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구염부는 성곽에 올라서자마자 눈앞에 서 있는 병사의 머리를 꺾어 단숨에 절명시키며 우렁찬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마법사부터 죽여라! 장포를 입은 자들이다!”
구염부는 후미에 서 있는 스무 명 남짓한 마법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쿠웅!
그래도 마법사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중 반은 대응했다.
구염부는 눈앞으로 날아오는 불덩이는 빠르게 보법을 밟아 옆으로 흘리며 마법사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법이라는 것이 그 위력만 보자면 섬뜩할 정도로 가공하지만 일대일로 대적했을 때에는 싱거울 정도로 공격이 단순했다. 활을 피하는 것처럼 궤적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어느 정도 흑탑의 마법사들을 통해 숙지하고 있었기에 구염부는 어렵지 않게 마법사들 앞에 설 수 있었다.
퍽!
구염부는 한 주먹에 마법사의 머리를 부서트렸다.
그리고 옆의 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했지만, 그 순간 구염부는 전장과 어울리지 않게 황당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스무 명 남짓한 마법사들은 모조리 죽어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마법사는 스무 명인데 자리에 서 있는 무인들은 물경 오십.
떼로 몰려들었으니 마법사 한 명에 두 명이 달려든 꼴이었다.
한 주먹도 되지 않을 마법사에게.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이놈들아! 아무리 오라 명해도 상황 좀 보고 달려들어라!”
역정 아닌 역정을 날리며 구염부는 다시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이었다.
푸른 불빛이 성내 곳곳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비록 색은 달라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구염부는 잘 알고 있었다.
워프 게이트 진.
적들의 원군이었다.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구슬을 깨트리게. 우히히히히!’
카이만이 전장에 출전하기 전에 했던 말.
그 말은 즉, 적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뜻.
구염부는 여지없이 품에 넣어놓은 구슬을 깨트리며 빠르게 명을 내렸다.
“성문을 열어라! 무조건 성문 먼저 열어라!”
구염부의 명에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우히히히히!”
카이만은 앞에 놓인 여섯 개의 구슬 중 하나가 붉게 변하자 괴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닿은 곳에 야현이 서 있었다.
“어디 한번 놀아볼까?”
야현은 그 자리에서 허공을 찢고 모습을 감췄다.
* * *
쿵!
구염부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십여 개의 빛기둥.
그중 전장 한가운데에서 터진 빛기둥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 탓이었다.
빛기둥 속에서 세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로의 노인들.
그러나 구염부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 갔다.
구부정한 허리에 앙상한 뼈마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강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세 명의 노인들은 바로 죽은 권마를 제외한 사마였다.
검마, 도마, 독마.
“낄낄낄.”
우측에 선 노인, 독마가 콧수염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네놈은…… 혈랑문의 애송이로구나.”
독마는 구염부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쭉 훑으며 섬뜩한 미소를 드러냈다.
“독마.”
중앙에 선 노인, 검마가 독마를 불렀다.
“왜?”
“우리는 놀러 온 게 아니야.”
“이 친구, 이 몸은 지금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러네.”
독마의 말이 이어지는 가운데.
“컥!”
구염부는 격한 신음과 함께 뒤로 휘청이며 검은 피를 한 모금 토했다.
“구 문주.”
그 뒤로 신림과 기덕해, 적무가 뛰어와 그를 부축하려 했다.
“가까이 오지 말게! 쿨럭!”
구염부는 한쪽 무릎이 꺾여 바닥에 주저앉으면서도 재빨리 팔을 들어 다가오지 말라 경고했다.
“도, 독일세. 끄으윽!”
구염부의 입에서는 검은 핏물이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성문은? 성문은 어찌 되었나?”
“열었네.”
신림의 말에.
“다행이로군.”
구염부는 힘겹게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독마, 그 이름이 허명은 아니구려.”
구염부는 목구멍을 타고 나오는 핏물을 삼키며 독마를 노려보았다.
“낄낄낄. 제법 버티는군. 그 정도면 노부가 칭찬을 안 할 수 없지.”
독마는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눈빛은 한없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독마를 맡음세.”
구염부는 시퍼런 독기를 드러내며 다시 독마 앞에 섰다. 그러한 눈빛과 달리 그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과연 마교의 사마 중 일인인 독마답다.
내장이 칼로 난자된 듯 끔찍한 고통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죽어 가고 있음이리라.
‘젠장!’
적어도 이 땅에 무인들만의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은 보고 죽고 싶었는데.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언제 죽을 줄 모르는 인생이 무인이 아니던가?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 싶었다.
“저승길 길동무로 나쁘지 않겠군. 뒤를 부탁함세! 크핫!”
구염부는 세 명의 동지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모든 내력을 터트리며 독마에게 달려들었다.
후우욱!
구염부는 독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독마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팔을 휘둘러 주먹을 흘렸다. 구염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을 편 뒤 갈고리처럼 손가락을 세우며 독마의 팔을 움켜잡았다.
동시에 그의 팔꿈치를 꺾으려 했다.
그러나 독마가 팔을 한 차례 털자,
“컥!”
구염부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독마는 그런 구염부를 손등으로 가슴을 툭 쳐 거리를 만든 후 발목을 후려 찼다.
독마는 바닥에 쓰러진 구염부의 얼굴을 지그시 밟았다.
“낄낄낄.”
독마는 고통에 신음하는 구염부를 내려다보며 조소를 흘렸다.
“더 놀아주고 싶다만, 권마가 저승에서 기다리다 지치겠어.”
슬쩍 들어 올리는 독마의 손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독마의 손이 구염부의 머리로 떨어지는 그때였다.
팟!
한 그림자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아아아악!
그 그림자는 독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독마는 웬 잡놈인가 싶어 손에 담긴 독기를 방향을 틀어 낯선 그림자의 머리로 털었다.
퍽!
독기가 그림자의 머리에서 터졌다.
“낄낄, ……!”
웃음을 터트리는 독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독을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그림자는 여전히 우악스럽게 주먹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마는 허겁지겁 팔을 당겨 그의 주먹을 막았다.
콰직!
“꺽!”
그림자의 주먹은 방어에 들어가는 그의 팔을 부서트렸다. 이어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콰앙!
엄청난 충격에 독마는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반을 돌아 땅바닥에 처박혔다.
“꺼어어어!”
독마는 반쯤 함몰된 머리를 움켜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주, 주군. 쿨럭!”
구염부는 힘겹게 눈을 떠 야현을 발견하고는 그를 불렀다.
“본인은 그대에게 휴식을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야현이 구염부를 향해 손을 뻗자.
스스스스스스―
구염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스물스물 흘러나와 야현의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꺼억! 헛!”
숨이 턱 막히는가 싶더니 단숨에 숨통이 터졌다. 더불어 지독하게 온몸을 갉아먹던 고통도 거의 사라졌다.
야현은 손바닥을 찢어 피를 구염부의 입으로 흘렸다.
구염부의 동공이 붉어지며 송곳니가 미묘하게 살짝 길어졌다.
“크하아!”
구염부는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현은 허리를 숙여 독마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는 끌어올려 눈높이를 맞췄다.
“끄으으, 죽엇!”
독마는 고통 속에서도 야현의 가슴을 향해 느닷없이 쌍장을 내질렀다.
펑―
파음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야현의 가슴을 시작으로 검은 독무가 짙게 퍼져 나갔다.
독기운에 야현의 미간이 슬쩍 좁혀졌지만 그것이 다였다.
야현 주위로 퍼져 나가던 독무가 뭉글뭉글 뭉쳐 오히려 독마의 머리를 뒤덮었다.
“꺽! 꺽! 꺽!”
독마는 숨이 넘어가는 신음을 간헐적으로 내뱉으며 무언가라도 잡으려는 듯 양팔을 휘둘렀다. 그 모습은 마치 물에 빠져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과 흡사했다.
“갈!”
쐐애애액― 쑤아아악!
그런 야현의 등 뒤로 일갈과 함께 한 자루의 검과 도가 베어들어왔다.
검마와 도마였다.
퍽!
검마와 도마의 검과 도가 야현의 몸을 베는 순간 야현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검마가 빠르게 주변을 살피는 사이, 어깨를 마주한 도마가 묵직한 파음과 함께 앞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
검마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도마가 서 있던 자리에 야현이 한 발을 든 채 까딱까딱하고 있었다.
“이놈!”
검마는 살기를 터트리며 섬전처럼 빠르게 야현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싹―
파음마저 벤 듯 검마의 검은 야현의 몸을 베었다.
“……!”
동시에 검마의 눈이 일그러졌다.
그의 몸은 베었지만 검에 걸리는 느낌은 없었다.
즉, 실체를 베지 못하고 허상을 벴다는 뜻.
훅―
귓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파공성.
검마는 빠르게 몸을 틀어 눈앞으로 파고드는 주먹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싹―
벤 순간 그 그림자가 사라졌다.
검에 걸리는 느낌도 없었다.
후우우욱!
섬뜩한 느낌에 검마는 다시 신형을 틀어 검을 휘둘렀다.
캉!
묵직한 무게감이 검에서 느껴졌다.
검마의 눈에 뒤로 물러나는 야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흡!’
검마는 들숨으로 내력을 증폭시켰다.
“핫!”
목소리는 짧고 나직하게, 그러나 내력은 화산처럼 폭발시키며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쑤아아아악―
필생에 이보다 빠른 일검은 없을 것이라 여겨질 정도로 극쾌를 선보였다.
서걱!
베었다!
이번에는 베었다.
선명하게 검을 타고 느껴지는 감각에 검마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푸학!
역시나 검 궤적의 뒤로 붉은 피가 튀었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놓쳐서도 안 되는 찰나의 기회.
검마는 용천혈에서 내력을 터트리며 섬전처럼 다가가 야현의 목을 향해 검을 베었다.
서걱!
다시금 느껴지는 감각.
핏물과 함께 튀어 오르는 수급.
툭!
수급은 바닥을 굴러 발치에 떨어졌다.
“크하하하하하!”
검마는 대소를 터트리며 시선을 수급으로 내렸다. 그리고 봉두난발이 된 머리카락을 집어 들었다. 아니, 머리카락을 잡았지만 들지는 못했다.
수급의 주인이 야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도마.
평생 함께 웃고, 울어온, 친형제 그 이상의 친우, 도마의 수급이었다.
죽은 도마의 눈은 화등잔처럼 크게 떠져 있었다.
설마 검마의 손에 죽을 줄 몰랐다는 듯, 도마는 격한 표정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아아―, 아아아―.”
검마는 울음 아닌 울음을 토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나요?”
그럼 검마의 귓가로 야현의 속삭임이 들렸다.
쑤아아악!
검마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몸을 틀며 검을 휘둘렀다.
검격 밖에 야현이 서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검마는 기합도 아닌 울부짖음도 아닌 분노를 표출하며 야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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