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09
00309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개안開眼률은?”
“73.1%.”
“늦군.”
미스틱 도어의 총수 오그 배리어스의 말을 들으며 아이오닐은 눈을 감았다.
정안正眼.
이 새로운 스킬을, S- 랭크의 기연을 모든 전투인원이 습득해야 한다.
보통의 일정 이상의 스킬이 깨달음이라는 뛰어난 오성을 바탕으로 해야 더 나은 조건으로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말 그대로 ‘피 나는 노력’이면 얻을 수 있었다.
‘정말 피 나는 노력이란 것이 문제긴 한데.’
원래라면 힘들었을 일은 라-파르테의 심장을 이용해 만든 기관으로 빠른 습득률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것이 많았다.
스킬이란게 난해한 면을 따지자면 2가지가 있다.
전자는 습득 그 자체가 답이 없는 것이고, 후자는 습득을 하더라도 실전에 활용이 답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안타깝게도 후자였다.
습득과정을 보면 전자가 아닐까 싶지만, 일단 이 정안은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 노력이란게 압도적이요 끔찍하다는게 문제지만 ‘본다’라는 개념에 관한 구조를 하나하나 분해하여 궁구하다보면 결국에는 얻을 수 있었다.
라-파르테의 심장을 이용한 기관을 얻기 전에야 한번 실패하면 목숨이 걸린 문제니 몰라도 지금은 실패하면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뜯어내고 새로 만들어내면 된다.
3번 반복하면 그 스킬을 수련하는 사람의 몸을 꽉 채울 피를 흘리게 되지만 재능없는 사람이라면 그 과정을 수십번은 반복해야 단초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재능없는 사람이라도 수십번 반복하면 단초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성인 남성은 피가 3분의 1쯤 빠지면 사망한다고 한다.
물론 지금와서 평범을 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런 경험을 스스로 하려는 것 자체가 어지간한 정신상태로는 힘든 일.
그렇게 고생고생하고서 얻은 스킬은 안타깝게도 그것을 제 시간에 맞게 활용하는게 더 문제다.
“큭..!”
“또 시도 했나 보군.”
두 눈을 부여잡는 아이오닐을 보며 배리어스는 혀를 찼다.
정안이란 스킬은 처음 개방할 때도 힘들지만 그것을 유지할 수록 더욱 벅차게 바뀐다.
단순히 지속이 길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사용한 횟수나 총 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운성의 말로는 워낙에 제대로 안 보고 살아서 제대로 보고 살게 되니 느껴지는 세계의 모습에 신체가 컬쳐쇼크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경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일이나, 기연이 다 그렇듯이 감당하지 못할 기연은 오히려 해가 된다.
볼 능력이 안 될 것을 보게 된 대가는 참혹하게 다가온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아이오닐은 아릿한 고통에 절어지는 눈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너는 어느 정도지?”
“나야 뭐 익숙하니까.”
“그런가.”
전투력 자체도 아이오닐보다 뛰어나고 미스틱 도어의 총수로서 그동안 행해왔던 첩보행위의 경험이 그를 익숙하게 했다.
“나 또한 다른 이들보단 상황이 나은데 말이지.”
높은 자리에 앉은 이로서 넓게 ‘보는’ 경험은 ‘본다’는 행위에 대해 정안을 익히는 부분에서 이점을 가지게 했다.
다른 이들보다 이점을 가진 자신이 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떨까싶다.
특히나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고역이겠군.”
“고역이라, 아. 특히 그 남자가 심하겠군.”
“그 남자? 아하.”
배리어스의 말에 아이오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재능이라고는 정말 조금도 없는 남자.
그럼에도 십존이란 자리에 오른 남자.
인간의 노력으로 이룬 정점에 있는 자.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자를.***”큭..!”
뇌를 후벼파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치던 남자는 스스로 한 쪽 눈알을 파냈다.
으직.
물컹한 눈알이 으깨지고 피와 체액이 흘러나올 때, 남자는 이를 악물여 바닥에 놓인 작은 바구니에서 붉은 기운을 퍼서 눈에다 부어넣었다.
“크윽!”
새 살이 돋으며 느껴지는 또 다른 고통을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쯧쯧. 그러게 좀 도움을 청하지 그러냐.”
지켜보던 바랑마다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지만 남자는 들은척도 하지 않고 다시 하던 동작을 반복하려한다.
남자가 다른 이들에게 불리는 명칭은 ‘브레이커’.
십존의 일인이자 인류최강의 화력이라 불리는 자다.
그런 그에게는 없는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가 재능이고 두번째가 사회성이다.
남들은 그래도 수십번이면 감을 잡는 것을 이 남자는 수백번 째에 감을 잡았다.
남들은 서로 도와가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데, 브레이커는 그 같이 할 ‘남’이 없어 혼자 한 쪽 눈을 파버리고 다른 한 쪽 눈으로 만일을 대비하며 수련하는 과정을 반복중이다.
그나마 얘기라도 나누는 바랑마다가 다가와서 도와주겠다 하지만, 다른 때에는 이야기라도 하지 지금 같이 도움을 구할 일이 있으면 대답도 없었다.
그러더니 다시 정안의 수련을 시작했다.
“그아아..!”
밀려오는 격통속에 브레이커는 이를 악물었다.
세상의 온갖 빛이 눈에 들어오고 사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보이지 않던 마나가 눈에 보이고 타인의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오감의 감각이 시각이라는 행위로 섞여서 들어오며 그의 한 쪽눈이 백열하기 시작했다.
‘1단계..!’
정안의 처음은 모든 가공되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부터 시작된다.
감각 기관이 나눠서 적재적소에 받아들여야하는 정보가 시각에 몰두되어 들어온다.
당연히 혼선이 생긴다.
눈에 들어오는 감각은 시각이 아닌 다른 것들도 포함되고 그 중에는 ‘통각’도 존재한다.
“크으으”
고통사이를 거닐면서도 브레이커는 그 정보를 하나하나 분류해가기 시작했다.
한 쪽 눈으로 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량을 해석해내는 작업.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2단계.’
시각정보가 뇌로 들어오는 것이 뒤섞인다.
뇌에 있던 정보가 시각에 영향을 끼친다.
살아오며 일생동안 겪었던 일이 동시대에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이 여러 기억을 동시에 떠올린다면 가장 강렬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부정적인 것들일 수 밖에 없다.
“크…”
‘괜찮아.’
눈 앞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잔영.
‘너 때문이 아닌 걸.’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헤헤, 미안해…’
결코 환상따위가 아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되버렸네.’
과거의 망령.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 자신의 업보.
“으아아아아악!”
우득!
당장이라도 눈알을 뽑아버리기 위해 올린 왼손을 다른 오른쪽손으로 움켜잡는다.
우드드득!
손목이 부서지고 근육이 으깨진다.
한 쪽을 밟으면 다른 한 쪽에 내용물이 몰려 터지는 민달팽이처럼 왼쪽팔이 이리저리 터져나간다.
“으으아아아아아아!”
도망치고 싶은, 잊고 싶은 과거에서 눈돌리지 않기 위해.
마음 한 쪽에서는 당장에라도 이 처절한 과거를 재생시키는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떠오르지만 다른 한 쪽손으로 겨우 억누른다.
“흐아아! 아아아아아아!!!!!”
피눈물이 흐른다.
그간 느꼈던 육체의 고통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런 슬픔과 끝을 알 수 없는 분노가 모든 것을 잠식한다.
그렇기에,
“도망치지 않는다아아아아아아악!!!!”
철컥.
품에서 작은 구체 모양의 물건을 하나 꺼내들어 작동시킨 후 두손으로 꽈악 잡는다.
콰앙!
곧 이어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두 손을 날려버린다.
그대로 생살을 땅바닥에 짖이겨 재생을 막는다.
이제는 스스로 이 광경에서 도망칠 수 없게 만든다.
‘사랑해.’
“흐아아..ㄱ..!!”
피눈물이 얼굴을 적셔내리는 와중에도 최대한 정신을 수스른다.
이 순간에도 정안을 얻기 위해 보아야 할 것을 보아야 한다.
과거에서 눈돌리지 않고 직시하면서 현재를 향해 시선을 돌려 미래를 넘보아야 한다.
“끄으으윽..!”
꽉 깨문 이가 차례로 부서져간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를 보며 바랑마다는 고개를 내저었고, 한편 그것을 지켜보던 이들이 또 있었다.
“저 양반도 어마무시하구만.”
쯧쯧, 하고 혀를 차는 태식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켜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아퍼..”
옆에 있던 혜진도 고개를 내저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것을 볼 때 마다 그 양반도 참 무심하단 말야.”
브레이커.
인류 최강의 화력.
운성도 탐냈던 인재이지만, 운성이 그를 구하지 않고 그가 다른 에덴의 일행처럼 과거 겪었던 그 중대한 ‘사건’에서 그를 방치한 이유는 들어서 알 고 있다.
“그 놈의 ‘재능’이 뭐길래.”
브레이커는 재능이 없다.
십존에 이른 강자지만 그는 처절할 정도로 재능이 없다.
그런 그가 현재의 경지에 이르게 한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분노가 만들어낸 원동력에 의한 노력.
에덴의 다른 이들은 충분한 재능이 있기에 모두가 전생에 겪었던 ‘사건’에서 나타나 구해주면 그것을 빌미로 이용해 먹을 수 있지만, 운성이 계산해본바에 따르면 브레이커는 ‘사건’에서 구함받지 못해야 그로부터 얻는 분노로 강해질 수 있었다.
“안타깝구만.”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는 없는 노릇.
혀를 찬 태식과 일행은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브레이커는 노력의 화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