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31
EP.131 시간의 탑 – 2
난 시무룩해진 괄테이락을 달래준 후 으스대는 휠로트에게 꿀밤을 먹였다.
그녀도 눈물을 글썽거리긴 했지만 일단 무시.
난 모두의 시선을 끌고 탑을 가리켰다.
“최종 목표는 저 탑의 최상층에 올라가는거야. 다만 탑의 각 층을 제압하는데는 제한시간이 있어. 그 이상 탑에 머무르면 시간의 틈에 갇혀버리지.
게임을 진행할 때도 이 탑을 공략할 때 제한시간이 있었고, 그 제한시간이 끝나면 캐릭터 중 하나가 말했었다.
– 시간이 됐으니 오늘은 돌아가자.
그리고 강제 퇴장되었었다.
물론 지금은 게임과 다르니 강제퇴장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 층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각층에 비치된 세가지 시련을 통과해야해. 그리고 그 시련은 최대 3명까지 입장이 가능하지.”
“즉. 우리 아홉명만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팔짱을 낀 채 신음하던 레이시가 한마디 내뱉은 순간 모두의 눈이 번뜩였다.
단 세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를 구성해야 한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현자. 넌 어떻게 할거야?”
눈치게임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사이론이었다.
시련 같은 것이라면 분명 무지성으로 싸우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을 할 것이고.
그것은 많은 스킬을 쓸 수 있는 사람과 같이 다니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나고.
힐과 더불어 지원스킬을 전부 쓸 수 있는 현자가 있고 없고에 따라 공략의 난이도가 크게 바뀔 것이다.
“사실 파티 구성은 이미 해놨지.”
“잠깐만. 현우야. 저기에는 너희들만 들어갈 수 있는거야?”
베로니카가 떨떠름해하며 나섰다. 그녀도 참가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는 힐끔 용사파티원들을 보았다.
“나도 참가하고 싶은데. 솔직히 너희 아홉명만 가는 건 좀…”
현자인 나.
마법사인 카린.
그리고 주술사인 사이론과 연금술사인 케루빔.
이 넷을 제외하곤 지원기가 마땅치 않다.
특히나 장기전에서 버틸 수 있는 회복과 버프, 적의 힘을 약화시킬 디버프를 쓸 수 있 건 나와 사이론 뿐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혼란을 잠재우는 것과 추종자들? 그 자들을 막는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이…”
“추기경의 마음은 아나 그래서는 안되오.”
“아, 아니 뭘 안다고… 그보다 왜?”
“간단해. 자격이 없는 자들은 치명적인 디버프를 받거든. 지속적으로 마력과 정신력이 감소해.”
“윽. 그, 그건.”
괜히 여덟 별의 추구자를 모집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칙령이 내려지기 전 괄테이락이 직접 찾아와 설명을 해주지만 그 전에 내가 모두를 모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었다.
“현자.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았나보군.”
“요점만 얘기했어. ”
“그런가.”
저 탑에서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자격이 있는 아홉명 뿐.
그리고 크로노스의 추종자들이 세를 넓혀갈수록 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탑은 한층을 공략했을 때 잠시간의 공략 불가의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다음 층이 개방되었을 때 탑에서 나오는 마물이 강해진다.
그 외에 주의사항들을 괄테이락이 차분하게 설명했고 베로니카는 씁쓸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외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거네.”
“그렇지. 바깥에서 제대로 안해주면 내부에 있는 우리가 힘들어져.”
베로니카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탑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자격이 되지 않고, 바깥에서 할 일도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그럼 지금 들어가보겠소?”
괄테이락은 열려 있는 탑을 가리켰다.
내부를 파악할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이 탑 내부에 있다.
난 그곳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준비할 것이 많으니 지금은 안된다.
“그런가.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니 이만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 이곳은 저주받은 황야. 오래 머물러 좋을 곳이 아니라오.”
“그런데 괄테이락. 당신은 왜 계속 여기 있는거죠?”
“나의 주인이신 코스모께서 지시를 내리셨으니까. 크로노스는 위대한 코스모의 적. 그 말은 나의 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오. 그 신의 계획을 막는 것이야말로 나의 사명이지.”
“혼자 위험하지 않겠어요?”
괄테이락은 피식 웃었다.
마치 자신이 위험하면 위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자신감이 드러나 있었다.
저게 아까 대사 뺏겼다고 삐진 괄테이락이 맞나 싶다.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일단 여기는 괄테이락에게 맡겨두자고.”
“음. 이곳은 맡겨다오. 마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아주지.”
콧김을 뿌뿌 내쉬며 괄테이락은 창을 바닥에 꽂고 팔짱을 꼈다.
아까 그 모습만 아니라면 게임에서 나왔던 것처럼 참 멋있었을텐데…
왕궁으로 돌아오자 여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여왕 뿐만이 아니다.
저번 엘프의 숲 역병사건이후로 맺어진 종족연맹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래. 어떻게 되었나.”
자연스럽게 대표가 된 나는 회의에 참가해 사정을 설명했다.
크로노스, 그의 추종자.
그리고 저주받은 황야에 나타나는 탑과 탑에서 배출되는 마물들.
그리고 그들의 목적.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게임의 이벤트때도 그랬다.
명성이 낮은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대표가 되면 의견을 부정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나랑은 관계 없는 이야기였다.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 말을 무시하겠나.
“현자의 말이라면… 믿지 않을 수 없군.”
수인족에서 보낸 대리인인 표범 수인 와이즈가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시작으로 하나 둘 씩 동의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동의한 순간.
[세치 혀로 지배자들을 설득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달성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DLC 메인 이벤트의 업적이라 특별한 보상은 없었지만 그래도 달성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기저기서 떠들긴 했지만 이미 이들은 종족연맹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있는 이들이다.
모두 함께 잘먹고 잘살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종족연맹인 만큼 자기 종족만을 우선시여기는 이들은 드물었다.
좋아.
이정도면 외부 쪽은 그냥 맡겨도 되겠군.
“그렇다면 현자. 그대에게 탑의 공략을 맡겨도 되겠소?”
바라던 바다.
난 여왕을 향해 웃어주었다.
“물론입니다.”
회의장에서 나온 나는 별관으로 복귀하는 대신 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DLC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었으니 미뤄 둔 업적을 따러 가야한다.
-휘이이잉…!!
순간이동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황야였다.
그저 이 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미친듯한 고독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은 황야가 가진 음울함을 두려워라도 하는 듯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별들마저 몸을 숨긴 황야에서.
난 발걸음을 옮겼다.
-취이이익!!
내 발소리를 들은 마수들이 어둠 속에서 위협하듯 비명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들은 내가 있는 곳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저주받은 황야에서도 아주 특별한 곳.
바로 공간의 외신 코스모를 모시는 신전의 근처니까.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에 타격을 주는 곳이 바로 저주받은 황야다.
하지만 정확히 신전의 경계를 넘어선 순간 저주받은 황야 패널티로 소모되는 정신력이 배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코스모를 숭배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이 감소될 수록 두통이 심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신전의 중앙으로 향했다.
“후… 전능하신 코스모시여, 영원한 우주의 색채로서 날 보호하소서. 그리하여 공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기도문을 외울수록 두통이 심해진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계속. 계속. 계속.
“전능하신 코스모시여…”
그리고 정신이 멍해지는 어느 한 순간.
공간의 틈이 아주 미세하게 열렸다.
됐다.
그 틈을 향해 난 잽싸게 저번에 얻었던 외신의 힘의 파편을 넣었다.
[신의 흥미를 끈 자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스킬 : 호가호위를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 신에게로의 추방을 획득하였습니다.]
됐다.
DLC 메인 스토리 공략을 위해 짜둔 내 청사진에서 필수인 스킬.
신에게로의 추방을 획득했다.
자. 그럼 시험이다.
난 바로 신전을 나왔고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지 커다란 마물 하나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열개의 다리와 수백의 눈을 지닌, 마치 거대한 거미와 같은 형태인 마물이 거대한 낫 같은 앞발을 들어올리며 포효를 하자 난 곧장 스킬 ‘호가호위’를 발동시켰다.
-키이이이익?!
방금 전까지 날 먹이로 보던 마물의 상태가 변한다.
처음은 의아함.
두번째는 경악.
세번째는 공포.
호가호위 스킬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을 매개체로 이용해 자신의 뒤에 외신의 위엄을 드러내는 것이다.
외신은 설정상 정신이 약한 자들은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닌 신이다.
그런 신의 위엄을 아주 조금 빌리는 것만으로도 지성이 낮은 마물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굉장하지만 호가호위의 본질은 이런 것 따위가 아니다.
애초에 겁 주는 거야 다른 스킬로도 가능한데.
이게 유니크 스킬인 이유는 단 하나.
난 점점 미쳐가며 스스로 자신의 다리를 떼어내는 자해를 시작한 마물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신에게로의 추방.”
호가호위에 굴복한 상대에게만 쓸 수 있는 스킬.
‘신에게로의 추방’이 발동되자 거미 마물의 주변에 공간의 틈이 발생했다.
아까 전 보았던 아주 미세하고, 실금과 같은 수준의 틈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엑!!
거미 마물이 발버둥친다.
자신의 몸이 저 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발동된 스킬은 취소할 수 없었고, 결국 거미 마물의 몸은 실금과 같은 틈에 닿아버렸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거미 마물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흔적을 감춰버렸다.
설정상으로는 신에게로의 추방에 당했을 시, 코스모에게 보내진다고는 하지만 진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플레이어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생기지 않는 스킬이니까.
그리고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 스킬을 써서 적을 배제하면 보상도, 아이템도 얻을 수 없지만 위험만큼은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좋아.
이거라면 확실히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겠군.
난 새롭게 얻은 스킬에 만족하며 왕궁으로 순간이동을 시전했다.
“…뭐야?”
별관에 도착했는데 몇몇이 정원에서 있었다.
베로니카와 루실, 휠로트.
그리고 구석진 테이블에서 뭔가 생각하듯 차를 홀짝이는 클레어와 듀얼을 하고 있는 친, 케루빔.
그리고.
서로를 향해 인상을 쓰고 있는 레이시와 사이론까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내가 의아해하자 우물쭈물거리며 눈치싸움을 하던 레이시와 사이론이 내게 다가왔다.
“야.”
“어? 왜?”
“오늘부터 너에 대한 지지관계를 철회할게.”
“허.”
“앞으로 현자와 나는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한몸으로 일체가 되기로 한다. 현자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어.”
사이론은 꽤나 진지하게 말한 후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나랑 같이 파티하지 않을래?”
그녀가 선수를 쳤기 때문일까? 레이시는 더욱 빠르게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현자. 내가 미치는 꼴 보고 싶나?”
왜 여기서 서로 기싸움하나 했네.
나랑 같이 파티하자고 온거군.
근데 이를 어쩌나.
“너희 둘은 같은 파티 해야 해.”
순간 둘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씩 웃고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외쳤다.
“그럼 우리랑 같이 가!”
“그럼 우리랑 같이 가!”
그 강렬한 영혼의 외침에 난 한치의 물러남 없이 대꾸했다.
“용사가 너희들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니까 용기내서 싸우렴.
난 힐끔, 정원 구석에 앉아 차를 홀짝이는 클레어를 보았다.
꽤나 놀랐는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마시던 차를 주르륵 흘려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