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189
00189 암흑교단 =========================
무수히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장면이 되어 지나간다.
하나같이 어둡다.
암울했던 지구 시절의 기억이다.
“…”
용화는 병원에서 반송장으로 보냈기에 세희가 힘들다는 것만 알았지 얼마나 힘든 줄은 몰랐다.
그녀가 가진 아픔을 자신 또한 이해하리라 여겼지만 결코 타인의 감정은 동감할 수 없는게 인간이다.
“…제게, 이것을 보여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묵묵히 따라걷던 용화가 입을 열었다.
아니 따라 걷는다는 것도 애매했다.
현재의 용화는 거대한 암흑속에 내던져져 있었다.
암흑룡의 모습을 한 암흑신이 움직이면 그에 따라 용화역시 흘러 다녔다.
나와 다른 것의 구분이 모호한 시점에서 용화는 자신이 알던, 그리고 몰랐던 세희의 과거를 경험하며 그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장면이 바꼈다.
그것은 바벨의 이후로 있었던 것들이었다.
-암향의 재능은 어둠에 깊게 관여한다.
어둠이란 무엇인가.
빛 한 점 없는 곳이 어둠인가?
장님 앞의 섬광이 제아무리 빛난들 한점 장님에겐 세상이 어둠이다.
아주 안 보여도 흐릿하게 보이는 어느 동굴엔 어둠이 자리하지 않는가?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가 그 곳에 내재된 어둠은 어둠인가?
어둠이란 매우 추상적이며 포괄적이다.
-이 아이는 타인을 구제하려 노력하며 살아왔더군.
세희는 어둠에 이끌린다.
그런 그녀가 마음속에 어둠을 가진 타인을 구제하며 살아왔다.
빛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빛으로 타인의 어둠을 몰아내고 따스히 빛춰주려 한다.
그런데 세희는?
-우습게도 타인의 어둠을 자신이 가져가며.
그녀는 타인의 어둠을 자신의 어둠으로 가져갔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타인이 가졌던 어둠을 체험했다.
그 경지가 오를 수록 그 체험은 더욱 더 상세해졌다.
타인은 그 과정에서 구원 받아 어둠밖으로 올려졌으나 세희는 그 어둠속에 가라앉아 갔다.
-이것들은 그녀가 가져간 어둠이지.
무수한 장면들이 보인다.
이제 그 장면은 세희가 없는 타인의 것들이다.
소중한 이가 윤간당하다 죽는다.
자신이 장난으로 한 행위가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맞이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든다.
비명을 내지르고, 울다가 목이 쉬어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결말을 맞이한다.
악몽같이 다양하고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 과정으로 누군가는 구원받아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만 그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것은 끈적하고 끔찍한 어둠이다.
그러나 세희는 꾿꾿이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어둠의 구원자. 정말 적절한 말이지.
우드드득.
모든 환상이 물러간다.
다시 시작된 어둠의 회랑, 그 끝에는 물러갔던 환상이 응어리져 고장난 비디오마냥 어그러져 반복되고 있다.
-그녀를 구하려고 왔는가?
“네.”
-우문이었군. 좋다. 여기까지 왓다면 너에게 자격은 있겠지.
우우우웅.
어둠이 요동친다.
전면에 반투명한 파충류의 눈동자 한 쌍이 구현되며 용화를 응시햇다.
“…”
생물체라면 누구나 억눌릴 감각에도 용화는 한 점 흔들림없이 그를 마주했다.
-저 환상의 어딘가에 네 동생이 있다. 이 환상은 나의 영역안에서 실체가 된다. 그녀는 그 공간에서 존재한다. 네가 구하려거든 직접 저 곳으로 들어가야 겠지.
실체이나 환상이며 환상이나 실체.
저 곳으로 들어가면 용화는 무조건 죽는다.
저 기억은 끔찍한 악몽이다.
설혹 그녀로부터 구원받았으나 그 직전의 기억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들로 뭉쳐있다.
즉, 그녀가 구원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체험해야 한다.
자신에게 소중한 이가 죽는 것 역시 체험해야 한다.
그 기억의 흐름에서 자신을 잃지 말아야한다.
자신과 동화된 누군가로써 살다 죽을 때 자신을 잃고 휘말려버린다면 용화 역시 죽게된다.
사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 환상의 응어리는 뒤죽박죽이기에 한번 체험했던 것을 다시 수십번 체험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시험이다.
그 어둠속을 가르고 들어가 자신을 잃지 않고 세희를 구할 수 있을까?
암흑신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 물음에 용화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
철컥.
패용한 검을 가볍게 두드리고 걸어간다.
언제나 자신에게 든든한 받침이 되어주었던 검.
저 공간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면 잠시 헤어지겠으나, 이미 영혼으로 이어진 이 검을 잊을리는 없다고 여긴다.
그런 마음으로 용화는 환상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실로, 놀랍구나.
내뱉듯이 탄식하는 그런 암흑신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시산혈해.
시체의 산과 피의 바다.
그 속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스테인은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시체더미위에 앉아있었다.
“덧 없구나.”
“무엇이 말이지?”
“글쎄요, 그걸 잘 모르다는게 더 그렇지요.”
이제는 일상이나 다름없는 운성의 등장을 맞으며 스테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앉아있던 플레이트갑옷을 입은 시체가 굴러떨어져 바닥으로 내려갔으나, 어차피 발 디딜 곳에는 전부 시체뿐인 이곳에서 할애하긴 사치뿐인 감상이다.
“직접 행차하신 걸 보니, 이제 끝을 맺을 시간이가 봅니다.”
“그렇지.”
운성은 정말 어지간해선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서 직접 움직였다하면 거대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그가 행차한 것이 이제 이 사건의 끝을 볼 때가 됬다는 증거다.
“저도 따라갑니까?”
“아니, 넌 여기서 길을 만들고 있어.”
“그렇군요.”
짧은 문답이 오간다.
그것이 그들의 대화의 끝.
그를 끝으로 운성은 발걸음을 돌려 안 쪽을 향해 나아갔고, 스테인은 멍하니 그 뒤를 보다 그가 어느순간 사라져버리자 시선을 돌려 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둡다.”
어두운 하늘이다.
암천결계로 인해 하늘은 어둡기 그지없고 그 아래에서 자신은 시산혈해를 이룩하고 그 시체더미 위에 앉아 멍하니 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민간설화쯤을 찾아 세계 멸망에 대한 예언을 보자면 아마 이런 장면일 것이다.
“정의의 용사가 될 거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때본 히어로물의 주인공은 되지 않아도 그저 중립적인 시민으로 살다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모습은 세상을 멸망시킬 대악당의 묘사로 해도 충분하다.
털거덕.덜거턱.
그가 앉은 10여m에 달하는 시체산이 움찔거렸다.
시체더미를 파헤치고 누군가들이 기어나온다.
얼마있지 않아 살아남은 이들이다.
그들은 다시 증오를 피우며 각자의 무구를 들고 스테인을 노려봤다.
그럼에도 그는 그저 하늘만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남자가 못 보고갔을리는 없고, 이 정도의 생사여탈권은 나에게 맡겼다는 건가.”
숨겼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어설프기는 했다.
그렇기에 그런 자신의 어설픈 정성과 의미없는 동정을 배려해서라도 차마 그냥 쓰러져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광신인지 동료에 대한 복수심인지 모를 것에 물든 이들은 죽을 길을 알면서도 죽음의 동산을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그냥 다시 내려가. 어차피 종장, 저 안쪽으로 달려가더라도 이제는 막지 않겠어.”
하늘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로,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중걸리는 스테인이지만 분명 들었을 것임에도 살아남은 암흑교단의 생존자들의 적의는 거세어져만 간다.
“하긴. 들을리 없겠지.”
어설픈 정성이요 의미없는 동정이다.
그리 중얼거린 스테인이 완전히 고개를 꺾어 하늘을 향하고 두팔을 뒤로 뻗어 기대듯이 눕는다.
그에 맞춰 생존자들이 달려든다.
위이잉.
허공중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다.
자기 보호를 위해 그려놓은 주문, 그로부터 각양각색의 빛줄기가 쏘아진다.
푹푹푹푹.
겨우 겨우 달려들던 이들은 그 빛줄기에 꿰뚫리고 찔리고 헤짚어져 걸레마냥 넝마가 되어 다시 추락해 시체산의 일부가 되어간다.
“아이고~ 덧없어라~”
그렇게 다시 돌아온 침묵.
그 속에 스테인은 공허에 묻히며 완전히 몸을 바닥에 눕힌다.
우드드드득.
그가 움직이며 근처 시체가 밀리고 어떤 것은 그에 의해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바닥까지 굴러떨어져내린 것은 바닦에 흥건이 흐르는 핏물의 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며 저 먼 곳으로 가버린다.
평소에도 잘 관리하지 않는 푸스스한 머리가 눈을 덮자 스테인은 치우기보단 그냥 하늘을 올려다보던 두 눈마저 감아버렸다.
어둠이 보인다.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은 어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은 어둠.
칙칙하고 삭막하다.
그것을 한탄하며 투정부리기에는 이제 너무 많이 와버렸다.
“수 억명 쯤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핵을 만드는 핵학자들은 없겠지.”
어리광에 불과한 말을 뱉으며 스테인은 그저 머리속에 한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렇게 하니 문득, 정말 미친듯이 그녀가 보고 싶었다.
“보고싶다, 레인아.”
========== 작품 후기 ==========
슬슬 끝을 맺을 때가 됬지만 아직은 좀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