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74
EP.174 상식이잖아 – 1
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겁먹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필사적으로 달래는 교사들.
그들에게 모두 폭탄조끼가 입혀져 있었다.
원격으로 작동하는 폭탄인가?
난 폭탄조끼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한쪽에 심호흡을 하며 헐떡이는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빨리 와!!”
“아, 예! 예!!”
난 허둥거리며 피흘리는 인질범에게 다가갔다. 어깨에 구멍이 뚫려 있는 그는 일본어로 욕지기를 계속 퍼부으며 아프다고 지랄을 하고 있었다.
머리에 총알을 꽂아주고 싶지만 일단 참자.
지금은 인질을 구하는 것 우선이니까.
“관통상입니다. 일단 진통제부터…”
“빨리 해!!”
그렇게, 그를 치료하며 난 인질범들을 살폈다.
그 중, 가장 덩치가 큰 놈.
아마 이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놈의 손에 기폭장치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다중 기폭장치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기에 난 진통제를 놔준 후 다른 인질범들을 보았다.
“저기. 사, 상처들이 꽤나 있으신데…”
“…흠.”
교전을 하며 입은 상처들을 가리키며 치료해준다 하자, 인질범들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역시 수준 높은 테러범들은 아닌 모양이다.
나야 좋지.
난 그들의 상처를 꿰메주고 약을 발라준다는 명목으로 한명씩 차례대로 살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따로 기폭장치는 없었다.
“여, 여러분들은. 저기. 전부입니까?”
“…그런 걸 왜 물어보지?”
작전관의 말에 따르면 인질범은 총 열 둘.
소총을 든 놈은 몇 없고 대부분 권총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폭약이 있으니 쉽게 상대할 수는 없겠지.
“아, 아닙니다! 그럼…”
난 가방을 들고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고 한 아이를 진찰하는 척 하며 폭탄조끼를 살폈다.
역시 기폭장치에 의해 폭발하는 구조다.
다만 이 구조는…
아니.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리할 곳은 기폭장치를 들고 있는 놈 근처.
“흐이이잉…”
“엄마아… 엄마아…”
흐느끼는 아이들 중에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 열살 남짓해보이는 소녀가 퉁퉁 부은 눈으로 날 멍하니 바라보자, 난 그녀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해준 후.
-퍼어어엉!!
섬광탄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으아아악!”
“칙쇼!!”
“꺄아아악!!”
팽팽히 당겨진 실 같은 긴장감이 끊어지며 혼란이 찾아온다.
놈들은 비명을 터트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총을 쏘는 놈들은 없었다.
그저 갑작스러운 섬광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할 뿐.
역시 초짜들이구나!!
-퍼어억!!
“꺼어억!!”
리더로 보이는 놈의 가랑이를 걷어차자 그놈이 신음성과 함께 쓰러진다.
떨어진 기폭장치를 빠르게 챙기고 놈의 권총을 빼앗아 한놈.
-타앙!!
그리고 또 한놈.
-타아앙!!
-와장창!!
두발째의 총알이 두번째 테러범의 머리를 관통한 순간 창문이 깨지며 동료들이 돌입했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챙그랑!!
대기하고 있던 저격수의 총알이 소총을 든 인질범들에게 꽂힌다.
그것을 시작으로 프랭크와 구스타프가 든 소총이 불을 뿜는다.
“으아아아악!”
비명, 비명, 비명.
테러범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에 나도, 프랭크도, 구스타프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저 놈들이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인질을 잡아 테러를 하려는 놈들이라면.
우리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니까.
“구스타프!! 인질들 내보내!!”
“라저!”
아직 남은 몇놈이 기둥 뒤로 은폐했다.
저 놈들이 나서서 인질들을 쏜다면?
유탄된 총알이 폭탄이나, 아니, 아이들의 몸에 맞는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난 저격수, 프랭크와 함께 그들이 아예 나서지 못할 정도로 계속해서 사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구스타프의 안내에 따라 인질들이 빠져나간다.
그래.
이걸로 된…
“…이런 씨발.”
마지막 아이들이 강당의 철문을 통해 나가려는 찰나였다.
2층의 방송실에서 한놈이 튀어나온다.
아무리 현장에서 작전이 꼬이는게 다반사라지만.
일본 정부와 작전부에서 파악한 인질범의 수는 열두명이었고, 그 열두명 지금 다 여기 있는데 저 놈은 또 뭐야?
그리고 들고 있는 건…
로켓런쳐?!
“빌어먹을! 저 새끼 얘기는 없었잖아!”
프랭크의 비명과 같은 욕설에 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쏘아진 총알이 놈에게 맞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콰아앙!!
총에 맞으면서도 놈은 쏘아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조준은 빗나갔고, 날아가는 탄은…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문 쪽으로 향해지고 있었다.
순간 시간이, 의식이 멈췄다.
그러며 떠오르는 것은 파괴된 벽의 파편에 아이들이 맞아 쓰러지는 모습.
폭발에 휘말린 내가 죽어가는 모습.
환각일까?
아니면…
그때였다.
[물론 특전은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특전.
다른 세계에 갔다온 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라면…
나는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콰아아아아앙!!!
***
거대한 폭음과 흙먼지에 프랭크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설마.
설마.
“젠장!! 소….오….옹?”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오 하느님 맙소사…”
현우의 주변에.
은은한 푸른색 막이 펼쳐져 폭발의 여파를 완전히 막아내버렸기 때문에.
“티, 팀장. 괜…”
푸른 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현우는 총을 들었다. 폭발을 틈타 나오려는 놈들을 전부 쏴버린 후에야 그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쏭!! 어떻게 된거야? 방금 그건?!”
그의 질문에, 현우는 피식 웃었다.
“글쎄…”
잠시 자신의 손을 보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세계에 갔다오면 힘도 가져오는 것이 ‘상식’ 이잖아?”
“…어… 저기. 쏭. 머리 다쳤어?”
현우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절대 믿지 못할 일이.
그동안 수도없이 죽였던 사이비놈들이나 종교단체 놈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신의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이 완전히 끝났다고는 볼 수 없었다.
현우는 가랑이를 맞고 기절해 있던 놈을 깨운 후.
-탕!!
“끄아아아악!!”
그의 귀에 총을 쏴 날려버려 버리고 물었다.
“너희들. 총은 그렇다고 치고 폭탄들. 전부 어디서 구했지? 그리고 로켓런쳐도 그렇고. 또 이 기폭장치, 그리고 폭탄조끼 제조방식. 동양 쪽에서 쓰는 것과는 좀 다른데. 이 쪽은 삼합회 쪽에서 무기판매를 독점하고 있거든. 걔들이 파는 것과는 좀 달라.”
“크, 크흐흐… 내가 말할… 것 같나…? 변호사를…”
-푹!!
“아아아악!!”
“뭔가 착각하는 모양이네. 우리. 자위대 아냐. 그러니까 인권같은 거 얘기하지 말고. 들어 줄 생각 없으니까.”
컴뱃 나이프로 복부를 찌른 그가 상처 안으로 손을 쓱 밀어 넣었다.
무뚝뚝한 얼굴로 장기를 만지작거리던 현우는 인질범이 기절하자 각성제까지 놓아주며 깨운 후 물었다.
“그냥 말하고 자위대에게 잡혀가는게 낫지 않겠냐?”
“흐. 흐흐… 아아악! 마, 말할테니까! 말할테니까!!”
“뭔데.”
“도, 도쥬회에서… 제, 제공을…”
“거짓말.”
현우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그의 피로 물든 손가락을 들었다. 그것을 왼쪽 눈가 쪽으로 가져가며 살며시 밀어 넣는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도쥬회는 나도 아는 곳이야. 거기 이제 몰락하고 있어서 삼합회가 무기를 안대주거든. 특히나 저정도 폭약과 무기는 말야.”
이런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무기상들과 엮이게 된다.
무기상들은 전쟁과 죽음을 파는 자들.
하지만 그들도 무조건적으로 물건을 파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나 한국이나 일본처럼 치안이 좋은 곳에 무기를 판매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잘못 걸리면 진짜 골치아파지니까.
물론 뜨내기들이 무기를 멋대로 파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지금 이들이 갖고 있던 폭약의 양은 결코 뜨내기들이 일본까지 보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거기에 삼합회의 눈치도 봐야하니 더 그럴 것이고.
즉.
이들에게 물건 판 쪽은 뜨내기가 아니고, 삼합회를 비웃을 정도의 세력을 갖춘 놈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놈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아악! 카아아아악! 아, 아랍인!! 아랍인들이었어!!”
아랍인이라는 말에 뭔가 하나가 번뜩였다.
난 나도 모르게 프랭크에게 눈을 돌렸다.
“…혹시 왼쪽 눈에 상처가 있는 놈…?”
“그래! 그래! 두개의 뱀과 같은 긴 상처가 있는…”
프랭크는 침음성을 흘렸고, 난 그를 보았다.
“스카 아냐?”
스카.
국제수배된 아랍계 테레범이며 프랭크의 원수.
그리고, 세계 테러 진압회와 블라디 중장님에 의해서 몇번이나 실패해 부하와 세력을 꽤나 잃은 놈.
그는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그 개새끼. 반드시 잡…”
그때였다.
인질들을 데리고 나갔던 구스타프가 당혹감이 격렬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송!! 지휘부가 있는 호텔이 습격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
“…뭐?”
그는 기절 직전인 놈의 멱살을 잡았다.
“너희. 그 눈에 상처 있는 놈이 이 테러를 언제 하라고 말했었나?”
“…그걸… 어떻게…”
빌어먹을.
짧게 욕지기를 내뱉은 현우는 놈을 내팽개친 후 프랭크가 가진 무전기를 들고 외쳤다.
“양동이다. 스카. 그 놈이 노리는 건 블라디 중장님이었어.”
***
프랭크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본 나는 내게 다가온 자위대 간부와 경시청 사람들에게 사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의아해하던 그들의 표정이 굳고, 황급히 어딘가로 전화하던 그들은 더더욱 굳어버렸다.
“그럼 지금 호텔 쪽에…?”
“아마 그러겠죠. 지원 부탁해도 됩니까?”
“어… 그게…”
난처해하는 그들을 보니 별 의미가 없어보였다.
하긴 상대가 상대이니 나서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냥 통제만 좀 해주십쇼.”
“아니. 그 대책본부를 세…”
난 경시청의 높은 분을 향해 한숨을 쉬었다.
대책본부? 지금 우리 사령관이 공격당하고 있을텐데 대책본부 따위를 꾸린다고?
아니 그걸 떠나서.
지금 지휘부가 있는 곳에 베로니카가 있다.
“쏭! 준비 됐어!!”
저격을 하던 동료들까지 승합차에 타는 것이 보인다. 난 기자들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과 자위대원들을 가리켰다.
“뒤는 부탁합니다.”
“잠깐! 잠깐만…!!”
그들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기다려 줄 이유는 없었다.
승합차에 타자 한때 F-1레이서 출신이었던 홍콩인, 량 웨이는 거침없이 운전을 시작했다. 길을 빠르게 파악한 그가 신호위반까지 서슴없이 해가면서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가 연락을 받은지 1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솔직히 10분이면 우리가 해도 저 호텔 하나 제압하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로 호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가져 온 장비들을 챙기며 내부와 연락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일단 내가 들어가볼게.”
“어? 괜찮겠어?”
방탄복에 헬멧을 쓴 나는 총을 잡았다. 그런 나를 향해 구스타프가 말리려 했지만, 프랭크는 되려 무기를 챙길 뿐 이었다.
“스카 그 개자식을 잡을 수 있다면… 난 죽어도 좋아. 같이가. 쏭.”
복수귀의 눈에 귀화가 서렸다. 키가 2m도 넘는 그는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말린다면 아마 여기서 난리를 치겠지.
“가자고.”
“…고마워. 쏭.”
우리는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자들.
그런 이들에게 복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총 물고 죽으라는 말과 같다.
그러니 그가 간다면 함께 가줄 뿐.
“쏭. 그런데 그 에스퍼스러운 일은 뭐였지?”
다른 부대원들이 엄호를 하기 위해 무기를 꺼내든다.
준비가 되자 진입하려는 찰나 프랭크가 물었고, 나는 대답하려다가 호텔 로비 쪽을 보고 말을 멈췄다.
“하. 하하하하…”
“…뭐야. 왜 웃…”
내가 가리킨 쪽을 보며 프랭크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의 로비에 있는 것은 쓰러져 있는 무장한 자들.
그리고.
그들을 가운데 서 있는 것은 다름아닌.
만인을 치유하고, 모두를 지키는 후광을 드러내며.
부상을 입은 이들을 성력으로 치유해주는 은발의 미녀.
베로니카였기 때문이었다.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왼쪽 눈에 상처가 입는 남자를, 악마 숭배자들 두들겨 패듯 삼단봉으로 머리를 깨버리던 그녀가 우리 쪽을 향해 배시시 웃는다.
그 모습에 프랭크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개쎄네. 쏭. 절대 바람피면 안되겠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려던 스카를 잡아 바닥에 내리 꽂고, 걷어 차 기절까지 시킨 후에야 그녀는 폭력을 멈췄다.
그런 그녀의 뒤에 있는 것은 지휘부의 전사들.
모두 황당함과 경악에 물든 채 베로니카를 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오직 한 곳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뿐 이었다.
“베로니카!”
“현우야!!”
베로니카가 세긴 하지.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갸냘픈 여인일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포고촌치킨님 후원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말물말물입니다.
이제 본편 엔딩까지 네편 남았네요.
그거 끌기도 좀 그러니 그냥 내일 네 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못 올리는 이유는 아직 퇴고를 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