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0)
그렇게 말하는 매니저, 김두현의 목소리에서 윤유찬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뭔가, 물주 잡은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그는 이런 소식을 혼자만 알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곧장 연습실로 향한 그는 마침 유연서가 없는 틈을 타 멤버들에게 알렸다.
“와, 나 그 사람 알아.”
“걔가 진짜 이희서 아들이라고?”
“아니 주성 그룹이면 그냥 갓생 살아도 되는 거 아니에요, 형들?”
“대체 뭐가 아쉬워서 우리 회사에······.”
하나밖에 없는 구식 노트북으로 이희서를 검색해본 연습생들은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자료에 홀린 듯 마우스를 움직였다.
“인기 되게 많았나 보네?”
“우리 아빠도 알 정도니까.”
“우와······ 이렇게 보니까 진짜 닮았다.”
“대박.”
당시 이희서는 만인의 짝사랑이었다. 내로라하는 재벌가에 시집간 슈퍼스타였다.
대충 검색해도 자료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희서 자살’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박힌 신문 기사까지 봤을 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만 검색해.”
“왜? 형도 궁금하지 않아?”
김이준은 이런 분위기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내 부모에 대해 떠드는데, 기분이 좋겠나? 하물며 그게 안 좋은 소식만 있으면.
“당사자 있는데 뒤에서 검색질 하고 있으면 걔가 뭐라고 생각하겠냐?”
“이준이 말이 맞아. 걔가 좀, 성격이 좋진 않아도 이건 선을 넘은 거 같은데.”
이한결도 김이준의 말에 동조했다. 가뜩이나 뒤늦게 합류해서 어색할 텐데, 뒤에서 이런 거 검색하고 있으면 그림이 너무······ 이상하잖아?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던가.”
“이런 걸 어떻게 직접 물어봐.”
“그럼 검색도 하지 말고.”
“뭐 하는데 나 빼고 속닥거려?”
그들은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끼긱거리며 고개를 돌리니 평소처럼 뚱한 표정의 유연서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헉!”
“저 사람은 왜 검색하고 있는데?”
“그, 매니저 형한테서 들었어.”
엄마가 아니라 저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고,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
“쓸데없는 짓 말고 춤이나 봐줘.”
“어? 어어······.”
얼어붙은 멤버들 사이에서 김이준과 이한결이 유연서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은 귀를 거칠게 긁적이는 유연서의 눈치를 봤다.
“기분 나빴냐?”
“뭐가?”
“그······ 검색해본 거.”
몸을 풀던 유연서가 코웃음을 쳤다.
“별로.”
“진짜?”
“내가 저런 일을 한두 번 겪어본 줄 알아?”
솔직히, 저 정도면 양반이다. 눈치라도 볼 줄 아니까. 학교 다닐 때 그는 항상 시선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사소한 거로 소란스럽게 하기 싫어서 무시로 일관했는데, 누군가는 그를 시기 질투해서 친모를 들먹여 어쭙잖은 도발을 하기도 했다.
[이 새끼가.]짜증 나서 대판 엎어버린 후 그를 도발했던 학생은 소리소문없이 전학했다. 이 소식이 유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기 때문이다.
유연서의 주먹이 전학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 소문이 난 뒤로는 학생 대부분이 그를 피했다. 잘못 엮였다가는 집안을 말아먹게 생겼으니.
“그나저나, 왜 이렇게 더워?”
“아······ 에어컨 또 고장 났나 보네.”
“대체 이 회사에서 제대로 된 게 대체 뭐야?”
“우리들?”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고 뻔뻔하게 대답하는 김이준의 모습에 유연서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응수했다.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 한 통이면 구닥다리 에어컨 바꾸는 건 일도 아니다.
‘아예 연습실을 내 건물로 옮겨 버릴까?’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좁은 지하 연습실, 게다가 회사 소유가 아니라 임대받은 곳이다.
아이돌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한탕 하려는 소규모 회사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러니 이런 회사도 굴러가지······.
‘지금 연습실이 문제가 아니라 레슨이 급한데.’
새로 합류한 멤버의 레슨을 기존 연습생한테 맡긴다? 말이 안 되지. 이렇게 운영 개판으로 하는 기획사에서 곡을 제대로 사 올지도 의문이다.
데뷔곡이랑 안무도 받아와야 하고······ 진짜? 내가 이것까지 해야 하나? 유연서는 문득 어이없고 허무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그때, 이한결과 김이준의 말을 듣고 ‘우리가 너무 심했나?’ 반성한 다른 멤버들이 유연서에게 쪼르르 서서 사과했다.
“뭐라고? 너무 작아서 안 들리는데?”
“······뒤에서 검색해본 거 죄삼다.”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유연서는 이 건수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하는 멤버들을 아낌없이 도발했다.
“미안해요. 형!”
“아니······ 진짜 미안. 우리 막 까려고 검색해본 거 아니다? 조금 궁금해서······.”
꿍얼거리며 변명하는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뭐, 그래도 바로 사과했으니 받아줘야지.
“야! 전부 집합!”
유연서가 데뷔조에 합류하고 달라진 건 숙소뿐만이 아니었다. 매니저, 김두현의 고함에 자고 있던 연습생들이 후다닥 거실로 집합했다.
“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아침 9시인데 일어나지도 않고 뭐 해?!”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작다. 이래가지고 데뷔할 수 있겠어?”
안 그런 매니저도 있겠지만, 아이돌 매니저 중에는 소위 말해 ‘양아치’라 불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월급은 적고 그래서 이직도 잦은 환경이 만들어낸 건데, 그래서 만만한 어린아이들을 갈구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원세븐은 아직 데뷔도 안 했으니 더더욱 심했다.
“예? 뭐라고요?”
“어, 어? 너, 너도 숙소 생활했니?”
“당연히 해야지. 단체 생활인데.”
하지만 너무 귀하신 몸이 와 버리니 그 매니저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품하면서 뒤늦게 대열에 합류한 유연서는 매니저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근데 새벽 5시까지 연습했는데 아침에 깨우는 건 무슨 상도덕이야?”
“어······.”
“야, 유찬이 형. 원래 매니저가 이렇게 갈궈? 나 계약하고 연습하는 동안 어디 술 처먹으러 갔나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어우, 야! 아침! 아침 먹으라고!”
김두현은 땀을 비질 흘리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유연서는 그거에 그치지 않았다. 김두현의 어깨를 마치 자기 부하 대하듯 토닥여준 뒤 작게 속삭였다.
“매니저 형님아. 우리 데뷔하면 오래 볼 사이잖아요. 그렇죠?”
“그, 그렇지······.”
“좀 잘합시다. 그래야 투자도 받고 하지······ 그러면 우리 매니저 형도 월급 좀 올라갈 거 아니야?”
“그, 그래.”
안 그래도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고 군기만 잡는 김두현에 불만이 많았던 여섯 명은 하나도 빠짐없이 유연서의 등을 바라보며 선망의 시선을 날렸다.
세상에······ 다른 기획사 찾아봐도 없을 전설템, 비주얼 메보에 하는 일도 없으면서 갈구던 매니저를 한 방에 굴복시키다니······.
“그래서, 전에 요청한 데뷔 플랜 서류는 어딨어요?”
“어······ 그게.”
“한 번 줘봐요.”
심지어 일개 연습생인 유연서가 데뷔 계획까지 관여했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렬한 프레젠테이션으로 투자금을 빼 와야 할 지경이었다.
“하······ 진짜.”
하지만 서류를 넘겨보던 유연서의 표정은 점점 찌푸려졌다. ㅈ소 기획사의 기획력을 너무 얕봤다. 생각보다 더 개판이네.
유연서는 곧바로 김두현을 데리고 최동원이 있을 사무실로 향했다. 연습생들은 한 방에 몰아서 재워 놓고 자기 사무실은 아주 잘해놓고 사네.
“우리 슈퍼스타 왔어!”
“슈퍼스타고 나발이고 앉아 보세요.”
“으, 응?”
AST 엔터의 대표, 최동원은 유연서의 기세에 밀려 일단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이 데뷔 플랜 엿 같아요.”
“뭐, 뭐?”
탁자 위에 서류철을 거칠게 내려놓은 박력에 최동원이 몸을 움찔 떨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앞으로 그룹을 먹여 살리고 회사를 먹여 살릴 사람은 유연서라는 것을.
이희서와 주성의 후광으로 언플 좀만 하면 단숨에 화제성을 끌어모으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계획만 잘 세우면 투자자도 해 준다니 일개 연습생인 그한테 설설 기었다.
“그, 그래도 네가 선택한 회사인데 악담이 좀 심하지 않니?”
“앞으로 내가 애들한테 뭘 하든 간섭하지 마세요.”
“뭐, 뭐 하게?”
“데뷔 전까지 대형 기획사 시스템 따라 해야지. 그리고, 이 바닥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듀서가 누구예요?”
대표라고 놀지는 않았다. 그룹을 성공 시켜야 자신도 돈방석에 앉으니 이것저것 알아본 게 많았다. 알아보기만 했을 뿐 자금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못 했지만······.
“이 사람 중에 하나 데려올 수 있겠어요?”
“그, 나도 노력은 해 봤는데······ 아무래도 돈이······.”
“따따블로 얹어 주면 어련히 오겠지. 최대한 영입해 보세요.”
“진짜?”
순식간에 표정이 환해진 최동원이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유연서에게 다가갔다.
“넌······ 넌 최고야.”
유연서는 그걸 재빠르게 피했다.
“잠깐만, 다들 모여봐.”
대형 소속사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복제해 오는 건 쉬웠다. 솔직히 통화 한 번만 하면 비서들이 알아서 준비해주니까. 아마 팔자에도 없는 아이돌 연습생 스케쥴을 짜느라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스케쥴이야.”
“엉?”
스케쥴은 멤버마다 달랐다. 메인 보컬은 유연서가 맡을 테니 나머지 멤버들은 몇 소절은 완벽하게 부를 수 있도록, 막내 두 명은 가사 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귀에 잘 때려 박히는 랩 위주로. 댄스 수업 시간대는 모두 같았다.
“우리 회사가 이렇게 투자해 줄 돈 없는데.”
“이러면 데뷔하고 갚을 돈이 얼마야?”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일일 퀘스트에 황송하다가도 걱정이 되었다. 보컬 랩 댄스 그리고 화술이라던가 상식 수업 등으로 빼곡한데, 우리 회사가 이런 수업을 감당할 수 있나?
“이거 다······ 네가?”
멤버들의 시선이 유연서에게로 향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네한테 내라고 하겠냐?”
“그, 이래도 괜찮은 거야?”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아니, 이렇게 사비 들여 우리까지 해 줘도 되는 거야?”
아, 답답하네. 진짜. 유연서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나 지금 솔로 데뷔해? 우리 같이 데뷔하는 거 아냐?”
멤버들 중에는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었다가 아쉽게 데뷔조에 탈락하고 이런저런 회사에 떠돌다 온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점점 데뷔할 의지는 꺾여져 나간다. 곧 데뷔시켜준다는 감언이설에 홀랑 들어왔는데, 회사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야······ 너 진짜······.”
조마조마함이 체념으로 바뀌고 실낱같은 희망도 없어질 무렵 유연서가 왔다.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이까짓 푼돈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어릴 때부터 야금야금 증여받은 주식만 해도 대형 기획사 몇 개는 살 수 있는 금액인데, 취미로 이 정도 쓰는 거야 어렵지 않다.
유연서가 못 참는 건 내가 몸담고 데뷔할 그룹이 벌써 패배 의식에 쩔어서 하루하루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연습이나 잘 따라와.”
평소와 같이 뚱한 얼굴로 내뱉었지만, 듣는 멤버들의 감동은 컸다. 유연서의 뒤에 후광이 비치는 착각까지 일었다.
“형······!”
“야 진짜 고맙다.”
“네가 리더할래?”
“아, 좀. 떨어져.”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