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
권강이 완벽하게 가슴으로 파고들었다고 확신이 든 순간, 일연의 눈에 히죽 웃는 야현의 미소가 보였다.
야현은 몸을 젖히듯 어깨를 틀었다가 앞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과과곽!
일연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졌다.
야현의 일권에 권강이 마치 종잇장처럼 찢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생의 내력이었다.
그리고 말년에 얻은 심학을 모두 이 일권, 수림사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일보신권에 담아 펼쳤다.
그런 권강이 찢어졌다.
무리의 허점을 파고든 것도 아니었다. 더욱 뛰어난 묘리로 누른 것도 아니었다.
순수한 힘.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으로 찢어버린 것이었다.
‘어, 어떻게…….’
흑림 무승 중 애초에 흑승으로 키워진 소수의 젊은 제자들 외에 대부분의 흑승들은 무림에서 한 발 물러나 은거에 들어간 이들이었다.
그렇다고 소림사 무승들이 모두 흑림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었다.
무림에서 위명을 날렸든 말든 소림사 내에서 최고의 반열에 들어야만 들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소림사 무공은 외공과 더불어 장대한 내공을 자랑한다.
그런 소림사의 항렬에서 많아야 두세 명 정도가 흑림에 들어온다.
더불어 일연은 전대 항렬도 아닌 전전대 항렬이었다.
무림의 인연을 끊고 흑림에 들어온 지도 언 일갑자의 세월이었다.
번민이 없으니 참선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고, 흑림에 들어오기 전보다 두어 배는 강해졌다.
적어도 천하에 내공만큼은 뒤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었다.
그런 자신감이 권강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큭!”
갈기갈기 찢어진 권강 사이로 야현의 마기가 일연의 가슴에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지독한 기운에 일연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 악기!’
마인의 마기와 달랐다.
느낌은 그와 비슷했지만, 그 안에 담긴 성질은 아니었다.
“꺼억!”
마치 칼날이 목에 파고든 것처럼 지독한 고통이 뒷덜미를 타고 머리를 흔들었다.
‘이, 인간의 것이 아니야…….’
일연은 고개를 돌려 그 사실을 말하려 했으나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시에 유달리 새하얀 송곳니가 그의 눈에 가득 담겼다.
콰과과광!
일연의 몸은 단 일 수에 피육으로 갈가리 찢어져 제대로 된 육신조차 남기지 못했다.
“하아―.”
그런 혈우 사이로 새하얀 무복을 입은 야현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답보!’
흑승들은 허공을 밟고 서 있는 야현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이내 두 눈마저 부릅떠야 했다.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낸 서른 명 모두가 허공을 밟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주는 누구신가?”
“야현이라고 합니다.”
야현의 대답에 혜송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가?”
“짐작하시는 대로 소림사의 현판, 오늘부로 사라질 겁니다.”
* * *
“말이 험악하구려!”
일연의 가사 자락이 내력에 휘말려 나부끼기 시작했다.
“과연! 저 치들을 보니 무장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소장도 인간에게서 이 정도의 마나를 느낄 줄은 몰랐사옵니다.”
전투를 위해 태어나고 살아간다는 가고일 종족답게 콰스타는 웃고 있었다.
“실력만으로 본다면 이 대륙의 정점에 서 있는 이들이야.”
야현의 말에 콰스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흑림의 무승들을 훑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도 짙은 마기가 스물스물 피어났다.
파삭! 파사사삭!
일연과 콰스타는 동시에 명령을 내렸고, 기다렸다는 듯 둘의 기운이 서로 부딪혔다.
일연은 눈가를 찌푸렸고, 콰스타는 입가를 말아 올렸다.
“살계를 열라!”
“기다리던 전장이다! 가라!”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일연과 콰스타는 동시에 소리쳤다.
쾅! 콰과― 파바방!
그 명에 흑림의 무승들과 붉은 날개 기사단원, 가고일들이 일제히 부딪혔다.
그리고 일연과 콰스타도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과과과과광!
엄청난 두 힘의 격돌.
그 여파는 마치 벼락이라도 내리꽂힌 것처럼 큰 파장을 만들어냈다.
“큭!”
“컥!”
일연과 콰스타는 서로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실망이야.”
야현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군.”
콰스타는 먼지 묻은 머리를 털며 몸을 세웠다.
후오오오오―
그런 그의 앞에 다시 기운이 폭주하듯 휘몰아쳤다. 비슷하게 몸을 세운 일연의 내력이었다.
피식 웃음을 보였던 콰스타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일연의 힘은 그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하앗!”
일연은 기합과 함께 콰스타를 향해 크게 진각을 밟으며 일권을 내질렀다.
소림사라 하면 백보신권을 떠올린다.
그만큼 소림을 대표하는 절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절기가 있었다.
금강불인(金剛佛印)!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보신권에 뒤지지 않는 절기가 일연의 주먹에서 펼쳐졌다.
쿠웅!
일연의 주먹에서 터지듯 튀어나온 권강.
특이하게도 강기는 마치 부처를 보는 듯 좌불(坐佛) 형상이었다.
모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한 기운이었다.
진체(眞體)라면 일연의 강기를 손쉽게 막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인간의 탈을 쓰고 있었다. 콰스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양팔을 교차시켜 일연의 금강불인이 만들어낸 권강을 막아야 했다.
콰과광!
충격은 예상 이상이었다.
콰스타는 일연의 엄청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나무에 처박힌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연의 권강이 얼마나 강했던지 콰스타의 강철로 만들어진 흉갑이 마치 찢어진 것처럼 조각조각이 날 정도였다.
쾅!
“크흐으!”
콰스타는 흉포한 울음과 함께 바닥을 주먹으로 때리며 몸을 일으켰다.
카가가각! 컹!
콰스타는 찢어지고 부서진 흉갑을 벗어 버리며 일연을 노려보았다.
쿵!
일연은 마치 진각을 밟듯 한 걸음 내딛으며 낮게 기수식을 취했다.
“크크크크!”
콰스타는 살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세우고 일연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두둑!
경련이 인 듯 콰스타의 오른팔이 뒤틀렸다.
그 떨림은 왼팔에서도 일어났고, 목과 가슴으로 이어졌다.
우드득!
목까지 뒤틀린 콰스타의 몸이 웅크려졌다.
“크르르르!”
그리고 이어진 울음소리.
“……!”
콰스타의 피부가 서서히 잿빛으로 변해 가는 모습에 일연의 눈이 부릅떠졌다.
단지 콰스타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몸 곳곳이 뒤틀려서가 아니었다.
팔다리가, 목이, 몸이 뒤틀릴 때마다 콰스타의 몸집은 거대해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크하아악!”
고통에 찬 비명인지 아니면 흉포한 울음인지 콰스타는 몸을 숙여 울부짖었고, 견갑골 부분의 피부가 찢어질 듯 불룩 솟아났다.
촤아아악!
이내 피부가 찢어지고 거대한 날개가 튀어나왔다.
그의 울음도 멈췄다.
펄럭!
거대한 날개가 불편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날갯짓을 하며 콰스타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크하아앗!”
한 자가량 허공에 떠오른 콰스타는 일연을 향해 흉포한 울음을 터트렸다.
“……아미타, 불.”
인간이 아닌 형세와 더불어 살기가 번들거리는 콰스타의 금안과 마주한 일연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 버렸다.
* * *
칙칙한 피부.
누런 눈동자.
거대한 몸집.
박쥐의 것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날개.
그에 어울리는 뾰족한 이빨과 비수처럼 날카로운 손톱.
‘지옥의 야차인가? 아니면 명계 십왕(十王)의 눈을 피해 살아가는 요괴인가?’
일연은 눈앞에 거대한 몸집을 일으키는 가고일, 콰스타의 일신에 평정심이 흐트러졌다.
‘항마!’
불도로서 마를 제압한다.
‘스스로 불이 되어 마를 지우리라!’
흔들리던 일연의 눈동자가 굳건해졌다.
일연은 합장하며 눈을 감았다.
무시할 수 없는 적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지만 일연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우화등선이 별것인가? 열화가 되어 승천하는 것도 등선이 아니던가?’
구오오오오―
거센 울림.
그 울림은 일연의 생(生)인 진신내력이었다. 모든 것을 버린 삶의 마지막 울음인 것이었다.
생의 마지막 울음.
깊이가 다르다.
일연을 향해 투기를 폭사하며 다가서던 콰스타가 걸음을 멈췄다.
기분 나쁜 끈적한 기운이 품으로 파고드는 비수처럼 섬뜩하게 바뀐 탓이다.
“조심해.”
콰스타는 그저 일연의 내력이 증폭되었다고만 인지할 뿐이었지만 야현은 그가 진신내력을 터트렸음을 알아차렸다.
『드디어 피가 끓어오릅니다. 크르르르!』
콰스타도 더욱 짙은 투기를 뿜어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팟! 팟! 팟!
동시에 눈을 뜬 일연도 금강부동신법의 행으로 잔상을 남기며 허공으로 몸을 띄워 콰스타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미타불!”
『크르르르!』
펄럭거리던 콰스타의 날개가 크게 펼쳐지는가 싶더니 실선의 잔상을 남기며 앞으로 튀어 나갔고, 일연은 허공을 격하듯 잔상을 지우며 콰스타에 맞서 모습을 드러냈다.
쾅! 파앙―
둘의 격돌이 만들어낸 파음과 그로 만들어진 후풍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 파음은 전쟁을 알리는 전고(戰鼓)의 울림이었다.
쾅! 쾅! 쾅! 쾅! 쾅!
그 여파는 살이 떨릴 정도로 광폭했다.
오죽했으면 전장에서 태어나 전장에서 죽는다는 가고일들마저 적을 눈앞에 두고 뒤로 물러나 둘의 싸움을 지켜볼 정도였다.
‘대단하군!’
둘의 싸움, 정확히는 일연을 보는 야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일연의 힘은 천마와 대등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했다.
비록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고 진신내력마저 터트렸다지만 확실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피가 뜨거워졌고, 천마를 떠올리니 피가 끓어올랐다.
전에도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승리를 위해 선봉도 마다하지 않았던 자신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갈리오스 공작.’
그의 영향일 것이다.
야현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단단한 힘이 주먹에서 느껴졌다.
콰앙!
묵직한 폭음과 함께.
『크허어엉!』
피를 토하며 꿈틀거리는 일연을 한 발로 밟은 채, 콰스타가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괴성을 질렀다. 승리에 도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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