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40
00340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라는 이야기다.”
길었던 마그로 에델라제의 이야기가 끝이났다.
“그러니까, 이 암흑무저갱의 외부관측차단은 우릴 엿먹이는게 아니라 악마놈들을 엿먹이기 위한 것이란거지?”
“천사놈들도 그렇고.”
“천사? 그들은 왜? 그 놈들도 속내야 있겠지만…”
“응? 뭐야 너희들 모르고 있었나?”
“모르고 있다니?”
“그렇군, 거기까지 몰린건가.”
“뭐야 알려줘.”
“아니, 이건 알려줄 수 가 없군.”
“놀리는거냐.”
“그럴리가. 이건 애초에 너희들이 알아내야 하는거야. 또한, 내가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 정보는 상위의 것이거든, 말했다가는 암흑무저갱을 만든 의미가 퇴색될 수 있어.”
“관측차단을 깰 만큼이나 중요한 정보란건가?”
“완벽히는 아니지만, 흔히들 진리眞理라 불리는 것 들이야. 아는 것 만으로 세계의 격을 엿본다.”
“골아픈 이야기군.”
아마도 그가 줄 수 있는 정보의 한계선이겠지.
“그래서 내게 이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짐작했겠지만, 네가 내 유지를 이어주기를 바란다.”
“뭘 믿고 부탁하는거냐? 나는 솔직히 너보다 약한데.”
“그건 알고있어.”
“그렇게 말하니 또 기분나쁜데.”
“사실은 똑바로 직시해야지. 너의 그 ‘눈’이 그걸 의미하지 않나.”
‘정안 말인가.’
이미 거기까지 파악됬구나 싶어서 고개를 주억거린다.
“뭐 여러가지가 있지, 일단 난 지쳤어. 노예생활을 정말 할 게 못되더군. 또한 지금 노예인지라 뭐 할게 못 되기도하지.”
“노예?”
“아아, 정말 적절한 표현이지. 난 죽어도 죽지 못하는 존재가 되버렸거든.”
“그건?”
“그것도 프로텍트에 걸려서 더 못말해주겠군.”
“걸리는 것도 많군.”
“게다가, 이게 제일 중요한건데 아까 네가 말한게 좀 많이 와닿았거든.”
“내가 말한 것?”
“네 반백년의 시간이, 내 일천년의 시간에 닿는 것.”
“아, 그거?”
“그래. 나는 아쉽게도 여기까지가 한계거든.”
여전히 미소짓는 모습이나 그 웃음에는 처연함이 가득하다.
“발버둥쳐도 결국 여기까지란 거지. 나는 이 세계에 귀속되었고, 그 세계의 격에 묶여버렸다. 여기서 더 강해질 순 없겠지. 나는 이 세계가 허락하는 정점에 이르렀으니까.”
아마도 그것들은 악마가 노린 한 수 겠지.
“허나, 너는, 그리고 너희들은 다르다는 거야.”
그가 손가락으로 레이븐을 가리켰다.
“너희가 올라온 층은 아래가 있었나?”
“아래? 아니.”
“그래, 그럼 너희는 가장 바닥인 격의 세계였다는 거야. 바벨은 너희 같이 낮은 세계를 침략할 때는 그런 방식을 쓰지. 우리 때와는 다른 방식이란 건데, 너희들이 그렇게 친절할 정도로 낮은 난이도에서 층층이 올라올 수 있게 한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그건…”
“바벨은 세계의 침략자들이다. 그들은 타 세계를 침략하고 집어삼키지. 그 목적이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행위 중에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정말 격이 낮은 세계는 삼켜봐야 득이 별로 없다는 거야. 그렇기에 그들은 침략하는 세계의 격이 낮을 경우 그 격을 향상시키려한다.”
“내 세계의 격을?”
“아니면 그냥 집어삼키고 말지, 친절하게 단계별 서비스로 상대하게 해주겠나.”
“하긴…”
예전부터 공론화되고는 했던 소재다.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면 세계마다 바벨에 침략당하는 방식이 달랐으니까.
“자, 중요한 건 그렇게 상승하는 세계의 격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모른다는거야.”
“우리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한 주제 최종층에 닿은 것 처럼?”
“그래, 그리고 그것은 너희들이 그 이상도 닿을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이상, 실제로 전생에서 인류가 해냈던 것 처럼, 단 하나의 악마에도 씨몰살당할 정도로 약했던 인류가 악마들과 한 판 벌일지도 모른 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거기에 내 모든 것을 걸겠다.”
“모든 것 이라면, 설마..?”
“내 진혈眞血을 네게 주마.”
“허…”
그 말은 그의 목숨을 자신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천년을 기다린 것은 자신의 의지를 대신할 존재를 참기 위한 인고의 시간.
그 시간을 기다려 세운 계획이라니.
놀랍기도 하지만, 확인해봐야할 것이 있었다.
“그걸 설마 내 몸에 넣겠다는 것인가?”
“물론이지. 동시에 내 지식도 넣어주마. 그럼 너는 단번에 내가 가졌던 숙련도의 대부분을 가질 수 있을 거다.”
“그럼 뭐 내 의식이 사라지고 네가 내 몸에 들어오는 거 아니냐?”
“그럴 수 도 있겠지.”
“뭐 임마?”
“나는 절대 네 의식을 삼키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일천년의 기억의 흐름을 너는 버텨야 한다. 애초에 그 시간 쌓아온 숙련도를 얻어야 하는데 쉽게 가능하겠나? 그나마 이렇게 해야 유실되는 손해를 줄이는거야. 또한, 내가 네 의식을 장악해봐야, 나에게 걸린 금제가 발동되서 내 육체인채로 노예생활이 다시 시작되는거야.”
“잠깐만, 그럼 네 그 소중하다는 여왕페하는 어찌하고? 네 진혈엔 그녀의 것도 보관되어 있다며.”
“그녀는 네가 잘 지켜줘야지.”
“미친. 네 여자를 왜 남에게 맡기냐?”
“내 여자? 큿, 나 따위가 어찌 감히 그런 표현을 쓸 수 있겠나.”
“왜 또 약한 모습이야.”
“나는 이미 한 번 패배한 비루한 패자다. 그런 과분한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어.”
전혀, 일천년의 시간을 버틴 그 모습에 담을 수 없는 말이지만 굳이 더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정말 주제넘은 일이니까.
“그래서, 받아들이겠나?”
“안 받아들이면?”
“싸워서 이겨보던가.”
“허허.”
주는 것도 협박이다.
“그래, 뭐 고맙게 받아야되겠지.”
“잘 선택했어.”
“지금 바로 주는 건가?”
“아니, 밖의 이들은 더 투쟁을 해야된다.”
“어째서지?”
“편한 승리는 없다. 너희들이 이 구간을 편하게 지나가서 마주쳐야 할 다음 상대가 나 처럼 꼭 바벨에 적대하는 존재일꺼라는 보장이 있나?”
“충성 맹세를 했거나 하는 놈일 수도 있다는 거냐?”
“그건 가봐야 알겠지.”
쯧.
피곤한 일이다.
“밖의 녀석들은 더 싸우며 강해져야 한다. 내가 밖에 모아둔 이들 정도는 이겨내야 다음을 넘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가. 그런데 하나 더 궁금한게 있어.”
“뭐지?”
“저 밖의 작위를 가지고 자기를 소개하던 이들은 너랑 같은 귀족들이 아닌가?”
“그랬지.”
“그런데 저렇게 네 인형신세나 하고 있는데 그건 아무 생각 없나?”
왕따시켰다고는 했지만 동포신세인데 말이야.”
그 물음에 마그로 에델라제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녀석들은 대가를 치뤄야되.”
“대가?”
“내가 그렇게 우리 일족의 힘의 근원을 알아내야 된다고 노래부를 때, 함께 연구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허무하게 멸망했을까? 그녀가 이렇게 오랜 시간 잠들어있어야했을까?”
차디찬 냉소가 깃든다.
‘아, 그렇구나.’
긴 시간이 흘러 그는 무뎌지고 무너지고 풍화되었으나, 그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은 것이다.
그의 분노는 바벨의 침략자를 향했기도 했으며, 나약했던 자신을 향하기도 했고, 오만했던 자신의 동족들을 향하기도 한 것.
그는 소중했던 그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깝군.”
“무엇이 말인가?”
“너 같은 놈이 더 있었다면, 네 세계가 그렇게 허망하게 망하지 않았을텐데.”
“그렇군. 그대는 축복 받은 줄 알거라.”
“그래, 정말 축복받았지.”
함께 하는 면면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개인주의적인 그 조차 감동할 지휘관들과,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가진 이들, 사랑했던 이에 대한,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의지를 꺽지 않고, 사지가 수 백, 수 천 번은 절단당하면서도 누더기마냥 이어붙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
생각해보면 지구시절에는 어느 나라에가도 참 어찌 인간이 저럴 수 있나 하는 뉴스들이 많으며,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선악설이니 하는 것들이 유명했다.
그러나 이런 빌어먹을 끔찍한 환경에서 인류의 가능성은 별처럼 찬란히 빛난다.
씨거먼 오물처럼 악취나게 거무죽죽하게 썪은 자들이 남았다면 무슨 발버둥을 친들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레이븐은 그런 현실에 참 다행이다라 여겼고, 실제로도 그것이 바로 전생의 인류의 이야기였다.
“고마워해야할 게 참 여러가지군. 네게도 고맙다고 말하지. 그러니 내놔.”
“큭큭, 고마워하는 자의 태도가 아주 가관이야. 하긴 태도가 무엇이 중요할까.”
마그로 에델라제는 낮게 웃으며 손가락을 뻗어 레이븐의 심장으로 향한다.
쿡.
단숨에 그 손가락은 레이븐의 심장을 꿰뚫거버렸다.
“그럼, 잘 부탁하지.”
츠스스.
기대된다는 미소, 그것을 끝으로 마그로 에델라제는 먼지로 화하여 사라져버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레이븐은 피식 웃으며 뚫렸다가 급속히 아무는 자신의 심장부근을 바라본다.
그리고,
두근!
‘오는군.’
그로부터 가속되는 혈류.
맥박치는 심장.
몰려오는 기억.
재생되는 일천년의 시간.
격렬하게 싸웠던 마그로 에델라제의 모든 것이 범람하는 해일처럼 몰려온다.
========== 작품 후기 ==========
날로먹을 수는 없는 것이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