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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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결과 박민우가 환호하며 유연서의 곁으로 달려갔고, 일찍 탈락했던 B팀의 조연 배우들도 뒤를 이었다.
“아 우리가 방심해서 그래.”
“근데 방금 움직임 봤어요?”
“아까 나 탈락시켰던 사람이 연서 씨구나.”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A팀의 예능인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단번에 분위기를 확 올렸다.
“새로 오신 분, 이 앞에서 소개 한번 해 주세요.”
“솔직히 소개할 필요도 없지 않아요? 다 아시는 분이잖아요. 안 그러세요?”
“우리 큰형님은 모르실걸?”
“야 나도 알아! 배우는 취미로 하는 재벌 3세 아니야?”
한 쪽에서 서로의 손목을 잡고 싸우고 있을 때, 다들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정리했다.
아······ 예능은 이런 분위기구나. 눈치껏 중앙에 선 유연서가 카메라를 바라봤다.
“유연서입니다.”
그가 잔잔하게 웃으며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예능인들은 뭐가 그리 웃긴지 뒤로 넘어갔다.
“와, 보셨어요? 다들 배우 누구입니다. 이럴 때 혼자만 이름을 말하는 클라쓰.”
“굳이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죠.”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게스트 띄워 주기였다. 유연서는 그저 입에 미소만 달았다. 입을 열기 전에 너무 무례하지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하고, 할 말 없으면 그냥 웃으라는 이한결의 조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백호함’ 홍보차 나왔던 연예 프로그램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했었고, 그의 사고 이후 용태가 뒤늦게 알려지고 나서 유연서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의 차가 반파되다 못해 다 찌그러져 가루가 된 사진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팬들이 보기에는 마음 아플지 몰라도 그렇게 충격이었나 싶었다. 어쨌든 멀쩡히 살았으면 된 거지. 역시 이 몸은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아까 어떻게 하신 거에요? 영재 형처럼 서바이벌 중독자라도 되세요?”
“따로 운동하신 거 아니에요?”
“그냥 하니까 되던데요.”
유연서는 ‘이게 왜 어렵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우리가 잘 못 들었나 싶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질문했다.
“그냥 하면, 그게 돼요?”
“네.”
맨 끝에서 유연서에게 맨 처음으로 탈락한 예능인이 멋있다며 주접을 떨었다. 그렇게 띄워 주지 않아도 되는데······ 역시 밥벌이는 힘들다 생각하며 유연서는 팔짱을 꼈다.
“저희도 이해를 포기했어요.”
이한결과 박민우가 고개를 젓는 것을 끝으로 화면이 살짝 바뀌더니 마무리 인사가 나왔다.
“네! 이렇게 해서 ‘킬링 타임’을 마무리하면서······ 연서 씨, 어떠셨어요?”
“재밌게 놀다 갑니다.”
“민우 씨, 마지막으로 할 말씀은?”
“네, ‘백호함’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마지막에 난입해서 다 쓸어버린 유연서의 활약으로 방송 직후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유연서, 첫 예능 나들이···‘킬링 타임’ 기대 이상의 활약 보이며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
[종합] ‘킬링 타임’ 유연서, 마치 산책 나가듯 마지막에 등장해 배영재 꺾고 승리-진짜 잘하는데?
-와 혼자 무쌍찍네
-유연서 군필임? 자세 완벽한데?
└ㅇㅇ
└근데 빽이 쎄서 그냥 꿀빨았다던데
-백호함 재밌음? 함 봐볼까
└액션뽕참 나 2차 달리려고
홍보 예능을 나간 덕을 톡톡히 본 다음 주, 유연서는 ‘백호함’의 홍보 활동으로 무대 인사 스케쥴이 예정되어 있었다.
-백호함 무인 왜이렇게 빡세냐
└배우 라인업봐라 안빡세게 생겼나
└유연서 무인 처음이라며? 그래서 더 터지는듯
└새벽에도 대기타면서 피켓팅해야함ㅠㅠ
└2차 무인일정 빨리 떴으면
-내배우 무인 처음인데 뭐 챙길 거 있음?
└챙길거? 제정신?
└환호 준비해라
└좌석 멀면 망원경 가져가던가
└└나 C열인데 가져가야겠지ㅠㅠ?
└└└기만자네;;;
유연서의 첫 무대 인사와 라이징 배우 박민우, 원세븐의 이한결까지 팬덤이 탄탄한 배우들의 무대 인사에 금세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팬들은 빨리 2차 3차 무인 일정을 풀라며 아우성이었다.
“다 왔다.”
무대 인사는 그날 상황에 따라 달랐다. 일정이 많으면 제작사가 버스를 대여해 한 번에 태우고 돌아다닐 때도 있었고, 몇 군데 안 가면 배우 개인으로 움직인다.
오늘은 무대 인사 일정이 그리 많지 않았고, 영화관과의 거리도 가까워서 개인으로 움직였다.
“영화관 오랜만이네. 너도 그러냐?”
“몰라.”
이태겸의 말에 유연서는 간단히 대답했다.
아예 와 보지 않았으니 내가 뭘 알아야지. 그리고 왠지 내가 아는 본체라면 영화관이 아니라 미리 영상을 받은 다음에 집에서 여유롭게 봤을 거 같은데.
“티켓 받았어?”
“어, 여기.”
그는 제작사 쪽에 미리 말해서 첫 무대 인사를 진행할 영화관의 티켓을 받았다. 관객들과 함께 영화도 볼 겸 끝나고 바로 무대로 나와서 일정을 소화할 겸, 겸사겸사였다.
‘그러고 보니 이 시대로 와서 영화관을 한 번도 안 갔네.’
2207년에는 영화관이고 뭐고 없었으니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쨌든, 처음 오는 영화관에 유연서는 꽤 설렜다.
“유연서, 여기.”
“형!”
유연서가 그렇게 한다고 하니 박민우와 이한결도 신나서 티켓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이 몰릴까 봐 영화관에서 마련해 준 작은 대기실에 ‘백호함’의 배우 삼인방이 모였다.
“우리 ‘킬링 타임’ 나오고 저 게임 광고 제안 들어왔잖아요.”
“그래? 잘 됐네.”
“형들도 들어갈 걸요? 와, 이거 봐요.”
제법 친해진 듯 서로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면서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었고,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킬링 타임’에서 활약했던 유연서의 모습을 멋들어지게 편집한 팬 무비를 보며 작게 입을 벌렸다.
“형들, 근데 그거 알아요?”
“뭐.”
“여기 영화관에 귀신 나온다는 소문 있대요.”
“그래?”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박민우가 이게 아닌데······ 싶어서 계속 유연서를 겁줬다.
“귀신 봤다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던데요? 막 앞자리에 앉은 귀신이 얼굴만 돌아가서 쳐다보고 있다고······.”
“맞아. 나도 들었어. 되게 유명하던데. 여기 상영관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무전기로 귀신 소리도 들었다고 했었나?”
“그쵸? 우리도 영화 보다가 귀신 보면 재밌겠다.”
하지만 유연서는 심드렁했다. 이 형은 귀신도 안 무서워하나. 질린 듯한 표정의 박민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형은 귀신 안 믿어요?”
“굳이 믿어야 할 필요가 있나?”
사실 귀신보다는 영화관은 어떨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실체 없는 것보다는 실체 있는 게 더 무섭지 않나?
“배우님들, 이제 입장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관객 입장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입장했다. 좌석은 입장 문에 가까운 맨 뒷자리로 배정받았다.
‘광고가 기네.’
늦게 입장했음에도 스크린에는 아직 광고가 한창이었다. 유연서는 그 틈을 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영관을 살폈다.
‘이런 곳에서 보면 몰입 잘 될 거 같긴 하네.’
늘 좁은 2207년의 집에서 홀로그램 화면으로 영상을 보다가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시작한다.”
마침내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웅장한 영화 OST와 함께 제작사 및 유통사의 로고가 떴다. 영상 비율을 맞추려는 듯 검은색의 레터 박스가 생기더니 뜬금없이 오프닝 크레딧의 투자자 명단으로 유연서의 이름이 떴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걸 왜 보여주지’
빨리 영화나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차라리 엔딩 크레딧에 올리던가. 하지만 이것 역시 본체가 요구했던 일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영화는 누군가의 구조 신호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함선의 실종 소식, 하필 북한과 맞닿아있는 해역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군은 즉시 상황 파악과 혹시 모를 생존자 구조차 ‘백호함’을 파견한다.
(하필 전역 앞두고 배를 타냐.)
박민우가 연기한 박지원 병장은 전역을 앞둔 해군 통신병으로 승선했고, 화면은 뒤에서 준비 중인 이한결과 유연서가 연기한 SSU 이현준 중사와 김우진 중사를 짤막하게 비춘다.
(정말 북한군의 소행일까?)
(현재로서는 그게 가능성 높지 않나? 그날 기상 상황도 나쁘지 않았는데······.)
실종된 함선에는 그들의 동기도 있었다. 배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이 나온다.
배가 출정하고, 영화는 계속 북한군의 소행일 거라는 의심과 그럴듯한 단서를 주면서 관객들을 속인다.
(저게······ 뭐야.)
함선에 큰 굉음이 울리고, 북한군이 아니라 미지의 괴물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이어지는 전투 장면에 몰입했다.
‘오······.’
유연서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장에서 직접 연기하는 거랑 영상을 보는 건 느낌이 꽤 달랐다. ‘드리밍’을 본방송으로 보던 것과 영화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감독이 액션 영화와 밀리터리 덕후라고 자신했는데, 과연 편집과 음향에 꽤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연기가 아니라 그냥······ 나네.’
오로지 자신만이 눈치챌만한 강진후의 습관이 영상에 남아 있었다.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건 좋지만, 너무 경험에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이게 뭐야······?)
(우리 작전 계속 수행합니까?)
백호함을 습격한 미지의 괴물을 격퇴하면서, ‘백호함’은 2장으로 넘어갔다. 괴물이 퍼뜨린 바이러스로 함선 내 군인들이 하나둘 감염되어 아군을 공격하는 것이다.
(뭐, 뭐하십니까?)
함선의 고립, 미쳐가는 사람들. 가까운 전우가 감염되어 괴물이 되었다. 이에 미쳐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벽에 부딪치다가 관자놀이에 권총을 쏜 사람까지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으아악! 죽어!)
총을 끌어안고 덜덜 떨기만 했던 박지원 병장이 함선 내부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겪고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런 박지원 병장의 옆에 이현준과 김우진 중사가 있었다.
(통신실 확보가 우선이야.)
(먼저 가! 내가 해결할게!)
그리고 드디어 그 장면이 나왔다. 시사회를 통해 먼저 봤던 평론가들과 관객들이 입을 모아 극찬했던 유연서의 원 테이크 액션 장면이었다.
기억 동기화를 한계까지 해서 자신을 몰아세운 유연서가 진짜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했던 처절한 액션 신, 그리고 그 기억 동기화에서 이희서의 사고가 정말 자살일까에 대한 본체의 물음을 들었던 날이다.
‘갑자기 또 왜 이러지?’
그날을 생각하자, 유연서는 기분 나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왠지 오늘 느낌이 좋지 않다.
‘백호함’은 가까스로 심의에 통과한 만큼 적나라하게는 안 보여주지만 아슬아슬한 카메라 무빙으로 괴물에 의해 배가 뚫린 김우진 중사를 보여준다.
(흐억······ 허어억······.)
괴물은 다른 목표물을 찾아 함선 복도를 걸어갔고, 남겨진 김우진 중사는 여전히 피를 토해내며 힘겹게 숨을 쉰다. 그의 점점 숨이 작아지고, 눈에 생기가 없어지면서 죽는다.
“와······.”
“진짜 같다.”
순식간에 몰아친 원 테이크 액션 장면에 몰입한 관객이 그때야 숨을 쉬었다. 촬영을 직관해서 장면을 미리 알고 있던 이한결과 박민우도 짧은 숨을 토해냈다.
‘다행이네.’
유연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진짜 피를 토하면서 촬영했는데 이 정도 반응이 안 나왔으면 섭섭할 뻔했다.
장면은 바뀌어서 통신실로 향하는 이한결과 박민우의 처절한 전투 장면을 보여줬다. 늘 발목만 잡았던 박지원 병장이 각성해서 능숙하게 이현준 중사를 엄호한다.
(어, 중사님.)
그리고 그들이 괴물에 의해 고립됐을 때, 죽은 줄 알았던 김우진이 살아서 그들 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