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41
제41화
41.
무신기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안정감이 다르긴 하네.’
미소가 지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안정감’ 때문이었다.
강림에게 무신이라는 별호를 안겨 준 ‘무신기’.
무신기는 강림에게 있어 가장 친숙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슈욱!
이내 무신기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객관적으로 무신기의 외관을 표현하자면 하얀 막대기였다.
길이 15cm, 두께 1cm의.
무신기를 보며 강림은 생각했다.
‘완벽해.’
모자람이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긴 하지만 귀환 전 강림이 사용했던 무신기와 똑같았다.
강림은 손바닥 위에 둥둥 떠 있는 무신기를 바라보다가 ‘의지’를 담았다.
의지를 담자마자 무신기가 하늘로 솟았다.
하늘로 솟아오른 무신기는 강림의 의지대로 허공을 이리저리 활보했다.
혹시나 운용에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무신기는 강림의 의지대로 완벽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확인은 더 할 필요 없을 것 같고.’
강림은 무신기를 불러들였다.
하늘을 떠돌던 무신기는 순식간에 강림의 몸으로 돌아왔다.
‘아쉽긴 하네.’
무신기를 불러들인 강림의 표정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강림이 아쉬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회복을 했는데 쓸 수 있는 내공이 더 줄다니.’
첫 번째는 육체 상태가 좋아졌음에도 사용 가능한 내공이 줄었다는 점.
물론 그 이유는 무신기 때문이다.
무신기는 강림의 내공 그 자체였다.
상시 유지되는 대신 강림의 내공을 상시 점유한다.
현재 강림의 내공 총량을 100이라고 한다면 무신기에 75가 들어갔다.
강림이 무신진각이나 무형검 등 다른 무공에 사용할 수 있는 내공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무신기니까.’
물론 무신기 제작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르고 만든 게 아니다.
다 알고 만든 것이다.
무신기는 그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
단지 살짝 아쉬울 뿐이었다.
‘회복도 점점 빨라질 테고.’
현재 강림의 육체 상태는 귀환 전과 비교해 20%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였다.
앞으로 점점 더 회복될 것이고 더 많은 내공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빨리 늘리고 싶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운용 가능한 무신기가 하나라는 점이었다.
귀환 전, 무림에서 강림은 무신기를 다섯 개 다뤘다.
아예 맛을 보지 못했으면 모를까 한 개를 다뤄 보니 다섯 개를 다뤘던 때가 떠올라 무척 아쉬웠다.
물론 이것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스윽.
강림은 아쉬움을 떨쳐 내고 블루 게이트를 보았다.
‘이제 가 볼까.’
무신기 제작도 끝났고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강림은 블루 게이트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얼마나 변했으려나?’
아직 마르가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게이트에서는 여전히 화기만 나오고 있었다.
‘이 정도 화기면 다 녹았을 것 같은데.’
화기로 인해 환경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상상이 되기는 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저벅!
이내 강림이 걸음을 멈췄다.
블루 게이트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강림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화기로 인해 변한 환경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이야…….’
감탄이 나왔다.
‘진짜 싹 녹고 있네.’
건물, 나무 가릴 것 없이 모든 게 다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화산이 막 폭발한 화산지대 같았다.
‘전부 이렇게 되는 건가?’
마르가스의 권역은 게이트 기준으로 반경 5km였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권역 안은 전부 이렇게 될 것 같았다.
‘이러면 집도 타 버릴 텐데.’
문제는 강림의 집 역시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이다.
거리가 있으니 화기가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 그대로 시간문제일 것이다.
강림은 잠시 고민했다.
‘막아 볼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회복하기 전에도 막을 수 있었다.
단지 육체에 큰 부담이 될까 막지 않았다.
‘그래, 지금 몸 상태면 큰 부담은 아니니까.’
고민 끝에 강림은 막아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곧장 사방으로 퍼져 나오는 화기에 개입했다.
개입한다는 것이 화기를 직접 조종해 멈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몸 상태로 불가능하다.
귀환 전 상태로도 무척 힘든 일이다.
꼭 그래야만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없다.
스윽.
강림은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정권을 내질렀다.
당연히 평범한 정권은 아니었다.
파천권.
강림에게 파천권황의 별호를 제공한 무공이었다.
지금 내지른 정권에는 파천권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스아아.
강림의 정권에 바람이 일었다.
시작은 미풍이었다.
미풍은 곧 강풍이 되었다.
강풍에서 끝이 아니었다.
바람은 점점 강력해졌다.
그리고 강력해진 바람은 다가오던 화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화기 역시 쉬이 밀리지 않았다.
강림은 밀리지 않는 화기를 보며 재차 정권을 내질렀다.
당연하게도 파천의 묘리가 담겨 있었고 또다시 바람이 일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강림은 바람을 만들었고 화기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응?’
밀려나는 화기를 지켜보던 강림은 고개를 돌려 블루 게이트 ‘마르가스의 쉼터’를 보았다.
‘뭐야? 갑자기?’
블루 게이트에서 화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운이 느껴졌다.
‘설마……!’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재빨리 블루 게이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비상 대책 위원회 천막.
“용인이긴 해도 용족은 용족이야.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미친 수준이겠지.”
“에이, 마법 저항력만 높을까? 웬만한 칼질로도 흠집 하나 안 날걸?”
현재 천막 안은 블루 게이트 ‘마르가스의 쉼터’에 대한 이야기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두에 서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없이 서로 눈치만 보던 이들이 갑작스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이유는 두 사람 때문이었다.
“저항력은 내가 낮춰 줄 수 있어. 다들 잊고 있나 본데 내 주력은 디버프라구.”
“공격에만 집중해 주세요. 방어는 저희 라숨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바로 천상 길드의 마스터 박찬미와 라숨교 집정관 황서연.
두 사람이 총대를 멨다.
“하긴 박찬미 디버프를 생각하면 용족이라 해도…….”
“완전한 용족이면 모를까. 용인이니까.”
“근데 만약 황금 골렘급이면 어떻게 하려고? 디버프가 큰 의미 없을 것 같은데.”
“에이, 초 치지 마.”
“블루 등급인 걸 망각한 건가? 최악을 가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맞아.”
그렇게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윽.
한태풍은 주변 눈치를 살피며 슬쩍 핸드폰을 확인했다.
양석준에게 온 연락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한태풍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 본 것일까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한태풍은 인상을 구겼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다.
지금 상황에 인상을 구기고 있으면 시선을 받게 된다.
한태풍은 인상을 풀고 다시 대화를 경청하는 척하며 생각했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지?’
양석준은 게이트 유도기를 회수하기 위해 강영림에게 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바로 그때였다.
[환경 변화가 저지됐습니다.] [용인 마르가스가 등장합니다.] [마르가스가 환경 변화를 이어 나가려 합니다.]메시지가 나타났다.
“…….”
생각에 잠겨 있던 한태풍은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 또 무슨…….’
마르가스가 등장하다니?
그렇지 않아도 개 같은 상황이 한층 더 개 같아졌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마르가스가 등장해?”
메시지는 한태풍에게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3일 아니었어? 왜 벌써?”
“저지 안 될 경우 3일이잖아.”
“아니, 그러니까. 환경 변화가 왜 저지됐냐고.”
“천년 개미들 다 죽은 거 아니었나? 여왕개미도 죽었잖아.”
“죽으면서 뭔가 남긴 건가?”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이러면 시간이 없는 거 아닌가?”
“일단 환경 변화를 직접 이어 나간다니까…….”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거잖아. 만약 마르가스가 빠르게 환경 마무리 짓고 뛰쳐나오면 어쩔 건데?”
“…….”
“…….”
마르가스가 권역 밖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에 그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블루 등급의 용족 몬스터가 활보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부산이 대표적인 예시였다.
물론 킬리아드라와 마르가스는 다르다.
마르가스는 용인이었지만 킬리아드라는 완전한 용이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모두의 얼굴에 어둠이 짙어졌다.
* * *
‘역시!’
블루 게이트에 도착한 강림은 활짝 웃었다.
‘나왔구나!’
예상대로 갑작스레 등장한, 화기보다 큰 기운의 정체는 몬스터였다.
‘마르가스겠지?’
딱 한 마리였다.
더구나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여왕개미와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
즉, 마르가스가 분명했다.
‘근데 저거 용족 아냐?’
마르가스의 생김새를 확인한 강림은 살짝 놀랐다.
‘용족 맞네.’
비늘로 뒤덮인 피부, 머리에 나 있는 뿔 등 마르가스는 용족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마르가스는 용족이 확실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마르가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강림과 눈이 마주쳤다.
-흐음.
이내 마르가스가 침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떤 녀석이 방해를 하나 했더니.
당연하게도 마르가스는 지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기야 블루 등급이었고 용족이었다.
오히려 지성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 대화 좀 나눌까?”
강림이 물었다.
-무슨 대화를 말하는 거지?
“법칙의 가호나 신의 비호에 대해서.”
여왕개미는 시스템, 초월자로 추정되는 법칙의 가호, 신의 비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마르가스 역시 여왕개미와 마찬가지로 고대 게이트에서 나왔다.
법칙의 가호, 신의 비호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수 있다.
등급을 생각하면, 종족을 생각하면 여왕개미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
마르가스는 강림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몰라서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인상을 구기는 것으로 반응했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이내 마르가스가 입을 열었다.
“……?”
마르가스의 말에 강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장난하냐니?
-난 하등하지 않다. 같잖은 수에 넘어가지 않는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어진 마르가스의 말에 강림은 확신했다.
‘……말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반응을 보니 확실히 알고 있다.
‘왜?’
그런데 무슨 이유로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그러고 보니 여왕개미도 말을 한 직후에…….’
강림은 여왕개미 때를 떠올렸다.
법칙의 가호, 신의 비호를 이야기한 직후부터 대화가 끊겼다.
혹시 마르가스가 말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그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
‘흐음.’
강림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알고 싶었는데.’
법칙의 가호, 신의 비호가 무엇인지.
진짜 시스템과 초월자를 말하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시스템과 초월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마르가스의 반응을 보니 알아도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시스템이나 초월자의 정체를.
‘그럼 이제…….’
대화할 이유가 사라졌다.
‘용족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 볼까.’
강림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마르가스를 향해 싱긋 웃으며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