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집에서 홀로 앓고 있는 한 청년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의 집 근처에는 병원도 있고 옆으로는 언제라도 그가 요청만 한다면 도와줄 이웃들이 있다.
이때, 좌파진영에서는 말한다.
“뭐하는 거야? 어서 그 청년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지! 큰 병이면 어떻게 하려고?”
설령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아프면 병원에 가는 건 당연한 상식 아닌가. 그러니 청년을 어떻게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 그게 좌파들의 논리다.
반대로 우파진영에서는 이리 말한다.
“자기가 안 가는 거잖아? 미쳤어? 병원비 대신 내주고 병가 처리도 대신 해줄 거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지?”
조금 차가워 보일지언정 냉정한 소리. 청년 스스로가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 한 게 아니라면 절대 자의를 무시한 채 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다.
서로 일리가 있는 말이고 상황에 따라 누가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근본적으로 청년이 죽을병인지 가벼운 감기인지, 당장 내일 결근이 가능한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파시스트는….
“이 버러지들! 사람이 아픈데 고민을 해?”
“문짝 뿌셔! 집 쳐들어가! 아픈지 확인해! 뭐? 주거침입? 좆까라 그래!”
“아프면 문짝 하나로 사람을 살린 거요, 안 아프면 문짝 하나만 물어주면 될 거 아닌가?”
“병원비? 그거야 아픈 놈이 나중에 갚겠지!”
지켜보는 좌우의 뺨을 후려치는 과격함. 아니, 과격함이라기보단 기괴함에 가까운 이들… 그 이름은 파시스트.
가난한 자의 옷을 강제로 발가벗겨 꿰매주고.
아픈 상처를 마취도 없이 타카로 찍어버리며.
배고프면 위장이 보일 정도로 개구하여 수프를 때려박는 이들은.
파쇼들의 남자.
파시스트였다.
***
“이걸 의도한 건 아닌데.”
미뤄뒀던 본보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아 새로운 동맹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섰던 이탈리아가 선택한 방식은 나로서도 좀처럼 생각지 못한 방법이었는데, 바로 제2의 사상으로 거듭나는 거였다.
“다른 곳은 몰라도 발칸에서의 파시즘 확장은 꽤나 가파릅니다.”
“위협적인가?”
“위협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쩌면 유럽의 야당이 될 정도는 되겠지요. 민족 다음으로 서로 다른 두 국가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게 사상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무솔리니가 전쟁 기간 동안 숙성시킨 뒤 퍼트린 새로운 맛의 사상, 누아보 파시스모.
이걸 파시즘이라고 할 수는 있나 싶지만 아무튼 나도 놀랄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긴 하다.
‘겉으로 보기엔 전보다 훨씬 수용적이고 현지에 알맞게 녹아들기 좋아.’
특히나 전쟁 부담에 힘들어했던 발칸 지역에는 효과적이다.
어쨌든 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그들과 교류, 소통하며 주권을 국민에게 돌리고 있지 않나.
다만 그 방식이 음, 꽤나 결과론적이란 것을 빼면 말이다.
“세상이 참으로 이상해. 결과만 좋으면 그만인 줄 아나?”
“…. 혹시 오늘은 양심의 미동이 안 느껴지십니까?”
“그닥? 나랑 파시즘은 전혀 관련이 없는걸?”
아니 진짜로. 어쩌다 보니 내가 우파들의 우상이 되었다만 난 여전히 영국의 복지 정책을 공부하고 미국의 민주주의 전파 방식을 매일같이 관찰한다.
어찌 되었건 전쟁은 끝날 테니 평화에 맞게 변하려는 나만의 노력이다.
근데 그 공부 대상엔 나한테 4주 만에 처발린 무솔리니는 없었단 말이다.
“저희가 방관하니 이런 현상이 자꾸만 일어나는 겁니다. 티토가 본인은 파시스트라고 말한 연설은 들으셨습니까? 아주 가관입니다.”
“티토…. 누가 봐도 골수 파시스트 아닌가?”
좌파 출신, 우파로 전향. 이후 극단주의를 조금 덜어서 순한 맛으로 변경한 뒤 국민주권을 외치며 마지막으로 뭐만 하면 혁명이란 단어 가져다 붙이는 게 무솔리니 판박인데.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무솔리니가 노리는 차기 구도의 위치를 생각해봤다.
‘2인자? 위협이 될 정도로 성장하려는 건 아닐 테고. 아니면 버릴 수 없는 조력자? 발칸에서 왕놀이? 으음….’
언제나 이런 고민은 하나로 귀결된다.
‘가스파르한테 위협이 되려나.’
설령 무솔리니를 살려준다 한들 난 단 하나의 가치를 세웠다.
독재는 딱 그 세대까지만. 대물림이나 날치기 권력 상속은 허용치 않는다.
이건 프랑코도 마찬가지. 애당초 프랑코는 스페인을 사랑하는 남자로 애정하는 특정인에게 전부 넘길 생각이 없지만 무솔리니는 모른다.
그럼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파시즘의 근원 중 하나가 ‘강력한 지도자’ 즉,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거다.
아무리 파시즘에 물을 타서 맹물 맛이 되어가고 있다지만 어쨌든 성분은 변하지 않는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가는 최고의 사상이다.
“내가 이런 부분은 좀 취약하긴 한가 보네. 역시 어려워.”
아예 적이었다면 모를까 세계 대전에서만큼은 이탈리아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악착같이 국가를 갈아 넣다시피 해 발칸 전역에서 고군분투한 이탈리아인들.
여기서까지 내가 찍어누른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세운 전공에는 그에 마땅한 전리품을.
다만 무솔리니가 최근 들어 내세우는 전리품이 사상이란 점이 매우 거슬린다.
“후우, 좀 더 지켜봐야 하나.”
그래도 족쇄 하나는 채워놔야겠지.
“일단 이탈리아가 무슨 짓을 하든 방관하도록 하지.”
“오스트리아에서 날뛰는 것까지 말씀이십니까?”
“그래, 대신 병력만큼은 아시아로 보내라고 하게. 독일국방군이 얼마만큼 차출했는지도 알리고.”
그럼 알아서 눈치껏 숫자 맞춰 나올 거다. 당연히 파시즘을 받아들이는 발칸 국가들까지 고민하게 될 거고.
‘이 정도 시련쯤은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다.’
설마 위대한 파시즘이 여기서 무너지겠나. 무솔리니 주장에 의하면 나치 잔당인 독일국방군도 수십만을 보낼 계획인데.
차가 멈추고 정장 입은 경호 병력이 사방을 주시한 채로 대기한다.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한 석조 건물. 막 원수직에 오르고 딱 한 번 와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은 식당에는 처칠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하하, 잘 지냈나? 협상 이후로는 처음 보는 것 같네.”
“벌써부터 무섭게 왜 친한 척이세요.”
“아직도 저번 일에 신경 쓰고 있었나? 그런 기억은 남자답게 좀 잊지 그래!”
나보다는 처칠 본인이 열불내다가 막혀서 삐진 걸로 기억하는데. 몇 달 안 봤다고 다시 능청스러워진 게 역시 사람이 진실됨이 없다, 진실됨이.
사적 친분이었다면 걸러야 할 순위 1순위였겠으나 안타깝게도 전쟁이 안 끝났다는 명분으로 선거를 미루고 있는 영국의 총리는 윈스턴 처칠, 이 양반이다.
원체 섬나라 밖으로 안 나오던 영국 정치인이 이리 단숨에 파리까지 달려와 만남을 청하다니.
‘저번에는 루스벨트 껴서 2대1이었으니 다시 공평하게 1대1 하자는 건가?’
요즘도 난 피스톨 챙겨 다니긴 한다만 저 육중한 몸으로 나와 결투를 하기엔 무리로 보이는데.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처칠이 떠드는 걸 난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래서 결론은 아주 간단해. 우리 예전에 자네가 이 자리에서 그랬지. 영국은 해군, 프랑스는 육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네. 자네가 원하는 바와 우리가 원하는 바는 사실 겹치지-”
“어어, 잠시만요.”
신나서 떠드는 처칠의 입을 잠시 막아두고 난 시계를 보았다.
충분히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으니 그 자식 성격이라면…. 지금.
타악!
“천하의 모헬이 날 먼저 초대하다니! 의사 사망선고를 직접 들어도 부랄이 이리 떨리지 않을 게야!”
발로 걷어차기라도 했는지 문이 거칠게 열리고 분명 편하게 오라 했는데 정복에 모자까지 쓴 더글러스가 등장한다.
“너, 너는-”
“뭐야, 갈리폴리? 또 이 조합이야?”
“…….”
처칠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핏줄이 선 게 보이지만.
‘이거 200킬로짜리 상이라 못 엎지.’
지난 경험을 통해 배운 난 일부러 가장 큰 방을 잡았다.
“들어오는 것부터 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군.”
“에휴, 모헬.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남자 대 남자의 겸상에 꼬리 말고 도망치는 개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다시 한번 처칠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늙은이 힘 쓰-’
와장창!
어라.
식탁보를 아예 빼버릴 줄은 몰랐네.
“씨발, 다 튀네. 예의도 지중해랑 함께 잃어버렸나.”
파리까지 찾아와 징징거릴 게 뻔한 처칠. 더글러스 맥아더를 소환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닥치게, 더글러스. 나의 정중한 경고는 여기까지야.”
“아 맞다, 30년 전에 튀르키예 앞바다에 전함에 실어서 수장시켰었지? 모헬, 얼마 전에 꿈에 무스타파 케말이 나와 그러더군. 아직도 지옥에 영국인 남녀 성비가 안 맞아서 식민지 출신 여성들을 찾아다닌다고. 다음부터는 성비를 맞춰서-”
“어허, 그만! 두 사람 다 거기까지 합시다!”
벌써부터 서비스가 만족스럽네.
***
더글러스는 제 역할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역시 나의 오랜 지기답게 참으로 적절한 위치를 잡았다.
“아까 말했던 그 단치히 이야기네. 저 소련이 발트 해로 안 기어나온다는 보장이 있나? 결국 저쪽에는 연합군의 해군력이 투사되어야만 해! 내 폴란드 측과 잘 협의할 자신 있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단치히? 나치가 주데텐란트와 단치히를 원했었지? 어라, 그러고 보니 우리 처칠 총리님이 히틀러와 꽤 친분이 두텁다 들었는데…. Hoxy?”
“어허! 자넨 왜 꼭 그리 말하나?”
“하긴, 때로 묻혀야 하는 진실도 있는 법. 난 히틀러와 처칠 총리의 관계는 전부 재무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네. 암 그렇고말고!”
윈스턴 처칠이 주장하는 바는 앞 몇 마디만 들어도 전부 알겠다.
‘본인들만의 독식 지역은 포기. 대신, 영프 사이에 자리잡겠다는 거지.’
이미 영미 둘이 똘똘 뭉칠 가능성은 식민지 문제 이후 먼지로 돌아갔다.
마냥 국내 반발을 무시한 채 연합국 기조에 따라 모든 식민지를 해방하겠다고 선언하지도, 그렇다고 연합에서 뚝 떨어져 나와 브렉시트 해버리지도 못한 처칠은 새로운 길을 구상해왔다.
‘여기저기에 싹다 힘을 흩뿌려 살아남겠다는 거지.’
비유하자면 분산 투자랄까. 아시아의 중국, 일본, 인도. 아프리카의 자원과 유럽 곳곳의 동맹들에게까지 현 영국의 힘을 씨 뿌리듯 뿌려놓고 키우겠단 거다.
그리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해 그 씨앗들이 발아하면.
‘절대 패권은 아니어도 망하기 힘든 펀드가 완성되지.’
당장 독일-폴란드 소화를 최우선으로 두는 프랑스.
아시아에 국운이라도 건 듯한 미합중국.
두 국가의 상황을 고려하면 처칠의 처신은 참으로 현명하다고 볼 수 있으나….
‘난 싫은데.’
적당히 안전한 프랑스 예금 금리에 넣을 것이지 왜 자꾸 자기만의 펀드를 만들려고 해. 난 너희 수익률이 물가상승률 이상이 되길 바라진 않는니깐?
이번이 절대 마지막일 리도 없으며 여기서 거절한다고 한들 사이만 틀어지지 절대 처칠이 멈출 리 없다.
되려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한 몸 불태워 더 큰 수익률을 노렸으면 노렸지.
그래서 난 마침 프랑스에 찾아온 맥아더를 급히 불렀다.
“그러지 말고 그냥 왕립 해군 이끌고 아시아 오는 게 어떻소? 어차피 이긴 전쟁, 한 입만 외치는 영국이 숟가락 얹는다고 욕할 나라는 없소.”
“숟가락? 숟가라아아악?”
“아니, 내가 틀렸나? 세상에 대서양 건너온 우리보다 영국군이 더 안 싸웠다니까? 뭐? 예전에 미군을 4년을 기다렸었다고? 허허, 난 영국군이 참전한 줄도 몰랐어!”
“네놈들이 뭘 했는데! 모든 전역에 우린 참전했었다!”
“아하, 나도 이제 기억나네. 그 뭐냐, 몽고메리! 그 친구가 인상적이었어! 전선 구멍내는 실력이 치즈 구멍 뚫는 쥐새끼인 줄 알았다니까!”
“허허, 오냐. 자꾸 도발하려거든 그냥 권총을 뽑아라.”
“피할 줄 알았나? 모헬, 자네 피스톨 좀 빌려주게. 내 그 권총에 역사 하나를 더 해주지.”
“에헤이, 두 사람 다 앉지!”
씰룩이는 입을 애써 진정시키고 말리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을 정도다.
‘이거 봐. 내가 말린다니까? 나만 정상이고 이 둘이 문제라고.’
이 얼마나 이상적인 상황인가. 감정에 휩쓸려 싸우는 두 사람을 말리는 나.
“아무튼 단치히? 거기에 주둔할 해군 있으며 어서 아시아로 보내시오. 식민지 해방하자니까 식민지를 만들려고 하네.”
“단치히가 식민지라니! 말 다 했나!”
“일어나? 내 키가 더 큰데. 그럼 나도 일어나?”
두 사람이 쉬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싸울 때, 난 처칠 남은 임기 동안 더글러스를 파리에 남겨둘 방법을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