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엄현태와 배원우의 합작
[현태, 네가 웬일이냐?]
수화기에서 엄현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엄현태는 곧장 성국그룹 얘기부터 꺼냈다.
“형, 성국그룹 비자금이 이슈가 된 거 알고 있지?”
[그래, 기사 봤어.]
“어떻게 생각해?”
[안명기 회장이 친인척 관리를 잘했어야지.]
“뭐? 그것뿐이야?”
예상과 다른 엄현식의 반응에 엄현태가 당황했다.
[그럼,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데?]
“크로싱마트와 협상 중인 성국마트가 관련됐어. 이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송우중공업 일로도 바쁜 내가 그 배후까지 생각할 시간이 어딨냐?]
“……!”
엄현태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성국마트가 크로싱마트 인수 경쟁에서 떨어져 나가면 송우식품에게 기회가 생긴다는 걸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형이 궁금해할 거 같아서. 그런데 아닌가 보네. 형 바쁜 거 같으니까 끊을게.”
[그래. 집에서 보자.]
통화를 끊은 엄현태가 아내 배희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은 누가 배후인지 아는 게 틀림없어.”
“아주버님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예요? 아가씨가 얘기해 줬을 리도 없잖아요?”
화들짝 놀란 배희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알고 있지 않고서는 저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없어.”
“알면서도 현태 씨에게 모르는 척하는 거라면, 아주버님에게 뭔가 계획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 있지.”
엄현태는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대답했다.
“그리고 그 계획의 수혜자는 형이 될 테고.”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
엄현태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부회장 지명 발표했을 때부터 엄현식과 엄현주의 움직임을 파악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얘기에 동의하듯 엄현태가 다음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우리가 끼어들기는 힘들게 됐지만,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우리의 계획을 진행하면서 형과 현주를 막을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해.”
그의 얘기에 배희진이 응답하듯 대답했다.
“나도 열심히 도울게요.”
* * *
“최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엄현식은 레스토랑 룸으로 들어오는 최덕일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서두른다고 했는데, 제가 조금 늦었네요.”
“아닙니다. 저도 막 도착했습니다.”
“그랬군요.”
“앉으시죠.”
최덕일 변호사가 맞은편에 앉자 엄현태는 얘기를 시작했다.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 변호사님, 알고 계신 정보를 얘기해 주시죠?”
“하하. 역시, 엄 사장의 추진력은 알아줘야겠군요. 좋습니다, 얘기하죠.”
“……!”
순간 긴장감이 감도는 엄현식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엄현주 사장이 환경호르몬 책임에서 가까스로 빠져나가고 두 달쯤 흘렀을 때였습니다. 송우식품도시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송우식품도시락은 학교를 대상으로 급식사업을 하는데, 무슨 문제가……?”
“송우식품도시락이 제공하는 급식을 먹은 10여 개의 중고등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했죠.”
“집단 식중독이라는 겁니까?”
화들짝 놀란 엄현식의 눈이 커졌다.
“그렇습니다.”
“아니, 집단 식중독이 일어났으면 이슈가 됐을 텐데, 왜 저는 모르고 있었던 거죠?”
“환경호르몬 문제를 해결한 뒤라 엄현주 사장이 아주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아……!”
엄현식은 ‘기민하게 움직였다’는 말에 그 당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것 같았다.
학교, 교육청,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를 완벽히 커버해 사건을 묻을 수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현주가 피해 학교장, 관할 교육청장, 식약청장이 원하는 걸 주었군요?”
“그렇습니다.”
“묻힌 이 사건이 드러나면……?”
“중증으로 진행된 케이스는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공기관이 사기업의 뇌물을 받고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거죠.”
그의 얘기에 엄현식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그게 드러나면 사회적으로 굉장한 이슈가 되겠군요.”
“엄현주 사장은 무척 곤란해질 겁니다. 어쩌면 최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요.”
“흐흐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엄현식이 입에서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괜찮은 정보인가요?”
“물론입니다. 진작에 이 얘기를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는 엄현주 사장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을 뿐이죠.”
엄현식은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압니다. 현주가 지나친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최 변호사님이 이렇게 나설 이유는 없었겠죠.”
“제 마음을 이해해 주니 고맙군요. 여기.”
최덕일 변호사가 서류 봉투를 엄현식에게 건넸다.
“이 자료를 토대로 제보자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최 변호사님.”
엄현식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 * *
엄현태는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VIP 레스토랑 룸 앞에 도착했다.
옷매무새를 점검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게, 엄 사장.”
엄현태의 장인 배원우 나라일보 사장이 활짝 미소 지으며 맞았다.
그 옆에는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왔어야 했는데.”
엄현태는 두 사람을 향해 깍듯이 인사하며 사과했다.
그의 사과에 배원우가 너그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아니야.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일찍 온 거네. 내가 소개를 해야 하겠군. 엄 사장, 이분은 내가 얘기한 적 있지? 해운시 시장님.”
배원우가 해운시 시장을 소개하자 엄현태가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수철 시장님. 엄현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수철입니다. 배 사장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주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겸손하시다고.”
“과찬이시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엄 사장, 우리 앉아서 얘기하지.”
배원우가 끼어들어 얘기하자 엄현태가 바로 대꾸했다.
“예, 아버님.”
그가 맞은편에 앉자 박수철 시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엄상현 회장님은 잘 계시죠?”
“예.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사실 배 사장, 이 친구가 엄 회장님 차남을 사위로 맞는다고 해서 꽤 걱정했어요.”
“그러셨습니까?”
“그런데, 틈만 나면 사위 칭찬을 하고, 내게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어찌나 성화던지.”
“…….”
“엄 사장을 이렇게 만나 보니 그 이유를 알겠군요.”
그의 말에 엄현태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박 시장님께서도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하하, 내가 엄 사장을 가르치다뇨.”
엄현태의 말이 인사치레라 생각한 박수철 시장이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박 시장님께서 해운시 시장이 되신 후, 해운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
엄현태가 박수철 시장에 대해 알고 있다고 얘기하자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시민들을 위해 의료시설 확충에 노력을 많이 하셨죠. 또한, 해운시 시장이 되신 후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 편의 시설을 늘리고, 지역 시민의 일자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애를 쓰시는 것으로 압니다.”
“……!”
“시민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시는 시장님의 모범을 배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엄 사장 같은 분이 촌구석 시장을 이렇게 알아봐 주니, 감개무량입니다.”
박수철이 호탕하게 웃으며 두 사람의 대화 분위기 좋게 흐르자 배원우가 끼어들었다.
“내가 얘기했지 않은가. 우리 엄 사장은 다른 재벌 3세와는 다르다고.”
“정말 그러네. 말 하나하나에서 진심이 느껴져.”
“제 진심을 알아봐 주시니 기쁘네요.”
그의 칭찬에 대답하는 엄현태가 배원우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이제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그 사인을 알아차린 배원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난 자네가 참 아까워.”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진심으로 시민들을 생각하는 자네가 지방 정부가 아닌 중앙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말야. 안 그런가, 엄 사장?”
배원우의 물음에 엄현태가 맞장구치듯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박수철 시장님의 능력이 더 높은 곳에서 펼쳐진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 행복해지리라 확신합니다.”
그의 말을 받듯이 배원우가 박수철에게 얘기했다.
“그렇다니까.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이 보기에도 참 아까운 인물이지. 이보게, 어떤가? 정말 중앙으로 진출할 마음은 없어?”
두 사람이 그를 한껏 추켜세워 주니 박수철이 뿌듯한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
“나라고 왜 그런 마음이 없겠어? 그런데 그런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야. 이 바닥에도 경쟁이 아주 치열해. 나같이 이런 소도시 시장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자네가 능력에서 밀리지는 않을 테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음…….”
그가 잠시 주저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능력으로만 공천받는 바닥이 아니라는 거, 자네도 알잖아?”
“아! 그렇기는 하지.”
“자네도 기억할 거야. 올해 아주 힘들게 지방선거 공천받은 거.”
“기억하고 말고. 경쟁 후보가 자네는 노력하지만, 치적이 없다고 공격했지.”
“그뿐만이 아니야. 그 경쟁 후보가 여기저기 돈도 많이 뿌렸어. 나라일보가 그 일을 기사로 내 줬기에 내가 막판에 공천받을 수 있었지.”
“그랬지.”
배원우는 그때 일이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
“그렇게 어렵게 공천을 따내고 선거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이겼어.”
“그랬지.”
박수철이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였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 또 중앙진출을 위해서도 크게 인상적인 치적을 쌓아야 하지 않겠나?”
“나도 노력은 하지. 그런데 뭘 해 보려고 해도 돈이 없잖아.”
이때.
“외람되지만…….”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엄현태가 끼어들었다.
“시장님의 걱정을 덜어 드릴 만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금세 의아한 표정으로 변한 박수철 시장이 물었다.
“해운시 시민들을 위한 일이고, 무엇보다 시장님의 치적을 쌓고, 선거와 중앙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어요?”
박수철이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택지개발을 하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택지개발…… 아!”
박수철은 배원우에게서 재벌 사위가 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뭔가 의도가 있으리라 짐작하기는 했다. 이제 그 이유를 정확히 알 것 같았다.
“그 택지 개발된 곳에 아파트를 건설하면 시민들의 주거 문제까지 해결하는 시장님이 되실 겁니다.”
“……!”
눈치를 살피던 배원우가 재빨리 끼어들며 물었다.
“박 시장에게 필요한 것도 특별히 챙겨 줄 테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시장님, 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챙기겠습니다.”
“아……!”
박수철 시장은 그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알아차렸다.
그에 박수철은 호응하듯 얘기했다.
“시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당연히 시장인 제가 나서야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엄현태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