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8)
-요즘 이사님 얼쳤다
얼굴 미침ㅠㅠ 요새 의장되셔서 회사 자주 오시는데 볼때마다 장난아님
└솔직히 지나가다가 웃어주는거 나 꼬시는거 아니냐? 번호드릴뻔했잖아;;
└응 니가 줘도 안받음~
└난 예전의 예민미있는 얼굴도 좋았는데
-요즘 직장인 커뮤에서 유연서 앓는글 때문에 주성 입사하고싶더라
-아 나도 주성다니면서 내배우 덕질로 월루하고싶다
-나 아까 강남대로에서 유연서 봄
살짝 늦게 도착한 유연서가 맞은 편에 앉았다. 유은호는 핸드폰의 화면을 끄고 옆으로 치웠다.
“왔어?”
“형 설마 내 반응 보고 있었어?”
유연서의 동체 시력은 잠깐 봤던 유은호의 핸드폰 화면을 놓치지 않았다. 어느 커뮤니티든 유연서의 언급이 없는 데는 없지만, 저곳은 유독 그의 언급이 심한 곳이었다.
“차윤호 씨가 너 반응 궁금하면 들어가 보라는데.”
“차 비서랑은 언제 친해진 거야?”
임승현은 알겠는데, 차윤호까지? 무슨 비서 수집하는 것도 아니고.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달리 별말은 하지 않았다. 아직 예전의 과보호가 남아 있는 건가.
유은호도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예전 같으면 형은 왜 그런 거나 보냐고 쓸데없다고 쏘아붙이며 날 선 시선을 보냈을 텐데, 요즘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웠다.
마치 예전 자신을 향해 따스하게 웃었던 친엄마처럼.
“사고당했던 데는 왜 찾아간 거야?”
“아, 그거? 그냥 좀, 확인할 게 있어서.”
유연서는 물을 마시려다 말고 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래?”
유은호도 동생의 표정이 좋아 보이니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아이고오 미안합니다아.”
“아, 형. 늦었잖아.”
백서준은 노래를 부르듯 사과하고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는 휘파람을 불며 전세 낸 식당을 둘러보았다. 유창호부터 이어진 단골 레스토랑은 셰프들과 종업원 한 명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유은호 좋은 소식 있더라? 파티도 하냐?”
“난 안 하고 싶은데.”
“왜? 경사인데. 어차피 네가 싫다고 해도 하게 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골치 아프다.”
유은호는 곤란한 듯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는 곧 부회장으로 승진이 예정되어 있었다. 워낙 집안도 유명하고 사람 자체도 유명하니 제법 떠들썩할 거다.
“아저씨가 그냥 안 넘어가시지?”
유은호와 유연서는 말없이 피식 웃었다. 유건민 회장의 아들 사랑이야 온 국민이 안다. 당연히 아들의 부회장 승진을 아주 요란하게 축하해 주겠지.
“어머니도 난리고.”
“솔직히 아버지보다 어머니 설득하는 게 더 힘들어.”
평소라면 유건민을 말리는 역할을 하지만, 아들들이 끼어 있다면 달라지는 최유진도 있었다.
형제는 최유진에게 약했다. 유연서야 어릴 때 벽을 친 게 마음에 걸렸고, 유은호도 어린 시절 친아들이 아님에도 기꺼이 자신의 어머니를 자청하며 이것저것 챙겨주면서도 회사를 키운 능력을 존경하고 있었다.
“야 유연서, 너는 어때?”
“내 의견이 필요한가. 어차피 주인공은 형인데.”
사실, 유연서는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예전의 관종세포가 살아나는 것인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근데 강남대로는 왜 갔어? 너 사고 난 데 아니야?”
“아니 진짜 조금 전에 간 건데 왜 다 알고 있어?”
“인터넷만 켜면 네 얘기가 나오는데 어떡하냐? 그러게 작작 유명해지지 그러냐.”
“이 얼굴이 숨긴다고 숨겨져?”
“얼씨구.”
백서준은 뻔뻔히 대답하는 유연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음, 그래. 숨긴다고 숨겨질 얼굴은 아니긴 한데······.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너 거기 떴다니까 교통과 애들 다 거기 간 거 아냐?”
“이 형 과장 진짜 잘한다. 형 고등학교 다닐 때도 이랬어?”
유연서는 어이가 없어서 제 형을 바라보고 말했다. 유은호는 이게 많이 나아진 거라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너 요즘 장난 아니잖아.”
“내 인기는 원래 장난 아니었는데.”
“아니, 그쪽으로 말이야. 나한테까지 연락 온다니까. 그 형제랑 친하다면서요? 하면서.”
백서준이 말하는 그쪽은 정·재계 인사들을 말했다. 그 말을 듣던 형제는 동시에 행동을 멈췄다. 안 그래도 시달리는데 작정하고 판을 깔아준다면······?
“······내가 아빠한테 뭐라고 말해야 그만두실까?”
“잘 좀 해 줘. 난 모르겠다.”
갑자기 형제가 의기투합해서 어떻게 하면 승진 기념식을 취소할지 고민했다.
“그게 되겠냐?”
백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까 고등학교 얘기 나와서 말인데, 형들은 어떻게 친해진 거야?”
백서준은 몰라도 유은호와 유연서는 너무 바쁜 사람들이었다. 사건 해결 이후 몇 번 만나서 식사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진득하게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내가 쟤 제낄려고 별 염병을 다 떨었지. 근데 실패했어.”
“오, 경찰 아저씨 공부 잘했나 보네.”
“너 이제까지 나를 뭐로 봤냐?”
유연서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서준을 보고 비웃었다. 타고난 천재를 어떻게 이겨? 형은 나도 못 이겼는데.
“근데 형은 못 이기지.”
“와, 동생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나도 내 의동생 불러? 부른다?”
“의동생이 누군데.”
“태겸이.”
“내 매니저랑은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사건도 종결됐고, 더는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유연서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잔에 맺힌 물이 또르르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보다가 말했다.
“우리 형은 어릴 때 어땠어?”
유연서가 기억하는 학생 시절의 형은 글쎄, 과묵했다. 하도 감추려니 성깔이 더러워져서 가족들도 그를 말리려다가 포기했고, 그 와중에도 자신을 자주 살피는 사람은 유은호밖에 없었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아니, 그때는 내가 좀······.”
“아하, 너 흑염룡 시절?”
“그건 또 뭐야.”
백서준이 비공식으로 명명한 유연서 암흑기 시대였다. 중학생 때부터 슬슬 삐딱선을 타더니 고등학교 때 절정에 이르렀고 결국 데뷔라는 일탈을 시도했던. 백서준이 어떻게 이걸 잘 알고 있냐면 옆에 앉은 유은호 때문이었다.
“유은호, 얘가 어릴 때 네 욕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아냐?”
욕이 아니라 약간 ‘동생이 오늘은 뭘 했고······.’ 같은 보고 형식의 말이 많았지만, 과장 넘치는 백서준은 말장난을 했다. 유연서도 그 장난에 기꺼이 넘어가 주기로 했다.
“진짜?”
“아, 하지 마.”
곤란해진 유은호는 손가락 끝으로 제 이마를 짚었다.
***
형이니까 당연히 이희서와 함께 보낸 시간이 유연서보다 많았다. 사건 당시에는 워낙 동생이 받은 충격도 크고 집안도 어수선하니 나라도 괜찮은 척해야 한다는 제법 의젓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흑······.”
하지만 당시 유은호도 고작 열한 살밖에 안 됐었다. 뒤늦게 치러진 친모의 장례식에서도 남몰래 훌쩍이기도 했다.
“은호야. 안녕.”
“안녕하세요.”
그래도 유은호는 나름 괜찮았다. 엄마의 절친이면서 새어머니로 들어온 최유진이 여러모로 많은 신경을 써 줬으니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은데 말을 안 해주네.’
모종의 이유로 밖에서는 평판이 안 좋아지던 동생도 집안에서는 얌전했다. 항상 싸움의 중심이었던 할아버지는 외국 프로젝트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도 많아져서 동생이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었다.
“도련님.”
“네.”
“그, 연서 도련님이······ 연예 매니지먼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네?”
그런데, 안 그래도 수상하던 동생이 이상하게 변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유연서의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제발 좀 친구도 사귀고 사람 보는 눈을 기르라는 유 회장의 지시였다.
“쟤가 걔래.”
“누구? 아······ 그?”
그가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주성의 둘째 손자. 재벌가에 시집가 이런저런 해코지를 받았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탑 스타의 아들. 그는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저기······.”
“꺼져.”
교내에 ‘걔 진짜 싸가지 없다’라는 소문이 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유연서는 오히려 그게 편했다.
‘지긋지긋하다.’
처음 ‘저것’을 봤을 때는 잠시 정신을 잃기도 했고 숨이 찼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심장이 과하게 뛰는 것만 빼면.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데.’
주변에서 수군대는 내용에는 꼭 그의 ‘엄마’ 얘기가 나왔었다. 유연서는 컴퓨터를 켰다.
워낙 유명인이라 주성 며느리만 쳐도 그녀에 관한 얘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돌로 데뷔해서 주목을 받았고, 배우로 전향했을 때는 세기의 미녀라며 국내외에서 추앙받았던.
“그러니까······.”
그는 마지막 문단을 주목했다. 목을 매달아서······ 사망. 뒤에는 주성 그룹과 이희서를 둘러싼 추측 글을 빙자한 루머 유포글이 많았지만,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당신이 내 엄마라고.”
그는 고개를 올려 희미한 형체를 바라봤다.
“그런데 왜 자꾸······.”
날 못살게 굴어. 유연서는 신경질적으로 제 귀를 긁었다.
***
“HT 그룹 손녀한테 샴페인은 왜 끼얹었어?!”
“재밌잖아요.”
‘저것’을 연상하는 흰 원피스를 입고, 어쭙잖게 엄마 얘기 꺼내면서 사람 신경을 끌었잖아. 뒷얘기는 하지 않고 그냥 실실 웃었다.
유창호가 버럭 소리치며 유연서에게 다가가려 했다.
“아니 저 녀석이······!”
“아버지! 좀, 진정하세요!”
조손의 다툼은 늘 유건민이 필사적으로 막았다. 어릴 때는 나만 침묵하면 평화가 찾아오니 참았는데, 사춘기가 되니까 모든 게 짜증 나고 귀찮다.
“아······ 죽고 싶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유연서는 이희서의 소싯적 모습을 계속 돌려보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무대가 저렇게 좋을까? 당신을 알면 저게 없어질 수 있을까?
‘직접 해봐야지.’
그렇게, 그가 AST 엔터의 문을 두드렸다. 아직 미성년자였던 그가 보호자의 서명을 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최유진은 늘 밀어내던 유연서에게 뭐든 해주려 했으며, 유건민도 마찬가지였다. 자잘하게 사고만 치던 아들이 뭘 요구하는 게 처음이어서 계약서도 제대로 읽지 않고 사인했다.
“정말 이러셔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지 그럼 안 괜찮겠어요?”
내친김에 유연서는 아예 숙소 생활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유 회장의 저택에 있으면 자꾸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았으니까.
“오늘 우리 마지막 멤버 온다는데?”
원세븐의 리더가 될 윤유찬은 매니저에게서 갑작스러운 소식을 통보받고 연습실에 들어왔다. 유연서는 제대로 문을 닫지 않은 연습실 앞에서 앞으로 살게 될 멤버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뭐? 우리 데뷔조 이렇게 끝난 거 아니었어?”
“메보였으면 좋겠다. 우리 노래는 좀 약하잖아.”
사이 좋아 보이네. 이런 애들이랑 데뷔해야 한단 말이지.
“근데 왜 갑자기?”
“몰라. 집안이 대단한가 본데.”
“아니면 대표님 지인 아들 뭐 그런 거 아니야?”
“근데 난 좀 그렇다.”
김이준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행동을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왜?”
“우리는 몇 년 연습 끝에 겨우 데뷔하는데 빽으로 들어오는 거면 좀 현타오는데.”
“에이, 형.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아니 아무리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라고 해도 우리는 겨우겨우 데뷔조 들었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마. 아직 어떻게 생긴 지는 몰라도······.”
꿍얼거리는 김이준을 이한결이 다독였다. 그때, 유연서가 문을 벌컥 열고 말했다.
“나다.”
“헉······!”
여섯 명의 연습생이 대뜸 들어온 유연서의 외모를 보고 몸을 굳혔다.
“불만 있어?”
그들은 유연서가 초면에 반말했다는 사실도 잊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 세상에, 이런 귀하신 분이 땀내 나는 누추한 곳에 왜······.
“아니!”
“어으, 네가 와 주면 땡큐지. 몇 살이야?”
“와 나 방금 눈멀 뻔했어.”
그들이 호들갑을 떨며 유연서를 둘러쌌다. 조금 전까지 불만의 목소리를 내뱉던 김이준도 마찬가지였다.
‘재밌네.’
유연서는 그들의 호의적인 인사를 받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