”
“난 너 보고 열받거든?! 갑자기 또 왜 이래?!”
유연서가 또 지랄병을 부리면 멤버들은 지지 않고 왜 또 지랄이냐며 싸웠고, 그렇게 싸우다 보면 어느새 유연서를 괴롭히던 환영과 귀를 간지럽히는 감각도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얘들아. 걔가 돈 같은 거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양심이 있지,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냐?”
“그렇지.”
“우리도 뭐 주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 걔 지랄병의 원인이 뭘까?”
“그냥 성격 아니야?”
“아니, 무슨 병 같지 않냐? 분노 조절 장애라던가······.”
유연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멤버들을 소집한 윤유찬은 진지한 얼굴로 멤버들의 의견을 수집했다.
“그거 정신병 아니야? 그건 너무······ 좀, 그렇지 않아?”
“그, 그런가?”
이 당시에는 아직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았다. 병 취급하는 게 꺼려진 멤버들은 다른 것으로 화제를 돌렸다.
“나 사실 좀 걸리는 거 있었어.”
유연서를 보는 선입견이 사라진 멤버들이 느낀 게 있었다. 유연서는, 뭔가를 보는 것 같다.
“뭐야, 무섭게.”
“사실 확실하진 않아. 그냥 멍 잘 때리는 성격인 거 같기도······?”
“나도 그거 느꼈어.”
“유독 땅을 보면서 걷지? 허공에 뭐 보기 싫은 게 있는 것처럼. 그러다가 거북목 생기는데.”
설마 귀신 보는 거 아니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강준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근데 연서 형 귀 긁는 거 당장 어떻게 해야 할 거 같은데······ 곧 우리 티저 촬영 있잖아요.”
“하긴, 귀에 계속 피딱지 있더라.”
“계속 두다간 흉 지겠는데요. 그 형 얼굴에 흉터 생기면 국가적 손실 아닌가?”
“어떡하지?”
갑자기 심각해진 멤버들은 짧은 상의 끝에 작전을 정했다. 유연서가 귀를 긁을 조짐이 보이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정신을 쏙 빼놓는다는 아주 단순한 작전이었다.
“아······ 쓰읍.”
유연서가 고개를 숙인 채 또 양손을 귓가에 가져다 대자, 마침 그의 옆에 있던 김이준이 크게 소리쳤다.
“아악! 야! 큰일 났어!”
“뭐, 뭐야?”
“뻥이야.”
“이 새끼가······.”
김이준이 도망가고, 유연서는 그를 잡으러 다니느라 귀를 긁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밀착해서 신경 쓰니 귀의 피딱지가 점점 사라져 갔다.
***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어, 어어. 오늘 잘해보자고.”
앨범 작업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유연서의 자본과 이때까지는 아직 의욕이 만발했던 최동원의 노력으로 프로듀서를 웃돈 주고 데려올 수 있었다.
그들은 첫 미니 앨범의 녹음을 진행하고, 티저에 쓸 영상 화보를 찍기 위해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AST 엔터가 어디야? 간판이 누군데?”
“대표가 최동원이라는데, 강민하 매니저 출신······.”
“인물은 쟤랑 쟤가 좀 괜찮네. 그 외에는 영······.”
수군대던 스태프들은 뒤늦게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 유연서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쟤는 누구야?”
“멀리서 봐도 장난 아닌데?”
유연서는 뒤늦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멤버들에게로 합류했다. 스태프들은 뒷말하던 것도 잊고 유연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와······ 인물 났네, 인물 났어.”
“얘넨 데뷔하자마자 되겠다. 쟤 하나만 있으면.”
얘네는 무슨 듣보 회사 소속 아이돌 연습생이냐, 이렇게 찍어도 망하는 거 아니냐는 태도로 일관했던 사람들은 뭘 어떻게 찍어도 그림 같은 유연서의 모습에 감탄했다. 저절로 촬영 의욕을 끌어 올려서 다른 멤버들도 의욕적으로 담았다.
“오늘 고생했고, 나중에 성공하면 잊지 마라.”
“감사합니다!”
멤버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받던 감독은 유연서를 유심히 보며 운을 뗐다.
“그러고 보니······ 너 말이야.”
“네.”
“누구 닮았다는 소리 안 들었어?”
“예?”
“익숙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알아? 이희서라고······ 햐, 진짜 전설이었는데. 한 번만······.”
자꾸 떠보듯이 깔짝이는 말투가 좀 아니꼽다. 유연서는 마침 감독의 옆에 있는 유리 재떨이가 눈에 들어왔다.
“야! 연서야! 우리 이다음에 스케쥴 있다.”
멤버들이 알아낸 것 중 하나, 유연서는 친모를 언급하는 것을 싫어한다.
당연히 싫어하겠지. 마지막이 그렇게 됐는데. 게다가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좋은 말을 할 것 같진 않다. 이한결이 유연서의 뒤통수를 잡고 푹 숙이게 했다.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 어어 그래.”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스튜디오 밖으로 향했다.
“뭔데. 우리 스케쥴 없잖아.”
“내가 너 생화학 테러에서 구해준 거야. 감독님 입내 쩔지 않았냐? 무슨 커피에 담배 냄새에······.”
“좀 심하긴 했지.”
사실 감독이 헛소리하면 나도 뭘 할지는 몰랐다. 적당할 때 나타나 끊어 준 이한결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형, 누가 형 욕 안 해요. 귀 그만 긁억!”
“그래 맞아! 우리는 정직하게 앞담하지 비겁하게 뒷담하지 않아!”
“야! 이거 봐!”
멤버들의 그런 행동이 계속되다 보니 유연서도 당연히 눈치챘다.
‘나 지금 배려받는 건가.’
귀를 긁으려고 할 때쯤이면 갑자기 나타나서 손을 찰싹 치고 음악을 듣게 하거나, 뭐가 보일 때쯤이면 뭐 귀신 보냐며 제 앞에서 방방 뛴다든지······.
“야, 유연서.”
“······어?”
그리고 이 멤버들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 유연서는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김이준의 손길에 눈을 떴다.
“일어나. 알람이 그렇게 울리는 데 안 시끄럽냐?”
“뭐?”
“빨리 일어나. 우리 나가야 해.”
알람이······ 울렸었어? 원래 알람 울리기 전에 깼는데.
‘뭐야.’
나 지금 푹 잔 거야? 도중에 깨는 것 없이? 유연서는 멍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제 눈을 비볐다.
“······허.”
이거 꽤······ 효과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