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6)
“나 아저씨 아들 아닌데?”
“미안하구나, 아저씨 아들이랑 똑같아서.”
어린 유연서가 민성철을 잠시 마주친 뒤, 유연서는 할아버지에게로 그리고 민성철은 별채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 난······ 아무 잘못 없어.”
“······죄송합니다.”
“흐흐······ 드디어······.”
세 살인자는 바닥에 쓰러진 이희서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경찰을 매수하고 감식 결과를 바꿀 사람이면······ 좀 높은 사람인가?’
설마······ 아니겠지? 그 와중에도 의심이 밀려 들어왔지만, 양홍식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흩트려놓았다. 너무 알려 하면 되레 본인만 다친다.
“일단······ 다리부터 들자.”
“알았어.”
“흐흐······.”
안 들키면 된다며 양홍식과 박경원을 선동했던 민성철은 이희서의 숨이 끊어지자 낮게 흐느꼈다.
민성철은 숨이 멎은 이희서의 볼을 애정 넘치게 쓸어내렸다. 그 행동이 소름 끼친 박경원이 윽박질렀다.
“뭐 해? 빨리 도와줘!”
“그냥 둬, 저 새끼는 미쳤어.”
양홍식은 전부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이희서에게 집착하는 민성철이 기분 나빴다.
[나, 난······ 돈이 필요해.] [그래, 그렇지.] [난 잘못 없어······ 빚만 없었더라면 안 했을 거야······.] [그렇지! 보증 서달라는 그놈이 나쁜 놈이야.]‘이게 다 저 새끼가 선동해서 그래.’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에······ 두 사람은 탓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봤자 공범으로서 자신들의 죄가 사라지지 않을 건데도 원망의 눈빛을 민성철에게 보냈다.
“왜······.”
민성철은 미동도 하지 않는 이희서를 보며 끝없는 허무함을 느꼈다. 드디어 내 손으로 너의 마지막을 가졌는데, 왜 이리 기쁘지 않을까.
“왜 나를 보지 않지?”
“하아······ 미친놈.”
박경원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이윽고 양홍식에게 손짓했다.
“올리자. 하나, 둘.”
“흐읍!”
그렇게 이희서의 죽음이 위장된다.
그리고 같은 시간, 주성의 일가친척들은 본채에서 화기애애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유 회장이 한 번 해보라 권유했던 사업 계획서를 가져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희서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희서가 늦네.”
워낙 가족이 많아서 다들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을 때, 박금주의 말에 자리에 앉아있던 유연서가 벌떡 일어났다.
“제가 갈게요!”
“연서가 갈 거야?”
그는 친척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두 팔 벌려 별채로 뛰어갔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엄마가 좋을까.”
어른들은 우다다 뛰어가는 유연서의 뒷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로지 박경석만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숨어!”
범행 현장을 조작하고 은밀히 나가려던 세 사람은 유연서의 등장에 근처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바스락 소리가 났지만, 신이 난 아이는 눈치채지 못했다.
“엄마!”
민성철은 이희서를 똑 닮은 유연서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렇게 유연서가 별채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그리고, 보게 된다.
“으아아악!”
민성철은 유연서의 비명을 얼핏 듣고는 저택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렇지······ 그래······.”
집착하던 대상을 잃어 흐리멍덩했던 그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 빛났다.
“이게 끝이 아니지······.”
***
유은호는 뒤늦게 유연서를 따라 어머니를 부르러 갔었다. 그가 별채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동생의 비명이 들렸고. 급히 뛰어가 확인하려는 순간 방의 문이 쾅! 닫혔다.
[무슨 일이야? 야! 유연서!]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쪽에서 잠근 건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소란을 느낀 사용인이 열쇠를 가지러 가고, 동생은 안에서 찢어지는 비명을 냈다.
“연서가······ 열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보지 말라고······.”
또래 아이들보다 조숙하다고 해도 이제 겨우 열한 살. 유은호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세, 세상에······ 여보!]유은호는 눈치 빠른 사용인의 품에 안겨 안의 상황을 보지 못했지만, 절규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지금도 선명히 들렸다.
[아줌마, 내가 잡고 있는데······ 엄마가, 엄마가 이상해······.]그리고 넋이 나간 채 중얼거리는 동생의 목소리까지. 유은호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엉엉 흐느꼈다. 박경석은 그런 유은호를 안고 토닥였다.
“은호, 힘들었을 텐데 잘 말했다. 가서 연서 옆에 있어 줘. 많이 힘들 거야.”
“네.”
유은호는 소매로 눈물을 쓱 닦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자리에 남은 박경석은 VVIP실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표정 관리를 했다.
‘그 녀석들을 본 건 아니군.’
유연서가 비명을 지를 때는 실패한 건가? 싶어서 불안했지만, 오히려 다행이었다. 충격받은 유연서를 들먹이며 수사를 빨리 종결시켜야지.
박경석이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쓸었다. 거슬리는 것을 없앴지만, 이제 시작이다. 배려심 넘치는 사위, 매제로 돌아가 가족들의 눈을 속여야 할 때다.
“형님.”
박경석은 병실 밖에서 제 머리를 감싸고 있던 유건민의 옆에 앉았다.
“······그럴 리 없어.”
“형님.”
“나, 나 좀 나갔다 올게. 우리 애들 좀 부탁해.”
“어디로요? 식사도 안 하셨잖아요.”
“경찰서. 아무래도 이상해.”
제 아내가 자살할 리 없다는 확신이었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유건민의 뒷모습을 보며 박경석이 한숨을 쉬었다. 아, 귀찮게.
이희서 자살 이후 2주나 지난 지금, 장례식은 언제?
故 이희서 자살···여전히 침묵 中인 주성 그룹
그 사건 이후 언론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으며 연일 이희서에 관한 보도를 했고, 인터넷에서도 이희서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루머를 생성했다.
정신을 잃었던 유연서가 눈을 희미하게 깜빡였다.
“······형.”
유연서의 병실 침대 위에 팔을 베고 엎드려 있던 유은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유연서는 퉁퉁 부어서 자신을 보는 형이 웃기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아빠! 연서 깼어요!”
유은호가 병실 밖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온 가족을 데리고 병실로 다시 들어왔는데, 가족들의 표정이 이상해서 유연서는 눈을 깜빡였다.
“왜요?”
그 광경을 목격했다기에는 지나치게 해맑은 얼굴이었다. 가족들의 낯빛에 불안함이 번졌다.
유건민이 유연서에게 다가가 옆 머리를 쓸어주었다.
“연서야.”
“아빠.”
“우리 아들······.”
“아빠 왜 울어?”
유건민은 그 소리에 더욱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기억이 온전치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맞았다.
“그래······ 잊어버리는 게 낫지.”
“아빠? 여긴 어디야?”
“으응, 병원이야. 연서 아야 할까 봐 왔어.”
“나 안 아픈데?”
유연서를 꼬옥 안은 유건민이 훌쩍였고, 고모들도 아이가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우리 아들, 검사 잘 받을 수 있지?”
“응!”
가족들은 병상에서 일어난 유연서에게 이것저것 검사를 받게 했다.
“이 사진을 한 번 봐주세요.”
의사는 유연서의 뇌 MRI 사진과 비슷해 보이는 사진을 옆에다 놓았다.
“옆 사진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
“비교로 올린 이 사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의 뇌 사진입니다. 이 사람은······ 전쟁에 참전한 적 있는 사람이고요.”
극도의 죄책감, 그리고 우울감. 심각한 공황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유건민은 유리창 너머 간호사와 얘기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억을 잃은 게 천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기억을 되찾을 수도 있는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유 회장의 질문에 의사는 땀을 비질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하루빨리 정신 병원에 입원을 시키시는 게······.”
“정신 병원이라니!”
“회장님, 누구도 그 광경을 보게 된다면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연서는 고작 일곱 살이지 않습니까.”
이 당시 유 회장은 정신 병원에 관해 편견이 가득한 고리타분한 사람이었다. 차분히 그를 말리는 박상형의 말에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은호는 아무 문제 없지?”
“네, 아무래도 연서가 문을 닫은 덕분에······.”
박상형의 말에 유 회장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와중에도 형은 보지 못하게 문을 꼭 잠근 것이 안쓰러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가 누구지?”
“아까 그 사람입니다만······ 다른 의사도 알아볼까요?”
“그래. 외국 쪽으로도 알아봐. 치료에 돈 아끼지 말고.”
“네.”
최고의 의료진으로 꾸렸지만, 그중에 의사답지 않은 사람도 끼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반사회적 인격 장애에 걸렸으니 이걸 치료하려면 기간이 오래 걸릴 거라며 돈을 가져갔던 장사치도 있었는데,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유건민은 아직도 아내의 사망 사건을 캐고 있었고, 박금주는 아끼는 며느리를 잃었는데 그게 제 탓이라는 루머에 휩싸여서 우울증에 걸렸다.
유 회장은 ‘충분한 돈을 대면 의사가 잘 치료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마치 애를 학원에 맡기면 알아서 성적이 오를 거라는 심리였다.
“아이고, 불쌍해라······.”
“어떡하면 좋아.”
정신을 차린 유연서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몇 가지 검사를 더 하자는 형의 설득에 못 이겨 아직도 병실 신세를 지고 있었다.
간신히 병원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허락받은 유연서는 자신을 향한 은근한 시선이 신경 쓰였다.
저 사람들은 왜 나를 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을까? 나는 괜찮은데. 난 불쌍하지 않은데.
“쟤가 그 애야?”
“쉿, 얘기하지 마.”
“불쌍하다······ 엄마를 그렇게······.”
간호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 뛰어가던 유연서가 걸음을 멈췄다.
근데, ‘엄마’가 누구지?
“아······.”
갑작스러운 고통이 느껴져 유연서가 제 머리를 감쌌다.
“아아악!”
“헉!”
“도련님!”
“의사! 의사 불러!”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그의 곁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
그 이후, ‘엄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크게 비명을 지르며 발작하는 유연서는 퇴원하지 못하고 긴 입원 신세를 졌다.
유 회장은 주변인들에게 유연서의 앞에서 ‘엄마’는 금기어라고 단단히 일렀으며, 다들 유연서를 보면 모른 척 행동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알았어요.”
그리고, 유 회장은 제 아들을 붙잡고 간절히 말했다. 문틈으로 보고 있던 유연서가 도망치듯 제 방으로 들어왔다.
‘나 때문이야.’
화목했던 집안 분위기가 끝도 없이 망가진 건 분명히 자신이 입원한 것과 관련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화에서 확신했다.
제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푹 눌러 쓴 유연서는 용기 내 얼굴을 밖으로 빼고 시선을 위로 향했다. 허공 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얀 커튼 같은 치맛자락. 무섭다. 심장이 크게 울렸다.
[연서야.]“······헉!”
그때, 그의 귓가로 환청이 들렸다.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던 심장을 점점 진정시켰다.
[연서야. 너무 괴롭고 힘들 때가 생기면, 너만의 비밀 장소에 꼭꼭 묻어두렴.]그래, 그러면 되는구나.
‘나만 알고 있어야 돼.’
그렇게 유연서는 일곱 살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요즘은 좀 어때?”
“괜찮아요.”
제 어머니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건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괜찮은 척, 멀쩡한 척하는 건 의외로 쉬웠다. 가끔 자신을 괴롭히는 환영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그 모습을 아무도 안 보면 됐다.
“그래, 치료는 성공인가?”
“아직 예후를 지켜봐야겠지만······ 한시름 덜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