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9)
“아! 왜! 또!”
성적표를 받아든 백서준이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자타공인 학교의 인싸라 불리는 그의 근처로 친구들이 모였다.
“백서준 뭐함?”
“또 2등이야!”
“으, 존나 재수 없죠?”
백서준은 홀로 유은호 챌린지를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유은호를 성적으로 이겨보겠다는 다짐이었는데, 잘 되지는 않았다.
“은호는 또 1등이야?”
유은호는 백서준의 앞에 자신의 성적표를 팔랑거렸다. 명백한 도발에 주변 친구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그들을 관찰했다.
“이야, 역시.”
“백서준 게임도 안 되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벌떡 일어난 백서준이 소리쳤다.
“아니! 너는 천재라는 새끼가 조기졸업 안 하고 뭐 했냐? 아니! 대학 조기입학 안 해?”
“할아버지가 청소년 시기 교우 관계를 중요시하셔서.”
“너는 할아버지 말이라면 다 듣냐?!”
유은호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주변 친구들이 알아서 대답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들어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성 대빵인데.”
“그러게 안 될 게임에 왜 자꾸 도전하냐?”
성적표가 나오는 시기에 백서준을 놀리는 건 하나의 스포츠가 되어 있었다. 유은호는 기꺼이 동참했다.
[네가 수석으로 들어온 놈이냐?]주성 그룹 유 회장의 장손이자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사연이 많았던 유은호에게 쉽게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 백서준이 시험 성적으로 배틀을 걸기 전까지는.
“야! 유은호!”
“늦었네?”
“미안.”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부터 이어온 인연은 대학교까지도 이어졌다.
“너 경영 뛰어든다고 기사 났더라. 그래서, 바로 회사 일 시작하는 거야?”
“아마도. 곧 출국해. 근데 우리 동생이······.”
“아.”
또 동생 얘기냐······ 백서준과 고등학교 친구들은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유은호를 바라봤다. ‘내 자산 얼마를 이 주식에 넣어’라고 할법한 얼굴로 동생 자랑을 하는 것을 한 두 번 들어본 게 아니었다.
“이번에도 모의고사 전국 1등 했더라.”
“뭐냐? 천재 동생도 천재다. 뭐 그런 거냐?”
그들은 체감상 1345235번째 동생 자랑을 일단 들어주었다. 졸업식에서 유건민과 최유진을 본 적도 있지만, 참 특이한 집안이다. 그렇게 사고치는 동생이 좋을까?
유연서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싸고도니 재벌가에서는 이미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 ‘천재’ 동생은 뭐 하는데?”
“집 나갔어.”
“뭐?”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달고 있던 유은호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했다. 그는 갑자기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더니 짐을 챙기고 나간 어제의 동생을 떠올렸다.
단순 사춘기의 반항 정도로 생각했으나,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친모를 조사하는 모습이라던가, 그녀를 따라서 아이돌 데뷔를 생각한다던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그때의 충격으로 이희서에 관한 건 기억을 못 한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막을 수도 없다. 동생이 친모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안 트라우마가 다시 생길까 봐 걱정됐다.
“미친놈인가······.”
그런 유은호의 생각을 알 리 없는 백서준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친구를 이해가 안 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
유연서의 얼굴을 보고 홀린 원세븐 데뷔조 멤버들의 콩깍지는 의외로 오래 갔다.
“숙소 꼬라지가 왜 이래?”
“야 남자 여섯 명이 사는 데인데 뭘 기대했냐?”
이 좁은 숙소에 다닥다닥 여섯 명이 살고 있었으니 기대도 안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처참하다.
방은 쥐꼬리만 한 면적으로 두 개. 그나마 큰 방에 이층 침대가 세 개 놓여 있었고, 간신히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였다.
“방 하나 더 있는데 왜 여기서 같이 자?”
“그 방은 매니저 형 방이라서.”
매니저는 왜 같이 살아? 같이 살 거면 인간적으로 다른 애들이랑 같이 방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왜 혼자 써? 유연서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어지러운 숙소 내부를 훑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사람 새끼가 살 집이야? 돼지우리야?”
쏘아지는 독설에 원세븐 데뷔조 멤버들이 숨을 삼켰다. 말도 안 되는 외모로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니까 초면의 어색함은 말끔히 사라지고 서로 디스전을 펼쳤다.
“그 돼지우리에서 같이 살 사람 새끼가 너거든요?”
“안 되겠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유연서는 올라오라고 짤막하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몇 초 뒤에 숙소 안으로 들어온 장정들에 원세븐 데뷔조 멤버들이 쫄아서 뒤로 물러났다.
“도련님, 뭐부터 할까요?”
“알아서 잘 좀 해봐요.”
“뭐, 뭐야?”
장정들은 다 기울어져 가는 침대를 해체하고 새 침대를 들여왔다. 그리고 거실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정리하더니 수납장과 옷걸이를 들여왔다.
“내가 살 곳인데 다 쓰러져가는 철제 침대에 거실은 먼지 나는 옷 무더기에서 살라고? 어림도 없지.”
“너, 너 대체 뭐 하는 새끼세요?”
다들 멍하니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유연서는 팔짱을 끼고 태연하게 말했다.
“니들 입으로 말했잖아. 빽으로 들어왔다. 대단한 집안이다.”
“그게 진짜였어?”
“알아서 상상하든지.”
숙소가 말끔해지는 건 단 하루면 됐다.
“우, 우와······.”
“미친.”
“와······ 화장실까지 그냥 걸어가도 된다니······.”
원래라면 바닥에 늘어진 짐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야 했다.
유연서가 부른 장정들은 수납의 마법을 부렸는지 거실에는 소파까지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좁잖아. 이걸 숙소라고 내어준 건가.’
유연서는 매니저를 쫓아내고 그 방을 쓸까 했지만, 그냥 멤버들과 같이 방을 쓰기로 했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그것’ 때문에 혼자 자는 것보다는 부대끼는 게 나았다.
“이제 좀 봐줄 만하군.”
“여······ 연서 님.”
“물이나 떠 와.”
윤유찬이 벌떡 일어나 숙소 안에서 그나마 멀쩡한 유리컵에 물을 정성스럽게 따라서 유연서에게 두 손으로 내밀었다. 그가 그렇게 부르짖던 리더의 품격이 한 번에 박살 났다.
아무튼 초장부터 범접할 수 없는 물량 공세를 하니 유연서의 싸가지 없는 성격을 조금 참아줄 수 있었다.
“연습은 이게 다야?”
“응. 나머지는 자율 연습.”
“레슨 선생 없어?”
“처음에는 있었는데, 이제 곧 데뷔하니까 필요 없다고 하던데······ 아, 너는 우리가 가르쳐 줄게.”
보컬 트레이너도 없어, 댄스 트레이너도 없어? 유연서는 유연서대로 답답했다.
‘막 데뷔시킨다고 다 잘되지 않을 텐데.’
아이돌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인 2011년, 게다가 데뷔 예정이거나 연습생을 많이 보유한 기획사가 많았다. 아마 2012년에는 아이돌 그룹이 더더욱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역시 그냥 유명한 엔터사로 갈 걸 그랬나.’
대기업 손자라지만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18살, 당장 데뷔할 수 있고 그가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소기업을 엄선해 고른 게 AST 엔터였는데, 상상도 못 할 ㅈ소기업의 일 처리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도 우리 연습생 오래 해서 너 하나 가르칠 정도는 돼.”
“하아······ 그, 다들 포지션이 어떻게 되는데?”
유연서도 어느 정도는 알아보고 왔다. 다 잘하는 사람이 흔치 않으니 각자 잘하는 거 하나 잡는다고.
맏형이자 리더가 될 윤유찬이 멤버들을 소개했다.
“메인 댄서는 이준이. 리드 댄서는 한결이.”
김이준, 유연서랑 동갑인 메인 댄서. 노래 실력은 형편없어서 대충 싱잉 랩 파트를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한결은 김이준보다 노래 실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메인 보컬 감은 아니다. 이쪽은 얼굴이 봐줄 만하니 패스.
“래퍼는 우현이랑 준우.”
“랩 잘해?”
“그냥······ 몇 소절 부를 정도면 됐지.”
유연서보다 한 살 어리고 원세븐의 막내 라인인 정우현과 강준우가 래퍼. 솔직히 랩 실력이 좋다기보다는 그냥 노래 실력이 떨어지니 맡은 거 같은데······.
유연서는 제 이마를 짚었다. 노래 딸린다고 대충 말 빠르게 할 수 있는 래퍼로 포지션을? 전국의 래퍼들이 알면 욕을 왕창 박았을 것이다.
“그럼 노래는 누가 해? 형들이?”
그래도 아이돌 ‘가수’인데 노래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하지 않나? 그의 말에 윤유찬과 박주원이 손을 들었다.
한번 들어보자고 하는 소리에 박주원은 목을 큼큼 가다듬더니 노래를 몇 소절 불렀다.
“노래 실력이 앞으로 펼쳐질 형 인생처럼 암담한데? 몇 년 연습했어?”
갑자기 훅 들어오는 독설에 당황한 박주원이 말을 더듬었다. 내 인생이 암담하면 곧 데뷔할 우리 그룹도 암담하다는 건데, 너는?!
“사, 삼 년······.”
“3년? 이게 3년 꼬박 연습한 노래 실력이라고?”
“그······.”
“재능이 없는 거야? 노력을 안 한 거야? 아니면 둘 다야?”
따박따박 박히는 물음표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나마 이들 중에서는 노래를 괜찮게 해서 암묵적으로 메인 보컬이 된 박주원은 억울했다.
아니, 소속사는 레슨 선생 비싸다고 몇 번 레슨 시켜주다가 말았고, 다들 노래가 안 되는데 어떡해?!
“이럴 거면 그냥 댄서 그룹 하던지? 곡을 낼 수 있는 실력도 안 되는데?”
“아, 그러면 네가 하던가!”
“맞아요! 형이 해 봐요!”
결국 폭발한 멤버들은 유연서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부끄러워서 뒤로 빼지 않았다. 대뜸 고음으로 유명한 발라드곡을 불렀다.
“······어?”
음색이 특색있으면서도 기존 노래와 조화로웠다. 게다가 성량도 컸다. 이 정도면, 무대 위에서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됐지?”
“와, 진짜······.”
“갓 연습생 된 나보다 못하면 어떡해?”
“개재수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멤버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들도 노래가 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메인 보컬이라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았다.
저렇게 비주얼도 되고 노래도 되는 사람은 모든 기획사 연습생을 통틀어도 흔치 않다. 오죽하면 ‘노래 잘하게 생긴 상’이 따로 있을까.
“미쳤다.”
“됐네. 됐어.”
멤버들은 유연서에게 자존심이 꺾인 것도 잊고 히죽 웃었다.
“좋냐?”
“좋지. 우리 진짜 유명해지는 거 아니냐?”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는 멤버들을 향해 유연서는 헛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유명해져야지 내가 있는 그룹인데.
유연서가 나름 숙소 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때, 원세븐의 매니저 김두현이 윤유찬을 따로 불렀다.
“그, 새로 온 애는 어때?”
“유연서요? 성격이 좀 짜증 나긴 하는데 괜찮아요.”
“그래?”
“네. 얼굴이 개사기잖아요. 노래도 진짜 잘하던데. 저런 메보감을 어떻게 구했어요?”
“크······ 역시 아이돌 핏줄 어디 안 가나 보다.”
아이돌 핏줄? 윤유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빽으로 들어온 거 아니었나?
“핏줄이요?”
“아, 너희는 모르나? 트윙클이라고 옛날 아이돌 그룹.”
“······알아요. 우리 엄마가 좋아했는데.”
“그래? 그럼 이희서 씨도 아니?”
트윙클의 비주얼 메인 보컬에 배우로도 성공한 세기의 미녀. 대기업에 시집가고 안타깝게 죽은······ 당시에는 윤유찬도 어렸지만 하도 주변에서 떠들어대서 알 수밖에 없었다.
“쟤가 걔잖아. 이희서 아들.”
“······진짜요?”
윤유찬이 눈을 크게 떴다. 이희서 아들이면, 재벌가의······.
“아니, 그럼······ 주성 그룹 손자?!”
“그렇지.”
“그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 회사에서 데뷔해요?! 저기 S 엔터로 가지?”
“야, 우리 회사가 뭐가 어때서 그래?”
김두현이 헛, 참. 하면서 투덜거렸지만, 윤유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대기업 손자가 대체 왜? 아이돌? 그것도 우리 회사에서?
“걔가 우리 회사 찾아와서 데뷔조 있는 거 안다고 데뷔시켜 달라고 했지.”
“진짜요?”
“진짜지, 너는 새끼야. 왜 내 말을 안 믿어?”
“아니 이희서 아들이면······ 그, 그거 아니에요?”
이희서를 둘러싼 비극은 주성에서 막아도 막을 수 없었다. 하도 주변에서 얘기했으니······ 그게 생각난 윤유찬은 작게 중얼거렸다.
“인성 터진 이유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