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22
EP.22 창백의 달 – 1
목표는 발견했으니 이제 움직이는 것만 남았다.
달의 신전에 들어가는 것은 나와 윌커스, 라크, 그리고 베로니카.
이 네명은 후방에서 대기하다가 용사파티와 별동대가 교회에서 신전을 지키는 놈들을 공격하는 사이 그때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자. 다들 준비해.”
그때였다. 멀찌감치서 눈치를 살피던 클레어가 다가 온 것은.
“라크씨. 연주가들은 던전보다는 외부에서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죠?”
“응? 어. 그렇긴 한데.”
“그럼… 만약 현우가 허락해준다면 제가 대신 들어가도 될까요?”
“엥? 뭐 그거야 상관없긴 한데. 이봐. 현자님. 괜찮아?”
파티 구성을 맡은 것은 나, 결국 내 허가가 있어야 라크가 움직일 수 있다.
그렇기에 클레어는 내게 다가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저기… 현우야. 만약 내가 싫다면 레벤티아나… 에반젤린이라도 좋아. 라크 씨보다 더 네 지시를 따를 수 있어. 만약 네가 원한다면…”
“목숨이라도 바치겠다고?”
끄덕.
먹구름이 낀 것처럼 흐릿한 얼굴로 클레어는 살짝 고개를 주억거렸다.
멀찌감치 서 있는 레벤티아와 에반젤린 역시 그녀와 비슷해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저, 그저 간절하게 이쪽을 바라보기만할 뿐.
“흠. 파티 구성에 연주가가 필요한 것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사이 베로니카가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에 클레어는 움찔 어깨를 떨고 물기 섞인 눈으로 날 응시했다.
“어떻게 할거지? 현자. 네 의견은 존중하겠다. 물론 너라면 인원이 변경되어도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겠지. 하지만.”
“하지만?”
“네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그게 가장 좋은 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창백의 달 이벤트의 마지막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베로니카고 나머지 인원은 그녀를 서포트하는 수준이면 되니 말이다.
왕국군에게 백악의 야수 상대법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가르친 상황에서 파티 구성은 내게 큰 의미가 없는 일이긴 했다.
“교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교를 처단하고 위협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베로니카의 단호한 말에 클레어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녀를 차분히 응시하다가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베로니카 추기경님.”
“그래. 용사. 왜 그러나?”
“지금 하시는 말씀은… 순수하게 교회를 위해서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추기경인 내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현우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텐데요. 그리고 저희는 오랫동안 현우와 손발을 맞춰왔어요. 그러니…”
“오. 그렇게 손발을 맞춰서… 그런 일을 벌였나?”
히죽, 베로니카의 입꼬리가 비틀어지자 클레어는 움찔 떨고 고개를 떨궜다.
어째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떠들어대던 윌커스조차 입을 다물고, 라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다.
슬슬 정리 해야겠군.
“그만. 적을 앞두고 내부에서 자중지란을 벌일 필요는 없지.”
“그럼?”
“사전에 계획했던대로 간다.”
클레어는 더욱 어깨를 축 늘어트렸고, 베로니카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렇게 일단락이 나자 라크는 긴 꼬리로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거 괜히 여지를 줬나? 난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험악하게 될 줄은 몰랐지. 쩝.”
“됐어.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너는 맨날 그런 식으로만 말하더라. 그러니까…”
베로니카가 내게 조언을 하려 하자 클레어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모양이네요. 라크씨. 미안해요. 현우야. 미안해. 그럼…”
사과를 한 클레어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자 레오덴 장군이 다가왔다.
“슬슬 시작해도 되겠나?”
“예? 아. 예. 하시죠.”
내 허락에 레오덴 장군은 깃발을 들어올렸고.
준비된 별동대가 빠르게 달의 신전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자. 우리도 갈 준비하자.”
난 기사들이 애용하는 랜스를 들어올렸다. 기사의 스킬인 랜스차징을 이용한다면 길을 뚫기 편할거다.
내가 군마에 올라타자 라크와 윌커스도 준비된 말에 올라탔고.
“엇차.”
베로니카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뒤에 올라탔다.
긴 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고 당당하게 날 끌어안은 그녀를 향해 난 슬쩍 고개를 돌렸다.
“뭐야?”
“난 말을 탈 줄 몰라서.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내가 보호막을 써줘야 하니 같이 타는게 낫지 않나? 전에도 했었고.”
백은 마을에서도 비슷하게 움직인 적이 있었다. 베로니카가 그것을 언급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동안 승마도 안배우고 뭐했냐?”
“추기경이라는 자리가 꽤나 바쁜 자리이니까.”
“추기경님이 막 외간남자 이렇게 안고 있어도 될까 몰라?”
“외간남자라.”
내 농담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거 참 쿨하시네.
저기서 이쪽을 계속 응시하는 저 셋과 다르게 말야.
“아무튼 다들 준비됐지?”
난 말고삐를 한손으로 잡은 채 랜스를 꽉 쥐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되어서인지 별동대와 백악의 야수, 그리고 백월교도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랜스차지이잉!!”
내 랜스에 머리가 터져버린 백월교도의 시체를 말들이 짓밟아 부숴버린다.
“그림자여!!”
이어서 윌커스의 주술로 만들어낸 그림자가 길을 만들어낸다.
-끼이이익! 띵띵띵! 띠리리리링!!
라크의 귀청떨어지는 끔찍한 연주에 백악의 야수들이 멈칫한다.
“빛이 이곳에서 불태우리라!!”
그런 백악의 야수들에게 베로니카가 만들어낸 빛의 불길이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랜스 차지이잉!!”
이어지는 내 랜스차징.
처음 손발을 맞추는 것이지만 우리 네명은 별다른 문제 없이 달의 신전 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야~! 역시 현자님! 타이밍 딱딱 잘 맞추시네요! 저번 던전에서도 그러셨더니만! 아! 그러고보니 걔는 잘 있죠? 내 친구!”
“…걔?”
윌커스가 밝게 웃으며 외치자 내 뒤에 있던 베로니카가 물었다. 그러자 라크는 류트가 아닌 피리를 강하게 불어 불협화음으로 적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동조했다.
“현자의 제자를 말하는 거요! 그… 꽤 자질이 있고 귀엽게 생긴 아가씨인데다가 음악적 감수성도 나랑 잘 맞는 애였는데!”
그 얘기를 루실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거다. 네 연주와 노래를 들은 이후 악몽까지 꿨다던데.
“호오… 그렇군. 대단하네. 듣자하니 그 공주님. 방구석에서 나오질 않는데다가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않는다는데 용케도 친해져서 밖에 데리고 나갔네?”
“나야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지.”
“…그나저나 나한테는 소개시켜주지 않을거야?”
“어? 왜?”
“아니. 네 제자라면서.”
난 랜스를 휘둘러 뛰어오르며 날 공격하려던 백월교도의 가슴을 갈라버린 후 단검을 던졌다. 검은 로브를 입고 있던 놈의 이마에 단검이 박히고 길이 뚫린 순간 윌커스의 그림자가 길을 넓혔고, 내 랜스차징이 발동되어 백악의 야수 하나를 뒤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 제자를 네가 왜 만… 윽?!”
베로니카의 손이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뾰로통한 듯 입술을 삐죽거리는 그녀를 향해 난 인상을 한번 찡그려 주고 말고삐를 휘두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콰아아아아앙!!
-푸슈슈슛!!
별동대는 꽤나 잘 싸우고 있었다. 백악의 야수를 상대하는 법을 알려 준 덕분인지 큰 피해는 없어보인다.
그리고 교회에서 합류한 인원들과 모험가들이 백월교도도 잘 막아내고 있고.
-쿠오오오오!!
가끔씩 그들이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야수들이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그 또한 문제는 없었다.
-퍼어어억!!
이쪽에도 강력한 이들이 있으니까.
윌커스는 3층 건물만한 크기의 야수의 몸통이 터져가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와. 저게 레벤티아님의 타이거 블로우인가요? 굉장하다…”
“저거보다는 에반젤린의 가이드 샷이 대단하지.”
강력한 일격으로 대형 적을 파괴하는 기사 계열 궁극기인 타이거 블로우와 한대의 화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적들의 급소만을 노리는 궁수의 궁극기인 가이드 샷.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며 용사의 검을 휘둘러 적들을 쓰러트리고, 아군에게 힘을 불어넣는 용사 클레어.
세 여인들의 활약은 이곳에서도 확실히 눈에 띌만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강하긴 하네.”
“마왕을 상대할 때 딱지치기로 이긴 게 아니니까.”
“어이! 현자! 이쪽으로 온다!!”
그때 거대한 백악의 야수가 별동대를 밀쳐내며 달의 신전으로 향하는 우리의 앞길을 막았다.
“저, 저거 꽤 쎄보이는데…?”
“현자님! 상대법은…”
약점만 공략하면 되니까 걱정마라. 난 떨리는 듯한 윌커스의 목소리를 듣고 랜스를 들었고.
그 순간.
-콰아아아앙!!
저쪽에서 백악의 야수를 상대하던 레벤티아가 튀어올랐다. 허공을 박차며 추락하는 유성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와 백악의 야수를 공격한 레벤티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날 보았다.
뭐지?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건가?
하지만 그녀는 내가 봐준 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백악의 야수와 정면으로 붙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고.”
그녀의 격렬한 전투를 보던 베로니카가 짧게 말했다. 그래. 지금 쟤 싸우는거 구경할 시간은 없지.
그렇게 전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백색의 건물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만이 있는 신전의 앞에 도착하자 윌커스는 떨떠름해하며 말했다.
“현자님. 여기 입장인원 세명인데요?”
“알아. 그래서 내가 이걸…”
난 팔찌를 들었고, 그 순간 붉은 빛이 뿜어지며 베로니카의 몸에 깃들었다.
“자. 그럼 이제…”
“…뭐하는거야?”
“손 좀 잡는 것 가지고 비싸게 굴지 마라.”
게임에서 공략했을 때처럼 그녀의 손을 잡은 나는 윌커스와 라크에게 손짓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이 들어가자 난 뚱한 표정의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타이망 맞춰서 들어가자고. 하나 둘.”
“으으음… 하나. 둘.”
두명이 먼저 들어가 만들어진 공간의 문 속으로 나와 베로니카는 동시에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눈 앞이 일렁거렸고,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장소와 다른 곳이 나타났다.
“이게 무슨…”
넓은 복도였다. 먼저 들어와 주변을 살피고 있던 윌커스는 심각한 기색을 드러내며 벽면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재질은 처음 보는데. 현자님. 이게 뭔지 아세요?”
“나도 몰라.”
그건 게임에서도 안나온거라서.
“오우. 현자님. 현자님도 모르는게 있었어?”
“나야 아는 것만 아니까.”
“끙. 그럼 함정이 있는 거 아냐?”
함정은 없다.
이 던전에서 상대할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이 복도의 끝에 존재하는 창백의 달 하나 뿐이니까.
내가 함정 생각 안하고 복도를 걸어나가자 셋은 빠르게 내 뒤를 쫓았고, 난 걸어가며 그들에게 창백의 달 상대법을 전했다.
“좋아. 그럼 이제 들어가면 되겠군.”
모두에게 설명을 끝냈을 때 쯤 복도의 끝에 있는 문에 도착했다. 다들 저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불길함 때문인지 긴장한 기색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준비는 됐지?”
끄덕, 셋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오를 다지자 난 문을 열었고.
“세상에…”
“저, 저게 뭐야.”
“….저런 게… 있었다고?”
문 안쪽은 아까의 전장정도로 넓은 광장이었다.
그 중앙에 있는 것은.
은은한 빛을 내뿜는 창백한 구체.
그리고.
“…온다.”
구체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수백개의 촉수였다.
그 촉수가 일렁거린 순간.
백색의 구체가 갈라지며 노란색 눈이 번뜩였다.
자.
이제 이벤트의 마지막이다.
정신 바짝 차리자.
이거 못깨면 게임 오버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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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S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내일 봅시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