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6)
유연서가 상념에 잠긴 사이 유은호가 등을 돌렸다.
“그래서, 이제 뭐 할까?”
“······배 안 고파? 식사나 하자.”
유연서는 익숙한 듯 주방으로 향했다. 영혼 조정을 하는 동안 이 별장은 거의 제 집 같았다.
호출 하나면 관리인이 모든 걸 다 해주지만, 아무래도 피를 토할 일이 많아서 혼자 알아서 생활해왔다. 그래서 능숙하게 움직였다.
“뭐 할 건데? 도와줄게.”
“음, 일단 면 좀 끓여줘.”
게다가 유건민은 그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시켰는데, 사실 할아버지인 유창호의 철학이 그랬다. 특히 3세들은 자신이 가진 배경에 취하지 않게끔, 비서나 보호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무슨 칼 잡는데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
“습관이라서.”
유은호는 칼을 들고 진지해진 동생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유연서는 형이 웃거나 말거나 능숙하게 재료를 손질했다. 전문 요리사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거 줘.”
“이거?”
유은호는 그걸 어깨너머로 보다가 요리를 보조했다.
“오······ 그럴싸한데?”
“참나, 요리마저 잘하다니.”
“가정적인 면을 돋보이게 편집해도 좋겠는데요.”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제작진이 작게 감탄했다. 안 그래도 유창호와 유건민을 닮아 피지컬이 남달라서 두 사람이 나란히만 서 있어도 화면이 꽉 차 보였다.
단번에 두 가지 요리를 끝마친 형제는 식탁에 앉았다.
“어때?”
“맛있네. 따로 배웠어?”
“1년 동안 혼자 살면 다 이렇게 돼.”
요즘은 동영상도 잘 되어 있어서 따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미래의 기술력 일부를 가지고 있어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는 잘 아프지 않았다. 흔한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고, 몸은 액션 연기를 하기에 과하지도 않고 딱 적당했다.
“그러고 보니 같이 이렇게 요리한 적은 없었지?”
“이럴 일이 없었지. 형은 바빴고, 나도 바빴고.”
어릴 때는 간식을 직접 만드는 이희서를 도와 이것저것 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나란히 서서 요리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다 먹고 뭐 하면 돼?”
“휴가 왔으면 놀아야지.”
“방송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
유은호는 구석에 설치된 카메라를 흘끔 바라봤다. 아직 적응이 잘 안 됐다. 이렇게 단조롭게 있는 건데 방송에 내보낼 거리가 되나?
“안 그래도 오늘 무슨 진행을 해보라더라.”
“뭐?”
“무슨 캠프파이어에 진실 게임을 하자는데? 무슨 수학여행처럼.”
사실 이재학의 의견이 아니라 유연서의 의견이었다.
“가본 적 없어서 모르겠는데.”
“나도.”
아무래도 주성의 직계인데다가 이희서랑 너무 닮았다는 특이점 때문에 납치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대외 활동을 자제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 흔한 수학여행도 못 가보고 재미없는 인생이었다.
“우리도 좀 쉴까?”
“그럴까요?”
유은호가 책을 집어 들고, 유연서도 해먹에 누웠다.
지켜보던 제작진은 기지개를 켰다. 어차피 저 안에 설치된 카메라는 형제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니 이렇게 계속 지켜볼 필요는 없었고, 형제가 저렇게 있기만 해도 반응은 폭발적일 것이다.
***
그렇게 첫날 점심은 단조롭게 보냈다. 저녁은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마치 캠핑 온 듯 바비큐를 했다.
제작진이 카메라를 세팅하고 후다닥 숙소로 빠졌다. 사람이 없어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밤에는 쌀쌀하네.”
“별 봐봐.”
타닥타닥 불씨가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에는 은하수가 가득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유연서가 먼저 운을 뗐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일이 또 있어?”
“뭐?”
“전에 얘기했던 거 말이야. 두바이. 할아버지가 나 데뷔했을 때 형이 막아준 거.”
오, 뭐야. 그들만의 이야기? 이재학이 헤드폰을 귀에다가 꾹 눌렀다. 그래봤자 들리는 건 똑같은데도 내막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하는 몸짓이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신경 엄청 쓰이거든?”
“그래서?”
유연서는 솔직히 형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팔불출이야 사건의 범인을 쫓느라 자식들에게 소홀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그랬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지금껏 계속되는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형은 사고만 치는 동생 뭐가 좋다고 옛날부터 뒤에서 그걸 다 챙겨줬을까. 게다가 그 당시 자신은 그렇게 좋은 동생이 아니었다. 대화를 시도하면 무시하고, 챙겨 줘도 뭐라고 했었다.
“그거 말고 또 있지?”
“방송에서 할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
“어차피 편집 과정 다 볼 텐데 뭐. 게다가 스탭들도 비밀 잘 지킬 거고.”
유은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없어.”
“거짓말인 거 같은데. 다 얘기해도 돼. 진실 게임이니까.”
그리고 눈치가 빠른 유연서는 형이 또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유은호가 먼저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그러는 너는 나한테 할 말 없어?”
“뭐가?”
“네 상태 말이야.”
무려 20년을 넘게 시달려 온 일이다. 설마 사건이 다 끝났다고 그게 다 사라졌을까?
[이젠 엄마가 나한테 말까지 걸어요.] [연서야, 우리 아들. 너 때문에······.]유은호는 할머니에게 찾아가 절규하듯 말하는 동생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워낙 심각한 일인 거 같아서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사건 직후부터 시달려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숨이 막혔다.
그때 왜 말을 안 했을까. 할아버지나 부모님이 걱정할 걸 알아서 숨겼다고 하면, 나는 비밀리에 도와줄 수 있었는데.
“나 의사가 괜찮다고 확진한 지 꽤 됐는데? 형도 알잖아.”
“······그래.”
지금이야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욱 물어보지 못했다. 유은호는 달빛에 비쳐 희미하게 보이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그 사건이 해결 안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한 적 있어?”
“글쎄······. 다 지났는데 뭐.”
이미 다 끝난 마당에 그걸 생각해 봤자 뭐 하겠나 싶지만, 가끔은 의미 없는 가정을 할 때도 있었다.
특히 그가 영혼 조정을 위해 여기서 1년 동안 살았을 때 심했다. 영혼을 조정할수록 강진후와 유연서의 정체성이 혼재돼서 제정신이 아닐 때도 있었다.
워낙 기억력이 좋은 몸 때문에 기억이 뒤섞이고, 내가 지금 서 있는 땅이 현실이 아닐 거라 의심한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다 결론 지은 일이었다. 그래서 유연서는 의미 없는 가정을 그만두기로 했다.
“난 있어.”
다만 유은호가 먼저 그런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의외로 속마음 터놓기가 잘 될 거 같아서 유연서는 일단 가만히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네가 엄마에 관한 기억을 되찾고 범인을 의심했는데, 아무것도 풀리지 않은 상황이 된다면······.”
“······.”
“아마 네가 잘못됐을 거라고.”
그 말에 유연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까지는 정말 그럴 생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유연서는 거기서 의문을 느꼈다. 왜 내 얘기만 해? 형은?
“그러는 형은 어땠을 거 같은데?”
“글쎄······ 많이 슬퍼하다가 지나갔겠지. 범인은 여전히 잘살고 있었을 테고.”
하지만 유연서는 그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그가 이희서에 관한 기억을 되찾고, 유일하게 믿을 사람이었던 형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러는 형은 내가 그때 엄마 죽음을 의심했을 때 왜 무시했는데?”
“그건······.”
“그래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잖아.”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였잖아. 그리고······.”
그 당시에는 어깨에 놓인 짐이 버겁게 느껴졌을 때였다. 하지만, 이걸 얘기를 안 했으니 오해는 더 깊어졌다. 유은호는 피를 토하면서 그때 왜 그랬냐고 묻던 동생이 생각나서 입을 꾹 다물었다.
유연서는 그런 유은호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든 얘기하면 들어준다고 한 사람은 형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내가 또 미칠까 봐 외면한 거겠지.”
“아니······.”
쏘아 붙이는 말에 유은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냥 묻어두고 사는 게 동생을 위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유은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그거 때문에 여태껏 자세한 얘기를 말 안 했다는 건 생각 안 해?”
“연서야. 누구라도 그 시절의 너를 생각하면 그분에 관한 얘기는 숨길 수밖에 없었어.”
그만큼 유연서는 심각했다. ‘엄마’를 연상하는 뭐라도 생기면 발작했고, 숨이 꺽꺽 넘어가서 위험한 상황일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생각 정리가 필요했다. 그 사이, 유은호가 먼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드물게 격양되어 있었다.
“······다 얘기하라고 했지? 그래, 너 왜 그랬냐.”
“뭐가.”
“그때 왜 문을 닫았어.”
“문을 닫아? 그게 뭔······.”
유연서가 입을 다물었다. 그때 문을 닫아? 설마······ 그 어린 시절 얘기를 꺼낸다고?
“설마, 옛날 얘기하는 거야?”
“나한테는 옛날 아니야.”
유은호에게는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 그 날의 잔흔이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닫은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건, 당연히 누가 보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랬겠지.”
“형이라도 그랬을 거잖아.”
“연서야. 그건 일곱 살이 할 행동이 아니야. 뛰어가서 어른을 불렀거나 그 자리에서 울었을 거라고.”
유은호가 한숨 쉬듯 말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하지만, 진짜 내가 그 상황을 목격했다면? 동생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네가 나보고 보지 말라고 했어. 들어오지 말라고 했고.”
“······.”
“너는 그 상황에서도 문 넘어 나를 걱정했다고. 내가 그걸 곱씹어 생각하면서 뭘 결심했는지 알아?”
유연서가 말싸움을 계획한 건 형이 자신을 뒤에서 도와준 만큼 자신도 뭔가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숨겨놨던 얘기를 다 털어놓고, 숨기는 것 없이 잘살아 보고 싶었다.
그리고 형이 자세한 얘기를 말하지 않는 이유가 ‘어느 남매’의 고은영과 비슷한 상황이라서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유은호는 그날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친모의 사망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줄곧.
동생이 그 사건 이후로 미쳐버린 것을 보건대, 친모의 모습이 아마 자신의 상상보다 더 끔찍했었을 것이다. 차라리 같이 봤으면 짐을 나눌 수라도 있었지,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왔을 것이다. 그는 동생에게 빚을 졌다. 아주 큰 빚을.
“그때부터 넌 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어.”
“형.”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도와주는 게······.”
“난 보호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형이 필요했어!”
결국 유연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내가 미칠까 봐 계속 숨기는 게 아니라, 미쳐도 옆에서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조건 없이 보호하고, 숨기는 게 싫었다. 사건이 다 끝나고도 계속되는 게 싫었다. 아직도 애 취급을 받는 것 같았고, 그동안 자신 때문에 알게 모르게 희생한 형이 신경 쓰였다.
그는 강진후가 아니고, 환영 때문에 미쳐버린 유연서도 아니고 어릴 때의 사려 깊은 유연서가 됐으니까.
“내 어리광 받아주는 동안 형은 어땠는데?”
“나는 괜찮았······.”
“그걸 믿으라고?”
원래라면 형을 도발해서 속마음을 들어 보려고 했던 작전이었지만, 먼저 감정이 격해진 건 유연서였다.
“연서야.”
“됐어. 나중에 얘기해.”
결국 유연서는 먼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유은호는 캠프파이어의 불씨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
“······최병성 기억해?”
“뭐?”
“아이돌 그룹 스카이하이 멤버말이야.”
다음날, 유연서는 느닷없이 아이돌 그룹을 말하는 형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스카이하이의 최병성이라면······ 원세븐 시절에 마찰을 빚었던 그 사람이었던가?
“그거 내가 했어.”
최병성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러니까······ 그걸 형이 했다고? 유연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택현도······.”
“설마, ‘비상’ 감독 말하는 거야?”
유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도 내가 했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