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39)
39화
모닥불 앞에 모여 있던 네 명의 거지가 관제묘로 올라서는 계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벅― 저벅―
턱턱턱―
발자국 소리와 함께 들리기 시작한 이질적 소리 때문이었다. 무언가 끌리며 계단 턱에 부딪히는 소리.
강개는 아니었다.
강개는 이렇게 조용히 오지 않는다. 항상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시끄럽게 자신을 알리는 녀석이었다. 계단에 가장 가깝게 앉아 있던 거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으로 보이기 시작한 낯선 이의 머리는 봉두난발이 아니었다.
개방도가 아니라는 뜻.
이상하리만큼 심장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발자국 소리에 근처 개방도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개방 북경 분타 맞지요?”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야심한 시각에 찾아온 이치고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개방도들은 은은히 기세를 세웠다.
“너, 너는?”
야현이 가까워짐에 따라 모닥불에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을 알고 있던 한 개방도가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강개에 대해 잡담을 나누던 개방도 넷은 자연스레 야현의 손에 잡힌 무언가로 시선을 내렸다.
“가, 강개!”
“강개!”
개방도의 외침에 야현은 짐짝처럼 강개를 그들에게로 던졌다.
“감히 개방도를…….”
“분타주를 만날까 합니다.”
야현은 개방도의 말을 잘랐다.
“갈!”
강개를 받아 들었던 개방도가 일갈을 터트리며 야현에게로 달려들었다.
후우웅―
표횰하게 걸음을 내디뎌 야현의 좌측으로 다가선 개방도는 크게 진각을 밟으며 일장을 내질렀다. 내력이 담긴 일장은 육중한 파동을 만들어 냈다.
파박!
야현은 일장을 피하며 개방도의 미간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솜 주먹 따위!”
개방도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일장을 내지르려 했지만, 야현은 이미 주먹으로 일지시간 상대의 시야를 차단하며 그 품으로 파고든 후였다.
펑!
야현의 주먹이 개방도의 복부를 후려쳤다.
“컥!”
야현은 고통에 못 이겨 앞으로 숙여지는 개방도의 머리를 발로 후려찼다. 그 일격에 개방도는 볏단처럼 뒤로 쓰러졌다.
“타구진을 펼치자!”
누군가의 외침에 개방도들은 한순간에 야현을 에워쌌다.
야현은 뒷짐을 지고 그들이 완벽한 진을 갖추기를 기다렸다.
아직까지 진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야현이었고, 개방의 타구진은 천하에 인정받은 최고의 진 중 하나였다.
“광견을 때려잡자!”
누군가의 일창에,
“개는 때려잡아야 제맛이다!”
“낄낄낄낄!”
“광견 한 마리 잡는구나!”
개방도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증폭되어 야현의 귀를 강타했다.
‘공명.’
야현은 귀를 바늘로 찔린 듯 따가운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에 흐르는 기운을 감지했다.
“일타!”
야현과 마주한 개방도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야현을 향해 타구봉을 내려찍었다.
쿠오오오오!
야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타구봉에서 만들어지는 파음이 섬뜩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타구봉에서 밀려오는 기파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야현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 타구봉을 피했다.
찌이익―
단지 기세만으로 야현의 앞섶이 찢어졌다.
쾅!
허공을 갈라 바닥을 내려친 타구봉이 땅을 한 치나 파헤쳤다.
쿠우우우우!
등 뒤에서 다시 엄습한 파음.
이번에는 횡이었다.
야현은 마치 철판교의 수법처럼 몸을 뒤로 젖혔다. 얼굴 위로 지나간 타구봉의 기파는 태풍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 듯한 얼얼함을 주었다.
“때려잡아야 제맛!”
또 다른 일갈과 함께 타구봉이 어느새 뒤로 몸을 뉘인 야현의 얼굴을 노리고 있었다.
“얼쑤!”
“얼쑤!”
동시에 터져 나온 개방도들의 일창!
야현의 뺨이 꿈틀거렸다.
그 일창은 단순히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외침이 아니었다. 일백이 하나가 된 개방도들의 울림이 야현의 단전에 담긴 내력을 일순간 뒤흔들어 버린 것이다.
“크크크!”
머리 위로 떨어지는 타구봉을 보며 야현은 히죽 웃음을 드러냈다.
“멋지구나! 멋져! 참으로 멋져!”
새로운 경험이었다.
개개인의 내력은 낮다.
하지만 격체전공(隔體傳功),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서로 내력을 주고받는 이 흐름은 흥미롭기 이를 데 없었다.
감탄사를 터트리던 야현은 몸을 뉘인 채 팽이처럼 팽그르르 돌아 타구봉을 피했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야현의 머리 위로 이번에는 세 개의 타구봉이 떨어졌다.
“인터디멘션 오픈!”
야현은 아공간에서 야월을 꺼내 세 자루의 타구봉을 막았다.
콰아앙!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듯 엄청난 굉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야현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엄청난 충격에 타구봉을 막은 야현의 발이 땅 속에 박힐 정도였다.
세 자루 봉이 야월과 맞대어 내리누르는 힘도 장난이 아니었다.
“크하악!”
야현은 중원에 와 처음으로 기합을 터트리며 야월을 들어 올렸다.
“컥!”
“크헉!”
세 명의 개방도가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크흐흐흐! 이 정도면 피를 보자는 소리죠?”
야현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퍼져 나갔다.
아울러 비린내 가득한 혈향도.
“개타(開打)!”
쿠오오오오!
“멈춰라!”
개방도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려는 찰나, 어디선가 내력이 담긴 명이 터져 나왔다. 다름 아닌 북경 분타주 구지개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미 공격은 시작되었다.
야현은 야월을 아래로 내리며 용수철처럼 몸을 틀었다.
붉어진 눈동자, 뾰족한 송곳니!
피를 흠뻑 마신 후라 힘은 넘치고 넘치는 상태였다.
“크핫!”
야현은 일갈을 터트리며 타구봉을 가격했다.
힘과 힘의 격돌!
야현의 패도적 기운이 야월에서 터져 나왔다.
콰과― 콰자작!
야월은 타구봉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격을 날린 개방도의 가슴을 갈랐다.
“크악!”
힘에 밀린 개방도는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가 진을 이룬 개방도들과 부딪쳤다.
“푸학!”
동시에 그와 격체전공을 나누던 몇몇 개방도 역시 토혈하며 비틀거렸다.
“멈추시오!”
한순간 무너진 진 너머로 구지개가 뛰어들어와 야현 앞에 섰다.
“본인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쿠아아악!
야현은 웃음을 보이며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구지개를 향해 야월을 내려찍었다.
“헙!”
설마 이렇게 다짜고짜 공격을 개시할 줄 몰랐던 구지개는 타구봉을 들어 야월을 막았지만 상상 이상의 힘에 충격을 받으며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틈을 야현은 놓치지 않았다. 야현은 바로 뛰어들어가며 야월을 비스듬히 휘둘렀다.
카가각!
애월과 구지개 사이로 십여 자루의 타구봉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방패를 만들었고, 야월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인 타구봉들을 뚫지 못했다.
“정녕 피를 보자는 것이오이까?”
구지개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소리쳤다.
“시작은 그쪽이 먼저였습니다만?”
“본 개방도를 저리…….”
“그것도 그쪽이 먼저였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야현은 촘촘하게 짜인 타구진 안에서 야월을 어깨에 걸치며 여유롭게 서서 말했다.
다시 끓어오르는 살기들.
구지개는 야현을 노려보았다.
‘득보다는 실이 크다.’
일백의 소타구진이라면 야현을 잡을 수 있다 여기지만 지금 보여 준 무력으로 보아 최대 절반 이상은 중상을 입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나마 북경이 중요 분타이기에 개방도의 수도, 무위도 더 높았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자그만 분타였다면 필패일 것이다.
“죄송하외다.”
구지개를 허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개방의 일도 아니고, 한울타리라고는 하나 화산파의 의뢰에 굳이 피해를 감수할 일은 없었다.
어차피 가질 명예도 없는 거지들이다.
실리가 더 중요하다.
“진을 폐하라.”
구지개의 명에 개방도들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타구진을 해체했다.
“이렇다 보니 안으로 초대는 어렵겠소이다.”
구지개가 여전히 기세를 거두지 않은 몇 개방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 상관없습니다.”
“그래, 이리 찾아온 연유가 무엇인지요?”
“본인은 등이 간질간질한 건 딱 질색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구지개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경고이고…….”
경고라는 단어에 구지개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화산파의 군성이라고 했나요?”
구지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천상객잔에 있을 터이니 볼일 있으면 직접 찾아오라 전해 주세요. 쥐새끼마냥 살피지 말고.”
어찌 알았느냐는 구지개의 눈동자.
야현이 대답해 줄 이유는 없었다.
그저 히죽 웃음을 보여 줄 뿐이었다.
“그리 전하리다.”
“그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야현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후 몸을 돌려 관제묘를 빠져나갔다.
구지개의 시선은 야현이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분타주님.”
“왜?”
“왜 말리셨습니까?”
“말리지 않으면?”
“본방의 명예가…….”
“계속 싸웠다면 이 중 절반은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또한 그중 절반은 목숨을 장담하지 못한다.”
“하오나…….”
“본방의 일도 아니다. 화산의 일에 귀한 본방도들의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부분타주.”
구지개는 북경 분타 부분타주를 불렀다.
“내일부터 미행을 거두게. 광오한 성정을 보니 한 입으로 두말할 위인은 아니야.”
“그리하겠습니다.”
“흠…….”
구지개는 야현이 사라진 계단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 * *
투각 투각 투각.
북경 성곽 서문으로 흰색과 남색의 조화에, 멋들어진 매화가 수 놓인 무복을 입은 스물 남짓의 화산파 문도들이 말을 타고 들어섰다.
그 이름이 높아 성곽을 지키는 병졸들과 장수들은 별다른 검문 없이 이들을 통과시켰다.
“대사형, 개방 제자입니다.”
성문으로 이어진 대로의 협소한 골목길에서 한 거지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휘염.”
군성의 호명에 휘염은 말에서 내려 개방 제자에게로 다가갔다가 잠시 후 돌아왔다.
“분타주가 직접 만나고 싶답니다.”
“그리고?”
“야현이라는 자는 여전히 천상객잔에 머물고 있답니다.”
개방 북경 분타주가 자신들이 북경으로 들어서자마자 만나자는 것을 보면 특별한 사안이 생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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