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7)
재벌가 자제들이 많이 입학한다고 소문난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늘 그 아이 온다면서요?”
“그 아이? 아······ 주성의······.”
교사들이 수군거렸다.
유연서, 주성 그룹의 차기 회장이 될 유건민 사장의 둘째 아들로 7살에 큰 사고를 겪고 3년 동안 요양하다가 편입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교장, 교감 선생님 교문 앞에 나와 계시는구나.”
“이사장님까지 오셨대요.”
밖에서는 소식을 어디서 들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주성에서 나온 사람들이 몇 마디 하니 겁먹은 듯 흩어졌다.
“완전 모세의 기적이네.”
교사들은 어느새 모여서 새로 올 학생에 관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 애는 어떨까요?”
“제 형이랑 똑같을까? 박 선생이 은호 가르치지 않았어?”
박 선생이라 불린 사람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좋은지 입자에 미소를 매달고서.
“은호는······ 천재였죠. 성격도 좋아서 인기도 많았고. 잘생기긴 또 엄청 잘생겼잖아요? 바라만 봐도 눈 호강했지.”
“맞아요. 나도 은호 한번 가르쳐보고 싶었는데.”
“김 선생은 안 돼.”
“왜요?!”
“너무 속물이잖아.”
유은호는 워낙 가르칠 것도 없고 성격도 좋으니 바라만 봐도 좋은 학생이었다. 배경에 주성이 있으니 한 번 연줄이라도 대 보려는 교사도 많았다.
“그 은호 동생이니 비슷하겠지?”
“그런 사고를 겪었으니 심약하지 않을까요?”
“그러겠죠.”
“우리가 잘 지도해야겠네.”
그때, 창문에 시선을 던진 한 교사가 벌떡 일어났다.
“오, 저기 보세요.”
“왔나 보네요.”
“어? 저분 유 사장 아니에요?”
“진짜? 부모가 오는 건 오랜만이네. 보통 수행원 시키던데······.”
유건민이 차에서 내리고, 뒤이어 내리는 어린 학생은 딱 봐도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와······ 멀리서 봐도 장난 아니네.”
“엄마 엄청 닮았네요.”
교사들이 유연서를 가늠하고 있을 때, 유건민의 뒤를 따르던 유연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다니게 될 초등학교를 쳐다보았다.
창문에 붙은 사람은 교사들 말고도 많았다. 부모에게 오늘 편입할 학생이 있는데, 잘 보이라고 언질을 들은 학생들도 있었다.
‘재미없어.’
앞으로 진득하게 따라붙을 시선, 그리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누군가의 다리가 신물이 났다.
“아시다시피 제 아들이 큰 사고를 겪지 않았습니까?”
“네.”
이사장에게서 극진한 환대를 받은 유건민은 제 옆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둘째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사건을 목격하기 전 유연서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자기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고, 다정했다.
단순히 아이의 천진함이 아니라, 타고난 천성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저희가 잘 지도해 보겠습니다.”
유건민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
제 형과 비슷하게 머리가 좋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계속 홈 스쿨링을 할 수는 없었다. 인간관계, 친구 같은 것들은 학교가 채워줄 수 있으니까.
“아들, 아빠 이제 출근해야겠다. 학교 재밌게 잘 다닐 수 있지?”
“······가세요.”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아들을 보며 유건민은 애써 웃었다. 그리고는 상체를 숙이고 제 팔을 벌렸다.
“아빠 안 안아줄 거야?”
유연서는 한숨을 쉬고는 못 이긴 척 팔을 벌려 제 아버지를 안았다. 유건민은 작은 등을 꼬옥 안았다.
“우리 연서, 사랑한다.”
자신도 사랑한다며 웃는 아들은 더는 없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빨리 가라 재촉할 뿐이었다. 유건민은 무거운 다리를 애써 끌고 차에 올라탔다.
“자, 그럼. 연서 학생. 이리 오세요.”
남겨진 유연서의 안내를 자처한 학교의 교장은 묵묵히 따라오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음······ 큰 사고를 겪었으니 과묵할 만하지.’
이희서를 닮아 인형 같은 외모에, 나이답지 않게 표정이 없었다. 형인 은호는 원만하게 졸업했는데, 유연서는 어떨까? 비슷하지 않을까?
“오늘 편입생이 왔어요.”
정작 유연서는 교사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뭘 봐?”
아주 훌륭한 싸가지로 자라났다.
“어, 어?”
“비켜.”
자신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같은 반 학생을 무시하고 제 자리에 앉은 유연서는 누가 보든 말든 책상에 푹 엎드렸다.
‘저 지긋지긋한 건 언제 사라져?’
아직도 자신을 괴롭히는 환영이 무섭고, 화가 난다.
그는 자신이 이상한 환영을 본다는 건 숨겼다. 그래야 집안의 평화가 찾아오니까.
하지만, 계속 감추고 있으려니 자꾸 신경질이 난다. 저걸 볼 때마다 모른 척해야 한다고? 어떻게?
생각을 거듭한 끝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왜 참아야 하지?’
가족들 사이에서는 숨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있나? 그러니 저걸 봐서 치솟는 화는 마음껏 발산했다.
“야, 안 비켜?”
“미, 미안.”
거슬리는 게 있으면 참지 않았다. 주성이라는 배경 때문에 다가가 그의 눈에 들려던 아이들은 점점 유연서를 피했다.
“수업 태도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적은 늘 전교 1등이니까······.”
“그런데, 그······ 연서 학생의 교우 관계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러니 또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갔다. 애초에 가족들을 위해 참은 건데, 타인에게 막 나갈수록 가족들이 또 그를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저기······ 연서 형. 안녕.”
그는 용기 내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촌 동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박선우, 다섯 살 어린 사촌 동생. 그 사건 뒤에 태어나서 자신이 왜 벽을 치는지 모를 것이다.
“아······.”
이번에는 받아줄까? 싶었던 유연서는 다시금 자신을 괴롭히는 ‘저것’에 몸을 돌려 박선우를 외면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제 손톱을 뜯었다.
‘나도 이러고 싶은 건 아냐.’
자꾸 눈앞이 신경 쓰여서 짜증이 난다. 그걸 상대방에게 쏟아붓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게 또 좋은 게 아니더라.
그래서 그냥 아무도 제게 접근을 못 하게 하는 방식이 나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낯선 듯 익숙한 사람이 조심스레 다가와 자신에게 인사했다.
“안녕, 네가 연서니?”
최유진은 많이 자랐구나라고 말을 덧붙이려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유건민에게서 아이가 ‘엄마’와 관련된 것을 떠올릴 때마다 발작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유연서는 어딘가 그리운 냄새가 나는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난 이 사람을 안다. ‘저것’과 연관된 사람인 게 분명하다.
“네 아버지에게서 들었겠지만······.”
“······알아요. 결혼하신다는 거. 축하합니다.”
곧 자신의 새엄마가 될 텐데도 딱딱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어딘가 안쓰러웠다.
“그래, 잘 부탁······.”
철썩!
최유진이 유연서의 어깨를 두드리려 손을 뻗었지만, 유연서는 그걸 매몰차게 쳐 버렸다.
“······아.”
자신이 쳐놓고 어찌할 줄 모르던 유연서는 결국 자신의 방으로 도망쳤다. 박금주는 그런 뒷모습에 혀를 쯧, 찼다.
“네가 이해하렴.”
“저는 괜찮아요. 열 한살이면 뭘 모를 나이도 아니고······ 느닷없이 새엄마가 생긴다는데 좋아할 애가 있나요?”
“그래, 고맙다.”
최유진이 신경 쓴 건 떨리는 눈동자였다.
‘자기가 쳐놓고······.’
자기가 상처받은 것 같았지?
‘의도한 건 아니구나.’
그나마 다행인가. 최유진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
“그래, 상담은 이제 아예 안 한다고?”
“네. 이제 졸업이죠.”
“다행이다.”
차기작 촬영도 끝났고, 회사 일 때문에 출근했던 유연서는 오랜만에 최유진과 저녁을 함께 했다.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했니?”
“뭐, 똑같죠. 어린 시절 얘기하면서 그때는 그랬고 저랬고······.”
어린 시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유진은 조심스레 그 시절의 얘기를 꺼내는 아들을 바라봤다.
‘이젠 정말 다 괜찮은가 보구나.’
이제는 자신이 먼저 어린 시절의 얘기도 꺼낼 정도면. 최유진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알았지. 그런 식으로 밀어내는 건 너도 힘들었을 거라는 걸.”
“진짜요?”
“연서야. 그때 너는 열 한 살이었잖니. 표정으로 다 드러나더라. 자기가 밀어내 놓고 상처받은 티가 나던데.”
“아······.”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최유진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법을 깨우치고 있었다. 하물며 당시 유연서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표정 하나 읽는 게 그리 어려울까.
“괜히 너를 자극할까 봐 천천히 다가가려 했어. 안 되면 네가 하는 일이라도 지원해주려고 했고.”
갑자기 AST 엔터라는 중소 회사에 들어가더니 아이돌 데뷔조로 들어가서 놀랐지만, 드디어 자신이 해줄 일이 생겨서 나름 기뻤었다.
“죄송하네요. 그래도 기분은 나쁘셨을 거 아니에요.”
“뭐, 가끔은 그런 적도 있었지. 나도 사람인데.”
일은 하는 족족 성과가 있는데, 새 아들은 관계의 진전이 없으니 가끔은 조금 힘들긴 했다.
친구를 닮은 안타까운 아들이 계속 자신을 밀어내기만 하니까······ 설마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단둘이 식사도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래도 괜찮아. 네가 뭘 감추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포크 질을 하던 유연서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알고 계셨네요.”
“알고 있었지. 나뿐만 아니라 아마 건민 씨나 은호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을 거야.”
가끔 허공을 바라보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니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 다들 알았다. 이유를 알려고 다가가도 계속 밀어내니 다가갈 수 없었지만.
‘그게 희서의 마지막 모습인 건 다들 상상도 못 했지만.’
찰나의 순간에 슬픔이 보였던 최유진은 입꼬리를 다시 올렸다.
“그래, 지금은 예전 모습이 나오는구나.”
“예전 모습이요?”
“너는 워낙 어려서 몰랐겠지만, 너 옛날에 얼마나 예뻤는지 아니? 이모, 이모 하면서 꽃도 따다 주고. 얼마나 잘 웃었는데.”
“아아······.”
유연서는 괜히 멋쩍어서 활짝 웃었다. 흘끔흘끔 지켜보던 몇몇 종업원과 손님이 숨을 삼켰다.
“······기억해요.”
워낙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어린 시절 기억은 다 남아 있었다. 물론, 그날의 기억도 여전히 선명하다. 그 때문에 가끔 악몽을 꾸지만, 예전처럼 온종일 환영으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만 좀 홀리고 다녀.”
“제가 뭘 홀렸다고요.”
“하고 웃음을 뿌려 대니 우리 직원들이 일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
“하하······.”
농담인 줄 알고 어색하게 웃는 유연서를 보며 최유진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진짠데.
예전에는 유연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날이 서 있어서 웃어도 마치 비웃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다들 심장 떨려서 일에 집중을 못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과장하는 게 아니다.
“진짠데? 너 버티칼 앱 안 보니?”
“어머니도 그거 하세요?”
“건민 씨가 가입해 보라 해서 해 봤는데, 재밌더라.”
전에도 캡처 글은 본다고 했는데, 회사 이메일로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을 회장이 직접 들어간다? 직원이 들으면 살 떨릴 소리다.
“그래도, 보기 좋다.”
그때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다시 볼 줄은 가족들 누구도 몰랐으니까.
“보시기에 제가 어릴 때 모습을 찾은 거 같으세요?”
“그래.”
유연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