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0)
퇴원 이후, 할아버지를 설득한다고 이희서를 찾으며 허공을 봤던 연기, 그 역린을 건드렸던 일이 정말로······.
‘그게 진짜였을 줄이야.’
과거의 유연서가 멍하니 허공을 본 기억은 예전 동기화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런 영양가 없는 기억은 적당히 넘어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쉬워했었지.
‘그때마다 이희서의 환영을 보고 있었나?’
교복을 입었던 때도 있었는데?
‘설마 이희서의 사고를 목격한 뒤로 쭉 이런 건 아니겠지······?’
애써 외면했지만, 왠지 의심이 사실일 것 같았다. 그가 큰 숨을 토해냈다.
“하······.”
유연서의 분위기가 심각한 것을 느낀 임승현과 이태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는 세면대의 물이 배수구로 빠지는 소리만 들렸다.
“······가자.”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연서가 먼저 화장실 밖으로 나섰다.
“괜찮으십니까?”
“네.”
안 괜찮아 보인다. 임승현은 의연한 척하지만, 눈에 띄게 혈색이 창백해진 유연서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비서 형님, 쟤 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에 쓰러진 것도 그렇고······.”
“······.”
“교통사고 후유증이 그렇게 길다던데, 그런 거 아닐까요?”
퇴원했을 때는 의사가 기적이라고 극찬을 했었지만, 뒤늦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임승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말고 나중에 도련님을 설득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다 들리게 속삭이는데도 유연서는 다른 생각에 빠져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베타, 현재 동기화율은?’
‘아직 멀었군.’
베타는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동기화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지만 글쎄······ 굳이 기억 동기화를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
유연서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여기서 멈출까?’
기억 동기화 초반에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억 동기화를 계속한다면, 그래서 지금처럼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온다면······ 중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어차피 이 몸에 어느 정도 적응은 끝냈고, 과거의 기억은 이제 필요 없지.’
그의 기억 상실은 가족들도 알고 있었고 소속사 대표랑 실장도 알고 있다. 따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이태겸도 자신의 기억 상실을 알고 있는 눈치였고.
임승현과 이태겸이 뒤에서 잘만 도와준다면, 기억 동기화 없이도 배우 활동을 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가족들은 오히려 기억 상실로 성격이 바뀐 걸 반기는 눈치였으니······.
“연서 씨 왔어요!”
근처의 다른 영화관으로 이동한 유연서는 상영관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스태프들을 보며 걸음을 빠르게 했다.
“나 늦었어?”
“아뇨 형! 괜찮아요!”
박민우는 그렇게 말했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상영관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네, 잠시 사정이 생겨서······ ‘백호함’ 무대 인사 시작하겠습니다.”
딱 봐도 그를 기다리느라 늦은 것 같았다. 유연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무대로 입장했다.
어차피 본체는 원래 제멋대로였던 사람이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것이다. 잠깐, 정말 원래 그랬던 사람이 맞을까?
‘이젠 모든 것이 다 의심스럽군.’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환영을 본 뒤로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고 심장이 기분 나쁘게 뛰었다. 기억 동기화와 자동 행동 모드의 후유증을 대비하는 것도 벅찬데, 이제는 이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앞이 깜깜해졌다.
“네,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
옆에서 마이크를 받은 유연서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다른 생각에 빠졌다.
곱씹어보면 이제 정말 기억 동기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여유가 될 때마다 기억 동기화를 시도한 건······.
[엄마가 정말 자살했다고 생각해?]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걸려서.
‘그래도 한 30%까지 동기화를 해 볼까.’
딱 30%까지만 해보고, 건질 기억이 없다면 나머지 70%는 아예 모르는 채 내버려 두는 것도 좋겠지.
애써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바로 중단이 아니고 여지를 두는 것으로 봐서는 이미 진짜 유연서에게 어느 정도 감화되어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유연서 무대인사 역시ㅋㅋ
팬서비스 전멸이네 전멸ㅋㅋ 옆에서 하트하느라 바쁜 박민우랑 이한결보면 느끼는게 없나ㅋㅋ
└무인 처음이라 그런거아냐?
└└이한결도 무인 처음일텐데?
└이한결 걔는 아이돌이잖아 박민우는 원래 저랬고
└└유연서도 돌출신 아님?
└└└9개월 잠깐 활동하고 둘기했는데 돌출신이라 부르긴 좀 애매하지
-근데 유연서 무인 처음했을때 컨디션 안좋아보이긴했음
쉴드치는거 아니라 진짜로ㅇㅇ 영상 보면 갑자기 코피쏟고 비틀거리던데
그 뒤에 한 무인도 다 표정 안좋아보이더라
└ㄹㅇ 배우병 걸렸다느니 뭐라 하는거보면 좀 어이없음ㅋ
└막말로 유연서는 원래 이런 놈 아니였냐 요즘 태도나 연기 좀 달라졌다고 너무 과하게 기대하는사람 많은듯
└└분탕이거나 드리밍 유입이거나 둘중하나일듯ㅋ 원래 유연서는 싸가지없는맛에 덕질하는건데ㅋ
-찍사가 찍은 유연서나 봐 존나 미쳤으니까
└팬아닌데 진짜 얼굴 도랏;;
└꽃다발 미쳤나봐 ㅅㅂ 존나좋아
└나 저 현장 있었는데 꽃향기 맡을때 사람들 다 뒤집어짐ㅋㅋ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누운 유연서가 눈을 감았다. 무슨 정신으로 첫날 무대 인사 일정을 소화한 건지 모르겠다. 원래 쌓아온 이미지가 있어서 그가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해도 별말이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베타, 내가 기억 동기화를 중단하면 어떻게 되지?”
“그래?”
그거 다행이군. 유연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피 때문에 기억 동기화는 아예 그냥 욕실에서 하는 게 마음 편했다.
“궁금하다? 걱정이 아니고?”
이런 걸 보면 아직 인간의 학습이 덜된 게 분명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원인도 파악 못 하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상관없다. 30%만 채우면 깔끔하게 동기화를 중단할 거니까.
“시작해.”
시야가 암전됐다.
눈을 떠보니 그의 병실을 찾아왔었던 원세븐의 김이준이 바로 앞에 있었다.
“아니! 그거 아니라고!”
그래, 나도 이 기억을 원한 게 아니라고. 유연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원세븐과 숙소 활동을 할 당시 기억이었다.
“이게 아니야?”
손에 고무장갑을 대충 끼워 넣은 유연서가 엉거주춤 그릇을 들었다.
“야 너 태어나면서 설거지 한 번도 안 해봤냐?”
“내가 할 것처럼 보여?”
“그건······! 아니지.”
김이준이 짜증을 내려다가 참았다. 고생 한 번 안 해본 도련님에게 설거지를 시키다니······ 내 잘못이다.
투덜거리는 김이준을 보던 유연서가 기분이 나빠서 인상을 팍 찌푸렸다.
“네가 하면 되잖아. 돈 줄게. 얼마 줘?”
“와 이거 사람을 돈으로 부려 먹으려 하네? 단체 생활 날로 먹냐?”
“나! 연서 형! 나 할래!”
뒤에서 빨래를 개고 있던 원세븐의 정우현이 냉큼 유연서의 옆으로 다가갔다. 유연서는 여유롭게 고무 장갑을 벗더니 바지에서 지갑을 꺼냈다.
“우와아······ 이거 다 줘?”
유연서의 손에 들린 오만 원짜리 지폐 다발을 보며 정우현이 눈을 반짝였다. 유연서는 지폐를 든 손을 김이준의 앞에 흔들었다.
“단체 생활? 이건 자본주의야.”
“아이 씨······! 야, 나한테 줘. 내가 하게.”
김이준이 자존심도 버리고 태세를 전환했다.
어느새 그의 앞에는 원세븐의 멤버들 전원이 앉아서 누가 대신 유연서 몫의 가사를 처리하냐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다들 자존심은 개나 줘 버리고 유연서의 손에 든 지폐를 원하고 있었다.
“나! 나나! 내가 진짜 깨끗이 청소할 자신 있음.”
“나는 그럼 빨래!”
“우리 이렇게 궁했어? 나는······ 나는 신발장 정리!”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유연서가 피식 웃었다. 시끄러운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재밌네······.’
그리고 기억은 다른 시간대로 옮겨졌다. 잠시 암전 끝에 눈을 떠보니 그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져 있었다.
“연서야. 가자. 할아버지가 찾아.”
“응.”
마찬가지로 어린 유은호가 유연서의 작은 손을 잡고 정원으로 그를 이끌었다. 유연서는 다른 한 손으로는 로봇 비행기 장난감을 흔들었다.
“어! 아저씨다!”
“뭐?”
“처음 보는 아저씨!”
유연서가 가리킨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한쪽 귀에 무전기 이어폰을 꽂고 정장을 갖춰 입은 것을 보아하니 경호원 같았다.
“우리 집을 지키는 아저씨잖아.”
“응!”
“일단 가자. 할아버지 기다리셔.”
유은호는 느리게 걷는 동생이 답답했는지, 유연서를 안아서 뒤뚱뒤뚱 걸었다.
손에 든 로봇 장난감이 익숙하다. 종종걸음으로 복도 끝 방으로 갔을 때 손에 들려져 있었던 장난감이다. 이희서의 죽음을 목격한 그날 손에 쥐고 있었던······.
‘근데 처음 보는 아저씨?’
이희서가 죽은 그날에? 하필?
다시 2019년의 유연서로 돌아온 그가 피를 토했다.
“쿨럭······!”
하필 기억 동기화를 중단하기로 마음먹은 날에 이런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다니······ 설마 본체의 수작은 아니겠지. 한참을 후폭풍에 시달린 그가 의식을 잃었다.
***
이후 유연서는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백호함’ 무대 인사 스케쥴을 꼬박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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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함’ 800만 관객 돌파 기념 원테이크 액션 장면 비하인드 공개
입소문을 탄 ‘백호함’은 진작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관객 수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는데, 영화과 워낙 스크린 확보를 많이 했고, 장시간 걸려있었던 터라 배급사인 JSENM이 독과점을 한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안 한다고?”
경악한 한 대표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유연서는 의자를 빙그르르 돌렸다.
“아니,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해······ 이 피디한테 벌써 다 얘기하고 사전 미팅까지 잡으려 했는데······.”
“벌써? 나 계약서에 사인도 안 했는데요 한 대표.”
“너 바다 좋아하지? 어? 가서 휴가 즐기면서 녹화하면 좋잖아.”
“싫은데.”
헤일로 미디어의 대표, 한준오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가 애써 폈다. 요새 좀 착해진 줄 알았는데 역시 유연서는 유연서였다. 그가 부리는 변덕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미 이 피디한테 다 된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한 대표는 자존심도 굽히고 유연서의 앞에 서서 애원했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안 될까? 너 ‘킬링 타임’도 잘만 나갔잖아.”
“그건 끝에만 살짝 나온 건데?”
한 대표가 머리를 감싸 매는 것을 무심하게 바라본 유연서가 손을 내밀었다.
“그거 내놔요.”
“그거?”
한 대표가 미간을 찌푸렸다가 폈다. 유연서가 갑자기 소속사로 들이닥쳐 뒤적였던 그것, 박 실장이 끝끝내 사수했던 ‘유연서 파일’이었다.
“야, 그거는······.”
“어차피 이제 매니저 바뀔 일도 없는데 그 파일이 필요해요?”
뒤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이태겸이 제 머리를 긁적였다. 한 대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쟤는 뭐가 좋다고 수줍게 웃고 있어. 얼마 전에 유연서가 명절 상여금 줬다고 눈치 없이 헬렐레하기는.
“아니, 혹시 모르잖아. 태겸이가 갑자기 튀면 어쩌려고, 전처럼······.”
“너 그럴 거야? 배신자.”
유연서가 고개를 뒤로 홱 돌렸다. 아직 튀지도 않았는데 배신자라는 오명을 쓴 이태겸이 아니라고 작게 항의했다.
“아무튼 그 파일은 우리가 보관하고 있을게. 나중에 폐기하더라도······.”
“그거 가지고 있다가, 나 소속사 옮길 때 악의적 언론 플레이하시게? 한 대표, 실망이야.”
“연서야······ 나 못 믿니? 너랑 내가 구축한 신뢰 관계가 고작 이거밖에 안 되니?”
“우리 한 대표 주둥이가 너무 기네. 파일 안 내놓으면 나도 그 예능 안 하니까 그런 줄 아시고.”
“박 실장!”
한 대표가 버럭 소리쳤다. 마침 대표실을 들어오려 했던 박 실장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 파일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