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독일과의 전쟁은 이탈리아 때랑은 다르다.
그땐 큰 명분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세계에 정당성을 설파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가서 점령해버렸고 모두 뒤늦게 ‘그래서 프랑스가 내세운 명분이 뭐였지?’라고 기억을 더듬던 시기였으니까.
다만 전쟁의 규모가 크다면. 그래서 막대한 피를 흘려야 하고 국가 자체가 흔들릴 지경이라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긴 해.’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몇 가지 꺼내보면 먼저 오스트리아의 나치화.
분명 베르사유 조약에는 오스트리아의 병합 비스무리한 시도도 못 하게 되어있지만 이미 어겼다.
다음은 작금의 덴마크 상황이다.
솔직히 프랑스 국민들에게 덴마크는 ‘아, 북쪽 어딘가에 있는 나라.’정도이지만 여기서 핵심은 소련과 손을 잡았다는 거다.
‘우리 반공 기조에 정면으로 어긋나지.’
전쟁하기엔 충분한 명분.
그러나 여기서 선악 구도가 확실하게 잡혔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적이니 나쁘다고 규정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하나밖에 없네.
“유대인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 겁니까? 왜 가정을 해체하고 수용소로 몰아넣는 것도 모자라 학살을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냔 말입니다!”
정보국에서 모은 모든 자료는 이미 언론에 뿌려졌다. 아마 내일이면 바다 건너 미국까지 내용이 수출되겠지.
“이것은 사상이 깃든 이념이 아닙니다. 국가의 방향성이 학살이라면 그것은 국가가 아닙니다. 피를 탐하는 광기에 국민들이 취한다면 국가는 그것을 막아야지 주체가 되어선 안 됩니다!”
알면서도 쉬쉬 하던 대영제국. 시즌마다 돌아오는 포그롬 수준이라 여겼던 미국. 그 외에 유대인들에게 관심도 안 주던 국가들까지. 당장 루마니아도 지난달에 군인들이 집단 유대인 학살을 했다만 쉬쉬하고 넘어갔다.
그들에게 내가 이례적으로 언론에 발표까지하며 현실을 전달하고 있다.
여기까지었다면 처칠도 몇 번 했던 ‘아, 적당히 좀 해라?’ 선에서 끝났겠지만 난 처칠이 아니다.
“히틀러 총통의 말대로 유대인이어서 죽어 마땅하다면, 전 그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궁 앞에서 내 말을 받아적고 사진 찍던 이들은 한순간에 규탄에서 포고로 바뀐 내용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좌중을 한 번 둘러본 나는 촉촉한 표정으로 정의를 외쳤다.
“이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습니다.”
“휴우….”
“하아.”
이곳 저곳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무시하고 난 자리를 벗어났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몰랐던 모양이지만.
사실, 난 유대인들을 매우 아끼는 사람이었다고.
***
“각하, 제발 제가 쓴대로 읽어주시면 안 됩니까? 분명 마무리로 ‘프랑스는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하고 무겁게 끝내는 것이었지 않습니까.”
“내가 자네가 써준대로 읽어야 하는 사람인가?”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시지 않습니까!”
음, 알지. 빅터가 써준 내용은 엄중하고 진지하게 ‘너, 하지 마라!’ 라고 말하는 확실한 느낌이었다면 난 약간 모호했으니까.
“괜찮네, 괜찮아.”
“세상은 안 그렇습니다.”
바로 따끈따끈한 신문을 내 앞에 내려놓은 빅터는 어서 내 입으로 제목을 읽으라는 듯 앞에서 버텼다.
“한스를 죽여라, 한스를 죽여라, 한스를 더 죽여라. 제목이 무슨 이따구야?”
“기억 안 나십니까?”
“…뭐가.”
한스는 독일의 철수 같은 거잖아. 내가 불륜 발견한 영희도 아니고 저런 비도덕적인 제목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어.
“예전에 직접 하신 말씀이십니다.”
“…아하.”
“어제 그 자리엔 아서 랜섬도 있었습니다. 그 아서 랜섬 말입니다.”
“그거야 상관없지.”
랜섬은 종군 기자 시절부터 프랑스와 깊은 인연이 있었는데 나도 그에 대해 알 정도로 꽤 유명하다.
특히나 몇 해 전에 ‘피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프랑스 이야기’라는 광기의 책으로 상도 탔던데.
아무튼, 이 양반이 영국 언론계에서 처칠급 이상의 프랑스 전문가라며.
“근데 그게 왜.”
“저 제목을 고안한 게 아서 랜섬입니다. 그걸 저희 쪽에서 따라한 것이고요.”
음, 그러니까 영국 애들은 어제 내가 ‘유대인들 불쌍하다! 그만 괴롭혀라!’라는 발언을 살인 예고로 들었다는 의미인가.
“과장이 심하군.”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폴 파요레 정보국 국장이 들어왔다.
“급한 일인가.”
“각하, 라인란트 지역으로 독일군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또한 벨기에 방면에 다수의 병력 이동이 있었습니다.”
“…….”
빅터가 ‘거 봐라, 내가 뭐랬냐’ 표정을 지으며 날 응시하지만 난 진지하게 의문이 든다.
‘언제부터 니들이 내 말에 신경 썼다고.’
나치 독일하면 남의 말 귓등으로 듣지도 않고 자기 꼴리는데로 끝까지 하는 이미지 아닌가.
“덴마크 일은 어떻게 되었지?”
“조약을 맺기 직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는 대놓고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너무 우릴 믿는 거 아닌가 싶지만 뭐 좋다. 우리가 떠드는 것보다 저런 약소국이 떠드는 게 더 독일을 쓰레기처럼 보이게 해줄 테니.
모든 준비가 끝나간다.
그럼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
“영국만 어떻게든 하면 끝이군.”
대전쟁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로인해 야전에 포탄이 부족하고 병력은 훈련받지 않았으며 지도 조차 없이 진격했어야만 했다.
허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나치 독일이 집권 초기부터 전쟁을 대비했다 한들.
‘우린 무려 22년째 준비 중이라고.’
준비한 게 아까워서라도 평화는 안 되지.
***
40년, 집권 3년도 안 된 처칠 내각은 위기에 몰려 있었다.
“정당성 없는 내각은 사퇴해라!”
“제국의 아들들을 프랑스에서 죽게 놔둘 수 없다!”
반전 여론은 어느 국가에나 있지만 프랑스가 강세한 지금 양복 좀 입어봤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독일이 프랑스 손에 들어갈 경우 일어날 결과에 대해 고민은 해봤을 거다.
그리고 결론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프랑스 제국의 부활.
독일과 프랑스는 서로 견제하고 경쟁해야하는 입장이지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게 둬선 안 된다.
그러나 처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멍청한 놈들아. 이미 프랑스는 달리는 말이란 말이다.’
직접 말을 멈춰 세울 순 없으면서 말이 달리는 것을 욕하는 이중적 자태가 역겹지만, 처칠은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공황이 터지고. 대영제국도 파시즘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국가 사회주의.
노동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기존 권력자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 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파시즘을 옹호했다.
이 파시스트 당이 사라지게 된 계기가 참으로 어이없었는데, 바로 이탈리아가 프랑스 손에 들어가면서였다.
파시즘 원산지가 괴뢰국으로 전락하니 자연스레 대각선으로 손을 뻗는 머저리들은 사라졌다.
친독 또한 마찬가지리라.
어차피 폴란드의 안위를 보장한 순간 대영제국은 프랑스와 한배를 탔다.
반전 여론과 관계 없이 전쟁이 터지면 무조건 자동 참전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처칠이 모헬 대통령을 본국으로 초대한 이유.
“진짜 의원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는 거요?”
“아 있다니까 그러네. 늙더니 의심만 늘으셨습니다.”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소?”
“두 번 말하기 싫으니 그때 가서 들으십시오.”
자신만만한 태도가 처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처칠의 손익계산서에는 이번 모헬의 방문은 이익으로 잡혀 있었다.
‘프랑스 독재자가 직접 와서 연설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
이제 모헬이 적당히 자존심만 세워주고 나면 그나마 괜찮은 그림이 그려진다.
‘애당초 폴란드의 손이 묶이면 플아스가 선제 공격하지 못할 거라 여긴 게 잘못이다.’
그땐 프랑스가 아무리 강해도 홀로 독일과 싸우는 미친짓을 할 거라 여기지 않았었다.
함께 관용차를 타고 도착한 런던의 의사당.
다행히 보이콧으로 인한 빈자리는 없었다.
모헬 대통령의 연설은 도착하자마자 연단으로 향하며 시작되었다.
“친애하는 동맹국 여러분.”
하나 긍정적인 점을 뽑자면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울려퍼지는 연설이란 점이다.
“여기 대영제국과 우리 프랑스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통점 호소. 동류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주 좋은 시작이다.
“가장 먼저 식민지를 들 수 있습니다. 예, 우린 전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세웠습니다.”
“…….”
아니다. 이건 아니다. 식민지를 건들다니. 안 그래도 프랑스가 식민지 위협한다고 떠드는 놈들 투성이인 이곳에서 식민지를 주제로 꺼내선 안 되었다.
적당히 ‘유대인 불쌍해요, 구해줘요!’ 외치고 끝날 줄 알았으나 시작부터 식민지가 나오니 처칠은 배신감까지 들었다.
‘이 새끼야! 설득이라며!’
설마 ‘어중간하게 내빼면 너희 식민지 우리가 먹는다’까지 나오나 싶었으나 다행히 모헬은 거기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 문단 시작만으로도 이미 의사당 분위기는 얼어붙다 못해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저는 이 자리에 한 가지 오해를 풀고자 나왔습니다.”
다행히 모헬은 본연의 임무를 잊진 않았다.
“우리 프랑스는 식민지에 관심 없습니다.”
독재자의 확언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지난 행보를 볼 때, 저 말은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유일하게 베르게르 모헬이 국민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는 점이지.’
제국주의, 확장주의에 전혀 맞지 않는 모헬의 식민지 무관심.
실제로 식민지에 파견된 병력을 계속 줄이는 모습만 봐도 유지, 내지는 장기적으로 축소로 방향을 잡았음은 확실하다.
“왜냐면 제 유일한 관심은 독일이기 때문입니다.”
처칠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에라이, 이젠 모르겠다. 저 이웃 독재자 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겠고 설득인지 협박인지도 분간이 안 간다.
“우린 좋으나 싫으나 대전쟁의 망령들입니다. 그때의 기억과 사건들에 잡혀서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리 말할지 모릅니다.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라고. 아주 좋은 말입니다. 허나 전 이리 말하고 싶습니다.”
눈을 감고도 가장 앞자리에서 모헬의 연설을 듣던 처칠은 속으로 수천번 되뇌었다.
‘하지 마. 그냥 하지 마.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다고 본인이 초대하고 끌어내릴 수도 없는 일.
잠자코 듣고 있으니 모헬의 연설이 이어진다.
“과거는 깔끔히 정리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이젠 대놓고 전쟁하겠다는 거군.’
프랑스가 누구 눈치를 볼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쟁을 쉽게 입에 올리는 국가도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서웠고, 그래서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주위가 난리 법석이었다.
허나 이런 자리에서 저리 말했다면, 이미 내부적으로 결론을 다 내리고 대영제국에게 선택지를 내미는 것이다.
말이 선택지지, 사실 결과는 정해져 있다.
‘참전 안 하면, 독일을 프랑스가 독식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 반대편에 서서 모든 것을 잃거나.
프랑스 편에 서서 뭐라도 얻거나.
답은 정해져있다.
그 사실을 모헬 본인도 아주 잘 아는 듯했고.
“약소국 핍박. 유대인 학살. 과거로부터 수차례 이어져온 조약 위반과 끝내 공산주의와 손까지 잡은 독일입니다.”
웃긴 것은, 대영제국은 공산주의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국가이고 실제로 합법 정당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 모헬이 그딴 사실을 신경 쓸 리 없다.
‘연설이 끝나면 사방에서 제국주의 전쟁이니 어쩌니 떠들어 대겠군.’
그딴 이념을 신경 쓸 양반은 아님을 알지만 내심 처칠은 굳이 적을 늘리는 이유가 있나 싶었다.
허나 모헬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전 대영제국이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일부 프랑스가 배워야 할 부분도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산주의는 허상입니다.”
그때 얼굴이 시뻘게진 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그럼 소비에트 연합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국가란 말이오? 모헬 대통령은 지금 거짓으로 우리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소!”
오즈왈드 모슬리.
현재 의회에 두 명밖에 없는 공산당 의원 중 한 명으로 파시즘이 한창일 때 큰 인기를 얻었다가 추락한 인물이다.
어쩌면 그가 모헬에게 적대적인 게 이해 될 정도.
자신의 연설에 방해하는 의원과, 그럼에도 모슬리의 무례함을 제지하지 않는 주위 상황에 기분이 나빴는지 모헬은 모슬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파시스트인가?”
“파시스트이자 사회주의자요.”
“아니, 당신은 파시스트가 아니다.”
모헬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파시즘은 내가 없애버렸거든. 그리고 곧 사회주의자도 아니게 되겠지.”
눈을 번뜩 뜬 처칠은 입을 벌린 채 모헬을 바라봤다. 그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웃 국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에 놀라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헬은 연단에서 내려왔다.
파시즘에 이어 나치즘과 소셜리즘까지.
저 남자는 전부 없앨 생각임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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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9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