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5)
“안녕하세요.”
“어머, 연서 씨. 아직 촬영하려면 멀었는데.”
유연서는 ‘유씨 형제’를 찍으러 출국하기 전 단편 영화 ‘어느 남매’의 촬영에 합류했다.
임승현과 이태겸이랑 같이 봤던 그 시나리오였다. 어차피 남매 중에서도 동생의 심리에 초점이 가 있는 영화이고, 유연서는 비중이 작아서 촬영 시간도 적어서 출국 전에 촬영할 수 있었다.
“출연 결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재밌어 보이는데. 커피 차 왔으니 드시고 하시죠.”
“오······ 감사합니다!”
갑자기 독립 영화나 단편 영화 그리고 단막극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유연서에 다들 의아했지만, 환영할 일이었다. 게다가 단순 변덕이 아니라 꾸준히 출연 결정을 해서 사람들의 평가는 좋았다.
유연서가 합류하면 촬영팀의 의욕도 솟아올랐고, 그가 출연함으로써 많은 입소문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연서가 운영하는 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다.
“저······ 연서 씨.”
“네?”
“혹시 사진 가능하실까요?”
이미 옛날의 깽판 이미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그가 제발 우리 작품에 와 달라고 빌 정도였다. 티켓 파워와 시청률을 보장하면서 배우로서 촬영 의욕도 넘치고 촬영팀 복지에도 이것저것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유연서가 나한테 꽃바구니랑 카드 보냈더라.] [너도? 나도.]그리고 과거 무례를 저질렀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사과하고, 관련 직종에서 일을 보장하니 평판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게다가 그가 관련 회사를 사들이면서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막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만 쓰고 있었다. 그래서 독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도 잠잠해졌다.
‘와, 미쳤다······.’
‘내가 유연서랑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지금도 촬영팀 사람들이 줄 서서 그와 사진 한 번 찍으려고 벼르고 있었다. 영화과를 갓 졸업한 학생의 단편 영화 출품작이어서 더욱 사람이 몰렸다. 유연서는 거절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주었다.
“혹시 사인도······ 감사합니다!”
“촬영 시작할게요!”
유연서가 맡을 배역 이름은 고도현,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억눌려 있던 오빠. 하필 집도 가난해서 용돈도 얼마 못 받고 자랐는데, 부족하게 살다 보니 돈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그게 도박 중독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겠지.
돈에 관심이 많은 고도현은 남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가뜩이나 공부 머리도 없고 대학도 못 간 고도현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아버지는 그를 방관한다. 남자니까 그냥 풀어 키워도 알아서 클 거라는 안일함 때문이다.
‘그래도 동정의 여지는 주면 안 되겠군.’
유연서가 분석한 고도현은 실패한 인생이었다. 뭘 시도해도 끝까지 가지 못하는 성격에 한탕주의에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는 철없는 인생이다.
자신이 맡을 캐릭터에 빠져서 전체적인 그림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동생이다.
오빠는 갈등의 시발점이고 누가 봐도 집안의 문젯거리였다. 게다가 요즘 주식이니 코인이니 말이 많아서 더욱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완급조절을 잘해야 했다.
“야, 너 이거 해 봤냐?”
“이게 뭔데요?”
“뭔데요는 새끼야.”
“뭐, 뭡니까?”
그래서 유연서는 고도현을 연기할 때 돈에 집착하고 탐욕스럽지만 찌질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유년 시절이 좋지 않았지만, 불쌍하게 보이지 않게끔 경계를 잘 지키며 연기했다.
“와······ 진짜 한 대 때리고 싶게 만드네요.”
“진짜 이게 배우구나······.”
따로 얘기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의도대로 연기하는 모습에 스태프들이 모니터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고도현은 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선임에게서 불법 스포츠 토토와 가상 화폐를 배우게 된다.
“돼, 됐어!”
“미친! 아무리 초심자의 행운이 있었다고 해도······.”
처음 시도에 평생 만져도 못 했던 큰돈을 만지게 된 고도현은 눈이 훼까닥 돌아서 결국 그 돈을 올인하고, 다 잃어버린다. 하지만 처음 땄을 때의 쾌감을 잊지 못하고 소액 대출에 손을 댄다.
‘다음에 따면 되지.’
다음에 따서 갚으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점점 대출받는 금액이 커지면서 그의 빚은 몇백에서 몇천으로 훌쩍 뛰었다.
“너, 너 이게 뭐야?”
“그, 그게······.”
그렇게 고도현의 사고는 결국 집으로 날아온 저축 은행의 통지서로 들통나게 된다. 순식간에 집안이 뒤집혔다.
“너! 너 이 새끼!”
“여보, 일단 진정 좀······.”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그리고 여기서 동생, 고은영이 나온다. 오빠와는 어릴 때만 사이가 좋았지, 사춘기가 지나며 소원해졌다.
아버지는 아들인 고도현을 갈궜고, 어머니는 사이에 껴서 한숨만 늘어갔다. 딸인 고은영은 어머니의 아픔에 깊게 공감했다.
게다가 고은영은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지갑에서 현금이랑 카드를 슬쩍하는 사고만 치고 다니던 오빠였다.
군대 다녀와서 철든 줄 알았는데 남몰래 이런 대형 사고를 치니······ 집안 분위기는 추락했고 중간에서 휩쓸리는 건 고은영이었다.
“은영아······ 엄마 어떻게 사니······.”
“그냥, 그냥 오빠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돼?”
“그걸 어떻게 해······ 이러다가 엄마 죽겠다.”
고은영은 통곡하는 어머니의 등을 토닥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 엄마가 가장 힘들겠지. 하지만 이렇게 어머니의 감정을 다 받아주는 고은영도 지쳐만 갔다.
“그래도 자식인데 가만히 냅둬? 우리가 좀 도와주면······.”
“쟤는 원래 태어나기를 저렇게 태어났다니까!”
“당신이 애를 잡았었잖아! 그러니까 저렇게 크지!”
고은영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심정을 느꼈고, 자신은 해결 못 하는 일을 가지고 제게 우울한 감정만 토해내는 어머니를 밀어내지도 못하고 받아주기만 했다. 그래야 엄마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다시는 하지 않을 거지?”
“네. 진짜 안 할게요.”
결국 자식을 버릴 수 없는 부모는 고도현의 빚을 갚아주기로 한다. 대형 사고를 친 아들은 이제 뒷전이 되었다. 그들의 희망은 딸이었다.
“역시 우리 은영이밖에 없다.”
“도현이 걔는······ 틀렸어.”
그래도 딸이라고 고도현보다는 덜 엄하게 자랐지만, 고은영도 옛날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피해자기도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고은영이 성인이 된 지금도 생생했다.
가끔 큰 소리가 나면 몸이 경직됐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한다고 달라질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에게만 기대는 부모를 마주할 때면 숨이 막혔다.
‘왜 나한테만 그래.’
고은영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집안 사정이 나아졌다. 그것도 고도현이 친 사고를 수습해주느라 거의 전부 날렸지만, 그래도 집안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다. 고도현도 그 뒤로 사고는 치는 것 같지 않았다.
“요즘 네 오빠랑 대화하니?”
“그걸 왜?”
“그래도 남매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도현이 그렇게 된 거 네 아빠 때문이잖아. 불쌍해서······.”
고도현은 아픈 손가락이 되어서 좋든 나쁘든 부모의 관심을 받았다. 실질적인 도움도 고도현만 받았고, 부모는 노후 자금까지 털려서 기댈 건 딸밖에 없었다.
‘그럼 나는? 나는 안 불쌍해?’
고도현의 일로 심란했던 엄마의 버팀목이 됐지만, 그렇다고 고은영이 괜찮은 건 아니었다. 고은영도 피해자였다.
‘아, 저거 내가 살 게 아니라 엄마를 사 주면······.’
그 뒤로 고은영은 자신의 얘기를 숨겼다. 사고 싶은 가방을 사도 엄마의 눈치가 보였다. 무형의 무언가가 고은영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이건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왜 눈치를 봐야 하지? 나는 잘못도 안 했는데? 사고 친 건 오빠인데 나는 왜?
“······왔냐?”
“어.”
고은영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철부지 오빠에게 대충 대답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남매가 아니라 그냥 남남 같았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
고도현은 동생이 들어간 방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쟤는 왜 날 자꾸 피할까 하는 의문 그리고 자신이 저질렀던 사고 때문에 동생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망설임을 담았다.
제 방으로 들어간 고은영은 침대에 털썩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빠도 자신과 같은 가부장적인 집안의 피해자라는 연민, 하지만 오빠 때문에 자신에게 돌아온 감정 노동 때문에 느껴지는 울화통.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유연서는 완벽히 끝냈다. 그렇게 남매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여러 번 찍고 나서야 감독의 컷 사인이 들렸다.
“컷! 고생하셨습니다!”
유연서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촬영이라 모든 스태프가 그에게 붙어서 같이 작업해서 영광이라며 다음에 꼭 다시 보자는 말을 남겼다.
“저, 선배님······.”
“고생했어요. 연기 잘하던데요?”
고은영 역할의 김가영이 수줍게 인사했다. 유연서로 인해 ‘어느 남매’가 알려지게 될 테니 흐름만 잘 타면 대성할 것 같았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뒤풀이는 안 가세요?”
“스케쥴이 있어서.”
아쉬운 듯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유연서는 차에 올라탔다.
유연서는 촬영 기간 동안 고도현으로 살면서 그의 감정을 체득하려고 했다. 고도현은 자신의 잘못이 어린 시절에 있다고 부모를 탓하고 싶었고, 동생인 고은영과는 다른 남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절로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했다. 말해봤자 달라질 것 없다는 무력함도 있었다.
때로는 일이 잘 해결돼도 풀리지 않는 게 있다. 고도현의 사고로 집안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어떻게든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부모는 어긋난 기대를 딸에게 쏟았고, 딸은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 것처럼 자신의 불만을 속으로 꾹꾹 담았다. 남매의 대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혈육이 아니라 남과 같았다.
촬영을 마친 유연서는 문득 핸드폰 화면에 뜬 형의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화가 필요해.’
아주 많이.
***
“잘 찍혔어?”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굵은 나무에 매달린 그네 그리고 그걸 수리하면서 추억 얘기를 하는 형제를 멀리서 바라보던 이재학은 헐레벌떡 촬영팀에게 다가갔다.
“이야······ 그림이 따로 없네.”
“이거 미리 스포할 순 없죠?”
작가는 손이 근질거렸지만, 애써 참았다. ‘유씨 형제’에 많은 스태프가 지원했지만, ‘유씨 가문’부터 비밀을 잘 지켜온 스태프들이 우선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다들 비밀 유지는 보장된 사람들이었다.
“됐다. 됐어. 예능적 재미는 비주얼로 챙기자고.”
어차피 유연서만으로도 시청률은 보장된다. 방송 출연이 적은 신비주의 유은호까지 합세했으니 시청률과 화제성은 보장이다. 제작진이 호들갑을 떠는 사이 형제는 추억의 장소 안으로 들어왔다.
“······별로 안 변했네.”
유은호는 현관 앞에 멈춰 서서 저택의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유연서는 그런 형의 모습을 은근하게 관찰했다.
‘어떻게 할까······.’
때로는 일이 잘 해결돼도 풀리지 않는 게 있다. 그가 ‘어느 남매’ 촬영에서 느낀 점이었다.
그가 아는 유은호는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르는 타입이었다. 근데 아주 어린 시절에는 그러지 않았다.
친모의 사고 이후로 달라진 것이다. 마치 친모의 사고 이후로 미친 자신처럼. 과연 이게 정상일까?
할아버지와 두바이에서 있었던 뒷거래도 왜 최근에서야 알게 됐는지 불만이 많았다.
대체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쯤이면 다 큰 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그만할 것인지 알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