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69
EP.169 그걸 어떻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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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제대로 된 식당부터 빌리는 것이 우선이다.
난 도시 내부에 있는 가장 좋은 식당을 찾았다.
“어서오십시오. 현자님.”
전에 베로니카가 예약했던 식당이 제일 좋은 식당이었다. 난 주인에게 사정사정하여 식당을 통째로 빌렸다.
오늘은 휴일이라 장사 안한다는 주인은, 내가 베로니카에게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하자 능글맞게 웃었다.
“이야~ 낭만적이네요. 예! 그래야죠! 사실 저도 제 아내에게…”
커다란 덩치에 험상궂은 인상을 한 남자가 아직도 자기는 현역이며 아내를 사랑한다 어쩐다 떠드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식당 주인과, 직원들에게 특근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해줬으니 괜찮겠지.
“다만… 연주가가…”
“이런.”
원래 이런 곳의 연주가들은 하루 연주하고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식당이 휴일이기에 오늘은 고용을 하지 않았고, 기존에 고용하던 연주가들도 아마 다른 식당에서 일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난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내가 찾아보도록 하지.”
“예. 그럼 준비해놓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아는 연주가 중에서도 연락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식당을 나온 나는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평소에는 그렇게 많던 길거리 연주가들이 왜 하나도 없어?”
“이야! 이게 누구야?! 현자님 아냐?!”
“…아냐. 넌 아냐. 넌 진짜 아냐.”
걸어오고 있는 것은 리자드맨 연주가.
힙스터스러운 복장을 한 채 건들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라크였다.
하필이면 왜!
“…뭐야? 나 상처받으려고 하는데. 아무튼, 로렌디 식당의 주인에게 연락 받았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연주가가 진짜 이놈 밖에 없었단 말인가?
“다른 연주가를 찾는 거라면 포기하는게 좋을걸? 그냥 받아들여. 현자. 내 신곡이 어제 완성된 것처럼 오늘 네가 프로포즈를 하려는 것이야말로 ‘운.명’이라고.”
아니 이 새끼가?!
그 말에 굉장히 불안해졌다.
내 부관인 프랭크가 괜찮다고 할 때처럼.
난 날 향해 싱글벙글 웃으며 류트를 들어올린 라크를 보다가 고민했다.
….그냥 음악은 뺄까?
라크를 거의 협박에 가깝게 설득한 후에 그가 제대로 연주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래도 라크가 음악적 방향이 이상해서 그렇지 실력은 확실하니까.
그렇게 그를 고용하고 난 이후에도 할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난 바로 드워븐 시티로 향했다.
“엥? 뭔 일이냐?”
“마락스. 부탁이 있어요.”
“뭔데 그렇게 심각하게 말해?”
“헤인스본의 다이아몬드 있죠? 순수의 금도 있고.”
“어? 그거? 있지. 그건 왜? 근데 그거 남자가 여성에게 프로포즈 할 때 쓰는 보…”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찬장을 열다가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활짝 웃으며 물었다.
“뭐야! 뭐야! 프로포즈하냐?! 야야야!! 다 모여봐!! 현자가 프로포즈한단다!!”
마락스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드워프들이 전부 모였다. 그들 모두 나와 친한 드워프들.
우글우글 모인 그들은 마치 빨랫터 아줌마들마냥 수근거리리기 시작했다.
“누군데? 누군데?”
“용사 아냐? 근데 내가 보기에 용사 걔는 좀 아닌 것 같던데.”
“그 제자? 이봐. 현자. 군주와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라고.”
“어? 그럼 여왕을 꼬시는건가? 히야… 연상킬러!”
“아녀. 아녀. 내가 보기엔 베로니카 그 추기경이 딱이구만. 그 처자가 참 실한게 현자랑…”
“베로니캅니다.”
“거봐!!”
베로니카를 언급한 한 아주머니 드워프는 우쭐해했고, 그녀에게 다들 박수를 쳐주었다.
“그래서? 언제 결혼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일단 프로포즈부터 해야합니다.”
“그래서 헤인스본의 다이아몬드와 순수의 금을…”
“그것보다는 록파드의 토파즈가 낫지 않을까? 그리고 순수의 금보다는 언약의 은이…”
“에이. 이왕이면 토파즈보다는 심해의 루비가 최고지. 순산을 기원하는 다산의 타이타늄도…”
“이왕이면 세공 쪽에 장식을 더 하자고. 반지 테두리에 미스릴을 바르는 건 어때?”
“미스릴 바를바에는 올크네를 덧씌우는게 낫지.”
“에이~. 올크네 덧씌울 바에야…”
이왕이면 병이 기본 패시브나 다름없는 드워프들이 아예 절대반지를 만들려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가능하다면 좋은 반지로 만들어서 청혼을 하고 싶지만 저러다간 진짜 한도 끝도 없겠다 싶었다.
“프로포즈는 오늘 할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만들어야 해요.”
“쯧. 거 번갯불에 콩구워먹을 것도 아니고… 진작 만들 것이지. 프로포즈 좀 늦추면 안되나?”
“그래. 그래. 한 이십년 정도만… 그럼 전설의 프로포즈용 반지가 만들어 질 것 같은디.”
“이 사람아. 현자님이 그렇게 좋아 어쩔 줄 모르시겠다잖아! 아무튼 속이 없어요! 속이!”
마락스의 등짝을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린 드워프 아주머니.
그의 아내 록하니 씨는 씩 웃었다.
“내가 드워프들 중에서 세공은 제일 끝내주니까. 내가 직접 맡아줄게. 하루? 그정도면 충분하지. 내 모든 열정을 쓴다면!!”
“그래도 제가 만들고 싶어서… 그냥 도와만 주시죠.”
“앗. 아아… 그, 그렇다면야. 그러지 뭐! 뭣들해?! 다들 일 안해?!”
“오!!”
드워븐 시티가 바쁘게 움직인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난 반지를 만들었고.
걸작에 속할정도의 아름다운 청혼용 반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근데 이게 다야? 제대로 된 건…”
“그건 또 나중에…”
“아무튼! 결혼하면 꼭 불러줘!!”
“예. 고맙습니다.”
“쯧. 뭐 이런 걸 가지고.”
프로포즈용 반지를 구했지만 쉴 틈은 없었다.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준다는 화려한 꽃들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난 엘프의 숲으로 향했다.
“로신의 꽃? 그거 프로포즈용 꽃이잖습니까.”
로렐리아는 신기해하며 날 보다가 피식 웃었다.
“현자님도 결혼을 하긴 하는 모양이군요. 누군가요? 그 복받은 여자는. 에반젤린? 은 아닌 것 같고…”
“베로니카.”
“아. 그 추기경님… 후후. 잘 어울리긴 했지. 좋아요. 저희 엘프의 숲은 현자님께 큰 도움을 받았으니. 행복을 전해준다는 로신의 꽃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로렐리아는 웃으며 나를 데리고 마을 가장 안쪽으로 향했다.
넓은 공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아름다운 백색의 꽃.
약속의 꽃이라고도 불리며 프로포즈 할 때 한송이 받는 것만으로도 여자들이 무척이나 기뻐하는.
최고급 향수를 만들 때 쓰이는 주재료 중 하나인 로신의 꽃을 가리키며 로렐리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원하는만큼 가져가세요.”
“그렇다면야.”
최대한 섬세하게, 가장 좋은 꽃들만 골랐다. 그렇게 꽃다발을 만들 정도로 가득.
그리고 가게에 장식할 다른 꽃들까지 내가 챙기자 로렐리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부디 성공을!”
“하하. 그거 고맙네.”
자. 꽃도 구했고.
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를 맞이하러 갈 시간이다.
준비한 것은 로신의 꽃과 안개의 꽃들로 만든 작은 꽃다발.
심장이 두근거린다.
긴장감에 심호흡을 하며 교회 입구의 벽에 기대고 있을 때.
교회의 계단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노을로 붉게 물든 하얀 계단으로 은발의 미녀가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넋을 잃었다.
베로니카가 이렇게 예뻤었나?
“후우우…”
가슴이 뛴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내가 말해야 할 것들이 머리 속에서 폭풍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옳은 단어를 선택해야한다.
“…현우야.”
베로니카의 얼굴이 붉은 것은 노을 때문일까? 아니면 기대감 때문일까?
나도, 베로니카도.
서로가 할 말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꺼내는 멋 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예쁘네.”
“…후후.”
베로니카는 저번에 입었던 새하얀 정복을 입고 있었다. 평소 입는 수녀복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청순함을 돋보이게 하는 정복을.
오늘의 만남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리라.
그것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거.”
“…어? 어어… 으응…”
난 한송이 꽃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베로니카는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그리고 기대감과 열망을 품은 청록색 눈으로 날 응시했다.
“…이거. 무슨 의미야?”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의미겠지.”
“읏.”
말문이 막힌 듯, 베로니카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나는 손을 내밀었다.
“에스코트. 해도 되겠지?”
“…물론이지. 현우야. 난 말야.”
살며시 내 손을 잡은 베로니카는,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손가락과 손가락을 엮었다.
“네가 바라는 것이라면 뭐든 웃으며 받아들일거야. 그게…”
“….”
말이라는 것은 아주 신기한 것이다.
단 한마디 말로 사람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상처를 만들기도 하지만.
단 한마디 말로 사람의 마음을 크게 들뜨게 만드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
이 세계에 와서 내가 받은 상처들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베로니카의 달콤한 말은 내 마음을 흔들고,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뭐든지.”
원래는 쉬는 날이었던 식당은 한정예약이라는 팻말을 걸어 두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정장까지 차려입은 주인과, 그의 아내가 나와 베로니카를 맞이했다. 그들의 모습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베로니카는 살짝 인사했고, 우리는 차분하게 옥상으로 이동했다.
“와아… 헉.”
옥상에 있는 많은 꽃과 장식이 좋은 향기와 함께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었다.
그것에 감탄하던 베로니카는 한쪽에 류트를 들고 앉아 있는 리자드맨을 보고 딱딱히 굳었다.
“현우야…?”
“아. 아냐! 이번엔 아냐! 야! 라크!”
라크는 천천히 류트를 튕겼다. 흘러나오는 것은 부드럽고 은은한 음악.
게임의 BGM중에서도 좋기로 소문난 연주였기에 베로니카는 살짝 안도한 듯 한숨을 폭 쉬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이번에는 뭘 대가로 라크를 꼬신거야?”
“음. 그건 또 나중에 설명해줄게.”
“후후후. 기대할게.”
3층에 마련된 단 하나의 자리. 그곳까지 베로니카를 데리고 간 나는 의자를 빼주었고, 그녀는 다소곳하게 앉았다.
송글, 긴장 때문일까? 그녀의 이마에서 한방울 구슬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잡아? 응? 그리고 너 내가 그 옷 입지 말라고 했지? 아까 올 때 사람들이 얼마나 쳐다봤는데.”
역시 황제의 옷 답군.
그저 입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치솟는 옷.
다만, 이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베로니카를 흔들리게 할 수는 없었다.
혀를 날름, 장난치듯 귀엽게 웃어보인 베로니카는 휙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이 보잖아.”
“뭐 어때.”
“흥.”
콧방귀를 뀌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난 웃어보였다.
그렇게, 주인이 직접 서빙을 하며 요리를 가져온다.
라크는 자신의 음악성이 아닌 대중성을 중심으로 한 연주만을 이어가고.
베로니카와 식사를 하며 나눈 이야기들은 우리를 웃음짓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의 화제들 뿐이었다.
그렇게.
식사가 점점 끝나가고, 라크도 밑으로 내려가 자리를 피해주자 난 고민했다.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꺼내야하지?
가장 먼저 알려야 할 것은 내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인데.
거기서부터가 고민이 된다.
화두를 어찌 꺼내야 할까.
고민. 또 고민.
그런 나를 향해 베로니카는 또 아무렇지 않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렇게 고민을 해?”
“…그게.”
“너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인 거 아니까 부담갖지 말고 말해.”
“응. 그래. 나 다른…”
응?
잠깐만.
난 눈을 크게 뜨고 베로니카를 보았고, 그녀는 와인을 한모금 마신 후 발그레한 얼굴로 날 보며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따가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