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1)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아직 없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단호한 목소리에 유 회장은 한숨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알았어요. 선영이 곧 간다니까 적적하진 않을 거예요.”
유창호가 전화 통화를 끊었다. 상대방은 유럽으로 요양을 떠난 박금주였다.
[미안해요. 자꾸 그 애 얼굴에서 희서가 보여서······ 더는 못 있겠어요.]아들은 재혼도 하고 착실히 후계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가끔 이희서를 그리워하는 것이 보였다. 아내도 먼저 떠난 며느리의 망령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유창호는 심기가 불편해져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집무실을 노크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3세들을 전담하는 전략기획실 쪽 사람이었는데, 3세들 중에서 특이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회장에게 보고해야 했다.
“저, 회장님. 연서 도련님이······.”
“그 애 얘기는 이제 하지 마. 안 그래도 중동 건으로 머리 아프니까.”
어릴 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 곧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에 갈 둘째 손자다. 군대까지 다녀오면 철없는 것은 나아지겠지.
유 회장은 큰 프로젝트를 앞둔 가운데 손자 생각으로 마음을 어지럽히긴 싫었다.
“앞으로 큰일 아니면 나한테 보고는 생략해.”
비서는 유창호의 단호한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렇게 싸고도는 둘째 손자가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은 분명 큰 이슈였다.
‘이미 회장님도 알고 계시나?’
어차피 유건민의 뒤를 이을 사람은 유은호니, 유연서는 아예 다른 길로 꺾어 후계 구도를 위협하지 않게 하기 위함인가? 하긴, 최유진도 있으니 아예 연예계 쪽으로 트는 게 나을 수도······.
“······알겠습니다.”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린 비서는 조심스레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유연서가 아이돌 연습생이 됐다는 사실은 유 회장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
유연서가 짜온 스케쥴대로 하루하루를 보낸 지도 석 달이 지났다. 데뷔조 멤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하루를 보냈다.
“개 힘들다.”
유연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매니저, 김두현은 그들의 레슨을 응원하며 운전 수발을 들었는데, 아직 적응이 잘은 안 되었다.
“요새 진짜 살맛 나지 않냐?”
“맞아.”
동갑 친구인 윤유찬과 이한결은 땀에 절어 있어도 불쾌하지 않았다.
유연서가 오기 전까지는 회사가 데뷔시켜줄 의지는 있어도 ‘우리가 뜰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다.
윤유찬은 심지어 가망 없으면 대학 간다고 입시 서적을 왕창 사기도 했었다.
“우리 이제 보컬 수업 있지?”
“어, 10분 뒤에······ 오늘 보컬쌤 신유라래.”
“진짜? 그 사람 개 유명하잖아.”
하지만 유연서가 하늘에서 떨어진 이후 AST 엔터는 드디어 연예 기획사의 구색을 갖춰가고 있었다.
심지어 유연서가 대표를 닦달해서 유명한 프로듀서랑 뮤비 감독까지 섭외한다고 듣기도 했는데, 곧 팀명도 정해질 거고 첫 녹음까지 앞두고 있었다.
“연서야. 숙소 안 가?”
“형들 수업 끝나고 같이 가. 나 김이준이랑 춤 연습 좀 더 하고 가게.”
게다가 유연서는 자신에게 할당된 연습이 끝나도 연습실에 제일 마지막에 남아 있기도 했다.
저렇게 노력하고 팀을 위해 돈을 뿌릴 정도니, 멤버들은 암묵적으로 유연서가 무슨 지랄을 부려도 참아주기로 합의했다.
“독하다. 진짜.”
“나 솔직히 쟤 저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어.”
솔직히 선입견을 품을만한 외모였다. 그들이 생각했던 유연서의 첫인상은 건방지고, 싸가지 없고, 얼굴만 믿고 대충 연습할 줄 알았다.
‘솔직히 저 얼굴이면 그냥 향기 없는 꽃이어도 누가 아무 말 못 할 텐데······.’
그런데, 오히려 춤을 봐주는 김이준이 먼저 뻗을 지경이었다.
“뭐? 여기서 더 한다고? 야 너는 잠 안 자냐? 나 진짜 피곤한데······.”
“아, 한 번만 더 봐줘.”
“에라이 미친놈아. 너 이제 연습 안 해도 된다니까? 좀 자라!”
“난 원래 잠이 없는 편이야.”
댄스 연습실의 문을 닫으려던 이한결은 유연서의 말에 고개를 기우뚱했다. 잠이 없는 게 아니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거 같던데?’
이한결은 유연서와 한 침대를 썼다. 1층은 유연서가, 2층은 이한결이 썼는데, 한 번 자면 죽은 듯이 자는 이한결도 밑층에서 하도 뒤척거려서 중간에 깬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이한결은 짜증 나지 않았다. 이미 유연서는 그룹의 메시아나 다름없었다. 유연서가 없으면 회사도, 우리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귀 좀 그만 긁어. 전에도 피 났잖아. 누가 너 욕하냐?”
“그런가 보지.”
김이준의 장난을 유연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의 문제는 허공에 뜬 이희서의 모습을 보는 거에 그치지 않았다. 귀가 자꾸 거슬린다.
‘그 저택을 벗어나면 안 들릴 줄 알았는데······.’
가끔 공포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누군가가 소름 끼치게 속삭이는 소리가 귀 근처에서 울려서 습관적으로 귀를 긁어댔다.
그게 거슬리고, 짜증이 폭발한다. 초장부터 자본의 맛을 보여줘서 그런지 멤버들은 그러려니 넘기고 있지만, 계속 이러다가는 늘 받아주던 멤버들도 골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제가 안 된다.
“뭐 해. 안 가?”
“어? 어어······ 가야지.”
유연서와 눈이 마주친 이한결은 황급히 연습실의 문을 닫았다.
“근데 유연서 춤도 마스터했잖아? 더 연습할 건 없지 않아?”
원래도 재능이 좀 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수업을 따라오더니, 이제는 제법 프리스타일도 출 줄 알았다. 저런 애가 아이돌 안 하면 연예계에 손해지. 암. 윤유찬은 히죽 웃었다.
“쟤 혼자 있는 거 무서워하는 거 아냐?”
“에이, 설마.”
박주원은 사정상 본가에 잠깐 내려갔고, 정우현과 강준우는 한창 랩 수업 중이었다. 김이준도 남은 수업이 있었고, 지금 가도 숙소엔 아무도 없다.
“아냐. 쟤 은근 여려. 그, 뭐냐. 뒤에서 챙김?”
“야 유찬아.”
이한결이 심각한 표정으로 윤유찬을 불렀다.
“넌 쟤가 우리랑 끝까지 갈 것 같냐?”
“갑자기 그게 무슨 불길한 소리야? 우리 아직 데뷔도 안 했어.”
멤버들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도 유연서의 덕이 컸다. 그는 가장 뒤늦게 합류했지만 단번에 그룹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현상인가? 이한결은 유연서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도 안 좋다고 생각했다. 걔는 우리 없어도 잘 될 사람이다. 그런데 걔가 갑자기 사정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그렇잖아. 재벌 3세에 이희서 아들이라 화제성도 대박이니 솔로 해도 될 텐데······.”
“······.”
“보니까 주성 그룹 계열사 진짜 많던데 걔가 물려받을 게 없겠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불퉁한 얼굴로 대답하는 윤유찬의 모습. 아, 저거 더는 듣기 싫다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이한결은 멈추지 않았다. 리더인 윤유찬은 알고 있어야 한다. 이 현상이 전혀 좋지 않다는 것을.
“쟤가 갑자기 딴 길로 새더라도 우리가 그래도 좀······ 응원해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윤유찬은 이한결을 내버려 두고 먼저 보컬 연습실로 들어갔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유연서가 없으면 이런 것도 끝이라는 것을. 너무 의지했다가 나중에 몰아칠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데뷔 희망 고문으로 몇 년을 붕 떠 있었다. 간신히 잡은 황금 동아줄을 놓치기 싫었다.
***
유연서가 연습실에 들어가자, 뒤따라가던 멤버들은 유연서의 눈치를 봤다. 어제, 안무 연습하다가 갑자기 짜증을 확 부리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요새 유연서 지랄병 심하다? 무슨 일 있나?”
“······음, 그냥 우리가 봐주자.”
김이준은 동공을 사정없이 떨면서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박주원을 빤히 응시했다.
“주원이 형은 뭐 알고 있지?”
“그게······.”
새벽에 박주원은 배고파서 잠이 오질 않아 멤버들 몰래 주방으로 향했었다.
‘뭐 먹을 거 없나?’
곧 데뷔하니 식단 관리 잘하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하고 신나서 냉장고를 뒤지던 그는 침실에서 거실로 누가 우당탕 뛰쳐 나오는 소리에 죽은 듯 주방에 숨어 있어야 했다.
‘뭐, 뭐야······’
[아······ 시발.]‘유연서?’
박주원은 숨을 죽이고 유연서의 행동을 지켜봤다. 거실에 무릎 꿇고 앉은 유연서는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천장에 봐서는 안 될 것이 있는 듯했다.
[진짜, 아······ 그만.]‘어, 어떡하지?’
딱 봐도 제정신이 아닌 건 알겠다. 한참을 호흡을 가쁘게 쉬던 유연서는 제 귀를 거칠게 긁다가 힘겹게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헛구역질.
박주원은 그가 들어간 화장실 문을 물끄러미 보다가 살금살금 침대로 복귀했다.
‘그걸 어떻게 얘기해?’
괜찮냐고 끼어들기도 힘든 분위기였다. 박주원이 시선을 피하며 김이준의 재촉을 무시하던 때, 큰 소리가 들렸다.
쾅!
“뭐, 뭐야?”
“우리 연습실에서 난 소리 같은데?”
후다닥 연습실의 문을 여니,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유연서가 멤버들을 쳐다봤다.
농담 안 하고 눈에서 안광이 나올 법한 살벌한 시선에 몸을 움찔거리다가도, 아수라장이 된 연습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헐.”
“네가 깬 거야?”
“······거슬리는 게 있어서.”
저택을 벗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것에 짜증 나서 의자를 던져 버렸다. 와장창 깨진 거울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 형 다치진 않았지?”
“야 잠깐만. 움직이지 말아 봐. 유리 밟으면 어떡해?”
유연서는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일단 제 몸을 걱정하는 멤버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근데 유리 저렇게 박살 났으면 오늘 연습은 못 하나?”
“그러게.”
깨진 거울은 어차피 유연서의 전화 한 통이면 멀쩡히 복구될 걸 안다. 유연서가 안 고쳐줄 사람도 아니고. 그들이 걱정되는 건, 요새 자꾸 행패를 부리는 유연서의 멘탈이다.
‘하긴, 요새 너무 일정이 빡세긴 했어.’
뭔가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한데, 쟤가 흔들리면 우리가 다 흔들린다. 이럴 때는 기분 전환이 필요한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윤유찬이 제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야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오, 유찬이 형이 웬일로?”
“엄마한테 용돈 받았어. 우리 전에 갔던 거기 갈래?”
“그 피 같은 용돈을 우리 밥 사주는 데 쓴다고?”
멤버들은 신나서 밖으로 향했다. 그 태세 전환에 점점 맑은 눈으로 돌아온 유연서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나 방금 거울 깼는데? 뭐라고 안 한다고?
“야. 너도 가자. 네가 거울 깨서 오늘은 좀 쉴 수 있겠네.”
“······그러던가.”
유연서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얘들은 단순한 놈들이다. 그래도 염치는 있네. 내 기분까지 살펴 주고.
뒤따라가는 유연서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환영은 사라져 있었다.
‘이참에 얘 생각을 들어 봐야지.’
윤유찬은 윤유찬대로 꿍꿍이가 있었다. 그도 이한결의 말을 허투루 듣지는 않았다.
갑자기 아이돌을 하는 게 단순 도련님의 취미인지 그래도 우리랑 7년 동안은 쭉 함께 할 건지 생각을 들어야겠다. 유연서의 입으로 직접 들으면 조금 안심될 것 같았다.
“야, 유연서.”
“왜.”
“너 아이돌 몇 년 할 거냐?”
8,900원 짜리 연탄 불고깃집에 앉은 윤유찬은 대뜸 유연서에게 말했다.
“엥, 유찬이 형. 갑자기 무슨 소리?”
“하아······ 진짜. 미치겠다.”
내가 좀 떠보라고 했지, 이렇게 대놓고 말하라고 했어? 이한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윤유찬은 직진뿐이었다. 애써 장난치는 멤버들 사이로 유연서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자존감이 낮은 것도 정도껏 해야지.”
“뭐?”
“진짜 개소리 잘한다고.”
내가 이 패배 의식 걷어낸다고 온갖 스케쥴을 집어넣었는데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