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길거리 누구라도 죄인이라 낙인찍는 순간 끌고 갈 수 있는 숙청위원회보다 평화로운 재건위원회가 더 활발히 활동하는 지금.
만슈타인은 최소한 본인이 가는 길이 틀렸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점점 숙청위원회의 힘은 줄고 있다. 프랑스가 우리를 인정한다는 의미지.’
앞으로는 나치 한 마리 잡아내자고 무고한 시민 열을 죽일 바엔 그냥 묻길 택할 거다.
멀리서 지켜보는 만슈타인 본인도 꽤나 관대하게 나온다고 여길 정도인데 공포에 떨던 시민들은 더 확실히 체감하고 있으리라.
프랑스는 철저히 공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니 자네의 역할이 중요하네.”
“…발터 모델, 그 친구와 제가 다를 게 뭡니까?”
“모델은 유대인을 수용소에 가두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비춘 적이 있다는 점이 참작된 거지. 자넨…. 후우, 나도 모르겠다. 그래 솔직히 자네나 나나 다를 게 뭐 있겠나. 그저 국가를 위해 움직였을 뿐이지.”
능력과 별개로 롬멜이 유대인 핍박에 본인 휘하 병력을 보냈다는 기록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전 모르겠습니다. 과연 지금 프랑스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애국인지. 차라리 마음 편히 감옥에 들어가서 다 내려놓고 싶습니다.”
“자네 아내 루시는. 수학을 잘한다고 자랑하던 아들 만프레트는? 롬멜, 약해지는 소리 하지 말어.”
많은 독일국방군 장성들이 느끼는 회의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만슈타인 또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해왔던 부분이지만, 이제는 확언할 수 있었다.
“비록 프랑스 저자들이 우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만 다 필요 없네. 모헬, 그자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
“최소한 우리가 손놓고 있다 자식들이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 세대에서 다시 돌려놓자고.”
그리고 프랑스와 미국이 외치는 평화가 찾아오면 잘은 몰라도 지금 독일인 이마에 찍힌 범죄자 낙인만큼은 사라지지 않을까.
“후우, 진정 이게 옳은 겁니까.”
“그래, 의심스러워도 믿게. 난 그러기로 했으니.”
“쯧, 거 아주 홀라당 넘어가셨습니다.”
“내가 매국노로서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할 수도 있어.”
독일국방군 조직의 최대 문제점. 그건 바로 지휘관들 중 나치와 연관 없는 인간이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재조직 과정에서 전부 배제되었고, 몇몇 구제받은 인간이 있으나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 재판과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그들에게 아시아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었다.
‘이렇게 해야 자네도 살 수 있다고, 이 친구야.’
어느덧 계속 늘어 65만에 이르는 아시아 파병군.
이들의 존재는 숭고하기 그지없다.
루프트바페 전투기 한 기가 추락할 때 본토에서는 부랑자를 위한 집이 하나 지어지고 있을 거다.
한 포병대원이 몸이 찢겨나가는 순간까지 포탄을 쏘며 적지를 터트릴 때 그들의 가정은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먹고 있을 거다.
그런 거다. 설령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프랑스인들 앞에서 똑똑히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하면 되는 거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로웠던 시대로.
가정과 국가가 박살나기 전의, 그때로.
“이 시간부로 에르빈 롬멜을 공세사령관으로 임명한다.”
“…….”
본래 공세사령관이라면 기갑대장 정도 되는 직급이 맡는 게 옳으나 계급이 멈춰버린 독일국방군에서는 그조차 어려웠다.
여전히 복잡한 심리가 얼굴에 드러나는 롬멜. 오랜만에 출전하는 그이지만 만슈타인은 누구보다 잘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서 똑똑히 보여주게. 본래 세계에서 가장 잘 싸우는 육군이 어느 나라였는지를.”
돌연변이처럼 튀어나온 어느 미친 인간만 아니었다면, 지금 대육군의 이미지는 전부 독일국방군의 것이었으리라.
독립된 지휘권과 충분한 기갑.
해안을 따라 진격할 것이기에 물자 보급이 끊길 염려는 없으며 누구보다 이곳 아시아에서 싸워야 할 이유가 넘쳐나는 독일국방군.
잠시 선악을 버리고 날뛰기엔 너무나 좋은 조건이다.
***
아이젠하워는 베르게르 모헬이란 인간과 함께 일하길. 아니, 그냥 프랑스 지휘관들과 같은 장소에 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한 사령부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면 당연히 의견이 엇갈리고 생각이 충돌할 수 있지만.
저 오만한 콧수염 아래 입가에는 항상 비웃음이 걸려있는 듯했다.
그리고 눈으로 말한다.
‘그래서 너희가 우리 대육군보다 전쟁을 잘해?’
단 한 차례도 그리 말한 적은 없지만, 아이젠하워는 알았다. 저들은 프랑스의 자긍심 그 자체인 인간들이다. 아마 단백질 구성도 오만, 자만, 자존감 같은 성분이리라.
어느 순간부터 베르게르 모헬이란 존재 자체가 프랑스 측 주장의 근거처럼 여겨지고 역으로 미군 측 의견은 매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게 된다.
상하는 자존심과 별개로 지휘부에서 프랑스의 지휘 과정을 지켜보던 아이젠하워와 여타 지휘관들은 왜 저들이 그토록 답답해했는지는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다.
“가장 교전이 치열한 곳으로 항공 전력을 몰아넣는다. 지금 남하하는 게 파비앵인가?”
“그렇습니다.”
“파비앵에게 전해. 이틀간 항공 지원 없으니까 알아서 밀고 가라고.”
“알겠습니다!”
“내륙으로 도망치면 추격에 전력을 쏟을 필요 없다.”
“허나 그랬다가는-”
“혹여나 뒤통수가 위험할 거란 생각도 하지 말게, 안 그러니까. 겨우 해안선 따라 진격하는데 반년씩 잡아먹을 이유가 있나. 석 달 안에 끝내야지.”
비이성적인 판단이라고 해야 할지 과감하다고 해야 할지.
‘회의에 회의를 거쳐 명령서 하나 만드는 데 고심하는 우리와는 확실히 다르군.’
국가마다 군의 성향은 다를 수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눈높이에 맞게 싸우자고. 지금 잽스는 기본적인 교리조차 모르고 오직 수비전만 아는 놈들이다. 뇌가 반쪽만 있다고 생각하면 딱이군.”
“…….”
그래. 그냥 다 떠나서 아이젠하워는 지금 억울해 미칠 것만 같았다.
삼 주 만에 해안 상륙과 점령을 성공적으로 시행 중인 연합군.
모든 지형지물을 철저히 정찰하지도, 적의 반격에 대비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젠장, 너희 이런 새끼들 아니었잖아!’
잘 싸우던 잽스들이 단체로 식중독에라도 걸렸는지 바람 불면 날아가는 민들레처럼 저 멀리 도망만 다닌다.
분명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본인들이 죽어도 적과 함께 지옥으로 가겠다는 악에 받친 군대 아니었나.
땅 위보다는 땅 아래에 살며 한 놈이라도 같이 죽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놈들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섬 하나라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악의가 철철 넘치는 그런 역겨운 놈들이었는데.
“전투다운 전투도 없군. 역시 숫자만 채운 군대였나.”
“만주, 홍콩, 한반도, 대만, 남서 제도. 다 합쳐도 이백만이 될까 말까 한 것 같은데?”
“이건 뭐 할 말이 없군. 잽스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이미 많이 죽은 상태라니. 그냥 가서 깃발만 꽂으면 얻는 승리였어.”
중화 대륙에 있던 잽스들은, 사실 아래 태평양 섬에 있던 77만 정도의 병력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나 보다.
식량, 의약품, 군수품, 무기, 기초 보급까지. 부실하다 못해 존재하지 않는 지경이었고 총보다는 쟁기를 더 들었으며 현지 세력을 통치, 활용하기보다는 약탈하느라 관계는 최악이었다.
‘씨발, 이럴 줄 누가 알았냐고!’
이게 무려 점령 3년 차 일본군의 본모습이다. 시행착오를 겪는 첫해도 아니고 3년이나 지난 상황이란 말이다.
“섬이나 제도에 있는 놈들은 정규군이라 생각하긴 어렵고, 그냥 단체로 조난당한 놈들이구먼.”
진격과 함께 계속되는 프랑스의 철저한 약자멸시에 아이젠하워는 슬슬 생각하길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주, 반도에서 오는 병력을 막고 계신 페탱 원수께서 진격하겠답니다.”
“지원은 없으니 알아서 하시라고 말씀드려라.”
전쟁의 모든 상식이 무너지는 곳. 정말 단 한 차례의 성공적인 반격도 없고 지성이 없는 이들마냥 도망만 치는 군대.
지키려고도, 싸우려고도, 이기려고도 하지 않는 집단.
그 이름, 자랑스러운 일본 제국군.
“아이젠하워 장군.”
“…예.”
“본토 상륙 작전이나 구상해보도록 하세.”
“예.”
어째서 이 병신들은 미군 한정으로 열심히 싸우는 걸까.
왜 하필 싸워도 미군과 영연방은 가장 어렵고 험난한 곳만 찾아갔을까.
제대로 총탄을 교환하기도 전에 다 버리고 도망칠 거면서. 왜 미합중국군한테는 어금니 꽉 깨물고 땅 한 뼘 내주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을까.
너무 억울해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지만.
“이걸 전쟁이라고 해야 하나…. 매일매일이 새로워. 어처구니가 없어서 신기할 지경이라니깐? 안 그런가, 빅터?”
“아시아에 피크닉 나온 기분입니다.”
다행히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 덕분에 들킬 염려는 없었다.
오늘따라 진심으로,
아이젠하워는 잽스가 미웠다.
***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자키 파비앵.
이제는 배우기보단 가르침을 주는 나이에 이르렀다 자신했던 그는 오늘 또 한 번의 겸손함을 배우게 되었다.
“왜 모헬 원수님이 페르디낭 포슈란 이름에 벌벌 떠는지 알 것만 같아. 죽은 망령께서 오늘도 내게 가르침을 내려주시는군.”
“어, 이 꼴을 보고 무언가를 배우셨단 말씀이십니까?”
“자넨 이 기이한 전장을 해석할 교리가 무엇이라고 보나?”
“…논리적으로 설명이 됩니까?”
오트클로크의 반문에 파비앵은 한심하다는 듯 경멸스럽게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깨닫는 것도 나쯤 되니까 가능한 건가.”
“…설명이라도 해주시지요.”
바닥을 치는 자존감과 별개로 오트클로크의 질문에 파비앵은 자신의 깨달음을 전수했다.
“수십 년 전, 대전쟁을 보고 공부했던 잽스들은 기이할 정도로 수비에 치중한 상태로 발전했다. 정말 모든 교리가 대전쟁 시절의 향수를 자극할 정도지.”
그런 극단적인 교리에도 워낙 체급 차이가 커 아시아 점령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수비에 치중한다면 공세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불리한 것 아닙니까?”
“아니지. 시대가 변했지 않은가.”
“도대체 뭐가 변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쉽게 말해, 저들은 대전쟁의 수비적 면모와 엘랑 비탈을 결합했다면, 우린 엘랑 비탈의 끝을 창조했지. 그게 바로 기갑이라네.”
수많은 물음표가 머리 위로 떠오른 오트클로크는 순간 자신의 상식이 잘못된 줄 알았다.
‘공격은 전진 돌격이 전부인 잽스. 반면 수비는 참호전을 닮았다. 여기까지는 이전의 대전쟁과 엘랑 비탈의 영향이고. 우리가 기갑전에 능통한 것은 엘랑 비탈이 발전해서라고?’
정리해도 괴상하게 들리는 이 말을 자신의 상관은 진심으로 하고 있는 건가?
“하아, 지금은 변해서 잘 모르겠지만. 1913년 내가 야전 교범을 읽을 때는 이런 구절이 있었네. ‘향후는 공격 이외의 어떠한 전술 법칙도 배제한다’라는 내용이었지. 그 당시에는 틀린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기갑이 발전한 지금 누가 수비전에 멍청하게 용을 쓰지? 공격이 곧 수비인데?”
“어… 그냥 기갑이 무진장 발전해서 수비를 압살하기 때문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 포슈 원수께서는 그걸 예측하신 거라고!”
파비앵은 결국 돌고 돌아 포슈 원수께서 옳았음을 세계가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전격전? 기갑 기동전? 전부 엘랑 비탈에서 파생된 아류에 불과하다!’
명문 전통의 진가가 시대를 불문하고 옳음을 세상이 또 한 번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저 잽스를 때려잡는데 엘랑 비탈보다 더 좋은 교리가 있다면 제시해보게.”
“아니, 그건 저것들이 워낙 오합지졸에 도망만 치-”
“그래서 있냐고. 이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승리하는 방법이.”
“…….”
있다면 그건 진짜 교리가 아니라 광신의 영역이 아닐까 답하고 싶었던 오트클로크는 감동과 확신에 가득 찬 파비앵의 눈을 보자, 반문하길 포기했다.
“…아주 그냥 엘랑 비탈 만세입니다.”
“좋아, 신세대 지휘관인 자네마저 인정했으니 엘랑 비탈의 의지가 후대에 끊어지진 않겠군.”
과연 대원수 페르디낭 포슈는 어디까지의 미래를 보고 교리를 짜낸 것일까?
위대하신 선배님의 경이로운 능력에 파비앵은 감히 겸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전율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고 싶으나, 안타깝게도 엘랑 비탈은 그럴 시간에 방아쇠 한 번이라도 더 당기라고 한다.
어쭙잖게 엘랑 비탈에 괴상한 이론을 접목해 더럽힌 잽스들에게 진정한 공격정신에 대해 알려줄 때다.
“후방 부대가 전방 부대를 넘을 때, 야간 진격을 병행한다.”
그리고 배움에는 밤낮이 없는 법이다.