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9)
(허억!)
괴물과 사투를 벌인 끝에 배가 꿰뚫려 죽었던 김우진 중사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가 숨을 가파르게 몰아쉬면서 주위를 살폈다.
내가 왜 살아있지. 김우진 중사는 제 배를 더듬었다. 배가 뚫려있던 곳은 멀쩡히 새살이 돋아 있었다. 내가 꿈을 꿨나? 아니, 그 생생한 감각이 꿈일 리가 없다.
(이런······.)
혹시 몰라 상의를 벗어 제 몸을 살피던 김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가슴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붉은 반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증거였다.
(하하!)
그냥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다시 살아난 게 어이없고 화가 나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고 표정은 허탈하고 비참해 보였다. 한참을 끅끅거리던 그가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총을 챙기고 비척비척 이동했다.
(중사님······ 그거······.)
박지원 병장과 이현준 중사에게 합류한 김우진은 자신을 경계하는 두 사람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한다.)
영화는 아직 파악이 안 된 외부의 괴물들과 바로 옆에서 언제 변할지 모르는 김우진에 대한 긴장으로 점점 고조되었다.
(김 중사님 떼어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러다가 갑자기 변하면 어쩌려고요?)
그들을 따르는 다른 군인들은 김우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 내가 책임질 테니까.)
같은 SSU 동기인 이현준 중사만이 그를 옹호했다.
(먼저 가라.)
김우진 중사는 점점 괴물이 되어 인간을 벗어난 힘을 발휘하는 자신을 이용해 박지원과 이현준을 조력하고 장렬히 전사한다.
(가! 어서!)
이현준도 박지원을 먼저 보내고 괴물과 사투 끝에 쓰러진다.
마지막으로 남은 박지원 병장이 드디어 통신실 안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생존자는 오로지 박지원 자신밖에 없었다. 한참을 울먹이던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통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화면이 잠시 암전되고, 통신실의 문이 갑자기 열린다.
“허억······!”
긴장이 풀려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박지원이 황급히 총을 겨눴다.
“여기 있습니다!”
지원군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총구를 내렸다. 그는 밖으로 향하면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이현준 그리고 흉측한 촉수 같은 게 몸을 뚫고 나와 있는 김우진을 멍하니 바라본다.
구명정에 탄 박지원이 점점 멀어지는 백호함을 지켜본다. 화면은 그의 공허한 눈을 확대해 비추면서 영화가 끝난다.
웅장한 OST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상영관의 불이 켜졌다. 관객들은 무대 인사를 위해 일어서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와······ 영화 괜찮다.”
“액션 진짜 좋은데?”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뻔했다. 함선을 습격한 정체불명의 괴물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군인은 좀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대역 없이 연기한 유연서와 액션 감독, 그리고 준수한 편집으로 잘 만든 액션 영화로 탄생했다.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감상으로 웅성거리고 있을 때, 스크린 앞 출입구가 열리면서 감독인 박호진이 홀로 입장했다.
“안녕하세요. ‘백호함’의 감독, 박호진입니다.”
그가 마이크를 들어 자기소개했다. 관객들은 일단 환호하면서도 뒤이어 등장하지 않는 배우들을 느끼고는 의문을 표했다.
“제가 혼자 들어와서 다들 당황하셨죠? 우리 배우님들은 영화 시작부터 여러분과 함께 있었습니다.”
“진짜?”
“어디······ 뒤에 있다!”
관객들 중 누군가의 외침에 다들 뒤를 쳐다봤다. 앞으로 가기 위해 벌떡 일어난 박민우와 이한결, 유연서였다.
“세 분이 결과물을 영화관에서 직접 보고 싶다고 하셔서 여러분과 같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무대 인사 진행 요원과 경호원이 뒷자리에 있던 배우들을 이끌고 앞으로 향했다.
“헉.”
“꺄아아악!”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배우들을 보고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이돌 짬이 있는 이한결이 익숙한 듯 손을 흔들며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고, 뒤따라오던 박민우도 그걸 똑같이 따라 했다. 유연서는 무심한 듯 지나가면서도 자신을 찍는 카메라에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
배우들이 감독 옆에 일렬로 서서 자리를 잡자, 몇몇 사람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다. 유연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이런 플래시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
A열에 앉은 한 관객이 열렬하게 꽃다발을 흔들었다. 관객의 눈빛이 뚫어질 것 같아서 유연서가 자신을 가리켰다. 관객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옆을 보니 박민우와 이한결도 앞줄에서 내민 꽃다발과 인형 등을 들고 있었다.
“고마워요.”
유연서도 그 관객에게 다가가 작은 꽃다발을 받았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지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던 팬이 감격해서 숨을 삼켰다.
‘꽃 받아본 건 또 처음이네.’
2207년에는 꽃 종자도 별로 없었고, 꽃을 키울 바에는 식량을 키우는 게 나아서 상류층의 사치품이었다. 유연서가 제 손에 들린 꽃다발의 향기를 맡자, 곳곳에서 플래시가 또 터졌다.
“저분들 앉으시면 시작할게요.”
스태프가 앞에서 벌떡 일어난 관객을 제지했다.
“진정됐으니 정식으로 인사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백호함’팀입니다.”
감독의 소개에 관객들이 크게 손뼉 치며 환호했다.
“안녕하세요. 다들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다들 저 보러 오신 거 아니니까 저는 짧게 끝낼게요.”
감독의 농담에 관객들이 작게 웃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마이크는 박민우에게 넘겨졌다. 함성이 더욱 커졌다.
“안녕하세요. 박지원 병장 역할을 맡은 박민우입니다. 저희 영화 어떠셨어요?”
곳곳에서 좋았다고 아우성쳤다. 박민우가 기분 좋은 듯 웃으며 촬영에서 있었던 일화와 어느 장면을 제일 공들였는지에 대한 뒷얘기를 짤막하게 풀었다.
“재밌으셨다면, 홍보 많이 해 주세요. 저희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마이크는 이한결의 손에 들어갔다. 함성은 더욱 커져서 귀를 때릴 정도였다.
옆에서 뒷짐을 지고 곧게 서서 관객들을 살피던 유연서는 무심하게 관객들을 바라보다가 어느 지점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어······.”
앞에서 세 번째 줄, 중앙에 앉아있던 한 여성이 망원경으로 유연서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C 열이면 가까운 편 아닌가? 이 정도면 망원경 없이도 잘 보일 텐데.
망원경 렌즈를 통해 눈이 마주친 여성이 숨을 헉 삼켰다.
“그거 저도 보면 안 되나요?”
“네, 여기······.”
망원경을 통해 아이 컨택을 당한 여성은 멍하니 망원경을 옆으로 넘겼다. 그걸 건네받은 옆자리 여성도 유연서와 눈이 마주치고 숨을 삼켰다. 그게 또 옆으로 이동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저 사람들 뭐지······.’
망원경은 공공재가 되어서 C열 중앙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돌려보고 있었다.
“아까 여러분과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제 양옆에 서 계시는 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기가 살짝 죽었거든요······ 어때요? 저도 괜찮았죠?”
“멋있어요!”
“잘생겼다!”
그러든 말든 옆에서는 이한결이 능숙하게 진행을 하고 있었다. 역시 아이돌 경력을 허투루 쌓은 게 아니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유연서는 자신이 앉았던 맨 뒷좌석에 무심코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저게······ 뭐야.’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이 보였다. 유연서가 고개를 푹 숙였다.
“허억······.”
관객들의 환호 소리로 주변이 시끄러웠음에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고 숨이 가빠져 왔다. 결국,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꽃다발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유연서는 양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았다.
유연서에게 마이크를 건네던 이한결이 대신 꽃다발을 주웠다. 심상치 않은 상태를 느낀 그가 유연서의 어깨를 잡았다.
“야, 너 왜 그래?”
“연서 형, 귀신이라도 봤어요?”
고개를 뒤로 숙인 박민우가 속삭였다.
귀신? 그런 게 아니다. 차라리 그게 낫지······ 유연서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다.
‘잘못 본 게 아니야. 분명······.’
허공에 떠 있어 커튼인 줄 알았던 흰 치마 아래 두 다리······ 절대 잊을 수 없는 그것은
이희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왜?’
왜 그 모습이 보인 거지? 왜 하필 지금이지? 유연서는 치밀어오르는 핏물을 꿀꺽 삼켰다. 입가와 코에 감도는 비릿한 냄새가 기분 나빠서 더 역하게 느껴졌다.
“어······ 연서 씨가 잠시······.”
“저희가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관에 귀신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설마 진짜 본 건 아니죠, 형?”
당황한 감독의 말을 끊고 박민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관객들 중 몇몇이 웃음을 흘렸다. 이한결이 스태프에게서 물을 받아왔다.
“괜찮아?”
유연서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한결이 내민 물을 마셨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그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다행히 환영은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현기증이 났네요.”
후, 숨을 뱉어 애써 몸을 추스른 유연서가 힘차게 인사했다.
“김우진 중사 역할을 맡은 유연서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코피가 주륵 흘러서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기억 동기화도 하지 않았는데 코피에 구토에 난리가 났다.
“첫 무대 인사인데 못 볼 꼴을 보여 드리네요.”
“괜찮아!”
이 뒤로 무대 인사 일정이 있으니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휴지로 코를 틀어막은 유연서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관객들이 격려의 말을 크게 외쳤지만, 그는 그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빨리 끝내고 이 공간을 탈출하고 싶었다.
“네, 영화는 재밌게 보셨죠?”
애써 표정을 갈무리한 유연서는 입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코피가 나서 휴지로 하관을 가린 게 도움이 될 줄이야. 목에서는 아직도 피 냄새가 진동했다.
***
콰앙!
화장실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유연서가 세면대로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왜 이희서의 마지막이 보였을까?
유연서는 계속 헛구역질을 하다가 찬물을 틀어 거칠게 세수했다.
‘베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베타는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동기화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야, 너 괜찮냐?”
“도련님.”
유연서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여서 뒤따라온 이태겸과 임승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 잠깐만······.”
그는 손을 들어 이태겸과 임승현을 조용히 시켰다.
상영관에서 이희서의 환영을 봤을 때 몸이 이상했었던 것은 예전부터 느끼고 있던 반응이었다. 기억 동기화를 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뛰던 심장. 속이 울렁거려 치밀던 구토감. 갑자기 허공 어딘가가 신경 쓰이던 느낌.
‘설마······.’
아까 본 환영이 본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질환 같은 게 아닐까? 그래서 몸은 이희서의 환영을 보고 있는데, 정신은 강진후라서 여태 못 보고 있었던 거라면. 기억 동기화율이 점점 올라갈수록 나도 점점 영향을 받고 있는 거라면.
‘그런 거야?’
‘넌 대체······!’
유연서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아직 이태겸과 임승현이 곁에 있었다.
‘기억 동기화도 안 했는데 피를 토하고 코피가 나오는 건 뭐지?’
추측? 아니, 확신할 수 있다. 본체는 이희서의 환영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
“언제부터······?”
본체는 대체 언제부터 환영을 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