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20
00320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땅두꺼비는 오행수 마다바처럼 원소화하는 종족이다.
오행수와는 달리 대지에 한정되 있지만, 그 독특한 울음으로 거대한 흙의 해일을 일고 그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전법은 상대하기 심히 까다롭다.
그리고 지금, 로르제 로르단이 한 것도 비슷한 행위였다.
땅두꺼비처럼 울음소리를 내지는 않았으나 뒤로 발을 딛는 것 만으로 독특한 울음소리와 비슷한 진동을 만들어 주변 대지를 움직여 뾰족한 돌기둥 수십개를 만들어 스타이너를 향해 찔러들어갔다.
“와후!”
허공에서 몸을 틀어 수십개의 돌기둥을 피해내는 스타이너와, 여유로운 수준이 아닌 그냥 아무런 변화 없는 로르제 로르단의 눈빛이 마주쳤다.
“벨!”
황금의 일출 – 벨 베르자.
찬란한 빛무리가 스타이너의 한 쪽 발에 감돌았다.
‘빛이 존재하지만, 빛 자체를 약화시킨다.’
암흑무저갱의 밖에서야 관측이 불가할 뿐 안에서는 분명 빛이 보였다.
다만 그 빛은 평소보다 상당히 미약했다.
황금의 일출이라 불리는 벨 베르자는 이 보다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한다.
어둠을 보는 상태라고 빛이 안 보일리는 없다.
아마 이 상태의 이유는 이 주변 공간이 빛을 상당히 제약하는 것 같았다.
콰쾅!
몸을 뒤튼채로 스타이너의 발이 캐터펄트처럼 쏘아지자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황금빛 빛줄기가 쏘아졌다.
구드득!
사이에 존재하던 돌기둥을 전부 때려부수며 날아든 빛은, 얼굴 앞으로 들어올린 로르제 로르단의 손에 가로막혔다.
“너, 몸에 뭘 넣은거냐 대체.”
“글쎄요.”
담담하게 막아내는 모습이지만 정안을 발동시킨 스타이너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계속하여 찢어지고 부숴지고 파괴되고 재생하며 이어짐을 반복하는 로르제 로르단의 손 내면의 세포들이.
“알려주기 싫다면.”
쿠득.
“그 몸에 물어보지.”
스타이너가 거칠게 잡힌 발을 빼냈다.
“댄스 타임이야, 벨!”
웅!
순간적으로 그 황금빛 빛무리가 더욱 밝아졌고, 상대적으로 그것을 제외한 주변은 어두워졌다.
어두운 밤에서 돌리는 쥐불놀이와 같이, 빛의 궤적이 주변을 도화지에 칠하는 낙서마냥 그어갔다.
슈수수수수숙!
어느새 꺼내든 여러 보구와 두 발에 머무르는 빛의 궤적이 허공을 어지럽게 채워갔다.
그것을 로르제 로르단은 때로는 막고 때로는 피하며 맞아갔다.
“뱀 같구만!”
흐느적거리듯이 움직이는 그 모습에 스타이너가 툴툴댔다.
“진정 뱀 같은 것을 못 보셨나보군요.”
허리를 틀어 공격을 피한채로 로르제 로르단이 말했다.
그리고,
쐐애액!
그 허리를 다시 돌리며 젖혔던 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웃!”
허공에서 겨우 머리를 틀어 피했다.
그런 스타이너의 눈 앞으로 잘린 머리카락이 떨어져내렸다.
“진짜 뱀이네.”
순간적으로 정말 그의 팔이 늘어낫다.
그리고 시야의 사각을 노리고 쏘아들어왔다.
그 모습을 안다.
창두사.
암석지대에 서식하며 몸을 돌돌 말다가 사냥감이 지나면 창끝마냥 머리를 찔러들어오는 종족.
순간적으로 몸을 숨기며 시야의 사각을 파고드는 특수한 종족능력이 있다.
그래서 숙련된 전사라도 까딱했다간 그 공격을 놓치고 급소가 꿰뚫리기 마련이다.
“다른 것도 있지요.”
쒜에에에에엑!
그의 팔이 이번엔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이런!”
츳- 콰콰콰콰쾅!
로르제 로르단의 팔이 광포하게 주변을 휩쓸었다.
그 사이사이를 황금빛 빛줄기가 섬전이 되어 누볐다.
“대체, 뭘 얼마나 집어넣은거냐!”
밖의 그 내다버린 실험체 같은 녀석이다.
“글쎄요.”
후욱.
그가 뱉은 숨결이 맹독이 되어 주변을 뒤덮었다.
해독解毒의 힘을 가진 보구로 뚫고 들어가 거대한 길로틴 커터를 내려찍으니,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뒤로 피했다가 땅을 밟아 예의 울림을 만들어 돌기둥을 치솟게 만들었다.
“무궁무진한 녀석!”
“피차일반이군요.”
로르제 로르단이 다양한 신체능력을 발휘한다면 스타이너는 다양한 보구로 능력을 발휘한다.
사실 성가시긴 둘 다 매한가지다.
뭐 하나로 공격하면 왠 새로운 걸 꺼내들고, 그것의 반복이다.
약점이 되는 걸 꺼내들려하면 또 상성으로 카운터쳐서 막아낸다.
챙챙, 쾅, 콰지지직!
순식간에 서로 다른 대여섯개의 무기음이 울려퍼졌다.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 둔탁한 둔기가 내려쳐지는 소리.
절삭음과 파공음이 울려퍼지고 여전히 무심한 눈빛의 로르제 로르단이 난전에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아직 더 할 생각입니까?”
서로 딱히 이렇다 할 유효타도 없다.
이 무의미한 소모전을 지속할 것인가?
그에 스타이너가 답했다.
“아니, 이제 끝낼꺼야.”
쾅!
땅을 박찬 스타이너가 로르제 로르단의 품 속으로 파고든다.
여전히 변함없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수로 다가올지, 어떤 수로 받아칠지 궁구하는 로르제 로르단.
그 때,
우웅.
‘이건?!’
아주 순간적으로 주변의 기류가 바꼈다.
막대한 기류의 역장이 움직임을 제약하고 파고들어 세포에 초진동을 밀어넣어 근육을 풀려버리게 했다.
재빨리 몸의 형질을 변형시켜보지만 그래봐야 늦다.
그 틈에 스타이너가 서로의 거리를 0으로 좁혀왔다.
푸욱!
살이 꿰뚫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런…”
낭패라는 듯이 로르제 로르단이 시선을 내린다.
그 곳에는 붉게 변한 자신의 왼팔이 스타이너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기류 제어, 중력 변환, 성질 변환, 육체 간섭, 신경 교란…그 순간에 몇 개의 보구를 동시에 운용하신겁니까.”
“흐흐. 쓸만하지?”
운성한테 신명나게 얻어맞으면서 보아왔던 그 막대한 나선의 흐름.
그것을 부패왕국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에게 맞게 최적화시켰다.
다중의 보구를 이용해 상대와 주변을 동시에 변화시킨다.
가장 최적화된 조합으로 짜맞춰 순식간에 발동시키면 그 순간 상대는 높은 경지에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추락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이렇게나 가능하다니.”
로르제 로르단은 진심으로 놀라웠다.
스스로의 신체능력도 아닌 결국 신외지물인 보구들을 이렇게 까지 다룰 수 있다니.
하나 채 다루기에도 벅차보이는 것을.
“그리고, 눈치채고 있으셨군요.”
“당연하지. 그렇게 싸우는데 전부 다 남의 능력뿐. 네 것이 있다면 뭐든 있었을 것 아니겠냐.”
“졌군요.”
그림만 보자면 스타이너의 복부를 꿰뚫은 자신의 승리처럼 보이나 직접 복부를 꿰뚫은 자신에게는 느껴진다.
이것은 가짜구나.
턱, 턱.
0거리로 다가선 스타이너가 두 손으로 로르제 로르단을 꽉 붙들어잡는다.
“여기까지인가요…”
질척, 질척.
붙든 두 손은 녹아내리고 있다.
두 손 뿐아니다, 그의 안면부에 전신이 전부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러곤 소용돌이 치듯이 그가 찔러놓은 복부로 녹아내린 것들이 말려들고 있었다.
피를 변화시켜 창 모양으로 만든 스스로의 손은 이 회오리의 근원이 되는 것에 꽉 잡혀서 도저히 빠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절망상자Cosmic Horror와 도플갱어.
분신을 만들어내는 도플갱어 속에 숨은 절망상자는 점점 붙잡은 로르제 로르단을 끌어들이고 있었고, 어느새 주입당한 독은 그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었다.
“포기가 너무 빠른 거 아냐?”
“의미가 없으니까요.”
마비된 몸에 강하게 소용돌이치며 자신을 끌어들이는 회오리.
당장 독을 해독시킨 후 몸을 빼내보려 한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스타이너의 공격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저 곳으로 끌려들어갈 것이다.
그럼 거기서 끝.
아무리 생각해본들 결국 여기까지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놈이다.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전부 다.
아무리 답이 없는 상황이라지만 이렇게 목숨이 가치가 없다 한들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를 귀족이라 칭하면서도 속한 국가를 망국이라 소개하고 그가 섬기는 왕을 침략자가 어찌부르든 상관없다고 한다.
“마지막것은, 너희들의 진정한 힘인가?”
최후에 자신의 도플갱어를 꿰뚫었던 붉게 변화한 그 창을 생각하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에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로르제 로르단이 반문했다.
“결국 마지막에 믿을 것은 자신뿐일테니까.”
어찌보면 더 없이 차가운 답.
그러나 로르제 로르단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실대로 생각하시지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
그들의 문답은 그것으로 끝이났다.
절망상자에 완전히 빨려들어간 로르제 로르단은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쩝…”
승리했음에도 느껴지는 찜찜함에 머리를 벅벅 긁은 스타이너는 몸을 돌려 아이오닐에게로 다가갔다.
“미안. 없애버렸네.”
원래라면 자신을 안내하려 했던 로르제 로르단이지만, 자신이 싸움걸었다가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니 그런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찌 됐건 그 선택지를 없앤 것은 자신이다.
사전에 적의 능력을 파악해보겠다는 계획과 비밀 통신 수단을 통해 외부에서는 듣지 못하게 아이오닐과 스타이너간의 협의는 있었지만 결국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했으니까.
사과해오는 스타이너에게 아이오닐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것 같군.”
“응? 무슨 뜻이야.”
멀뚱히 묻는 스타이너.
그 해답이 풀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뚜벅뚜벅.
어딘가에서 다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설마.’
발걸음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에는 로르제 로르단과 분명 외형은 틀리지만 그 분위기가 너무나 비슷한 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충분한 거리까지 다가온 그는 예의 그 공손해보이는 몸동작을 보이며 말했다.
“망국亡國 에델라제에 방문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제 이름은 게인 리포트. 망국의 백작입니다.”
========== 작품 후기 ==========
으어, 만성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