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1)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 티저 예고편)
영상의 시작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와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게스트 하우스 ‘오늘’을 담았다.
└영상 때깔 죽인다
└몸매봐 미쳤다
박승환과 이윤정이 큰 튜브 위에 앉아 유유자적 책을 보고 있었고, 최준영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게 배경음으로 깔린다. 진수호는 해먹에 누워 해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야! 너 일로와!)
(네가 오란다고 내가 가겠냐?)
└유연서랑 김이준 원래 저렇게 친했어?
└우리도 초면인데
김이준과 유연서가 서로 물을 뿌리며 노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느릿하게 보여준다.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청춘 영화나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보였다.
‘저렇게 화목하게 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편집의 힘인 것인지 화면 속 유연서가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평화로운 장면은 얼마 없었다.
(형! 갑자기 변기 막혔는데 어떻게 해요?)
(야! 그거 건들지 마!)
국이 넘쳐서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는 김이준과 변기 앞에 앉아 심각하게 토론하는 진수호와 최준영, 고장 난 청소기를 고치느라 성질 뻗쳐서 짜증 내는 이윤정까지.
(날씨 좋다.)
안에서는 불어나는 일거리에 다들 난리가 났는데 유연서는 밖에 나와서 라울과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티저 예고편이 끝났다.
└아니 다들 일하고있는데 혼자 뭐함?
└이럴거면 왜 나옴?
└유연서 이럴줄 알았음ㅋㅋ 남들 다 일하는데 혼자 꿀빠네
└아직 방송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까내리는거 아니냐
왜? 시작 전에 관심 많으면 좋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저거 다 기자들이야?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내리자.”
“어.”
유연서는 안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차에서 내렸다.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경호원과 비서실 사람들이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앞서 가던 차에서는 유건민과 최유진 그리고 유 회장이 내렸다. 취재진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주성의 총수 일가를 찍었다.
‘난리 났네.’
아직 플래시 세례가 익숙하지 않은 유연서는 풀었던 정장 자켓의 단추를 다시 채우면서 형을 따라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주성 미술관 특별 자선 행사’ 정·재계 인사 총출동
[포토] ‘로열 패밀리 등장’ 주성 미술관 도착한 주성그룹 총수 일가문화재 반환 기념 특별 자선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주성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주성그룹 총수 일가. 왼쪽부터 주성그룹 회장 유창호, 부회장 유건민. JSENM 최유진 부회장, 주성전자 유은호 상무와 배우 유연서.
-내배우 사회면 떡밥 너무좋다
주어 유연서
└아 이건 인정
└놀라서 들어왔다가 주어보고 납득
-사회면 뉴스에 자주 뜨는 연예인 유연서밖에 없을듯
사회면 병크가 아닌거로ㅋㅋ
└가끔 금융경제면에도 뜸
└└이건 왜?
└└└주식 지분 증여받은거로
└└└└아.. 그사세네
└와 근데 간지쩐다
└사진에 나온 사람들 재산 합치면 얼마냐 ㅎㄷㄷ
└└치킨사먹게 1억만 줬으면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유 회장과 유건민 가족을 주시했다. 다들 눈치를 보며 주성의 회장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했다.
“유 회장님.”
“박 회장. 오랜만일세. 신수가 훤해졌군.”
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런 인사에도 서열이 있었다. 유 회장과 친분 있는 사람들이 우선이었고, 더욱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우선이었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우리 안사람이 받아야지······ 장관님이 도와주신 덕입니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문체부 장관에 문화재청장까지 한달음에 다가와 유 회장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관장님이 정말 큰 일을 하셨습니다.”
박금주의 주도로 돌려받은 문화재는 주성 미술관에 10년간 전시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될 예정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요.”
“애국자십니다. 요즘 손자분도 한류 문화의 선두 주역이던데······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큰 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사람, 거 참······.”
과장되고 낯뜨거운 말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가 유 회장이니 아부가 섞인 말이었다.
유 회장이 손자 손녀들을 아낀다는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라서 일부러 이런 것이다. 유 회장은 기분 좋은지 껄껄 웃으면서 상대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부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은호, 연서야. 잠시만 와 봐.”
유연서는 유건민의 옆에 서서 오늘 처음 보는 모 기업 모 회장의 딸 소개를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연서, 이리 와라.”
“네 할아버지.”
이런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았었던 유연서가 자주 불려 나갔다. 이번에는 4선 의원인가. 다들 유 회장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회장님, 자주 봅시다. 우리 잘생긴 손자분도.”
“앞으로 자주 나올 걸세. 그렇지?”
“네 할아버지.”
그가 얌전히 어른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자, 유 회장이 흡족하게 웃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조금 늦었구나.”
“일이 바빠서 그래요. 아버지가 벌려놓은 사업이 좀 많아요?”
뒤늦게 도착한 고모들 가족까지 합류해 더욱 사람이 많아졌다.
“다들 왔니?”
“어머니, 축하해요.”
외국의 귀빈을 상대했던 박금주도 유 회장의 옆에 섰다. 자연스레 눈도장을 찍으려고 많은 사람이 모였다. 유연서는 슬슬 눈치를 보다가 뒤로 쏙 빠졌다.
“뭐야, 박선우. 긴장했어?”
그는 경직된 사촌 동생을 툭 쳤다.
“······형, 여기서 라이브 방송하면 안 되겠지?”
“때와 장소를 구분해라.”
상상 이상의 대답을 들은 유연서가 한숨을 쉬자, 박민우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형도 구분 못 했잖아.”
“내가 뭐, 기억 안 나.”
“와 진짜 기적의 논리.”
근데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없네. 박민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유연서의 팔을 툭툭 쳤다.
“형 전에 저기 HT그룹 손녀한테 샴페인 끼얹었었잖아.”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어, 그때 장난 아니었지. 할아버지가 형한테 막 호통치고.”
“······혹시 저 사람, 그때 하얀 드레스 같은 거 입고 왔었냐?”
“기억나나 보네?”
유연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HT그룹 손녀를 쳐다봤다.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니 불쾌한 감정이 치솟았다. 뭐지?
“근데 표정이 왜 저래? 우리 형이랑 사귀나?”
“아니. 형이 샴페인 끼얹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사고 수습한다고 은호 형이 나섰거든. 대신 사과하고 바래다주고. 뭐, 은호 형이잖아.”
아하, 형한테 반했구나. 그럴 만도 하지. 비슷한 나이의 여성들은 유은호에게서 시선을 떼고 있지 않았다. 물론 유연서에게도 달라붙는 시선이 있었지만, 귀찮기만 했다.
유연서는 HT그룹의 손녀와 눈이 마주치자 마침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들어 보이면서 씨익 웃었다.
‘좀 낫네.’
상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
‘본체는 이유 없이 샴페인을 끼얹지 않았을 건데.’
단순히 샴페인을 좀 맞았다고 저렇게 도망치듯 자리를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쾌한 감정도 그렇고, 하얀 드레스 말고도 다른 일이 있었겠구나.
유연서는 피식 웃고서는 고개를 돌렸다. 마침 눈앞에 할머니, 박금주 관장이 누군가의 아이를 안고서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구 이뻐라.”
“관장님한테 인사해야지.”
유연서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
박금주는 어서 들어가라는 직원을 뒤로 물리고는 사람이 빠진 미술관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했다. 사람이 다 빠지고 혼자 미술관을 독차지하는 이 순간을 말이다.
자선 행사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기분이 좋아진 박금주는 한 그림 앞에서 미동 없이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어깨를 흠칫 떨었다.
“아직 안 갔었니?”
등 뒤에서 들리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유연서가 몸을 돌렸다.
“깜짝 놀랐다.”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저 할머니 기다렸어요.”
폐관 직전이라 일부 조명이 꺼진 탓에 빛을 등진 유연서의 표정을 살필 수 없었다.
“여쭤볼 게 있어서요.”
하지만 서먹했던 손자가 먼저 다가온 거나 마찬가지라서 기쁜 마음을 느낀 박금주가 한 걸음 두 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유연서와 나란히 서서 앞에 있는 그림을 바라봤다.
“이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고 하더구나.”
“할머니는 뭘 느끼고 계시는데요?”
“오늘은 조금 기쁘구나. 너는 뭐가 느껴지니?”
“글쎄요······ 아무것도요.”
유연서는 그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입을 열었다.
한 번 대화해보라는 최유진의 조언을 받아 일부러 끝까지 남아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아직 할머니의 얼굴을 마주하기는 어려웠다.
“전에 저한테 전에 괜찮냐고 물어보신 거요······ 다른 이유가 있었죠?”
박금주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네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었잖니.”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굽 있는 구두를 신었는데도 손자의 키가 워낙 커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이 컸구나······.’
연륜이 많은 그녀도 손자의 덤덤한 표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체 읽을 수 없었다.
“할머니, 근데요······ 저 언제부터 봤어요?”
“······뭐?”
“엄마요, 언제부터 봤어요?”
박금주가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유연서는 표정없는 얼굴로 박금주를 쳐다봤다.
“너······ 기억을······.”
“전부는 아니고, 가끔 생각나요. 아마 기억이 점점 돌아오는 거겠죠.”
유연서는 표정이 어두운 박금주를 보며 고개를 기우뚱했다. 걱정하는 건가······ 어색했다.
그의 기억 속 박금주는 자신을 무시하고 냉랭하게 대했으니까. 하긴, 이희서가 죽기 전에는 손자에게 이런 표정을 짓긴 했었지.
“······네가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부터 그랬다.”
“그랬구나.”
과거 유연서는 이희서의 사고를 목격하고 한동안 정신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고 직후에 봤다는 소리다.
‘그럼 그때부터 계속 봤구나.’
짐작만 하던 생각이 사실이 되자 숨이 턱 막혀왔다.
본체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그가 진짜 유연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자 속에서 슬픔이 점점 북받쳐 올랐다.
“근데 저한테는 왜 그러셨어요?”
“그건······.”
박금주가 머뭇거리자 유연서의 눈가가 빨개졌다. 감정이 울컥 터져 나와 저절로 눈에 열이 몰렸다.
“할머니, 저 그때 여덟 살이었어요.”
“······.”
박금주는 순식간에 눈가가 빨개져 곧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손자를 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도저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 내가 의도한 건 이게 아닌데.’
유연서도 속으로는 당황했다. 몸이 저절로 분노하고 슬퍼하는데, 본체도 그간 서러운 게 많았는지 진정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가엽게 봐 주시지 그러셨어요.”
“연서야.”
“적어도······ 적어도 내치지만 말았으면······.”
“아가, 내가 잘못했다.”
박금주가 다급히 유연서의 어깨를 잡았다. 결국, 고개를 떨군 손자와 눈을 마주치려 했다.
“엄마가 어떻게 보이는지 아세요?”
“뭐?”
“아니, 아니에요. 됐어요.”
이렇게 감정적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었다. 어설픈 언론 플레이 좀 그만두시라고 말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려 했었다.
과거 일은 과거 일이고 나는 강진후가 섞인 유연서니까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이희서의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감정을 제어할 수 없어서 그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연서야.”
“죄송해요, 그만 갈게요.”
“연, 연서야.”
박금주가 힘없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유연서가 더 빨랐다. 도망치듯 미술관 밖으로 사라지는 손자의 넓은 등을 보던 박금주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떻게 ‘보이는지’ 아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