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전차를 내 돈으로 만들어서 몇 대 생산했다고 쳐보자.
여론은 움직이겠지. 아마 내각에서 많은 욕을 먹을 것이고 진짜 작정하고 물어뜯으면, 전부터 쌓아온 내각의 스택을 빌미로 장관 교체까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힘들다.
난 정치인이 아닌 군인이고, 설령 날 지지하는 이들이 많을지언정 순수 무력으로 권력을 탐하는 순간,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여긴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딱히 관계 변할 조짐은 없고, 이대로 가다간 그냥 끌려다닐 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라인란트로 오랜만에 찾아오신 정치 달인 포슈 원수님이 말씀하신다.
“그리스로 가게.”
“라인란트를 버리고요?”
“출장 가라는 소리야. 이 시대의 군인은 군인만의 외교법이 있다네.”
종전 시기,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오스만 제국을 잘게 쪼개서 그리스 입에 몇 점 넣어주려던 연합국은 극단적인 튀르키예 민중의 저항을 받게 된다.
민중의 저항은 곧 반란군의 조직, 그리고 패배한 병사들의 합류를 일으켰고 ‘어어,’하는 순간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대전쟁이 끝나고도 전쟁을 이어갔다.
과거 동로마 회복이니 대그리스 주의니 아무튼 이상한 망상에 빠진 그리스는 어서 연합국에게 저것들 뚜드려 패서 먹기 좋게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우리 연합국이 누군가.
원조 명목으로 약간의 식민지 병력과 물자만 보내주고 ‘나는 할만큼 했어요’하고 있다.
이에 그리스는 분노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오늘도 반란군과 싸우는 중이라고 한다.
“그쪽 분위기가 거의 가라앉았어. 아무래도 튀르키예 쪽이 승리한 모양이야.”
“저도 들었는데 그리스 쪽이 좀 정리되는 분위기긴 하더군요. 헌데 이리 쉽게 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망한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말이죠.”
“안 그래도 작은 체급이 대전쟁 당시 더 줄어들었으니까. 그리고 오스만이라고 무시했다가 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있었나?”
하긴, 오스만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영국이 어디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지.
갈리폴리 당시 상륙한다는 협상국 말만 믿고 깝친 발칸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대전쟁 중기부터 영프가 발칸 버리고 서부 전선에만 집중하면서 발칸은 지옥도가 펼쳐졌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지금까지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영국도, 프랑스도, 미국도 먼나라 소식에 ‘어우, 저런!’이라고 1초 공감하는 척해주고 잊어버렸다.
“그래도 명색이 영국과 대프랑스 육군이 참전했는데 이대로 끝내기엔 아쉽지 않나.”
그래봤자 영국도 감찰, 군사교육 및 식민지 병력 지원이 전부긴 했다만.
“가서 대충 매듭짓는 느낌을 주어라?”
“후우,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정치인의 영역이 아닌 군인의 영역에서 힘을 보여주라는 거다.
언뜻 틀린 말은 아닌데…
“근데 고작 서른세 살 먹은 제가 갔다가 안 달라지면요?”
“하하, 이보게 모헬. 자네가 지금이야 정상인인 척하지만 종전 시점에 어땠는 줄 아는가?”
“…기억이 안 납니다.”
“발칸 국가들에게 자네는 같은 동맹도 마음에 안 들면 찾아가서 다 죽여버리는 놈이야. 그것도 5년이나 지나서도 말이지.”
그, 그건 솔직히 페탱이 나 보낸 거잖아! 나도 동의했다만 난 상관의 명령에 정당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 것일 뿐인데, 억울해!
“괜한 걱정 말고 가보게. 가는 순간 분위기부터 달라질 거니까. 물론 쉽다고 말하진 않겠네. 설마 거기까지 떠먹여 달라는 건 아니지?”
“나, 설마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나….”
“아니지, 이 친구야. 그 정도로 미친놈이었던 거라네.”
마지막 말은 걸러 듣고 나면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긴 하다.
‘가서, 대충 오스만과 그리스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이겠지? 우리 열강 식민지 놔두고 오스만 분할안 끈 좀 느슨하게 만들어주고 그리스 체면 세워주고. 그럼 끝?’
어차피 영프가 참전한 이유는 그 아래 식민지 때문이다. 둘이 투닥거리다가 괜히 자기들 식민지까지 불똥 튈까 반쯤 감시역으로 간 거다.
“그럼 저 연대급 하나만 끌고 갑니다.”
“굳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말이죠.”
“일이 커지긴 하는데… 뭐, 상관없겠지. 대신 그만큼 확실히 보여줘야 할 걸세. 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냥 다 죽이면 안 된다는 소리야.”
“저 사람 이제 안 죽입니다.”
직접적인 살생은 좀 나랑 안 맞더라고. 그리고 내가 권총 들고 직접 협박할 짬밥은 아니잖아?
허가는 어차피 포슈나 페탱 아무나 가능한 일이고 나야 적당히 가서 안전하게 돌아오면 끝인, 아주 간단한 일 같다.
“아, 근데 저 언제까지 대령입니까?”
“이제 와서 진급할 욕심이 생겼나?”
“그건 아닌데 예전과 달리 장성급 부족으로 준장을 정식 계급으로 편입했잖습니까. 그래서 혹시 달아주나 싶었지요.”
“시끄럽고, 이번 일이나 마치고 돌아오게. 그럼 자네 상관한테 건의해보지.”
그래도 별 하나는 달아야 아, 저거 떨어트리면 내 대가리 위로 떨어지겠구나- 싶어 하지 않겠어?
발칸.
온갖 잡다한 소국들이 얽히고설켜서 시즌마다 배신하고 붙어먹기를 반복하는 아주 신박한 땅.
그 옆과 아래로는 식민지가 널리 있으며 가운데에는 지중해라는 아주 중요한 지역이 있다.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조금 느긋하게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
겸사겸사 다시 한번 내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정신을 가다듬는.
탕!
…가다듬는.
타다다다다당!
“씨이발, 어디서 다 처발리고 입을 열어!”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너흰 숨어서 안 나오면 그만이라고? 민가에 숨고 산에 숨어서 게릴라 전을 하겠다고? 아, 파비앵. 6사단 불러. 내가 직접 콘스탄티노플까지 다 불태워 버릴라니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
그리스가 주워먹으라는 것도 다 흘려서 못 먹고 징징거리는가? 예.
튀르크 애들이 조약을 어기고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는가? 예.
마지막으로 내가 누구 뚝배기를 날려도 문제가 없는가?
나는 ‘약간 그렇다’고 믿겠다.
분명 처음에는 신사적으로 나왔다.
축하도 받고, 안면도 트고 서로 악수도 하면서 인사도 하고…
근데 막상 테이블에 앉으니 그건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전쟁은 이만 멈추고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끝내도록 합시다. 그 뭐냐, 20년에 체결하신 세브르 조약과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다시 서로 합의를 해야지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는 오스만 영토 내의 발생할 수 있는 소요사태를 위해 정당한 점령과 주둔을 했을 뿐입니다!”
“우린 식민지가 아니다! 그리고 우린 혁명을 통해 과거 제국을 탈피하고 새로운 공화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니 과거의 조약은 무효다!”
“잠시만 잠깐. 아무리 그래도 조약 무효는 쪼오금-”
“어디 바다로 한 발짝도 못 나온 상태로 계속 싸워봐라! 너흰 이미 사방이 고립되었어!”
“흥! 당신들이야말로 한 발짝도 못 들어오고 있는 거겠지!”
음, 아. 처음에는 고분고분 듣는 척하더니 점점 기싸움은 격화되었고 어느새 내가 이스탄불, 흔히 우리 쪽에서는 콘스탄티노폴리스라 부르는 곳에 마련한 협상장은 개판이 되었다.
거기까지면 내가 이해하겠는데.
“어, 협상 중에 기습공격이라니요? 그게 정말입니까?”
“또 개수작 부리는 것이오. 저치들이 어디 한두 번 저랬어야지!”
“닥쳐라! 청사 폭발 습격이 당신들 아니면 누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아아….”
난 분명 말로 해결하고 싶었다. 근데 시작부터 잘못된 거 같다.
일단 이런 전통도 권력도 없는 사령관들 데리고 해결하려는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이럴 때 답은 판 엎고 더 윗놈들 불러오는 것이다.
탕!
“다 닥쳐.”
난 진짜 노력 많이 했다? 마음 같아선 팔다리에 한 발씩 쏘고 싶었지만 이젠 그런 야만적인 짓은 지양하는 편이니까 허공에 쏜 거야.
“난 분명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거부한 건 당신들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 식대로 하겠습니다.”
“대, 대령! 이게 무슨 짓입니까! 분명 저희를 도와-”
“처발렸으면 착각이라도 하지 맙시다. 어디 홀로 지중해를 몽땅 해먹을 수 있다고 여깁니까. 왜 다들 먹을 수 있는 것, 못 먹는 것 구분을 못 해요?”
나도 조프르 아래에서 웅크린 채 몇 년을 기다렸는데 이것들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케이크를 못 먹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린 6살 같다.
꼭 맴매를 들어야만 해?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해결하러 온 입장이니 일은 해야 한다.
답답한 상황에 난 머리를 총구로 긁으며 주문을 했다.
“당신은 빠지고. 그 뭐냐. 튀르크의 아버지라는 무스타파 케말 파샤? 당신들 대국민의회에서 입법을 통해 총사령관으로 뽑은 사람 있잖아. 그 사람을 콘스탄티노플로 데려오세요.”
“그, 그런다고 우리가 아타튀르크를 데려올 줄 아시오? 어떻게 당신들을 믿어! 그리고 프랑스 기병대 상대해보니 그리 강하지도 않더만!”
“아아, 그럼 그냥 나랑 싸울까? 근데 감당 되세요?”
진짜로 여기 점령은 재조직된 사단 두 개면 충분할 거 같은데.
견적 잡아보니까 사단 둘에 보급만 제대로 받으면 저들이 좋아하는 시가전은 성립도 안 할 거다. 다 없애버리면 그만.
물론 장기전으로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그렇다는 말이다.
대답도 없이 날 노려보는 건지 아니면 그러는 척하면서 고민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난 그런 것조차 기다려줄 인내심이 없다.
“이보세요, 무스타파 이스메트 이뇌뉘씨. 당신도 최측근이라며. 근데 이게 뭐야, 협상도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하고 나랑 싸울지 말지 결정할 능력도 없네? 그럼 윗사람 불러와야지.”
“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들은 믿을 수 없소.”
“에이, 설마 그리스가 내가 지켜보는 와중에 암살이라도 할까? 그럼 콘스탄티노플 다음은 아테네가 될지도 모르는데?”
이건 블러핑이지만 반쯤 협박이기도 하다. 허튼짓하지 말라는 진심 어린 경고다.
이미 끝이 보이는 두 국가 간의 전쟁인데 왜 꼭 조금이라도 어떻게 더 해보겠다고 서로 의미도 없는 테러와 기습을 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니 난 도움을 주고자 했다.
“잘 생각해야 할 거요. 내가 좀 바빠서. 협상이 오래 걸린다 싶으면 그냥 다 죽일 겁니다.”
“그게 가능할 리 없소! 설마 민간인 학살이라도 자행하겠단 거요?”
“에이, 군인도 전역하면 민간인이고 민간인도 입대하면 군인이고. 그럼 예비 병력이지요. 필요 시 전 적의 예비사단을 척결하는 겁니다, 절대 민간인 학살이 아니에요.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
내 논리에 옆에 앉은 그리스 측 대표도 입을 벌리는 게 슬쩍 보인다. 아니, 이걸 믿는다고? 튀르크야 그렇다만 너흰 우리 프랑스랑 같은 편이었는데 내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냐?
난 그냥 와서 함께 사인한 뒤 그리스-프랑스-튀르키예 구도로 사진 찍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이리 발목잡히니 짜증이 확 올라온다.
“파비앵, 라인란트에 가서 6사단 포함해서 세 개 정도 출정 명령 요청해.”
“자, 잠깐! 우리도 시간이 필요하오!”
“삼 일. 딱 삼 일 드립니다. 늦으면 촌뜨기 기병대대가 아니라 저희 애들이 올 거예요?”
끄덕이는 이뇌뉘를 두고 이번에는 그리스 측에 말했다.
“당신들도 적당히 좀 하지 그래요. 무슨 민병대한테 지고 있어. 아오, 매일 독일애들이랑 싸우다가 이런 곳에 오니 어이가 없네.”
폴란드-소비에트만 봐도 양측 100만씩은 동원하던데 여긴 뭐야.
영프가 대충 10만이긴 한데 8할이 식민지군이고 그리스도 해봤자 육해 합쳐도 8만도 안되는 것 같다.
웃긴 건 피해 상황인데 확실히 튀르크 측보다 우리가 세 배 이상은 나온 거 같다. 포로만 만삼천 명이나 잡혔으면 말 다 했지.
무스타파 케말.
갈리폴리 시절부터 이름 꽤나 날려서 듣기만 했다만 확실히 대단한 인간이긴 한가보다. 이제 겨우 40대라던데.
‘나랑 차이도 얼마 안 나네.’
어차피 저 인간이 살아있는 한 튀크르인들의 분열은 무리다.
암살? 그랬다간 한 반세기는 반란, 테러가 세트로 이어질 거 같은데?
만나서, 확실히 끝내고 난 돌아가야지.
그럼 끝.
언제나 페탱 원수님이 나한테 군인답게 행동하라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군인은 군인답게, 무력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