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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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허운성은 자신을 보며 이 넓은 탑에서 손꼽히는 재능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사람들이 쓰는 어설픈 스킬 따위가 아닌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듯 올라가야 하는 경지를,
자신은 그저 도약하는 것만으로 이루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각自覺.
곤이 수십만리를 날아오르는 대붕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인지 알아야하듯이,
자신 또한 자신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자신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스스로 알아야 된다고.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자신이지 타인이 될 수가 없다고.
당시에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적당히 청소년기에 한 번쯤 겪는 자아정체성의 방향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그런 방만한 마음은 내 오만이였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길지 않았다.
조금 더 물고 늘어질것을 그랬다.
조금 더 매달려볼 것을 그랬다.
그랬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텐데.***”이게 뭐야!”
“봐라 이 새끼야, 이 형님만 따라오면 다 된다고 안 그랬나!
“햐, 이거 시발 아주 쓰리썸, 아니 포,아 씨발 모르겟다 복상사로 뒈질때까지 해도 되겠는데?”
추악하기 그지 없는 말을 내뱉으며 부랑자무리가 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키아나 무리를 전부 해치우고 왔는지 이리저리 파이고 긁힌 상처로 온 몸은 만신창이였다.
실제로 몇몇 부위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가망이 있겠어.’
그 모습에 세희는 희망을 가졌다.
부랑자들이 제아무리 말도 안되는 무력으로 키아나를 전부 해치우고 나왔어도, 입은 피해또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자신들이 뿔뿔이 흩어진만큼 적들도 이리저리 나눠져서 왔다.
자신들은 100명이 조금 안되는 정도지만 상대는 20여명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100명 중 전사클래스는 20여명 밖에 되지 않지만, 나머지는 보조능력이 있고, 또한 최하급이나마 어둠의 정령이 있기에 이 숲에서는 해볼만 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세희의 말과 함께 여성 사용자들이 불러낸 서로의 어둠의 정령들을 공명시키기 시작했다.
-다크 홀Dark Hall Rank D 가동!
-상급정령 다크니스를 코어로 다크 홀Dark Hall을 가동합니다!
다크 홀은 천세희가 넘치는 암향의 재능으로 체화한 기술이다.
자신의 정령을 코어로 주위의 어둠의 정령을 연동시켜 주변에 역장을 만드는 기술이다.
연동시키는 정령의 수가 많아질수록 힘과 적용범위의 크기가 넓어지고 그 범위내의 어둠을 이용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이였다.
시전 시간이 소요되기에 처음에는 앞선 20여명의 전사 클래스의 여성 사용자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작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부랑자들은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지켜만 볼 뿐이였다.
“킥킥킥, 뭔 세일x문이냐?”
“야야 변신하는데 왜 안벗냐?”
오만.
자신들쯤은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다는 그런 확신으로 부랑자들은 비웃었다.
그렇다면 이용해줄 뿐이다.
“..가자”
정지은을 필두로 20여명의 사용자들이 뛰쳐나갔다.
“야, 죽이진 마라.”
“팔은 남겨둬?”
“난 장애인이랑 하기 싫은데?”
“킥킥, 이 새끼 뭐 모르네. 사지 다 자르고 하면 얼마나 쩌는데!”
“어휴 병신 새끼 취향하고는”
“아, 알아서 해 병신들아!”
끝가지 음담패설만을 내뱉던 그들과, 사용자들이 격돌했다.
채채채챙챙!
서로의 무기와 무기가 부딪혔다.
“크윽!”
“이 년아 힘 좀 써봐라!”
처음의 우위는 부랑자들이 가져갔다.
키아나 무리와의 전투를 치루고 난 후였음에도, 놀랍게도 그들은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지 사용자들을 압도하고 여유롭게 농락하고 있었다.
“야, 이 년 완전 개 ㅈ…우악!”
한 사용자와 검을 맞대고 붙어있던 부랑자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솟구쳐올랐다.
우월한 동체신경을 바탕으로 피해낸 부랑자의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이 있던 자리에 솟구쳐 올라온 검은 원뿔기둥이였다.
“이건 뭔, 우앗!”
안심할 틈도 없이 그가 있던 자리에서 또다시 무언가가 솟구쳐올라옴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씩 밀리던 사용자가 부랑자를 덮쳐갔다.
-버들의 검 Rank E+
-검식의 연계가 부드러워집니다.
-검의 위력이 +10% 상승합니다.
위력자체가 강하지는 않지만 연계가 부드럽고 매끄러워지는 기술이였다.
한 번에 강한 일격을 때려넣을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상대가 협공을 받을 때 합세하기에는 효과적인 공격이였다.
“큭! 이 썅년이!”
챙챙! 타탓! 챙!
검과 검이 부딪쳤다.
처음의 격돌에서는 부랑자가 여유롭게 우위를 가져갔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바닥에서 솟아오는 공격을 피하느라 제대로 서있지를 못한 상태.
흔히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체의 안정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거목도 뿌리가 있어야 바람서리에도 버틸 수 있는 법인데,
바닥에서부터 어둠이 솟구쳐 오르니 그야말로 답도 없는 상황이였다.
그것은 대부분의 부랑자들이 마찬가지였다.
특히 정지은의 경우는 부랑자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서리바람의 난격 Rank D+
-공격 속도 50% 상승
매서운 기세를 담은 검이 빠르게 부랑자를 몰아쳐갔다.
깊이는 얇았으나 날카로웠고 빠르기 그지 없어 지금처럼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못한 상태에서는 계속하여 상대의 헛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이, 시팔련이!”
부랑자는 점점 수세에 빠지는 것을 느꼇다.
힘대 힘으로 한번치고 나가면 몰라도 지금은 도저히 제대로 힘을 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상대가 힘이 약한 것도 아니였다.
처음 격돌 때도 엇비슷한 것이 원 상태의 그보다도 약간 모자란 정도였던 것 같았다.
“시팔, 진짜 좃 같네!”
채채채챙!
검끝이 자신의 검을 희롱하듯이 휘둘러졌다.
정면대결은 피하고 검으로 자신의 검을 치듯이 휘둘러서는 계속하여 몸의 균형을 잃게 만들고 있었다.
“..죽어..!”
피슉!
“크앗!”
쏘아지는 날카로운 일검一劍이 부랑자의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 모습에 세희는 짧게 탄성을 질렀다.
들어갔다.
분명 얕긴 했지만 최초로 먹인 일격이였다.
다크 홀은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기에 마나의 소모자체는 적고, 지금은 80여명의 사람들과 연계를 하기에 유지시간도 길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였다.
“아, 시발 좃 같네!”
“못 해 먹겠네 니기미!”
수세에 몰리던 부랑자들의 기세가 갑작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Rank D+ 기폭발
-반경 2m에 마력의 폭발을 일으킵니다.
-Rank D+ 통렬한 반격
-시전자가 받는 피해량 20% 상승
-카운터공격력 60% 증가!
“꺄아아악!”
“아아악!”
갑작스레 이어지는 스킬연계와 반격이 단번에 여성 사용자들을 튕겨내버렸다.
뿐만아니였다.
-위압의 기세 Rank D+
-마력을 담은 기세를 발산합니다!
-위압의 기세 Rank D+
-마력을 담은 기세를 발산합니다!
-위압의 기세 Rank D+
-마력을 담은 기세를 발산합니다!
부랑자들로부터 어마어마한 기세가 발산되더니,
다크홀에 의해 조종되어 솟아오르던 검은기둥이 단번에 짓뭉개졌다.
뿐만 아니였다.
– 경고!
– 다크홀이 강한 힘에 의해 반격을 받습니다!
“아악!”
“꺄아악!”
기세는 그대로 다크홀을 시전한 사용자들에게 역으로 마력흐름을 타고 올라가 피해를 입혔다.
울컥!
어둠의 정령을 사용하던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피를 토하고, 정령들은 강제 역소환이 됬다.
그것은 단 한순간이였다.
단 한번의 반격만에 지금껏 가져오던 승기가 역전되고 몇몇 여자들은 체력의 한계에 도달하여 실신해버렸다.
천세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아..하아.. 어, 어떻게…!!”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입을 땟다.
분명 자신들이 이기고 있었거늘, 어째서..!
“씨발년아 그걸 모르냐, 그냥 놀아준거지”
“사지 다 짜르고 해도 좋긴 한데, 사지에 비비고 나서 짜르는게 더 좋지 않겟냐?킥킥킥”
부랑자들은 차갑게 웃었다.
그렇다.
그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
그저 상품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려는 그런 이유였다.
“아…!”
말도 안되.
그런 눈빛으로 세희가 부랑자들을 바라보았다.
누구 때문에 이 곳에서 적들과 싸우기로 한건데.
누가 나서서 이들과 싸우자고 한 것인데.
분명 자신의 힘은 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것이라고 했는데.
완전히 정신이 붕괴되어가는 모습, 그 모습이 부랑자들을 만족시켰는지 그들을 낄낄대며 웃었다.
“뭐, 좋긴 한데. 넌 일단 번거로우니까 뒈져라.”
말을 한 것은 중앙에 서 있던 한 부랑자.
그는 품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들고는 절망에 빠진 천세희를 향해 날렸다.
슈욱!
단검이 날아들었다.
느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천세희는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에 의해 사람들이 전부 이 곳에 머물렀다.
자신에 의해 사람들은 전부 전투를 택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 때문에 전부 죽을 처지에 놓여버렸다.
가장 높은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에 오만했을지도 모른다.
오빠를 따라 그 남자의 뒷처리를 하며 사람들을 몇명 구하니 자신이 잘났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정작 적의 대부분을 죽인 것은 그 남자이고, 그 잔당을 처리한 것도 전부 자신의 오빠였는데.
전부 자신의 오만이였다.
그 오만에 의해 자신을 따랏던 모두가 죽게 됬다.
‘..그런, 내가, 살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천세희를 속박하고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 때 였다.
푸욱-하고, 단검이 고깃덩이에 박혀드는 소리가 들었다.
그리고
파악-!
피가 튀었다.
붉은 핏방울이 허공에 뿌려졌다.
단검이 강했던 것인가? 아니다, 단검을 몸으로 받아낸 신체가 너무나 약해서, 단검이 몸을 파고들어 그 끝까지 뚫어버린채 박혀버린 것이다.
“..아…아..!!!”
시야가 교차한다.
자신 대신에 단검을 맞았던 것은 부랑자의 기세에 정령이 역소환되고 실신 직전까지 갔던 여성 사용자였다.
부랑자에 의해 육체가 유린되고 정신이 부서져버렸던 그런 사용자였다.
그 사용자가, 죽어가며 자신과 눈이 마주쳐갔다.
“..아….아아아아…!!!”
짧은 시간이지만, 그 찰나는 너무나 길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그 사용자의 입이 짧게 뻐끔거렸던 것은, 분명히,
‘고마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왜? 어째서?
뭐가 고마운건데.
내가 그들을 구해줄게 아닌데.
그들을 구해준것은 그 남자, 허운성이였고,
잔당들을 구해준것은 자신의 오빠, 천용화였는데!
자신은 구해진 그들을 다시 사지로 몰아넣었을 뿐인데!
그러고도 자신을 위해 죽어줬는데!
왜! 왜! 왜!
왜 고마운거냐고!
“전부, 구원자님을 위해 죽어라!”
그 때 였다.
가장 앞에 있던 여성 사용자 정지은, 그녀가 소리쳤다.
죽으라고.
죽이라는 것이 아니였다.
천세희 그녀를 위해 대신 죽어라고 말했다.
죽어서라도 적들을 막고, 적들을 찌르고 적들을 죽여버리라고!
“…..!ㅇ..ㅏ..ㅁㅁㄴ….!…?!”
안돼!
안됀다고!
소리치려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목이 나가버린 것일까?
움직이려 한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 한심한 몸뚱이가 이럴 때 마저 움직이지를 않는다.
“으아아아아!”
“죽어어어어!”
실신해 있던 여성들이 일어서더니 몸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둠이였다.
정령사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했을 때나 가능한 영혼합일(UnRank)의 스킬.
그에 따라 여성들의 몸이 조금씩 사라지더니 그 자리를 어둠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시발 이게 뭐야 또!”
“뭔 해도, 뒈ㅈ…으아아악!”
어둠으로 변한 그녀들은 곧장 부랑자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둠으로 변한 부위는 가지각색이였다.
팔도 있엇고 손도 있었고 다리도 있었고 머리도 있었다.
어둠으로 변한 부위가 닿는 곳은 즉각 생물로서 그 증명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살에 닿는다면 살이 급속도로 노화가 되고 머리카락에 닿는다면 생기가 있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게 변해갔다.
살이 부족해 뼈와 맞닿는 곳에 닿은 것은 순식간에 뼈가 보이더니 뼈마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엠병할!”
“닿기 전에 잘라!”
그러나 부랑자들의 대처는 빨랐다.
2명의 부랑자가 당하자마자 그들은 재빨리 어둠과 멀어졌다.
어둠이라고 해봐야 신체의 일부일뿐이였고, 결국엔 그 사용자가 내는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올뿐이였다.
그렇다면 피하고 그 부위를 잘라내면 그 뿐이였다.
“꺄아아악!”
“아아악!”
단번에 어둠이 내린 부위를 잘린 그녀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허나 비명을 내지를 채도 없이 그녀들의 몸이 난도질되기 시작했다.
“뒈져 썅년아!”
“시팔련이 시체에다 비벼주마!”
피가 튀었다.
어둠이 잘린 그녀들의 몸은 이제는 힘이 없는 고깃덩이일 뿐이였다.
도륙 당했다.
사람으로 태어났을 그녀들이 마치 짐승처럼 썰려나가기 시작했다.
100명에 달하던 사람들이 눈 짝할 새에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은 부랑자들의 수는 11.
그들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사용자들을 썰며 천세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구원자님! 구원자님!”
완전히 넉이 나가버린 세희, 그런 그녀를 잡아 흔드는 것은 여성 사용자들의 리더격역할을 하던 정지은이였다.
“..아…..ㅇ..아…?!”
말도 제대로 뱉지 못한다.
눈에 초점도 제대로 맺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은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살으셔야 합니다. 구원자님만큼은 살으셔야 합니다!”
세희를 일으키는 그녀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옷은 이미 넝마가 되어있었고 여기저기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왼쪽눈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 길쭉한 검상이 있어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세희를 일으켜 세우며 독려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힘을 터트린다면, 저들을 5분 정도는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만 도망쳐서 버티십시요. 그렇다면 반드시 구원자님의 검께서 찾아오실 것입니다!”
“…..ㅇ..아…….!”
어째서?
왜!
왜 나를 위해 이렇게 희생하는 거지?
묻고 싶었다.
소리치고 싶었다.
화를 내고 싶었다.
제발 도망치라고.
나를 버리고 당신들만이라도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살아남을 수 있잖아.
당신들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잖아!
왜, 어째서 나 따위를 위해서 이렇게 죽어가는 건데!
울부짖으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하고 싶은 말은 이리도 많은데 입밖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라고 몸을 떠밀어버리고 싶은데 다리에 힘조차 안들어가서 후들후들 떨린다.
그녀가 얼마없는 힘으로 일으켜 세운 이 한심한 육체는 제대로 서 있지 조차 못해 금방이나 쓰러질 것 같다.
그럼에도 지은은 웃었다.
이유를 알 수가 없음이다.
“이런. 움직이시기 힘드시군요. 그래도 걱정마십시요. 저희가 좀 더 버티면 될테니까.
그러면 구원자님의 검께서 찾아오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웃는다.
그녀가 웃는다.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음울한 표정만을 짓던 그녀가 지금은 활짝 웃는다.
피가 흘러 얼굴의 절반을 적셔도 그녀는 웃는다.
그리고서는 떠나간다.
한쪽다리에 어느새 단검이 꽂혔는지 절절대면서도 걸어간다.
왜지? 어째서? 왜지?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은, 제 여동생을 닮았습니다.’
그녀가 최초로 자신에게 웃었던 날이다.
그저 음울하게 지내며 땅만을 바라보며 지냈던 그녀가 자신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던 날이다.
‘후후, 삐적말라 힘도 없으면서, 언제나 언니언니, 하며 다가오던 그런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그 때 그녀는 그 말이 부끄러웠는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리곤 뒤로 돌아가버렸다.
그런 그녀의 등은 그저 왜소하기만 햇던 지난날들과는 달리 무척이나 커보였고 강해보였다.
그랬던 그녀의 등이 보인다.
그런데, 왜지? 지금은 왜 그 등이 두개로 보이지?
파아아악!
“마지막이다 썅년아!”
부랑자의 검이 정지은의 몸뚱아리르 갈랐다.
어깨로부터 시작해서 척추를 따라 마치 소를 도축하는 백정처럼 갈라버렸다.
피가 튀어오르고 부서진 뼈가 이리 저리 날아다녔다.
허물어진다.
그녀의 몸이 허물어진다.
그 때 였다.
분명 그렇게 죽어버렸을 터인 그녀의 목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기긱.
죽을 힘을 다한 다는 것이 저런 것일까?
심장마저 베여버렸을 그녀의 목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이 교차한다.
한 번 본 장면이다.
불과 조금전에 본 장면이다.
입이 조금씩 달짝거린다.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알아볼 수는 있다.
‘고…마…워….?’
고맙다는 말.
최초로 자신을 위해 죽었던 여성 사용자가 내뱉었던 그 말.
최후에 자신을 위해 죽었던 그녀 정지은이 남긴 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막혔던 말문이 터지고,
그 순간, 거대한 어둠이 몰아치기 시작했다.***”호오?”
이제는 해가 져 어둠이 깔려버린 밤.
나즈막한 산의 중턱에 앉아있던 사내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아주 유쾌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시작이군.”
========== 작품 후기 ==========
흠 나름 격정적이게 쓰다보니 뭔가 좀 이상하게 쓴거같기도하네요.
이게 원래 2편에 걸쳐졌어야 할 양인데 조절을 못하다보니 1편으론 길고 2편으로는 짧은 이야기가 되버렸습니다 ㅠ
어색한 부분 지적감사히받겠습니다
추천과 선작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