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
────────────────────────────────────
────────────────────────────────────
이슈메이커 유연서
유연서의 병실을 빠져 나온 보이 그룹 ‘원세븐’의 멤버 김이준이 택시에 올라타고는 생각에 잠겼다.
김이준이 유연서의 병문안을 갈 만큼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가 유연서의 병실을 찾은 것은 충동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마침 그 근처를 지나가길래, 목숨이 위독하다고 했으니 0.3 그램의 의리 차원에서, 사실 0.3 그램을 제외한 이유는 병상 위에 추레한 모습으로 누워있을 유연서를 비웃어 주려는 목적이 더 컸다.
‘설마 걔가 나 왔다고 문을 열어줄 줄은 몰랐지만······.’
마침 유연서가 보름 만에 정신을 차렸다는 기막힌 우연에다가 입구 컷 당할 줄 알았는데 자신이 왔단 소리에 문전박대도 안 하고 안으로 들여보내기까지 했다.
“그래서, 왜 왔냐? 연락도 없이.”
“너 내 연락처 차단했을 거 아냐.”
머리와 한쪽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얼굴은 혈색 없이 거무죽죽했다. 도저히 비웃을 몰골이 아니었다. 솔직히 가벼운 경상을 언론에서 부풀리는 줄 알았는데 진짜 위독한 상태가 맞았다.
“······많이 아프냐?”
김이준이 마지못해 한 말에 유연서가 피식 웃었다.
“기껏 찾아와서 하는 말이 그거냐? 솔직히 말해. 나 비웃으러 왔다고.”
“어 맞아. 솔직히 꼬숩긴 해. 꼴 좋네. 너 연기 못해서 조연한테도 밀린다며?”
김이준이 냉큼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져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도 이런 꼴의 환자한테 뭐라 할 정도로 내가 싸가지 없는 놈은 아니거든, 누구와는 다르게.”
“그러냐? 대단한 성인군자 납셨네.”
유연서가 비아냥거렸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그의 병문안을 올 친구란 존재는 거의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상식 현장에서 마주친 옛 팀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눈빛에서 보이는 깊은 증오심, 같은 공간에 있기 싫어서 멀어지는 모습. 유연서가 홀린 듯 말을 걸었다.
“너네 아직도 나 원망하냐?”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탈퇴한 지 5,6년 됐나? 그렇게 오래됐는데?”
“너는 오래됐을지 몰라도 나나 우리 멤버들은 당장 어제 일이나 마찬가지였어.”
김이준은 점점 머리에 열이 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긁으러 왔는데 오히려 긁히고 있었다.
“야 김이준.”
“왜.”
“너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라.”
“뭐? 구질구질?”
“나 신경 쓰지 말고 너네 인생 좀 살라고. 쯧, 없어 보이게.”
유연서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었다. 김이준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몇 년도 아니고 고작 몇 개월 같이 활동한 둘기 새끼한테 그렇게 정신머리 낭비하고 싶냐?”
“니가 그냥 둘기냐? 너 때문에 공백기에 무명 시절을 겪었는데?”
“그러게 연습생 때 보컬 트레이닝 좀 하지 그랬어? 아이돌도 가수인데······ 그리고, 너네 무명 시절 겪은 게 왜 내 탓이야? 다 너네 능력 부족이지.”
김이준이 주먹을 꽈악 쥐었다. 환자만 아니었다면 당장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 내가 미쳤지. 이런 놈 뭐가 예쁘다고 병실까지 찾아와서··· 역시 오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몇 개월 연습생 생활같이 했다고, 데뷔의 기쁨을 나눴다고 마음이 약해져서는······.
“그래도 역주행, 그건 인정. 드디어 투자한 보람이 나오네.”
“뭐?”
김이준이 어이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원세븐이 무명 시절을 청산하고 역주행으로 뜨게 된 것이 무려 2년 전이다. 갑자기 2년 전 일을 왜 꺼내는지 이상했다.
‘진짜 왜?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나?’
유연서가 못 뱉을 말을 뱉은 듯 잠시 멈췄다. 그는 사실 의식을 차렸을 때부터 이상했다. 몸이 이상하게 붕 뜬 느낌이 드는 게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죽기 직전 인연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서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재계약도 했다며? 어쨌든, 대표 그 새끼도 먹튀하는 새끼 아니니까 안심하고 너네 인생 살라고.”
“뭐? 그게 무슨······.”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김이준이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한 유연서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 시발, 야 우리 집 꼰대 오고 있대. 빨리 나가!”
“뭐?”
“아니다, 숨어! 빨리!”
김이준을 침대 밑으로 밀어 넣고 이불로 가렸다. 그리고 잠든 척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 그게 ‘진짜’ 유연서가 영원히 눈을 감은 일이었다는 걸 김이준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유연서와 유 회장의 대화를 전부 엿듣게 되었다.
‘유 회장이 소속사에 압박 넣어서 팀을 탈퇴하게 만들었다고?’
김이준은 숙소로 도착해 문을 열기 전 잠시 멈칫했다.
유연서는 탈퇴 당한 게 아니다. 제 발로 걸어 나갔다. 과장 좀 보태서 돈으로 병원 전체를 채워도 남아돌 만한 재벌 3세가 적당히 유희 거리로 선택한 아이돌 생활이 질려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의 압박 때문이라고?
‘설마, 우리를 생각해서?’
만약 걔가 계속 원세븐에 뭉개고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유연서의 집안은 원세븐의 활동 길을 막아버리고 협박했을지도 모른다. 주성 그룹은 그럴만한 힘이 되니까. 하지만······.
‘그럴 리 없어.’
김이준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 자기밖에 모르는 싸가지 없는 놈이?
생각에 잠긴 김이준의 옆으로 같은 그룹의 멤버 박주원이 핸드폰을 보며 말을 걸었다.
“너 설마 걔 병원 다녀왔냐?”
“아닌데?”
“그럼 이 사진은 뭐야?”
박주원이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원세븐 이준, 한국대 병원에서 목격···前 멤버 궁금해서 찾아왔나.
前 멤버에 대한 의리? 한국대 병원을 빠져나가는 원세븐 이준
김복순 @93_one7
연서랑 준이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나 봐ㅠㅠㅠ 우리애들 사이 좋아요ㅠㅠㅠㅠ
└93즈 도라와ㅠㅠㅠ
BEBE @BEBEBEBEBEBE
아 좃같네!!!!! 거길 왜 가!!
└그러게말이에요ㅠㅠㅠ 자존심도 없나ㅠㅠ 거길 왜 쳐가고 있니ㅠㅠㅜㅠ
└엱셔 걔 이제 멤버 아니니까 제발 엮지좀 말았으면
└ㅇㅇㅅ 걔가 원세븐 둘기한지 몇년인데 아직도 우려먹는거야?
“아씨······.”
“괜히 거기 가서 사진이나 찍혀 오냐. 잘한다 잘해.”
“매니저 형은 뭐래?”
“유연서 병문안 간 거 아니고 너 건강검진 때문에 갔다고 적당히 말 맞추기로 했어.”
안 좋게 탈퇴한 둘기랑 엮이면 팬덤에서도 좋은 말 나올 리 없어서 소속사도 몸을 사렸다.
김이준의 목소리에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 방에서 나와 그에게로 모였다. 궁금보다는 책망하는 시선이었다.
“왜 갔어?”
“드디어 뒤졌나 확인하러 갔겠지. 쟤가 유연서 그 새끼 제일 싫어했잖아.”
원세븐의 여섯 멤버들은 유연서를 싫어하다 못해 증오 수준이었고, 어쩌다 얼굴을 마주치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걔는 괜찮아 보여?”
“뒤지진 않았고, 상태는 안 좋아 보이던데? 막 코피도 흘리고.”
“그래? 개새끼, 명줄 질기네.”
일곱 명은 하나다. 라는 의미의 그룹인 원세븐은, 유연서가 돌연 탈퇴하는 바람에 그룹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여섯 명과 팬덤은 하나다. 라고 그룹 이름 탄생 일화를 급조해야 했다.
“근데 교통사고는 유연서 잘못 아니라며?”
“마약 유통범이 마약빨고 운전하다가 쾅,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서.”
“쯧, 매니저만 불쌍하게 됐지.”
유연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는 멤버들을 멍하니 지켜본 김이준이 홀린 듯 말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어.”
“유연서 걔가 우리 팀 탈퇴한 게··· 말 못 할 이유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준이 형 소설 잘 쓰네.”
이들이 유연서를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상황까지 간 것은 유연서의 지옥의 주둥아리 탓도 있었다.
“만약, 집안 압박 때문에 관둔 거라면?”
“걔가?”
유연서는 너네들이랑 있으면 구질구질해서 못 있겠다고, 연예인 할 거면 아이돌 보다는 역시 ‘배우님’을 하는 게 맞지 않냐며 신나게 이빨을 까고는 돌연 숙소에서 짐을 뺐다.
“유연서, 걔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형한테 돈 얼마 쥐여주고?”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왜 걔를 감싸?”
원세븐 멤버들은 김이준이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준아, 그게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겠어.”
원세븐의 리더, 윤유찬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어디 그룹 이름의 의미만 바뀌었겠나. 원세븐은 메인 보컬이자 비주얼인 유연서가 팀을 탈퇴하고서 신인으로서는 긴 1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3년의 무명 기간, 그들이 아득바득 트레이닝을 거친 끝에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지금의 안정기를 얻기까지 7년이 걸렸다. 이제 와 유연서가 팀을 위해 탈퇴했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렇지?”
김이준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거야. 그렇지. 유연서? 걔가 그럴 놈이 아니니까.
그들은 긴 무명 생활을 겪었고,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었고 원망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 대상이 유연서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
강진후가 유연서의 몸으로 오게 되면서 놀라웠던 점은 바로 ‘지상’이었다.
“하늘이······ 맑네.”
뉴스에서는 미세 먼지가 올해 최고라고 떠들고 있었지만, 지금의 유연서에게는 상쾌할 뿐이었다. 그가 살았던 2207년의 인류는 지하에 짱박혀 있어서 하늘 자체를 올려다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지?”
그가 손바닥 크기의 네모난 기기를 보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을 때, 베타-9 이 목소리를 드러냈다.
마침 딱 좋네.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유연서가 다급히 취소를 외치려 했지만, 나온 건 말이 아니라 피였다.
“쿨럭······!”
머리가 망치에 한 대 맞은 듯 띵- 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에 유연서가 배를 부여잡았다. 입에서 피를 토하는 것으로 부족한지 코와 귀에서도 똑같이 피가 흘러나왔다.
생각해보니 알파는 벌써 13인데 베타는 9밖에 안 됐네, 미래인 놈들··· 구형 모델을 던져줬구나······. 의식을 잃어가는 유연서가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유연서가 다시 정신을 잃었다는 소식에 한국대병원 VIP병동이 난리가 났다. 의료진은 시간 날 때마다 유연서를 찾았고, 주성 그룹의 직원이 병실 앞에 상시 대기했다.
유연서가 손을 조금만 들어도 어떻게 알았는지 밖에서 뭐 필요한 것 없냐며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이 안에 카메라 같은 거 설치한 거 아니겠지?
어쨌든,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유연서는 착실히 건강을 회복했다.
“오, 우리 조상님들 재밌게도 살았네.”
유연서는 스마트폰이라는 과거 문물을 가지고 신나게 포털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그가 살았던 2207년은 인공 지능이 알아서 사람이 생각한 것을 읽어서 바로 결과를 도출하는 시대였는데, 이 시대는 직접 검색하는 맛이 있었다.
그는 이참에 이 몸의 평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남자 배우] 연서야ㅜ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배우활동 하는 거야ㅠ 얼굴이니? 얼굴이야? +569
게시글 작성자는 유연서의 팬덤, 러브레터가 무섭다고 글을 삭제했지만 캡쳐는 남았다.
└갖고 올게 없어서 하라비글을 갖고오냐
└하라비 올려치기ㄴㄴ
└솔직히 하라비만 아니었으면 구구절절 명문 아니냐
└└하라비 시녀들 많네ㅋㅋ
└근데 글 내용은 솔직히 ㅇㅈ
└└222
└└└33333
-인간 핫게 유연서에 대해 알아보자
-유연서가 또? 유연서 개싸가지 어록 업데이트(18.02.27)
-‘우리들의 순간’ 주연 캐스팅 유연서 확정(공식)
└하 시발 또 빽으로 주연 꽂히네
└이게 나라냐
└아 기대작이었는데 하차함 ㅅㄱ
-유연서, 뮤지컬 도전하나···SNS에 뮤지컬 ‘젤러시’ 대본 올려 “화제”
└이런거 올릴 시간에 본업좀
└└저거 자기 뽑아달라고 시위하는거 아니냐ㅋㅋ
└└└그 젤러시를?ㅋㅋㅋㅋ 뮤배탑도 떨군적 있는 그 젤러시를?
인간 비호감 유연서, 이슈메이커 유연서 등 긍정적인 반응이 단 하나도 없었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도 팬클럽이라는 러브 레터의 글이었다.
‘우리들의 순간’ 주연 배우 연기 논란에도 불구 시청률 고공행진
유연서, 우순간 시청률 상승에는 “내가 선택해서” 연기 논란에는 “내 연기가 어때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유연서, ‘우순간’ 작가의 서브병 논란에 “굉장히 불쾌하다···이 치욕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
└옴맴매 무서워라
└니가,,,,재벌 아니었으면..우순간에 꽂힐 수 있었겠냐.주제를,,,,알아라.
└연서는 대가리가 참 꽃밭인거 같아*^^*
“허······.”
······그만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