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71
00471 도룡궐刀龍闕 =========================
‘신이라.’
운성의 말은 스타이너에게 있어서 또 다른 문화충격이었다.
“이 녀석이 원래는 신이었다는거야?”
“신이 뭔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나라고 알 것 같나?”
알 것 같은데,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니 운성은 피식 웃었다.
“나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야. 아는 것만 알 뿐이지.”
다 한계가 있고, 정도가 있는 법이다.
“신이 뭔 지는 나도 정확히 말 해줄 수 없지만, 이 녀석이 과거에 신은 아니었다.”
“어떻게 안 건데?”
“그냥 그런 방법이 있다고만 알아둬.”
더 이상의 질문은 불허한다는 듯한 말에 스타이너는 떫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알려주겟다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까.
다만 생각하자니 과연 도룡궐이란 이름이 또 이렇게 어울리나 싶었다.
도룡의 몸은 말 그대로 도룡으로 된 궁궐이었으며, 운성이 말한 감옥을 비꾸어 말한 곳이기도 했다.
가둔 것은 도룡 그 자체이기도 하며 그 안에 든 이들이기도 했으며 그 주박이기도 했다.
자신들은 그 곳에 들어서서 모든 것을 부수려하고 있었다.
아브락사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새는 인간이고, 세계의 주인은 신이다.
세계를 만든 이는 신이고,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가는 목적은 신을 죽이기 위함인가?
인간은 태어나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부숴야만 하는가.
인간과 신은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인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무수히 많은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아니,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무수히 많은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스타이너는 고민했다.
높은 산에서 바라본 산 중턱이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아래에서 바라본 산의 위도 마찬가지다.
가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고, 가보더라도 전부를 알 수는 없으니 아직 닿지도 않은 자신이 알 턱이 없다.
“쯧, 갈 길이 너무 멀잖아.”
혀를 찬 스타이너는 또 다시 달려드는 적을 망치로 짓눌렀다.
황혼검식으로 범위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싶어도 과연 운성이 말한대로 이 안에 불완전하다고는 해도 수 많은 세계가 들어있어서인지 황혼검식을 펼칠 수 가 없었다.
황혼검식은 황혼검으로 휘두르는 검술과 같은 의지의 발현이엇다.
검술이라는 매개체로 발현시키는데, 지금 상황은 마치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이 곽
차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정도의 상태였다.
“그런데 좀 이상한게 있는데.”
“뭐가 말이지?”
“우리가 강한 것이 이유일 수 도 있지만. 여기 있는 녀석들이 너무 균일하잖아. 좀 특출나게 강한 녀석도 있을 수 있을텐데 말이야.”
“좋은 지적이다.”
“왜?”
“우리를 봐라, 뭘 하고 있지?”
“죽음의 주박을 풀로가고 있잖아.”
“맞다. 그럼 우리 전에 실패한 이들은 어쨌을 것 같지?’
“그야 뭐, 똑같이 했겠지.”
“그래. 그럼 생각해보라. 과연, 그들 중에서도 주박을 풀로 갈 자들은 어떤 자였겠나.”
“…확실하게 더 강한 녀석들..아..!”
“마침 나오는 군.’
결국 역사는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다 똑같았다.
전생에 이들도 정예 중에 정예만 이 곳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라면 뚫을 수 있는 곳이라면 쾌속하게 진격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막혔겟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만나며.
이쯤되면 계단식 강함의 상향이 아니라 절벽급의 강함의 상향이다.
쿵!
바닥을 떨쳐울리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세를 풍기는 적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스타이너가 혀를 찼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건 그렇고, 저건 또 뭐야?”
“생긴 것 가지고 뭐라하나.”
“저건 뭐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상대의 크기는 10m가 넘어보이는 정도였다.
사람 기준으로는 큰 편이지만 대륙을 이을 정도로 거대한 적들도 산재한 마당에는 그리 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외형이 인상적이었다.
윤택이 날 것만 같은 금속 몸체에 부착된 수 많은 총기류.
다만 그런 느낌일 뿐이지 죽음으로 주박당한 덕에 온통 검은 일색이다.
“기계가 죽음이 있냐? 아니, 죽어서 저렇게 부활하는게…”
“기계종족은 처음보나?”
“많이 봤지. 봤으니까 그런거아냐.”
그가 봐온 기계종족들은 대부분 인간이 생각하는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그런 종족이야 많긴 한데, 기계종족들은 새로운 탄생을 할 때 외부에 보이는 육체를 먼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리고 그에 맞는 부품으로 육체를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이식시킨다.
그들에게 있어 육체는 그저 부품일 뿐이니, 만약 싸우던 동료가 죽으면 그 동료의 부품 중 쓸만한 것을 떼서 자신에게 이식시킨다.
애초에 죽음이라 했지만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 소프트웨어가 담긴 메모리가 부숴지면 그대로 동작을 멈추는 것이니까.
애초에 기계 종족은 사실 종족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운영체계라고 할 수 있는 우두머리가 여러 기계육체의 관리 효율을 위해 AI들을 만드는데 결국에 중앙집권화 적인 운영이다보니 모든 명령과 활동이 운영체계의 의사에 맞춰져 있다.
그러니까 종족이랍시고 나눠 봐야 결국 다 한 놈인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프로그램의 파손이니 부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살아있지도 않은 것들이니까.
그럼에도 적은 분명 기계종족의 그것이다.
“그럼 그 우두머리녀석이겠지.”
“쉽게 말하네.”
언제나처럼 남 일 얘기하듯이 말하는 운성의 모습에 스타이너는 혀를 찼지만, 상대의 자세한 사정을 밝힐 시간은 없었다.
상대가 기다려주지 않고 덮쳐든 까닭이다.
앞 손을 뻗어 거기서 기관총 같은 것을 갈기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이제는 익숙하리 만치 한 운성의 태도에 스타이너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 녀석의 무심한 태도는 언제나와 같이 모든 것을 알 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알 필요가 없다 여겨서가 아닐까?
지금까지 보아온 운성은 기본적으로 무관심無關心하다.
관심關心이란 것이 무언가에 관계되고 싶어하는 끌리는 마음이라면, 그것은 결국 욕망의 발로이다.
헌데 운성은 그런게 없다.
‘설마.’
혹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고개를 내젓는다.
현재를 사는 인간이기에,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의문을 미뤄둘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백운산맥에서 한계를 넘어설 때와 비슷하다.
어느 이유를 대도 변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 이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카가가가가가각!
기계 종족으로 추정되는 적이 쓰러졌다.
자신을 매드사이언티스트라 소개한 남자, 스테인이 상대 기계 종족보다 더욱 큰 기관총들을 어디선가 꺼내서 적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휘유.”
브레이커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화력을 때려박는 그 모습에 작게 휘파람을 분 스타이너는
어쩌면 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죽은 녀석이니 다른 놈들이랑 싸우는 거지, 아니었으면 이렇게 속에서 난장판을 피워도 아랑곳없이 버티는 녀석과 싸워야 했을테니까.
‘아니, 어차피 이 놈을 죽인 녀석들과도 싸워야되니, 의미는 없는 것인가.’
운성은 그 악마들에게 적의를 보였다.
그럼 결국 그들과도 싸워야 할텐데.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보이는 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스타이너에게 레이븐이 다가왔다.
“아, 그냥.”
“걱정되나?”
“음?”
“여기 녀석들이랑 싸우다보니, 이 용이 걱정되고. 이 용이랑 싸울생각을 하니 또 악마녀석들이 걱정되나? 그리고, 거기서 이후가 걱정되나?”
걱정은 끝이 없다.
레이븐은 그저 입에 문 담배를 뱉으며 연기를 뿜어냈다.
“내 말이 틀렸나?”
“..아니, 맞아.”
“너무 걱정마라.”
“안 되겠냐?”
“글쎄. 되겠지. 인간은 미완의 동물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네 말대로 우리는 전능이 아닌 하나의 가시를 준비하지 않았나.”
“그건…”
모든 걸 다 잘 할 수 있으면 좋다.
모든 걸 다 잘 알 수 있으면 좋다.
전능하고 전지하면 좋았을 것이다.
소중한 이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고, 소중한 이가 그 소중한 이를 잃는 광경을 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인간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하나의 가시를 연마했다.
모든 것에 통달하고 모든 것에 능통할 수 없더라도,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를 찌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시.
사람을 죽이는 데는 복부에 쑤실 한 뼘 만한 날붙이면 충분하고,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크기의 탄환 하나면 얼마든지 가능하듯이.
압도적인 상대라 할 지라도 단 한 순간에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허망하게 훅 가버릴 수 있는 것은, 바벨에서 질리도록 봐 왔다.
“…알아, 임마.’
그렇기에 스타이너는 작게 웃었다.
레이븐도 마주하고 피식 웃었다.
그걸 지켜보던 운성은 그저 고개를 돌렸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럼 운성은 그 자신은 자신답게 행동하면 될 일이다.
========== 작품 후기 ==========
깊고 깊은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