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84
00384 망량군도 =========================
꺼지지 않는 불이 넘실거린다.
세상을 전부 태워버릴 것만 같다.
그 곳에서 허망한 눈빛으로 인류의 멸망을 바라보던 아이오닐은 이내 다시 손에 잡은 총에 힘을 준다.
설령 이렇게 끝이 나더라도, 최후까지 싸우리라.
그런 다짐으로 싸우고 또 싸운다.
모든게 부서져내리고 모든게 무너져 내린다.
모두가 죽어가고 모두가 사라져간다.
죽음.
아직 다가가보지 않은 미지에 도달하기 직전, 몰려드는 무리에 쓸려나가기 직전.
그 순간,
콰앙!
“컥!”
복부에 얻어맞은 강한 충격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져 내렷다.
“괜찮냐?”
정확힌 벽에 쳐박힌 아이오닐이 신음을 뱉으며 일어섰다.
“…쿨럭. 이게 무슨 상황이냐.”
저릿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아이오닐이 고개를 들자 레이븐이 입에 문 시가의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너, 죽을 뻔 했다.”
“…너한테?”
“너한테.”
“진짜였나, 쯧.”
아이오닐은 빠르게 몸 상태를 점검했다.
내부의 상태는 개판이다.
레이븐에게 얻어맞은 복부주위로 온 혈도들이 다 부숴져 있지만, 오히려 그게 자신을 살렸다.
몸 안의 기운들이 미쳐 날뛰다 폭발하기 직전에 레이븐이 긴급 처치로 아예 그 통로를 으깨버린것이다.
“몸은 좀 어때.”
“최악이다.”
“고칠 수단도 없다는게 더 답이 없군.”
지금 아이오닐이 겪는 것은 정신적인 문제다.
그가 유령선단에서 받아들인 수 많은 망량들의 기억이 되새겨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압도적인 시간은 아이오닐의 정신에 닿을 정도가 되는데 그걸 치료할 다른 이들이 그 수준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정쩡한 정도로는 그를 치료할 수 없고, 잘못하다간 역으로 망량들에 휩쓸린다.
“애초에 그 쪽 담당은 없잖아.”
최강의 마법사 사무엘 체리안이 있으나 그는 아무래도 분야가 다르다.
단순히 부수는 것은 몰라도 정신계열을 치료하려면 그 쪽에 깊은 조예가 있어야 하지만 그나마 있던 이들은 과거에 전부 바벨을 오르다 죽어버렸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한 가지 숨겨진 비화가 있는데 정신마법을 익히던 이들은 하나같이 미쳐버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 마법을 익히면 익힐수록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둠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그걸 제어하려해도, 바벨이란 환경이 워낙에 극도로 암울하다보니 제어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전부 미쳐날뛰게 된다.
전투중에 미쳐날뛰는 이들도 있고 전투 후 거점에와서 미쳐날뛰는 이들도 있다.
개중에는 눈에 띄지 않게 미쳐버린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조용히 지금껏 동료였던 이들을 죽이려 했고, 그런 이들은 전부 운성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타인의 정신에 간섭하고도 살아남아 있는 이는 결국 현 시점에서 천세희가 전부 인 것이다.
허나 다른 이들이 그것을 알 리가 없다.
무엇보다,
“컥!”
“정신차려!”
“헉, 헉… 죄송합니다. 아버지.”
사무엘 조차 지금 매한가지의 상황이었다.
“못난…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른 이들을 지키고 바랑마다에게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주려다 그 역시 유령선단에서 원한을 받아냈었으니 그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바랑마다에 의해 겨우 마력 폭주에서 빠져나온 사무엘은 몸 상태를 점검했다.
이번에 세계에 닿으며 몸의 상태를 완전히 여의할 수 있다 여겼건만 어느새 허락지도 않은 위치로 마력들이 움직여있다.
“회복이야 문제가 될 게 없지만, 고치지 못하면 매일 밤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겠군요.”
라-파르테의 재생장치면 마력회로 좀 아작나도 하루면 회복된다.
지구시절로 따지면 사지 관절이 전부 부숴지는 부상이였기에 그 전이면 꽤 큰 시간 전투력의 공백이 생기지만 라-파르테의 재생장치는 5분도 안되서 그 부상을 완쾌시키기에 지금으로서는 터프하게 해결할 방법이 생겼다만, 아무래도 그게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는 말할 수없었다.
부상이나 고통이 두려운게 아니다.
제 아무리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지만 결국 사람이다.
휴식이 필요하고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는 삶을 살아야만 적당한 이완이 생기고 필요시에 필요한 힘을 낼 수 있다.
“…이 경고, 그 남자가 해줬다고 했습니까?”
“또 그 녀석이지.”
“후…”
사무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내부를 관조하고 정신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일단은, 시간이 지난다면 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신을 다중으로 나눌 수 있는 이들은 심상의 공간을 여럿으로 나누고 관측함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러지 못할 이들이 대부분이고, 네가 다른 이들을 해주기는 힘들 것 같다는 거지?”
“네. 아무래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이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아성을 만들고 타인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심상을 만듭니다. 이들의 심상에 간섭하는 것은 제가 그 쪽 분야가 아니라 함부로 할 수도 없습니다. 죽은 존재의 원념도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가 계속하여 정진하는 심상의 세계에는
잘 못 들어갔다가는 그대로 갇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자신만의 정신공간을 만든 이들이라고 이번 사태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원혼을 받아들이들은 그 원혼이 심상을 부수거나 침략한게 아니라, 그것은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인 것이니까요.”
“병 같은게 아니란 거군.”
“자기가 전부 감내해야하는 것들입니다.”
“미치겠군.”
시간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수 억의 시간이라지만 그들은 강하니까.
시간을 들인다면 그것을 전부 담아내고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휴식기가 아니면 또 다시 전투의 연속을 보내야하고, 그 전투에서 누적된 피로가 다시 휴식기에 찾아올 악몽에 가중될 것이다.
“망령이라는건가…”
본체는 사라져서 없는데 남은 잔재가 산자들을 괴롭힌다.
“일단 너는 얼마 정도 걸릴 것 같으냐.”
“지금 같은 평화기라면 3일이면 해결 될 것 같습니다.”
“3일이라…”
“일단, 마도공학 쪽의 기관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나.”
그들이라면 협업을 해서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 지 모른다.
자신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부닥친 바랑마다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동료들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지휘부격의 인물들이 단체적으로 걸린 문제는 아무래도 크게 다가왔다.
이번 악몽을 꾸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들이 정말로 지휘부격의 인물들이란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한다면, 아무래도 인류제국은 지휘부에 소속된 인물들이라도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번째는 무늬만 지도자인 인물들.
예를 들자면 레이븐과 스타이너가 그렇다.
둘 다 특수병단을 지휘하지만 싸움이 나면 부하들은 알아서 싸우라 하고 그 둘은 가장 위험한 곳으로 뛰어든다.
물론 리더격 되는 인물들이 가장 위험한 곳을 맡아주니 부하들에게 가는 위험부담은 상당히 줄어든다지만 리드하는 느낌은 없다보니 아무래도 무늬만 지도자인 느낌이다.
그런 부분에선 바랑마다도 비슷한게, 그는 훈련때는 누구보다 앞장서 부하들을 굴리지만 전장에선 그 역시 가장 위험한 곳에 홀로 뛰어든다.
두번째의 경우에는 정말로 지휘하는 자들.
돌격병단 크림슨 혼의 솔리움 듀 루멘, 방패병단 여명의 레나 마리사, 궁기병단 청랑대의 보르지킨 메르키가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그들은 가장 앞장서서 싸우며 그들의 부하들과 함께 전장을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리더’라는 그릇에 커질 수 밖에 없고 부하들도 그들에게 더욱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당장 까마귀 여단이나 암 브라더스들과 비교했을 때, 리더의 유무 차이를 고려하자면 후자의 병단들은 리더가 있을 때의 시너지는 훨씬 좋지만, 없을 때는 큰 폭으로 떨어진다.
그런 이들을 지휘하기에 십존에 속하는 레이븐이나 스타이너보다 무력이 떨어지지만 ‘리더’라는 그릇에서는 밀리지 않았기에 유령선단의 원혼들을 받아낼 수 있었고, 역시나 그 여파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리더의 유무에 영향이 큰 무력부대들에 전투력 약화가 일어난 것이다.
다 인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다.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지만, 그 남자 소식이 기대되는 현실은 어쩔 수가 없군.”
지휘부 회의 안, 머리카락이 조금 새어버린 아이오닐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상황은 다른 똑같은 일을 겪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단순히 저주가 아닌 본인의 내면 심상에서 생긴 문제이기에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가시적일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몰라 묻는데, 해결 방안이 나온 쪽은 있나?”
아이오닐은 피곤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부터는 백운산맥편이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