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41
00341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이건 참 획기적인 경험인걸?”
인고의 시간이 흘렀다.
물론 그게 현실과 동일한 시간 배율이지는 않았겠지만 레이븐은 마그로 에델라제가 겪었던 시간을 체험했다.
그러니까, 체험만으로 수백년이란 것이다.
“사람을 정신적으로 암살하려고 했던 것이라면 좋은 시도였군.”
그가 겪었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미지에 대한 공포로부터 쫓기며 느꼈던 강박증적인 연구, 그리고 천년의 고독.
그의 그 시간 속 수련을 얻기 위해 그가 만들어낸 것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해야 했는지, 더 자세히 알고 더 잘 얻기 위해 겪을 수 밖에 없던 감정적인 체혐은 참 사람 고문으로 딱 좋았다.
‘브레이커 녀석, 잘도 이런 일을 이겨냈군.’
천년혈전을 처음부터 끝가지 이겨낸 녀석, 그것을 떠올리자 그저 실소만이 흘러나왔다.
“헌데, 이 녀석은 대체 날 뭘로 만들려한거야.”
진혈이란 것을 얻으며, 녀석이 모든 것을 준다길래 받아들여보니, 이제는 자신이 도저히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 되었음을 자각했다.
굳이 종족적으로 따지면 그들이 말하던 에델라제의 귀족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한데, 기억을 되새겨보니 녀석은 그 일족 중에서도 특이해 자기 몸을 개량하고 개량하다보니 도저히 그 종족이라 부를 수 없는 녀석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네.”
이것저것 받은 힘들을 시험하고 있자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고맙게 받도록하지.’
무력無力하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는 익히 알고 있으니까, 이제는 먼지만 남은, 아니 그 조차 흩날려버린 자리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애도를 하는 것으로 끝난 전투는 완전히 떠내버리기로 했다.
“자, 이제 어찌되고 있을지 볼까?”
레이븐은 눈을 감고 남겨둔 동료들이 있는 곳을 알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이 암흑무저갱에 가득한 시선 차폐의 암흑은 레이븐이 암야暗夜 에델라제를 나르만 강의 핏물과 함께 땅속으로 끌어내릴 때 함께 밑으로 박아넣은 에델라제 위의 항시 어두운 하늘이었다.
그들의 힘의 원류는 알아내지 못한 마그로 에델라제였으나 그 밖에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고, 그가 살던 곳의 하늘에 간직한 어둠을 끌어내어 자신의 술법에 박아넣는 경지에도 이르러 있었다.
그것은 반대로 그 어둠을 다룰 수 도 있고, 그 어둠이 간직한 곳은 어디든 만은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간 집중하던 레이븐은 얻어낸 정보에 허탈하다는 듯이 웃었다.
“다 끝났잖아?”***”정말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것이오?”
아이오닐은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
그런 그에게 확답을 해주는 남자는 어디 숨어있던지 갑작스레 보이지도 않다가, 마찬가지로 갑작스렇게 나타난 운성이었다.
“기다려, 이 전쟁을 끝내로 갔으니까.”
“레이븐이 말이오?”
“물론.”
“흠…”
스타이너의 말로 그는 이 무저갱에서도 더 아래의 무저갱으로 마그로 에델라제와 함께 추락했다고 했다.
당장에 구하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일단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전쟁이 진행중이었고, 힘들지만 그 전쟁에서 이겨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빠르게 모색하려 하니 운성이 나타나 기다리라고 했다.
어차피, 그가 이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요, 지금 그를 구하러가는게 그에게 큰 손해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그게 참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했으나 그가 무슨 소린지 모를 이야기 하던게 하루 이틀도 아니며 그가 그 소리를 하는게 결코 의미가 없는 행위가 아닌 것도 하루 이틀 겪은게 아니기에 그저 묵묵히 참았다.
허나 역시 팔은 안 쪽으로 굽는지라 오랜 시간 지내오며 자신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인 스타이너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생각하자 그 조차 안달이 나는지 몇 번이나 질의를 계속했다.
그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몇 번이나 묻는 그 모습에 운성은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왔군.”
운성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쿠구구궁.
직후 땅이 울리는 진동이 일었다.
“이건?”
“경계하지마. 금의환향이시다.”
그런 운성의 말에도 모두는 자연스럽게 집중을 높이며 그 진동의 근원을 쫓았다.
얼마 후, 땅이 갈라졌다.
허나 갈라졌다는 말은 약간 표현이 이상했다.
어느 한 부분에 어둠이 특히나 밀집되더니 그 곳에서 한 인영이 솟구쳐올랐다.
당연하게도 그 정체는,
“레이븐!”
“오우, 모두들 날 기다렸나!”
청색의 긴 코트자락을 날리며 등장한 블루 더 레이븐이었다.
“괜찮나?”
“물론이지. 근데 다들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어떻게 된 지, 될 지 알 고 있었던 것 같은걸?”
“일단 저 남자가 말해준 것이 있긴 했다만…”
“허허, 또 저 남자야?”
이건 무슨 대 예언가가 따로없다.
그렇게 고개를 저으며 레이븐은 자신을 반기는 아이오닐을 지나쳐 운성을 향해 걸어갔다.
“제법 수확이 컸나보군.”
“아아, 더 없이 좋았지.”
정말 이번에 얻은 것은 획기적인 수확이었다.
기연과는 거리가 멀던 레이븐이 이 탑을 올라 겪은 평생에 얻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수확.
“그러니까, 한 판 떠 봅시다.”
시험해보기에는 더 없이 좋은 상대에 두 자루 리볼버를 뽑아들었다.
“레이븐?”
옆에 있던 아이오닐이 당황해 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운성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려고 여기 대기 중이었지.”
“모르는 게 없군?”
“아는 것만 알 뿐이지.”
“지금 내가 얼마나 강한지도?”
“나야 알지.”
“그런데?”
“너는 모르겠군.”
“크흐하하.”
자신의 강함을 타인은 잘 아는데 자신은 오히려 잘 모른다.
정답이다.
“좋아, 한 번 해보자고!”
타타타탕!
두 자루리볼버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타타탕!
날아들던 총탄이 휘었다.
동시에 막대한 기류가 운성의 주변으로 몰아쳤다.
“시작은 더블.”
각 기 다른 두 개의 기류가 그의 주변으로 나선을 그리며 휘몰아치고, 레이븐은 아주 순식간에 자신이 그 공간에 빨려들었음을 인지했다.
온 몸을 옥죄고 세포단위로 짓누르는 감각.
진혈을 통해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하고, 정안을 통해 바르게 보게 된 그 두 눈에는 이 행위의 진체가 보였다.
‘이거, 스킬이 아니군.’
스킬이라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막대한 위력에, 엄청난 비효율이다.
본신을 핵으로 마력을 가속하고 그 가속하는 마력을 톱니바퀴처럼 이용해 주변의 마나를 나선으로 회전시키는 기류를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는 도저히 어떻게 얻은 것인지 짐작도 안가는 막대한 마력을 가진 운성이있다.
“어떻게 되먹은거지? 그 몸뚱아리는?”
“이제 네 육신도 마찬가지일텐데?”
“크하하, 물론이지!”
쾅!
땅을 박찬다.
폭음이 울려퍼진다.
나선의 기류를 헤치고, 태풍 속을 찢어발기고 나가듯 레이븐의 몸이 운성을 향해 쇄도했다.
쐐애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는 일격이 운성을 노렸다.
궤도상의 모든 것을 다 부숴버릴 듯 날아드는 직선의 공격에 운성은 곡선을 그리며 다리를 휘둘렀다.
우득.
공격 방향에 전혀 다른 벡터에서 감싸듯이 맞닿은 운성의 다리가 막대한 중량을 가지고 레이븐의 다리를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묵직한데!”
“넌 가볍군.”
“그럼 무겁게 해주지!”
순식간에 다리 관절이 부서지고 근육이 찢어져 버렸던 레이븐의 다리가 순식간에 변화한다.
인간에서 전혀 다른 종의 육신으로.
우드드드득.
외형의 변화는 없으나 몸안의 것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다.
거병의 기관과도 같고 건축물의 기둥과도 같다.
스르륵.
그 육체를 따라 어둠이 휘감겨 올라온다.
“거기까지 익혔나?”
“뭐야? 알고있어?”
암야暗夜의 휘장揮帳.
전생에도 레이븐이 쓰던 것으로 이것을 사용하려면 아직 한참이나 있어야 한다.
지금 운성이 쓰는 나선의 모티브가 되는 것인데, 레이븐은 벌써부터 이것을 얻었다.
“글쎄?”
정말 최고의 수확이다.
운성은 그 미소를 숨기며 나선을 한 줄기 더 추가했다.
“트리플.”
“어윽!”
이번엔 머리 위에서 짓누르는 듯한 기류.
그것을 정면으로 버텨내며 총구를 들이밀었다.
타타타탕.
쏟아지는 총알세례.
그 보다 빠르게 운성의 손이 잔영을 만들며 쏘아졌다.
콰콰콰쾅!
저 쪽이 총알이면 이 쪽은 대포와 같이, 다연발의 폭음이 울려퍼졌다.
실제로도 그 손에 닿은 레이븐의 육체는 그를 감싼 어둠이 크게 일렁였다.
그나마 저 암야의 휘장이 없다면 육편이 튀고 혈흔이 비산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몸이 터져나가는 ‘고통’밖에 없다.
그것을 이를 악물며 버틴 레이븐이 다시 반격한다.
허나,
“아직은 무리야.”
어느새 안 쪽으로 들어선 운성이 짧게 평했다.
“하, 그렇네.”
순식간에 간극을 뺏긴 레이븐이 체념하듯 한숨을 토했다.
쾅!
운성의 몸 뒤쪽에서 시선의 바깥에서 날아든 주먹도끼가 레이븐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허우적.
술 취한 사람마냥 뒤로 물러선 레이븐이 약간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변명같겠지만 말야, 이거 솔직히 지금 당장은 얻기 전이 강했을거야.”
“알고있어.”
“흐흐. 비참하게 만드는군.”
“이제 안 그렇게 해주지.”
“그것 참, 고맙기도해라.”
그것이 마지막 말.
그렇게 웃은 레이븐은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져버렸다.
========== 작품 후기 ==========
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