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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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활동은 처음이라서
(형님, 어떻게 됐어요?)
유연서가 나가고 드디어 제자리를 사수한 한 대표는 누군가의 간절한 통화를 받았다.
“될 거 같다.”
(진짜요? 와! 어떻게 설득했어요?)
“설득은 무슨······ 휴양지 간다니까 눈빛부터 달라지더라.”
(그래요? 유연서 걔가 휴양지 좋아하나?)
“좋아하나 보더라. 그러니까 무조건 섬, 바다야. 알겠어? 내가 확실하게 설득해 볼 테니까.”
(그럼요 저희 장소 섭외 다 휴양지로 갔어요. 이미 섭외된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형님 이거 비밀로 하셔야 해요.)
피디가 신나서 나불거렸다. 한 대표는 그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걔도 안 그런척하면서 은근히 일이 끊이지 않았단 말이야······.’
자리를 잡았어도 진수호같이 소처럼 일하는 배우도 있지만, 보통은 다음 작품을 고르는 텀이 길었다. 그 동안 광고도 찍고 관리도 하면서 쉬엄쉬엄 하지만, 유연서는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다른 작품을 물색했다. 그리고 그의 배경을 이용해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 유연서는 진수호만큼은 아니지만, 연차보다 필모그래피가 꽤 많았다.
전부 발연기로 이름을 날리긴 했지만······.
“걔도 이참에 휴가 가고 좋겠네.”
(어······ 저희 그런 예능 아닌데.)
“뭐?”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혔던 한 대표가 상체를 들었다.
(휴가 가서 힐링하는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진짜 본격적으로 게스트 하우스 운영할 거라.)
“그래?”
(네, 하루에 쓸 돈도 제한을 둬서 좀 짠내나게 하려고요.)
“그건 그거대로 답답하다고 할 텐데?”
(제가 잘 편집해봐야죠.)
“그래, 그건 이 피디가 알아서 하겠지.”
내로라하는 인기 배우와 아이돌, 존재만으로 파급력이 어마 무시한 재벌 3세 배우가 모여 짠내나게 구른다? 한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근데 다른 게스트들은 유연서랑 같이 예능 해도 괜찮대?”
워낙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해서 몇 다리 걸치면 아는 사람 바로 나올 텐데.
(유연서랑 마주친 적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 혹시 모르니까 먼저 양해 구해 봐.”
(네, 형님. 그럼 진짜 유연서 확정으로 알겠습니다?)
“그래그래.”
바다 얘기를 듣고 눈빛 자체가 달라진 것을 보면, 어렵지 않게 확정될 것이다.
통화를 끊은 한 대표가 의자를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통화 상대였던 이 피디는 JSTV의 간판 피디는 아니었다. 방금 논의했던 게스트 하우스 예능도 다른 피디가 했던 프로그램을 조금 변형해서 진행하는 거라 시즌제 예능에 가까웠다.
다른 예능과 겹치는 면이 많아서 잘 될까? 싶다가도 유연서 하나로 충분히 화제성은 보장할 것이다.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유연서가 개고생을 한다? 그건······.
“좋은데?”
한 대표도 유연서에게 쌓인 게 많았다.
***
유연서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을 때, ‘백호함’이 드디어 물 위로 올라왔다.
영화 [백호함] 1차 예고편
제작사와 유통사 로고가 짧게 나오고, 비장한 음악이 깔린다.
거친 바다 위에 함선, 그리고 정체 모를 괴물이 함선을 두 동강 내려고 한다. 장면이 빠르게 바뀌면서 총을 꼭 끌어안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박민우가 나오고 이한결이 침착하게 총을 쏜다.
괴상한 괴물이 크게 소리를 지르고, 유연서가 박민우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인다.
(다 쏴 죽여. 그래야 우리가 산다.)
유연서의 비장한 목소리를 끝으로 동영상이 끝났다.
└박민우 유연서 이한결? 조합 돌았네 일단 비쥬얼 합격
└벌써 재밌다
└와 내가 알던 춘백이가 맞냐
└유연서랑 박민우? 이건 되는 주식이다ㅋㅋ
└스토리는 모르겠고 얼굴보러 감 ㅅㄱ
직전에 했던 작품이 ‘드리밍’이다보니, 은발의 기계적이고 아련한 춘백의 이미지와 강렬한 특수 부대의 갭 차이가 유연서의 팬들을 자극했는지 러브 레터는 벌써 n차 예매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기 바빴다.
‘백호함’은 본격적으로 홍보 활동에 돌입했다.
[백호함] 언론 시사회 다녀왔습니다.자세한 건 엠바고가 걸려있어서 못 적는데 꽤 수작입니다.
제작비 많이 들어갔다던데 역시 CG 퀄리티가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꽤 놀라웠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 합. 충무로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박민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이한결도 준수했는데 유연서, 정말 놀랍습니다. 연기력이 늘었다는 소식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잘하더군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그 장면’ 처절한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거라고 들었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잘하더군요.
이러다가는 스포 올릴 거 같네요, 자세한 리뷰는 엠바고 풀리면 그때 작성하겠습니다.
간단한 시사회 후기
함선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화려한 액션.
‘꽤 괜찮은 오락 영화’ 정도로 평하겠습니다.
-백호함 언시평 블시평 다 좋네
└너무 호평밖에없는거 아냐?
└└ㄴㄴ불호평도 많음
└블라인드 시사회는 걸러야지 홍보에 이용한다고 편법쓰는걸수도 있잖아
-낼 백호함 보는 사람?
└나
└나 조조로 예매함
‘백호함’ 개봉 D-2 전체 예매율 1위···관람 포인트는?
‘백호함’ 감독 박호진, “유연서, 액션 연기 대역 없이 소화···기대 많이 해 달라”
‘백호함’의 개봉 하루 전, 감독인 박호진과 주연인 박민우, 유연서, 이한결이 영화 홍보를 위해 한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을 준비 중이었다.
“형은 이런 홍보 활동 처음이죠?”
“어.”
박민우는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로 유연서를 바라봤다.
“이거 실시간 스트리밍도 한다던데, 잘하실 수 있죠?”
“연서야. 질문 이상하면 일단 가만히 있어. 내가 커버칠 테니까.”
내가 뭐. 이거 완전 어린애 취급이네. 유연서가 불만스러운 눈으로 박민우와 이한결을 쳐다봤다.
“너 원세븐 때 컴백 홍보 활동 나갔다가 대형 사고 쳤잖아.”
“······그랬었나?”
“너 MC보고 구질구질하다고 했었어. 이런 것도 예능이라고 찍냐고 작가한테 뭐라 하고······ 기억 안 나? 우리가 그거 수습하느라고 얼마나······.”
“아아······.”
이한결의 눈이 촉촉해진 것 같으면 기분 탓일까? 유연서는 대충 기억하는 척하고 넘어갔다. 신인 아이돌이 연예계 선배와 제작진에게 막말이라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본체와 괴리가 상당했다.
‘그냥 미친놈인가······.’
아니면 사연 있는 미친놈이던가.
어쨌든 박민우와 이한결은 예전과 똑같았다.
‘가상 현실’의 사건이 밝혀지고부터 시작된 과도한 언론 플레이, 유연서 올려치기는 ‘드리밍’이 좋은 성적을 내자 더욱 심해져서 그를 아직 겪지 않았던 업계 사람들도 그런가? 싶을 정도로 세뇌 수준까지 왔다.
한 대표나 박 실장은 이렇게 나를 위해 언플 하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짚이는 사람은 한 사람.
‘어머니가 손을 썼나.’
최유진도 한 팔불출 하니까.
‘다음에 만나면 그만 하시라고 해야지.’
근데 어머니도 이렇게 티 날 정도로 과하게 하시진 않을 것 같은데. 의문이 생겼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근데 형들 사이 좋네요?”
“나랑 우리 애들이 오해한 게 있어서.”
이한결이 냉큼 대답했다. 뭐 그렇게까지 대답하냐 유연서가 눈을 흘겼다.
“형네 그룹이요? 오해? 뭐요?”
“아무것도 아니야.”
박민우가 궁금해서 눈을 빛냈지만, 유연서가 대신 대답해 추가 질문 자체를 막아 버렸다. 박민우는 궁금해서 입이 근질거렸지만, 유연서의 표정을 보고 참았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감독인 박호진까지 자리에 앉았고, MC의 간단한 소개 끝에 방송이 시작되었다.
MC가 발랄한 음성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감독과 배우들이 입가에 미소를 단 채 카메라를 바라봤다.
“감독님! 영화 소개해 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백호함’은 웰메이드 액션 영화로······.”
유연서는 카메라가 켜지든 말든 똑같은 자세와 표정을 유지했다. 다소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태도였으나, 유연서니까 가능했다.
“그리고······ 유연서 씨!”
“네.”
유연서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MC는 왠지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다시 들다가를 반복했다. 결국, 질문지로 시선을 가려버린 MC가 말했다.
“연서 씨의 연기 변신으로 요새 시끌시끌하잖아요. 연기가 달라진 비결이라도 있을까요? 마음가짐이라던가······.”
“그런 건 없는데요.”
유연서가 특유의 틱틱거리는 음성으로 대답하자, 양옆에서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형. 너무 재미없어요!”
“맞아.”
“연서 씨가 홍보 활동은 처음이라서······.”
박호진 감독만이 애써 수습하려고 했다. MC는 유연서와 시선을 마주친 뒤로 약간 횡설수설했다. 수많은 연예인을 봐 왔지만, 유연서의 외모가 워낙 튀어야지······ 실물로 보니 더 튀었다.
“맞아요. 그러지 마시고 자세히 얘기해 주세요. 지금 채팅창에서도 여친 생겼냐, 무슨 약을 했길래 그러냐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그래서 MC는 적당히 걸러야 할 질문도 내뱉어 버렸다. 피디가 손을 바쁘게 움직여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유연서 앞에서 너무 깝치지 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유연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글쎄요······ 죽다 살아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여서 그런가.”
“아, 작년 사고 이후로 찍었던 게 ‘백호함’이죠? 사고는 어떻게, 몸은 이제 괜찮아지신 거죠?”
“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전에는 죽거나 잘 회복 되어봤자 식물인간이라고 하긴 했는데······. 잘 됐죠 뭐.”
순식간에 주변이 싸해졌다. 유연서는 마이크를 떼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뭡니까? 뭐야?”
“너 그렇게 심각했어?”
이한결이 더 심각하게 말했고 유연서는 고개를 기우뚱했다.
“기사로 안 나왔어?”
“안 나왔어요, 형.”
안 나왔다. 사고 이후 정신을 잃고 중환자실로 갔다는 기사는 몇 개 나왔지만, 얼마 안 돼서 삭제되었고 주성에서 자세한 기사는 전부 막아버렸다. 좋은 소식이 아니니까.
‘이거 팬들이 보면 좀 마음 아파하려나?’
유연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멀쩡한데요.”
MC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분위기를 돌렸다.
“그럼 몸 만들 시간도 부족했겠다. 그죠? 극 중 김우진 중사가 특수부대원이라는 설정이잖아요.”
“네, 벌크업 한다고 했는데 목표치는 못 채웠죠.”
지금도 나름 괜찮지만, 특수부대원이라는 설정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과할 정도로 몸을 키워야 했다. 유연서는 어떻게 해도 그게 안 돼서 아직도 불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잘 보시면 가끔 CG로 몸을 늘린 장면도······.”
“아 감독님, 자존심 상해요.”
“뭐 어때요. 형은 지금도 훌륭한데요.”
유연서가 못 말린다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렇다면······ ‘백호함’ 관람 포인트! CG로 늘린 연서 씨의 몸을 찾아라!”
“아······.”
이건 좀 수치스럽다. 유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한결이 툭 치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게다가 무려 대역 없이 100% 액션 연기를 하셨다고 하는데요, 사실인가요?”
“제가 대역 없이 해달라고 해 놓고 저도 놀랐습니다.”
“감독님이요?”
“네, 맞아요. 연서 형 덕분에 저희도 액션 연기에 공들였죠. 좀 많이······ 힘들긴 했는데.”
감독과 박민우가 대답했고, 이어서 이한결도 마이크를 들었다.
“얘가 혼자 다 하니까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 눈치 보여서요?”
“그렇죠. 나도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한결 형 말이 맞아요!”
그랬어? 유연서는 금시초문이라서 이한결과 박민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그들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역을 쓰고 몸을 아끼는 게 어떻게 보면 최선이다. ‘백호함’말고도 다른 스케쥴이 있으니까. 하지만 가장 나설 것 같지 않던 유연서가 나서서 다 하니 저절로 자극받은 것이다.
“다들 이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개봉이 궁금해지네요! 공공의 적이 된 연서 씨, 한 말씀 해 주시죠!”
“음······ 영화 보시면 알 겁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군인이었는데, 설마 2019년 조상님들을 만족하게 하지 못할까. 유연서는 자신 있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