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24.
김민형이 당황한 이유는 두 사람이 루드란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루드란교의 규모는 크지 않다.
아니, 크지 않은 게 아니라 작다.
규모가 워낙 작아 존재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반면에 라숨교는 수많은 교단 중 가장 규모가 컸다.
모르는 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존재가 잘 알려져 있었다.
라숨교와 루드란교의 차이는 태양과 반딧불이나 마찬가지였고 두 곳에서 꼬리를 붙였다면 라숨교에 놀라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반사적으로 루드란교를 언급하며 놀랐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는 건가?’
플레이어인 김민형은 교단에 대해, 간택받은 자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둘의 반응을 보니 루드란교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뭔가가 있다.
‘보고드려야겠군.’
김민형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예, 라숨교에서는 서른 명 정도가, 루드란교에서는 여섯 명 정도가 붙었다고 합니다. 두 분 반응을 보니 이야기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린 김민형은 둘의 눈치를 살폈다.
“…….”
“…….”
두 사람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출발하시죠.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김민형은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생각에 잠겨 있던 두 사람 역시 김민형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여전히 심각함이 가득했다.
“혹시 두 교단에서 누가 대표로 나왔는지 파악됐나?”
걸음을 옮기던 중 백지호가 물었다.
“라숨교에서는 2급 성기사 김은호와 2급 사제 장여린이 왔다고 하고 루드란교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루드란교에서 온 이들 중 은발의 여인은 없었나?”
“모르겠습니다. 한번 확인해 볼까요?”
“아니아니, 어차피 곧 만나게 될 테니.”
백지호가 고개를 저었고 김민형은 생각했다.
‘근데 내가 지 부하야?’
김민형은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같은 조직도 아니었다.
그런데 백지호는 마치 자신을 부하처럼 대하고 있었다.
‘확 그냥 박아 버려?’
마음 같아서는 들이박고 싶었다.
말 그대로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조금도 내색할 수 없었다.
작전이 끝난 것도 아닌데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분란을 만든다고 해도 손해 보는 것은 백지호가 아니라는 것을 김민형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 부하한테 연락해서 물어보든가.’
태풍 길드원만 뒤를 쫓은 게 아니다.
카디악교, 헤스교에서도 뒤를 쫓았다.
단지 태풍 길드의 정보 수집이 더욱 빨라 먼저 연락이 온 것일 뿐이다.
‘망할 놈.’
김민형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대기해 놓았던 운전석에 탑승했다.
뒤이어 백지호와 차은수가 탑승했고 김민형은 곧장 환상의 숲으로 향했다.
* * *
환상의 숲에 들어와 미리 봐 두었던 목적지에 도착한 강림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주변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로 가득했다.
안개를 보던 강림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참 좋은 곳이야.’
강림은 이미 안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애초에 안개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
‘전자 기기도 안 통하고, 앞도 안 보이고.’
환상의 숲에서는 전자 기기가 먹통이 된다.
거기다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도 제한된다.
즉, 누가 당했는지 어떻게 당했는지 알 수 없다.
일을 벌이기에 최적화된 장소라 할 수 있었다.
‘스킬이 문제긴 한데…….’
신경 쓰이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의 ‘스킬’이 신경 쓰였다.
그러나 모든 걸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림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전부 들어오지는 않았네.’
수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뒤를 쫓던 모든 이들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80% 정도만이 따라 들어왔다.
‘이왕 정리할 거면 다 정리하는 게 좋은데.’
강림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아…….
안개가 옅어졌다.
‘……응?’
강림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살짝 당황했다.
강림은 잘못 본 게 아닐까 눈을 비비고 다시 주변을 확인했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스아아…….
안개가 한층 더 옅어졌다.
아니, 계속해서 옅어지고 있었다.
“아…….”
강림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안개가 옅어지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 지금!’
안개가 옅어지는 이유는 환상의 숲의 특성 때문이었다.
주기적으로 환경이 변화하는 특성.
즉, 안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환경이 등장할 것이다.
“하…….”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안개 때문이었다.
그런데 안개가 사라지다니?
안개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다음 환경이 어떤 환경이냐는 점이었다.
‘그 전에 끝내는 게 가능한가?’
강림은 계산했다.
환경의 변화는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옅어지는 속도를 보니 3분은 남아 있을 것이다.
3분 안에 주변을 포위한 꼬리들을 전부 처리하는 게 가능할까?
‘……안 되겠지.’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아니다.
넓게 퍼져 포위하고 있었다.
3분 안에 그들을 전부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애초에 강림은 먼저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강림은 여기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을 예정이었다.
가만히 있다 보면 답답함에 못 이겨 다가오는 이들이 생길 것이고 그들이 공격을 하는 순간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그럴 일은 없다.
애초에 공격하지 않고 감시만 하려 했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따라붙지 않았을 것이다.
‘왜 하필 지금 변하는 거야…….’
그런데 일이 벌어지는 오늘 그것도 딱 지금 환경이 변하다니?
‘옮길 수도 없고…….’
지금 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안개가 어디에 생길 줄 알고 옮기겠는가?
‘……응?’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뭐야? 왜…….’
안개가 한층 더 옅어졌다.
물론 눈을 번뜩인 것은 안개가 옅어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안개가 옅어지며 몸이 한층 무거워졌다.
‘설마…….’
착각이 아니었다.
안개가 사라질수록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음 환경이 어떤 환경인지 알 것 같았다.
‘설마 중력이 강해지는 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중력이 강해지는 듯했다.
‘이 정도면 네 배? 여덟 배까지는 생각해야 되나?’
정확히 얼마나 강해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세 배는 강해졌다.
안개가 사라질수록 강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네 배, 많으면 여덟 배까지도 생각해야 될 것 같았다.
‘외곽 지역은 약한 편이라고 하지 않았나? 근데 이 정도면…….’
안개는 그저 앞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정신에 위협이 될 수는 있어도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중력은 아니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육체에 문제가 생긴다.
스윽.
강림은 숲 안쪽을 보았다.
숲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환경이 극악하다고 했다.
외곽 지역인 이곳에서 이 정도 중력이라니?
안쪽은 얼마나 심한 것일까?
‘나중에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지금 당장 확인할 수는 없다.
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그러나 후에 일이 마무리가 되고 여유가 생길 때 강림은 환상의 숲 안쪽을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스아아…….
이내 시간이 흘러 안개가 전부 사라졌다.
중력도 더 이상 강해지지 않았고 강림은 몸을 움직여 보았다.
중력이 무척 강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림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호오, 안개가 사라지자마자?’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중력에 적응하던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안개 때문에 멀찍이 포위한 채 움직이지 않던 이들 중 동쪽에 있던 여섯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중 나갈까?’
강림은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여기서 그대로 기다릴지 아니면 마중을 나가 빠르게 상황을 진전시킬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좋은 점은 방심 유도뿐이다.
중력이 강해져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구나 외에는 장점이 없다.
강림은 다가오는 여섯을 향해 이동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림은 곧 여섯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호오?’
그리고 강림은 감탄했다.
감탄한 이유는 여섯 중 선두에 서 있는 은발의 여인 때문이었다.
‘기운을 숨기고 있어?’
멀리서는 몰랐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은발의 여인은 보통이 아니었다.
숨기고 있는 기운을 포함하면 귀환 후 강림이 본 그 어떤 이보다 거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림 님 맞으신가요?”
강림을 보고 걸음을 멈춘 은발의 여인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네, 누구시죠?”
여인의 기운에 감탄하고 있던 강림은 여인의 인사에 답한 뒤 물었다.
여인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루드란교의 대사제 양수진이라고 합니다.”
“아……?!”
강림은 양수진의 소개에 놀랐고 당황했다.
놀란 이유는 양수진의 정체가 대사제라는 점 때문이었다.
대사제는 교단을 이끄는 존재였다.
간택받은 자 중에서도 대사제가 될 수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한국에 자리를 잡았지만 대사제가 없는 교단도 존재했다.
문제는 강림이 루드란교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강림이 당황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강림은 루드란교를 지금 처음 들었다.
‘누구지? 장 실장님이 놓쳤을 리가 없는데?’
장제한은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와 관련된 정보를 철저히 조사해 강림에게 알려 주었다.
강림은 세 사람과 관련 있는 플레이어, 길드, 교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보에는 양수진은 물론 루드란교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앗, 저희 교를 처음 들으신 것 같군요.”
양수진은 강림의 반응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 처음 듣네요. 제 뒤를 쫓으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강림은 양수진의 말에 답하며 물었다.
장제한이 놓쳤을 것 같지 않다.
즉, 루드란교는 세 사람과 관련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 뒤를 쫓은 것인지 궁금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양수진은 강림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
강림은 양수진의 답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뒤를 쫓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니?
강림의 의아한 눈빛을 본 양수진이 이어 말했다.
“신탁이 내려왔거든요.”
“신탁이요?”
“예, 말하자면 긴데 요약하면 강림 님과 친분을 맺으라는. 도울 수 있으면 꼭 도우라는 신탁이 내려왔어요.”
“…….”
말을 마친 양수진은 해맑은 표정으로 강림을 바라보았다.
강림은 그런 양수진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양수진은 대사제였다.
즉, 양수진이 말하는 신탁은 ‘루드란’이 내린 신탁이 분명했다.
루드란이 왜 그런 신탁을 내린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림은 루드란을 모른다.
애초에 귀환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루드란은 왜 그런 신탁을 내린 것일까?
“아아, 맞다.”
양수진은 방금 생각났다는 듯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걸 보여 드리라 하셨어요.”
양수진이 오른 손바닥을 펼쳤다.
강림은 손바닥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손바닥 위로 검은 불꽃이 나타났다.
“……!”
검은 불꽃을 본 순간 강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