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21
00321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새롭게 나타나 자신을 소개한 게인 리포트라는 자는 쓰러트린 로르제 로르단과 너무나 비슷했다.
외형이야 분명 틀렸으나 죽은 듯이 보일 정도의 창백한 분위기는 너무나 흡사했다.
“주인님께 안내해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예의 로르제 로르단이 보였던, 한 쪽 손을 배에 대며 깊숙히 숙여 하는 인사.
“…여유롭군.”
“그렇습니까.”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모르고 있소?”
“알고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유롭구려.”
“그렇습니까.”
사신이라고 온 이를 시비걸어서 죽였다.
어차피 죽고 죽이는 사이기에 그런 살해행위는 이상할 것은 없지만, 그런 사지로 이렇게 걸어들어오고서도 담담하기 그지 없다.
“죽음이 두렵지 않소?”
“언젠간 일어날 일이겠지요.”
“헛소리. 그렇게 따지면 당신이, 당신의 세력이 우리와 싸울 이유도 없지. 어차피 만물은 결국 최후에 멸망하는 법.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지금 이 순간에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이 우리와 싸울 필요도 없으며, 굳이 당신의 주인이라는 자에게 안내할 필요도 없지 않소?”
“저는 그저 주인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정말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모습.
아이오닐의 인상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어떻게 할까?
스타이너가 뒤에서 비화효과가 있는 통신 수단을 통해 의사를 물어왔다.
조금 전, 로르제 로르단과 싸우며 최후의 순간 이것저것 다른 종족으로부터 뽑아온 것 같은 것이 아닌 진신의 능력을 한 번 엿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신호만 준다면 언제든지 시비를 걸어 적의 전력을 엿볼것이다.
아이오닐이 이것저것 계산하고 스타이너에게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
“주인님께서 말씀하시길.”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것 같던 게인 리포트가 입을 열었다.
“어설픈 떠보기에 대한 호의는 여기까지라고 하십니다.”
‘걸렸군.’
쯧.
번거롭건 무엇이건 어쨋든간에 사신이랍시고 보낸 이유를 괜히 쳐죽이는 것을 좋게 볼 리는 없다.
아마도 조금 전 로르제 로르단에게 시비를 걸었던 행위가 떠보기라는 목적을 가졌던 것은 간파당한 것 같은 눈치다.
“알겠소.”
적이 굳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간으로 안내해준다는 것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섣불리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 어차피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 사지死地로 향하는 길인지, 혹은 일부로 말을 걸어서 이 곳에 머무르게 하는 전략이고 이 곳이 사실은 사지死地인지는 뭐든 확신할 수 없다.
“안내해주시오.”
일단은 뒤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네, 그럼. 저를 따라와주시지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끝나고 게인 리포트는 휙하고 뒤를 돌아걸어갔다.
그 무방비한 모습이 어떤 공격이든 자신있다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그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분위기에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일단 뒤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가지.”
아이오닐이 고개를 오더를 내렸고, 다른 이들도 반신반의하면서도 그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처음에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아이오닐을 비롯한 일부는 게인 리포트 바로 옆까지 다가갔고 자연스레 아이오닐과 게인 리포트는 나란히 걷게 되었다.
계속해 걸어가며 지형의 변화를 지켜보던 아이오닐은 커다란 그러나 회랑과 비슷한 곳으로 들어가서 어느 정도 걸어갔을 즈음에 넌지시 물어봤다.
“얼마나 더 가야하오?”
“애매하군요. 거리로 따지면 단순히 멀게 느껴질 수 있으나 현 질문의 의도가 시간일 터인데 그것은 종족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니까요. 잠시 멈춰 주시겠습니까.”
달팽이는 평생을 가도 모자란 길을 말은 단 하루면 주파한다.
그리 말한 게인 리포트는 따라오는 인류제국의 인원들이 전부 회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쿠구구궁.
그러자 그들이 들어오는 회랑의 입구가 닫히고 거대한 굉음이 울리며 주변이 지진이 일어난 듯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무엇이오?”
“에델라제의 이동수단이지요.”
거대한 떨림과 함께 그들이 있는 공간이 이동되는 것을 느꼈다.
“기관 장치인가?”
“터블란이라는 거대한 종족입니다. 평생을 땅속에 살며 흙속을 유영하는 생물인데, 에델라제에서는 조금 더 그 능력을 향상 시켰지요.”
유전자 개조, 혹은 생체 연구를 했다는 그 말에 아이오닐은 한 생물을 떠올렸다.
“인버즈?”
“그건 무엇입니까?”
“저 멀리 존재하던 거대한 구더기의 이름이오.”
“그 쪽도 땅을 파고 살아가나 보군요.”
“비슷하오.”
“세계가 달라도 비슷한 전승은 여럿 존재하니까요.”
“그건 그렇소.”
빛을 뿜는 검이라거나 쏘면 적중하는 활, 하늘을 날게 해주는 신발등은 어느 세계에 가도 흔할 정도로 존재하는 전승들이다.
당장 스타이너가 쓰는 보구들중에도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여럿 존재하니까.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며 아이오닐은 현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과연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이 상황이 어떻게 급박하게 변할까 이 자를 함부로 따라가는 것도 위험하지만 사실 이 곳 자체가 원체 위험한 곳이라 무엇이든 리스크가 있긴 마찬가지다.
‘일단 이 남자도 가만히 있긴 하지만.’
스타이너는 운성을 하나의 위험 경보기처럼 여겼다.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면 이 남자가 끼어들고는 했으니까.
너무 그에게만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가용하는 것이 좋다.
하나에만 집착하지 않고 모든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범용성이 인간의 장점 중 하나니까.
물론 이 경우는 조금 비참하지만 다른 종족들은 타고난 것이 있어 그것을 발전시키지만 인간은 그런게 없어서 뭐라도 있으면 전부 채용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다만, 이 남자는 기준이 애매한 것이 문제지.’
정말 답이 없는 상황에는 이 남자가 끼어든다.
그러나 그 답이 없는 상황이란 허들이 상당히 높다.
아무리 날고 기어봐도, 무슨 짓을 해봐도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에만 끼어든다.
사람 수천명씩 죽어가는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으로 판단하고 그저 유유자적이다.
부패왕국의 건만해도, 제일 처음 나눠준 독약을 먹지 않았다면 전투자체가 지속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를 따라 인버즈를 타고 붉은 건축물을 직접 때려박아 파리대왕을 나오게 하지 않았다면 전투의 끝이 맺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즉,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나타나지만 그 필요의 기준이 범인과는 궤를 틀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으니까.’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 거대 구더기 인버즈만 해도 나중에 알고보면 땅으로 수십KM는 들어왔으니까.
부패왕국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지만, 이 곳처럼 빛을 왜곡하는 곳은 어느 정도로 공간이 꼬였을지 확신할 수 없다.
보이는 것 외에도, 느껴지는 것 외에도 더욱 싶숙한 무저갱으로 빠져들었을 수 도 있다.
단지 그거 자체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깊이야 아무리 깊어봐야 혼자 있을 때는 에러 사항이 생길 수 있으나, 이 곳엔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게 파고든 달인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 수두룩하게 모여있다.
지구로 따지면 내핵에 쳐박힌들 무사 생환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이 곳으로 계속 들어가서 온갖 기괴한 함정이 있거나 어떻게 해도 헤어나올 수 없는 함정이 있을 때야 걱정이 되지만 그것은 운성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줄거라는 약간은 안이하다 볼 수 있는 생각도 존재했다.
다만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이 앞으로 어떻게 다가올지에 궁구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주변이 요동치는 느낌을 받으며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다.
“거의 다 왔습니다.”
그저 묵묵히 서 있떤 게인 리포트가 입을 열었다.
쿠쿠쿠쿵.
차량이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할 때 보다 속도를 감속할지라도 정차 할려는 순간에 더욱 크게 진동이 와닿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딘가에 멈춰선다는 느낌이 든 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들은 한 쪽이 열리는 것을 느껴졌다.
“안내하겠습니다.”
다시 무심한 표정과 무감정한 어투로 게인 리포트는 열린 출구로 나아갔다.
주변을 슥 둘러본 아이오닐과 다른 이들도 그 뒤를 따라서 열린 공간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모두가 새로운 공간으로 나섰을 때, 그들은 도시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 곳은 전부 다 반파되고 멀쩡 한 것 없는 멸망의 잔해였다.
도저히 사람 살 곳이라고는 볼 수 없고 보수 공사라면 충분히 할 만할 텐데도 전혀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은 듯한 그런 공간이었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앞서 나가던 게인 리포트가 뒤로 휙 돌며 예의 그 배에 손을 대고 깊숙히 숙여하는 정중한 인사를 하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소개드리지요. 망국 에델라제의 수도. 디스트로이드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작품 후기 ==========
어흑 요새 너무 바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